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의 눈 ① 지배구조 관점에서 본 LG

삼성전자는 소유 경영이고 애플은 전문 경영이며, LG전자는 두 가지가 혼재된 형태다. 삼성은 빠른 의사결정에 의해 과감하게 투자와 혁신을 지속해왔다. 애플은 스티브 잡스라는 카리스마 있는 경영인이 과감한 변화를 주도해왔다. 정보기술(IT) 기업은 기술 진보가 가장 빠른 산업이고 최고경영자(CEO)의 의사 결정에 따라 실적이 급변하는 특성이 있다. IT업의 가장 큰 위험은 경영진 위험이다.


LG전자의 실패는 남용 전 부회장 시절 핸드셋의 기술 변화를 감지하고 못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데에서 찾을 수 있다. 기술보다는 마케팅에 주력했지만 시대의 변화를 이해하지 못했으므로 결국 마케팅에서도 실패한 것이다. 남 전 부회장의 뒤를 이어 등장한 구본준 부회장도 난국을 타개하는 데 실패했다. ‘경영진 리스크’는 삼성과 애플도 마찬가지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경영권을 물려받은 이후에도 과감한 투자와 혁신이 지속될지, 팀 쿡이 애플의 변화를 주도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삼성과 애플을 비교하면 지배구조상 삼성이 애플보다 더 적합한 이유도 있다. 삼성그룹은 중층적 지배구조로 인해 배당을 결정하기 힘든 특성이 있다. 삼성은 유보율이 높고 투자의 절대량이 많을 수밖에 없다.
[SPECIAL REPORT] 배당률 지나치게 높고 금융사 없어 불리
지난 20년간 LG그룹 상장사의 배당성향은 삼성의 두 배가 넘는다. 삼성은 중층적 지배구조여서 오너 입장에서 배당을 결정할 이유가 없었다. 반면 LG는 다수의 가족이 공동 경영을 하다 보니 배당에 의존해서 생활하는 사람이 많은 탓도 있겠고, 지주회사 체제를 갖추고 있어서 배당 외에 오너 일가가 현금을 확보할 다른 방법이 없었던 탓도 있겠다. 어쨌거나 비교적 상속세도 잘 냈고, 투명한 지배구조를 갖추었음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성과를 보면 삼성에 비해 불리한 역설적인 상황이 연출됐던 것 같다. 투자할 돈으로 계속 배당을 했으니 처음에는 큰 차이가 아니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투자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다.


금융 유무, 삼성은 득 LG는 실
삼성과 LG의 또 다른 차이는 금융의 유무다.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7.5%, 삼성물산 4.8%를 소유하고 있으며, 삼성카드는 에버랜드 5.0%, 제일모직 4.7%, 제일기획 3.0% 등 지배력이 약한 계열사를 유지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삼성생명이 없으면 삼성물산의 경영권을 유지하기 어려우므로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4.06%도 결국 삼성생명 덕분에 소유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오너 일가와 계열사가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17.65% 가운데 금융 계열사가 아니었더라면 유지하기 힘든 지분이 12.85%나 된다.

LG그룹에도 한때 금융이 있었다. LG카드(현 신한카드)와 LG투자증권(현 우리투자증권)이 바로 그것이다. 카드위기 때 카드의 부실을 계열사 가운데 유일하게 (주)LG가 흡수했어야 했으니 지주회사의 현금 부족도 높은 배당성향에 한 몫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은 금융이 득(得)이었으나 LG에 있어서 실(失)이었다. 지금은 금융이 없어 자본조달 시장 환경 변화에 직접적으로 노출돼야 하므로 자본조달의 안정성은 삼성에 비해 낮은 편이다.

IT 업종에서 2등은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다. 소니가 그랬고, 모토로라가 그랬다. 한때 핸드셋 1위였던 노키아도 2등으로 밀려난 이후 어느 순간 우리의 기억 속에서 사라지고 있다. ‘기술과 시장지배력(technology & market leadership)’을 잃지 않는 것이 핵심이다.


강성부 신한금융투자 채권분석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