최상의 빈야드와 전설적인 와인 메이커가 만든‘신의 물방울’

이탈리아는 와인의 종주국으로 3000여 년의 와인 역사를 자랑한다. 이달에 소개할 와이너리는 2000년대 들어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세테 폰티(Sette Ponti)다.

세테 폰티가 유명세를 탄 것은 대표 브랜드인 ‘오르마(Orma)’가 2006년, 2007년 연달아 감베로 로소에서 ‘트레 비키에리’를 받으면서다. 감베로 로소는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와인 가이드로서 감베로 로소로부터 ‘트레 비키에리’를 받았다는 것은 이탈리아 최고의 와인임을 뜻한다.
[Wine Story] 이탈리아 모레티 가문의 세테 폰티
7개의 다리에서 따온 이름, 세테 폰티

국내에는 최근에 이름이 알려졌지만 세테 폰티의 역사는 195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현 오너인 안토니오 모레티(Antonio Moretti)의 아버지 ‘알베르토’가 50헥타르의 밭을 이탈리아 공주 마르게리타와 마리아 크리스티나로부터 구입한 것이 그 시초다. 이후 빈야드를 넓혀 현재 세테 폰티는 약 330헥타르의 밭을 소유하고 있다. 가장 오래된 포도밭은 1935년 이탈리아의 황제 ‘듀카 아메디오 아오스타’에게 하사받은 3헥타르의 밭이다.
세테 폰티의 역사는 현 오너인 안토니오 모레티의 아버지 알베르토가 50헥타르의 빈야드를 구입한 195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세테 폰티의 역사는 현 오너인 안토니오 모레티의 아버지 알베르토가 50헥타르의 빈야드를 구입한 195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세테 폰티라는 이름은 이탈리아어로 ‘7개의 다리’라는 의미로 아레조 지역에서 플로렌스로 가는 길에 있는 아르노 강을 건너는 다리에서 비롯됐다. 첫 번째 다리인 브리아노 다리는 13세기에 거의 40년이 걸려 만들어졌다.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그린 <모나리자>의 배경이 됐던 곳이기도 하다. 세테 폰티 지역은 이탈리아 토스카나 키안티 중심부에 있다. 인근에 역사적인 도시인 아레조와 플로렌스가 있고, 사시카이아와 오르넬라이아 빈야드도 멀지 않다. 토양은 점토와 모래, 석회암이 혼합됐으며 대부분 해발 200~300m에 있다.
세테 폰티는 최상의 테루아를 자랑하는 빈야드에서 재배된 포도로 만들어진다.
세테 폰티는 최상의 테루아를 자랑하는 빈야드에서 재배된 포도로 만들어진다.
세테 폰티는 헥타르당 약 6600그루의 포도나무를 심고 있는데, 보통의 빈야드에서 헥타르당 8000~1만 그루의 포도나무를 심는 것에 비하면 상당히 적은 수다. 이처럼 포도나무의 밀도를 줄인 이유는 포도나무가 땅의 영양분을 더 잘 흡수하게 만들어 최상급의 포도를 얻기 위해서다.

이탈리아에는 500여 종 이상의 포도가 재배되는데 대부분이 레드 와인 품종이다. 세테 폰티는 이 중 50여 종의 포도를 재배하는데, 이탈리아 전통 품종인 산지오베제와 글로벌 품종인 카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등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최고의 싱글 빈야드에서 생산된 명품, 오르마
[Wine Story] 이탈리아 모레티 가문의 세테 폰티
세테 폰티를 이야기하면서 빠뜨릴 수 없는 이가 와인 메이커인 카를로 페리니(Carlo Ferrini)다. 페리니는 일본 만화 <신의 물방울>에서 열렬한 이탈리아 와인 애호가인 혼마 초스케가 가장 존경한다고 칭송한 와인 메이커다.

2006년 와인 스펙테이터 1위를 차지한 ‘카사노바 디 네리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Casanova di Neri Brunello di Montalcino)’가 그의 작품이다.

페리니는 현 소유주인 모레티의 제안으로 세테 폰티에 합류했다. 아버지에게 세테 폰티를 물려받은 모레티는 최고 퀄리티의 와인을 만들기 위해 최고의 와인 제조기술이 필요했다.

이를 위해 그는 이탈리아에서 가장 혁신적인 와인 메이커로 평가받는 페리니와 조이아 크레스티(Gioia Cresti)를 불러 드림팀을 만들었다. 모레티의 드림팀은 이후 키안티 비냐 드 팔리모와 산지오베제를 주품종으로 메를로와 카베르네 소비뇽을 블렌딩, 오크 숙성한 크로뇰로(Crognolo)와 오레노(Oreno)를 생산하고 있다. 모레티의 드림팀은 여기서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이탈리아 특급 와인 산지로 잘 알려진 볼게리 지역으로 진출한 것이다.
그는 끊임없는 노력으로 지금의 세테 폰티를 만들었다.
그는 끊임없는 노력으로 지금의 세테 폰티를 만들었다.
이곳에서 세테 폰티는 이탈리아 와인업계에 큰 발자취를 남기게 되는데, 바로 오르마를 생산한 것이다. 오르마의 단일 포도밭은 퀄리티 와인을 생산하는 볼게리에서도 가장 좋은 위치에 있다.

볼게리는 이탈리아 와인을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몇 안 되는 지역. 세테 폰티는 점토질의 자갈밭과 약간의 모래, 이상적인 기후를 가진 볼게리의 8헥타르 땅에서 최고의 포도를 재배하고 있다.

이렇게 재배한 최상의 포도는 세테 폰티의 획기적이고 창의적인 생각과 실험적인 양조 방식을 통해 카베르네 소비뇽과 메를로가 환상적으로 블렌딩된 와인 ‘오르마’가 만들어졌다.
현 오너인 안토니오 모레티.
현 오너인 안토니오 모레티.
세테 폰티는 이곳 외에 토스카나의 또 다른 와인 생산 지역인 ‘마렐마’에 60헥타르 이상의 빈야드를 소유하고 있다. 마렐마는 태양이 내리쬐는 뜨거운 기후와 최상의 와인 양조 기술를 가진 잠재력이 큰 곳이다. 이곳에서는 산지오베제와 카베르네 소비뇽을 주로 생산하며, 소량의 알리칸테와 프티 베르도를 재배하고 있다.

와인에 대한 모레티의 애정은 토스카나 와인에 머무르지 않고, 새로운 도전에 나서게 된다. 모레티의 새로운 실험 무대는 이탈리아 남쪽 시칠리아 섬이었다. 1990년 시칠리아를 방문한 그는 노토 지역의 네로다볼라 와인에 매료됐고, 그곳을 새로운 와인을 위한 최적의 장소로 지목했다.

2000년 노토 지역 포도밭을 은밀하게 조금씩 구매하기 시작한 그는 50여 차례에 걸친 매매 끝에 지금의 빈야드를 완성했다. 이렇게 탄생한 것이 지금의 ‘페우도 마카리(Feudo Maccari)’다.


[Wine Story] 이탈리아 모레티 가문의 세테 폰티

글 신규섭 기자 wawoo@hankyung.com

사진 및 자료 제공 LG상사 트윈와인(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