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 발머 롤스로이스 아·태지역 영업 총괄 매니저

롤스로이스와 슈퍼리치들의 ‘프라이빗’ 스토리
그리스 파르테논 신전을 본뜬 라디에이터 그릴과 플라잉 레이디(Flying Lady)로 알려진 마스코트 ‘환희의 여신(Spirit of Ecstasy)’ 상은 여러 세대를 거쳐 내려오는 롤스로이스의 상징이다. 롤스로이스는 연간 6000여 대 남짓만 판매하는 초호화 수제 자동차 브랜드다.

돈이 아무리 많아도 신분이 자격 미달이면 차를 팔지 않으며 보유 유동 자산이 최소 3000만 달러 이상인 사람에게만 구매 자격을 부여한다. 또한 롤스로이스는 영국 버킹엄 궁전 앞마당을 질주할 수 있는 유일한 면허를 가진 차다. 즉, 롤스로이스는 단순한 이동수단이 아닌 최고의 명예와 자부심의 상징이다.


댄 발머는...
지난 20년간 자동차업계에서 일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미니(MINI)와 BMW 로버(Rover) 그룹의 1990년대 자동차 보디 구조 부문에 대한 디자인에 참여했다. 이후 롤스로이스의 제조팀에서 일했으며 팬텀과 고스트 두 모델의 개발 과정에서 제품 매니저(product manager)로 활동했다. 현재 아·태지역의 마케팅 및 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영국 출생의 발머는 부인 미셀과의 사이에 두 딸을 두고 있다.


롤스로이스는 2012년 11월 28일 한국에서 아시아태평양지역 최초로 ‘고스트 아르데코’ 한정판을 선보였다. 롤스로이스 아르데코 컬렉션은 그리스 고전주의부터 현대 문물까지 두루 반영해 1920~40년대 유행한 예술 양식인 아르데코에서 영감을 받은 모델이다. 가격은 4억7400만 원. 출시 행사를 위해 싱가포르에서 내한한 롤스로이스 모터카의 댄 발머(Dan Balmer) 아시아·태평양지역 총괄 매니저를 만나 롤스로이스의 품격과 스토리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롤스로이스와 슈퍼리치들의 ‘프라이빗’ 스토리
한국에 1대만 할당된 롤스로이스 고스트 아르데코를 차지할 사람은 어떤 이입니까.

“아르테코 한정판은 전 세계적으로 특별함을 원하는 슈퍼리치들의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서울 청담동 롤스로이스 매장에 아르데코 모델을 갖다놓자마자 문의 전화나 보러 오는 고객들이 많았습니다. 고스트 아르데코 한정판은 전 세계에 20대만 제작돼요. 그중 절반이 벌써 주문을 받아 제작에 들어갔어요. 아르데코의 주인공은 예술과 품격을 중시하는 이일 것입니다.”

최근 아시아 시장에서 롤스로이스의 판매가 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미국, 중국, 유럽이 롤스로이스의 3대 시장입니다. 그리고 아시아·태평양, 그리고 중동 시장에서 롤스로이스의 수요가 늘고 있어요. 롤스로이스는 시장 수요에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공급이 한정적이기 때문에 지역별로 수요의 균형을 잡는 것이 중요합니다.”

증가하는 수요에 맞춰 생산시설을 확대할 계획은 없습니까.

“영국의 굿우드에 공장이 위치하는 이유는 다른 곳에서는 확보하기 힘든 영국 장인들의 기술 베이스가 있기 때문이에요. 단순한 자동차 부품 제조의 개념을 넘어 여러 다른 업종의 장인들까지 영입해 롤스로이스를 제조하고 있어요. 예를 들면 영국 왕실용 가구를 만드는 장인, 요트 전문가, 가죽 전문가 등이 롤스로이스를 만듭니다. 영국 남부야말로 수공예 장인정신이 발휘되는 곳입니다. 따라서 이곳 외에 다른 지역으로 생산시설을 이전이나 확대할 계획은 없습니다.”

장인정신이 깃든 롤스로이스 제작 과정에 대해 더 설명해주십시오.

“일반 자동차 브랜드들은 협력 업체로부터 부품을 공급받아요. 그래서 완성된 경우 비슷비슷한 차로 탄생하죠. 하지만 롤스로이스는 라이트, 도어, 스티어링휠, 인테리어 모든 부품을 고객의 주문에 따라 자체적으로 조달합니다. 우리가 원하는 기준을 충족하는 수준이 될 때까지 연구합니다. 예를 들어 라디에이터 그릴의 경우 우리가 원하는 디자인과 품질을 충족시킬 곳을 찾아 헤매다 결국 이탈리아의 주방용 싱크 제조업체의 제품으로 결정했어요. 내부 목재, 가죽, 카펫 등도 마찬가지로 그 분야 최고 장인이 만든 최고 소재를 찾아 적용하고 있습니다.”
한국 고객들은 프라이빗을 중시해요. 화려한 외관보다는 내부에서 절제된 풍요로움을 만끽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한국 고객들은 프라이빗을 중시해요. 화려한 외관보다는 내부에서 절제된 풍요로움을 만끽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롤스로이스는 선주문 후 고객의 취향에 따른 맞춤 제작이 유명한데요.

