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투자 어떻게 봐야 하나

브라질 국채는 국내에서 판매되는 해외 채권 상품 중 가장 인기가 높다. 브라질 국채의 가장 큰 장점은 비과세 혜택과 높은 금리다. 하지만 브라질 국채가 환리스크에 노출돼 있다는 점은 유념해야 한다. 따라서 브라질 국채에 투자 시 향후 환율 흐름의 방향성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 아울러 브라질을 비롯한 해외 투자는 대세로 자리 잡아갈 가능성이 높다. 장기 저성장 시대에 접어든 국내 상황을 감안했을 때 국내보다는 해외 투자에서 더 나은 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COVER STORY] 저성장 시대 활로…환 리스크 유념해야
언론과 시장의 많은 전문가들이 브라질 채권에 대한 부정적인 이야기를 한다. 하지만 필자는 지금이야말로 해외로 눈을 돌려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그 첫째 이유는 국내에 투자할 만한 채권이 없다는 사실이다. 금리가 너무 낮다. 보험사도, 은행도 자금을 운용할 마땅한 수단을 찾지 못하고 있다.

저금리의 원인은 기본적으로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과다한 부채와 경기 침체에 있겠으나 한국은 수급과 인구 구조적인 요인도 크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 속도는 장기 저성장을 예고한다. 장기 저성장에 대한 믿음은 돈 쓸 사람을 사라지게 해 저금리를 고착화시키는 요인이다.

급속한 고령화는 채권과 같은 확정금리형 상품을 좋아하는 노후 대비 자금의 급속한 증가를 의미한다. 20% 내외로 증가하는 보험 자산과 10% 내외로 증가하는 연금 자산의 증가가 바로 그것이다. 국내 채권 시장의 성장이 채권 수요 자금의 증가를 따라잡지 못하는 형국은 꽤 오랫동안 불가피해 보인다.


고령화에 따라 장기 저성장 예고
저금리가 일시적인 문제가 아닌 가장 큰 원인은 인구에 있다. 한국은행에서 우리보다 먼저 고령화를 경험했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7개국의 50년치 연간 패널자료를 통해 분석한 자료를 보면 문제의 심각성을 수치로 확인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생산가능인구 감소가 2013년에는 경제성장률을 0.05%밖에 감소시키지 않지만 2020년에는 3.4%, 2025년에는 4.7%씩 감소시키게 된다. 자본(K)과 총요소생산성(TFP)이 지금처럼 3%의 성장을 유지한다고 가정해도 마이너스 성장은 불가피한 것이다.

노동연령의 증가를 기대할 수 있겠으나 이미 추정치에 선진국의 노동연령 증가도 반영됐으므로 그 효과는 미미하다고 볼 수 있다. 이민정책의 변화나 통일에 대해 기대할 수 있겠으나 성장률 감소의 의미를 생산인력의 감소가 아닌 소비인력의 감소라는 관점에서 바라보면 문제의 심각성은 더해진다. 즉 전체 인구의 13.9%이지만 부동산과 내구재 소비의 핵심 계층이었던 베이비붐 세대(51~59세)가 은퇴를 앞두고 있다는 점은 우리 경제의 장기 전망을 어둡게 한다.

한국의 인구고령화 속도는 일본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다. 유엔의 정의에 따른 생산가능인구(만 15~60세)는 2015년부터 감소하기 시작한다. 일본의 경우 감소가 시작된 1994년부터 2003년까지 10년간 3.4%가 누적으로 감소한 반면 우리나라는 2015년부터 이후 10년간 9.2%나 감소할 전망이다. 전체 인구 대비 핵심 생산인구 비중은 2007년 57.5%를 정점으로 이미 감소하고 있는데 2013년 56.2%, 2020년 52.3%, 2030년 44.3%까지 떨어질 전망이다.

소비의 보수화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90%에 해당하는 내수 기반을 위축시킬 것이며, 부동산 등 자산가격 전망을 어둡게 할 것이다. 2013년과 2014년에는 신정부의 정책 효과로 부동산 가격이 기술적 반등을 보일 수 있겠으나 장기 전망을 밝게 볼 수는 없다. GDP 대비 57%에 해당하는 수출이 아무리 빨리 성장한다고 해도 선진국 사례를 보면 소비의 보수화를 막을 방법은 마땅히 없었다. 가계 부문의 과도한 레버리지도 장기적인 소비 전망을 어둡게 한다. 세계 최고 수준인 우리나라의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164%)는 오랫동안 저금리정책이 유지될 수밖에 없는 명분을 제공한다.

일본에서 1990년과 1991년에 주식시장과 부동산 버블이 붕괴됐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나 버블 붕괴 효과가 모두 사라졌다고 믿을 수 있는 2000년부터 주식, 부동산, 채권에 투자를 시작했다고 가정해보자. 저성장 시대에는 자산 가격이 쉽게 오르지 않는다. 이 기간에 주식은 -52.5%, 부동산은 -35.1%로 저조한 투자 성과를 보이고 있다. 반면 일본인들이 가장 많이 투자했던 선진국 채권형 펀드인 글로벌 오픈 소버린의 수익률은 45.3%로 높은 투자 성과를 보이고 있다. 저성장 국면에서 원금을 지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자료다. 만일 일본 투자자들이 1% 미만의 낮은 수익률을 제공했던 일본 채권에만 만족했다면 그나마 원금은 지켰겠지만 이머징 국채에 투자했을 때에 비해 높은 수익을 거두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日, 해외 채권형 펀드 비중 48%
우리나라는 아직 본격적으로 선진국으로 진입한 것도 아닌데, 저금리 환경은 여느 선진국 못지않게 빨리 찾아오고 있다. 해외 자산에 대한 투자자들은 시각 변화가 하루가 다름을 느낄 수 있다.

