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명 에머슨퍼시픽 회장

에머슨퍼시픽은 힐튼 남해와 아난티 클럽 서울 골프장 등을 운영하는 종합레저기업이다. 골프업계의 장기 불황에도 에머슨퍼시픽은 신규 리조트 사업 등에 힘입어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으로 주목받고 있다. 일흔둘, 고령에도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이중명 회장에게서 성장의 이유를 찾았다.
[CEO INTERVIEW] “남의 것 뺏으려 말고 칭찬하고 도와주면 보상은 반드시 온다”
이중명 에머슨퍼시픽 회장은 레저업계에서 창조적인 아이디어로 기업을 일으킨 대표 사례로 통한다. 부도 난 골프장을 인수해 리츠칼튼(현 아난티 클럽 서울 골프장)이라는 브랜드를 입혀 사업의 기반을 다졌고, 에머슨 골프클럽, 세종 에머슨 컨트리클럽 등을 인수한 후 계열 골프장 사용이 가능한 패키지 회원권을 내놓아 성공적으로 분양했다. 이후 힐튼 남해와 금강산 아난티 등을 개발하고 운영하며 성공 가도를 달렸다.

남북관계 악화로 휴업 중인 금강산 아난티를 제외하면 모든 계열사가 지금도 승승장구하고 있다. 최근에는 회원제 리조트인 ‘아난티 펜트하우스 서울’과 ‘부산 힐튼 호텔 및 아난티 펜트하우스’의 분양으로 흑자 전환할 전망이다. 이 같은 소식에 2014년 3880원대에서 출발한 주가는 10월 한때 1만4000원대까지 올랐다, 현재는 1만2000원대에 머물고 있다. 장기 불황에 빠진 골프업계 상황을 감안하면 괄목할 만한 성과다. 이 회장을 서울 충무로 본사에서 만나 성장의 배경에 대해 물었다.


현재 리조트업계의 트렌드는 무엇인가요.
“패션, 자동차 등은 고객의 취향에 따라 다양한 선택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한국의 레저업계는 다양한 해외 리조트를 경험하고 눈이 높아진 소비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기에는 선택의 폭이 넓지 않습니다. 힐튼 남해는 국내 최초로 리조트 개념을 도입한 곳입니다. 단순히 잠만 자는 곳이 아닌 휴식하고, 충전할 수 있는 최초의 리조트였기에 고객들의 반응은 뜨거웠고 지금까지 꾸준히 사랑받고 있습니다. 힐튼 남해의 성공 이후 리조트업계는 지금 고객들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변신을 시도하고 있는 듯합니다.”


리조트업계는 경기 불황에 가장 민감한 분야입니다. 그럼에도 에머슨퍼시픽이 승승장구하는 배경이 궁금합니다.
“해외 명품 브랜드를 보세요. 경기와 상관없이 상승곡선을 그리는 브랜드들이 있습니다. 그 브랜드만이 가지는 경쟁력, 그리고 시장과 트렌드를 리드하는 감각이 중요합니다. 올 5월부터 진행된 아난티 펜트하우스 해운대의 사전 청약이 현재 60%대의 청약률을 기록하는 등 폭발적 인기를 모으고 있습니다. 골프 및 리조트 회원권을 막론하고 꽁꽁 얼어붙은 분양 시장 상황을 감안하면 1억 원 이상의 고가 회원권이 사전 청약에서만 청약률이 60% 이상 된다는 것은 놀라운 일입니다. 몇 년째 지속되고 있는 회원권 시장의 불황 속에서도 나 홀로 ‘인기’를 누리고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이미 시장에 있는 상품이 아니라, 고객이 원하는 상품을 만들어 트렌드를 주도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야 고객의 호응을 받을 수 있습니다. 아난티 펜트하우스는 ‘편하게 자주 갈 수 있는’ 장소에서 ‘자연과 교감’하며, 럭셔리 하우스에 머물고 싶은 한국인들의 고급 휴양 시설에 대한 새로운 욕구를 충족시킵니다. 리조트도 명품은 불황도 비수기도 없습니다.”
[CEO INTERVIEW] “남의 것 뺏으려 말고 칭찬하고 도와주면 보상은 반드시 온다”
기업을 이끌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무엇인가요.
“전문성입니다. 에머슨퍼시픽은 각 분야의 세계적 전문가와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그들의 전문성과 개성을 존중하며, 충분히 기량을 펼쳐 좋은 결과물이 나올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하는 것이 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저희는 건축은 미국 케네스 민, 조명은 호주의 네이슨 톰슨, 조경은 미국 캐서린 스피츠, 인테리어는 일본의 고이치 야스히로, 환경설비는 독일 임텍에서 담당하고 있습니다. 또한 직원들도 운영 및 개발 각 분야의 전문 인력들이 모여 있으며, 힐튼 남해 계획부터 함께했던 멤버들이 지금까지 일하고 있어요. 직원들이 같은 목표를 가지고 오랫동안 함께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 또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직원들이 행복할 때 고객에게도 행복을 선사할 수 있습니다.”


회장님은 어디서 경영 아이디어를 얻습니까.
“아만 리조트와 같이 독보적인 서비스를 선사하고 있는 해외 리조트에서 머무르며 영감을 얻기도 합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어디서 행복을 느끼나’, ‘진정한 휴식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합니다. 고객들이 원하는 것을 살피고 기억해 그들이 행복해질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노력하는 거죠.”