“매장 딜러는 우선 주문하려는 고객과 백지를 놓고 맞춤 제작을 어떻게 할지 아주 세부적인 요소까지 논의합니다. 그다음에 차의 가격이 결정되죠. 저희 고객 대부분에게 가격은 2차적인 논의 대상입니다. 그리고 짧게는 2개월에서 길게는 6개월까지 제작 기간이 소요됩니다.”

기억에 남는 고객이 있습니까.

“일본의 한 고객은 차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았어요. 그래서 편안함을 추구하고, 영화 마니아라 DVD 장비가 좋은 차를 원했죠. 그의 바람에 따라 제작된 롤스로이스는 우선 편안함을 위해 다리가 있는 공간을 더 넓게 제작했어요. 그리고 DVD 특수 콘솔을 제작하고 손이 닿는 곳에 DVD를 보관할 수 있도록 했죠. 또한 일본의 캔 음료는 일반 사이즈와 달라 컵홀더에 맞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일본 캔을 영국으로 공수해 사이즈에 딱 맞는 컵홀더를 제작했어요. 약 8개월에 걸쳐 그 고객만을 위한 롤스로이스가 만들어졌죠. 이 스토리는 일본 잡지에 실리는 등 화제가 됐어요.”

한국 시장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습니까.

“한국에서 판매되는 롤스로이스는 공통적인 스타일이 있습니다. 한국 고객이 선호하는 색상 등이 뚜렷하게 나타나죠. 이러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2012년 8월 저희는 한국 시장 특별판 ‘K스펙’을 내놨습니다. 한국 고객들은 프라이빗을 중시해요. 화려한 외관보다는 내부에서 절제된 풍요로움을 만끽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반대로 중동에서는 부를 외적으로 표현하는 것을 선호해서 눈에 띄는 오렌지색, 그린색 롤스로이스를 주문하죠. 이번에 한정판으로 선보인 고스트 아르데코는 섬세한 인테리어가 돋보입니다. 그래서 한국 고객들의 취향에 더 잘 맞는다고 봅니다.”
롤스로이스와 슈퍼리치들의 ‘프라이빗’ 스토리
한국의 잠재 고객 수를 어느 정도로 봅니까.

“롤스로이스는 비스포크(Bespoke·맞춤 제작) 아이템이 많아 시간이 많이 소요되다 보니 최근 전담팀을 2배로 늘렸어요. 사무실도 넓혔습니다. 그만큼 한국에서 고객이 늘고 있고 요구도 다양해졌다는 의미입니다. 캡 제미나이(Cap Gemini)와 RBC자산운용의 최근 ‘세계 부 보고서(World Wealth Report)’에 따라 잠재 고객인 한국의 초부유층(UHNW·Ultra High Net Worth)의 수를 전 세계 톱 20개국 중 12위로 보고 있습니다. 3000만 달러 이상의 자산을 가진 이들이 잠재 고객이죠.”

한국의 초부유층 고객을 위한 마케팅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습니까.

“유사한 가치를 추구하는 브랜드 즉, 롤스로이스와 친화력이 있는 럭셔리 브랜드와 함께 소규모 행사를 갖습니다. 시계라든지 고급 와인을 생각하면 될 것입니다. 공통의 관심사를 가진 고객을 모시고 약 5쌍(10명) 정도가 모여 편안한 분위기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를 마련합니다. 자연스럽게 그들의 관심사인 여러 브랜드에 대한 대화를 나눕니다. 그리고 기존 롤스로이스 고객이 주변의 친척, 친구들을 추천해줘 이러한 소수 정예 모임을 구성합니다. 또한 우리 고객들은 매우 특별한 분들이므로 매장을 찾지 않아도 저희 직원이 시승차를 몰고 잠재 고객을 찾아가기도 합니다. 매장에 계약하려는 고객이 찾아올 때는 블라인드를 내리고 매장을 닫은 채로 상담에 임합니다.”

2012년 9월 토스텐 뮬러 위트비스(Torsten Muller-Otvos) 롤스로이스 최고경영자(CEO)가 한국을 방문했을 때 “전시장을 한 곳 더 늘릴 것을 협의 중”이라고 밝혔는데,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요.

“최근 청담동 쇼룸을 확장했어요. 청담동은 명품 브랜드가 모두 모여 있는 거리이기 때문에 롤스로이스 매장으로는 최적이라 할 수 있죠. 롤스로이스의 명성에 비해 다소 소박하다는 의견이 있지만 우리는 대형 쇼룸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아요. 1~2대만 전시할 수 있으면 되기 때문이죠. 추가로 부산에 쇼룸을 만들 계획입니다. 이곳 역시 대형 쇼룸이 아닌 청담동 쇼룸과 비슷한 규모가 될 것입니다.”


이진원 기자 zino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