일본은 우리보다 10여 년 먼저 비슷한 경험을 했다. 따라서 일본 해외 펀드 시장의 진화 과정을 보면 향후 어떠한 금융 자산이 인기를 끌겠는지 예상해볼 수 있다.

일본 공모형 펀드 순자산에서 2001년까지 10%도 안 되던 월지급식(월배분형) 펀드는 2011년 말 현재 75.6%까지 성장했다. 일본 월지급식 펀드에서 1세대는 2000년대 초인데 해외 선진국을 중심으로 하는 국공채 펀드가 금융 위기 직전까지 펀드 시장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금융 위기 이후에는 안전한 선진국 국채에서 이머징 국채, 선진국 하이일드와 같은 좀 더 위험한 채권으로 투자가 이루어졌다. 선진국 금리가 너무 빨리 내려가서 매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 3년 사이에는 통화선택형 펀드나 헤지펀드와 같이 적극적으로 수익률을 제고하기 위한 노력이 이루어졌다.

2013년 3월 현재 일본 펀드 산업은 순자산 총액을 보면 일본 해외 채권형이 일본 펀드의 48%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일본 채권형은 단 2%에 불과하다. 금융 위기 이후 미 국채의 비중은 10년 전 57%에서 27%로 감소했으며, 유로채는 33%에서 8%로 축소됐다. 반면, 호주 채권의 비중은 1%에서 34%로, 브라질은 0%에서 11%로 확대됐다.

국내에 안전하고 높은 수익률을 제공하는 투자 대상이 있다면 구태여 해외로 나갈 이유가 없다. A등급조차 3%대 초반밖에 주지 않는 현실에서 은행보다 높 은 수익률을 얻기 위한 방법은 두 가지다. 신용 위험(부도 위험)을 감수하든가 환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6% 이상의 수익률을 누리기 위해서는 BBB 등급이나 위험 산업(건설·조선·해운)으로 내려가야 하는데 웅진, STX, 동양 등 잊을 만하면 다시 찾아오는 크레디트 이벤트에 용기를 내기가 쉽지 않다.

소버린 국채의 경우 상대적으로 신용 위험은 작다. 이머징 소버린이라 하더라도 BBB- 이상으로 한정하면 국내 기업 신용등급으로 보면 AA0 이상에 해당하므로 신용 위험은 낮다고 볼 수 있다. 환 위험이 문제인데 리스크 대비 고금리 국가 중에서 평가 절하 가능성이 낮은 통화를 선별해야 하는 까다로움이 있다.

일반적으로 채권 투자에는 신용 위험, 가격 변동 위험, 유동성 위험이 따른다. 해외 채권은 상대적으로 낮은 신용 위험의 대가로 환 위험이라는 새로운 종류의 리스크를 수반한다. 그 대가로 높은 수익률을 제공하는 것이다. 환 위험을 헤지하고도 높은 수익률을 제공하는 경우도 있으나 소수에 그친다. 해외 채권의 장점은 높은 수익률이라고 했는데 그 수익률을 향유하기 위해서는 일단 오래 보유해야 한다. 그럴 경우 환율이 불리하게 변해도 원금의 손실은 피할 수 있게 된다.
브라질 국채의 가장 큰 특징은 비과세 혜택과 높은 금리 수준이다.
브라질 국채의 가장 큰 특징은 비과세 혜택과 높은 금리 수준이다.
브라질 국채의 특징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해외 채권 상품 가운데서도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브라질 국채다. 브라질 정부가 발행하는 채권으로, 판매되는 상품은 대부분 10년 만기의 장기물이다. 브라질 자국 통화인 헤알화(Real)로 표시돼 있는 로컬 채권이다.

브라질 국채의 가장 큰 특징은 비과세 혜택과 높은 금리 수준이다. 특히 개인 투자자들에게 있어 비과세 혜택은 브라질 국채의 최대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과 브라질 정부 간의 조세협정으로 인해 개인 투자자들이 브라질 국채에 투자할 경우 이자소득 및 매매 차익, 그리고 환차익에 대해 모두 비과세 혜택이 적용된다.

높은 수익률 또한 브라질 국채의 특징이다. 1990년대 하이퍼 인플레이션을 겪었던 브라질은 정부의 꾸준한 노력으로 시중금리가 지속적으로 하향세를 나타내고 있지만 여전히 10년물 기준으로 11%대의 금리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최근 신흥국 경제가 불안정한 변동성을 나타내기도 했지만 브라질 정부의 대외 신용 리스크가 극단적인 위기 수준으로 치달을 가능성은 사실상 희박하다. 낮은 신용 리스크를 감안한다면 여전히 브라질 국채의 수익률 수준은 독보적이다. 특히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부과되던 6%의 토빈세가 지난 6월 전격 폐지됨에 따라 이제는 비과세에 따른 높은 수익률을 고스란히 누릴 수 있게 됐다.

그러나 브라질 국채가 환리스크에 노출돼 있다는 점은 유념해야 한다. 원화와 헤알화는 외환시장에서 직접적인 교환이 이루어지지 않으므로 달러화를 중간에 거쳐야 하는 2단계의 환전 프로세스를 가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원·달러 환율과 헤알·달러 환율의 변동성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브라질 국채에 투자 시 향후 환율 흐름의 방향성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

브라질 국채와 더불어 물가연동채도 인기를 끌고 있다. 물가채는 브라질 국내 인플레에 연동되는 국채로, 표면이자율은 기본 국채에 비해 낮지만 매년 물가상승률만큼 원금이 늘어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브라질의 인플레를 헤지하고 싶다면 물가채에 대한 투자를 검토해보는 것도 좋겠다.


강성부 신한금융투자 채권분석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