금강산 아난티는 아무래도 아쉬움이 남겠습니다.
“나중에라도 가게 되면 좋은 거고 지금은 잊어버렸어요. 매일 그것만 생각하면 아무것도 못합니다. 사업을 하면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세 가지가 있어요. 첫째가 사랑과 나눔입니다. 조금씩 베풀고 무엇이든 도와주려고 하면 그때부터가 성공의 시작입니다. 저도 한때는 무척 힘들어서 극단적인 생각까지 했습니다. 그러다 남의 것 뺏지 않고 조금이라도 베풀려고 하다 보니까 사업이 풀리기 시작했어요. 지금도 그런 생각으로 삽니다. 가능하면 칭찬하고, 도와주려고 합니다.”


나머지는 무엇인가요.
“긍정적인 마인드와 창조적인 아이디어입니다. 무엇을 하든 다양한 각도에서 생각해봐야 합니다. 요즘 비데 많이 쓰시죠. 비데는 일본 토토라는 회사에 로열티를 내고 쓰는 겁니다. 비데 탄생에는 비화가 있어요. 토토 회장이 직원들 모아놓고 깨끗하고 시원하게 처리할 방법이 없느냐고 물었답니다. 그때 신입 여직원이 ‘물로 그 부분만 씻으면 되죠’라고 대답했답니다. 그게 비데 탄생의 시작이었던 거죠. 조그만 모터 쓰고 방향과 각도 맞추고 물 온도 조절해서 세계 특허를 낸 거죠.”


요즘 아난티 펜트하우스라는 브랜드 론칭을 준비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아난티 펜트하우스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아난티 펜트하우스 서울과 해운대를 동시에 준비하고 있습니다. 올림픽대로에서 20분이면 만나는 아난티 펜트하우스 서울과 해운대에서 10분 거리에 위치한 아난티 펜트하우스 해운대 모두 도심 접근성이 뛰어나면서도, 천혜의 자연환경이 보존돼 있는 곳에 지어질 예정입니다. 잘 보존된 아름다운 자연, 뛰어난 접근성, 그리고 잘 계획된 건축까지 아난티 펜트하우스는 ‘휴식의 정수’가 될 겁니다. 아난티 펜트하우스에는 아름다움에 대한 철학이 반영돼 있습니다.”


아름다움에 대한 철학이란 어떤 걸 얘기합니까.
“우리가 생각하는 아름다움이란 차분하게 절제된 우아함입니다. 진심에서 나오는 서비스, 정성과 배려가 있는 디자인 등 모든 것이 여기에 포함됩니다. 아난티 클럽 서울은 클럽하우스의 건축이나 인테리어가 인상적이라는 얘기를 많이 듣습니다. 그래서 많은 업체들이 벤치마킹을 위해 찾아와서 돌아보고 사진 촬영까지 해 갑니다. 하지만 겉에 드러나는 디자인밖에는 보지 못하는 듯해요. 왜 그 시설에 그러한 건축과 인테리어가 필요했는지, 왜 사람들이 좋아하는지 근본적인 정신과 철학은 이해하지 못하는 거죠.”
(위)아난티 클럽 서울 골프장.(아래)아난티 펜트하우스 해운대.
(위)아난티 클럽 서울 골프장.(아래)아난티 펜트하우스 해운대.
건설 중인 리조트에는 어떤 특별한 아이디어를 보태셨는지요.
“해운대 호텔은 테라스에 욕조를 넣었습니다. 욕조에 앉아 있으면 바다가 한눈에 들어옵니다. 샤워하면서 바다를 볼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어요. 변기도 바다를 보는 방향으로 배치했고요. 테라스를 넓게 해서 커피 마시며 얘기할 수 있게 활용도를 높였습니다. 또한 풀장도 하늘을 보면서 수영하게 만들었습니다. 싱가포르 마리나베이 리조트처럼요. 그래서 시공도 마리나베이 리조트를 지은 쌍용건설에 맡겼습니다. 해운대 호텔은 입구부터 달라요. 프런트가 옥상에 있거든요. 바다가 한눈에 보이는 곳에서 예약하고 키를 받아서 룸으로 가는 구조죠.”


해성학교나 소년보호협회장 등 여러 사회공헌 활동들을 하고 계신데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남해에 힐튼 남해 골프 & 스파 리조트를 세우던 중 인근 해성 중고등학교가 폐교 위기에 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교육 환경이 열악하고 섬 끝자락에 있다 보니 학생 수가 계속 줄어들었어요. 아름다운 남해에 고급 리조트를 지으면서 남해 지역민에게 기여할 수 있는 기회라 생각했습니다. 해성 중고교 법인인 해성학원을 인수한 후 아이들이 마음 놓고 공부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기숙사를 건립하고 최첨단 어학시설을 마련하는 등 적극적으로 교육환경을 개선하고, 장학금 혜택을 전폭적으로 늘렸습니다. 그랬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들에게도 선생님들에게도 놀라운 변화가 찾아왔습니다. 성적이 오르고 표정도 한층 밝아졌어요. 선생님들도 학교에 대한 자부심이 생기고 긍정적인 마인드로 변했습니다. 아이들과 사람들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니 저 또한 행복해졌습니다. 사업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클럽과 리조트를 찾는 고객들이 행복해야지 저도 행복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는 일을 앞으로도 계속 하고 싶은 이유죠.”


향후에는 어떤 계획을 갖고 계십니까.
“‘아난티에서는 휴식이 행복하다’는 고객의 소리를 듣는 게 에머슨퍼시픽의 목표입니다. 사람들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저 또한 행복해지니까요.”


신규섭 기자 wawoo@hankyung.com│사진 이승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