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크 루이스에서 빅토리아 빙하까지 찾아가는 트레커들.
레이크 루이스에서 빅토리아 빙하까지 찾아가는 트레커들.
캐나다 서부 앨버타 주와 브리티시컬럼비아 주의 경계에 위치한 캐나디안 로키(Canadian Rocky)는 국립공원의 결정판이라 불린다. 일반적인 국립공원의 경우 대부분 자연이나 문화, 역사 가운데 한 가지 테마를 바탕으로 한다. 그러나 캐나디안 로키는 어느 하나로 말할 수 없다. 역사와 자연이 한데 어울려 여행자가 원하는 모든 것을 보여준다. 캐나디안 로키에서 대자연의 웅장함은 기본이다. 한 달을 머물러도 다 돌아볼 수 없을 만큼 광대하다. 사람이 직접 올라설 수 있는 빙하가 있고, 빙하가 녹은 물이 고여 만든 옥빛 호수가 있다. 호수를 빠져나온 물이 폭포가 돼 대지를 진동시키며 흘러가는 강도 있다. 여행자가 찾아가는 산봉우리는 하나같이 조각칼로 다듬은 것처럼 인상적이다. 영국의 산악인 에드워드 웜퍼(Edward Whymper)가 “스위스를 100개 합쳐 놓은 것 같다”고 찬사를 보냈을 만큼 캐나디안 로키의 자연은 경이적이다.
재스퍼 휘슬러 캠핑장의 조용한 아침.
재스퍼 휘슬러 캠핑장의 조용한 아침.
캐나디안 로키가 세상에 알려진 것은 100여 년 이상 거슬러 올라간다. 캐나다태평양철도(CPR) 공사 중에 온천이 발견되면서 캐나디안 로키는 휴양 여행지로 급부상했다. 지금도 캐나디안 로키에서 가장 좋은 호텔로 불리는 밴프 핫 스프링스 호텔(Banff Hot Springs Hotel)이 산증인이다. 그 후 재스퍼와 레이크 루이스 같은 마을들이 하나둘씩 들어섰다. 이 마을들은 하나같이 아름답다. 카메라만 들이대면 엽서에서 보던 그 풍경 그대로다. 여행자들은 캐나디안 로키의 황홀한 풍경 속에 들어앉은 마을들을 거닐며 지상의 평화를 즐긴다.
캐나디안 로키의 숲에서 쉽게 마주칠 수 있는 뿔사슴.
캐나디안 로키의 숲에서 쉽게 마주칠 수 있는 뿔사슴.
대자연이 빚은 완벽한 하모니, 캐나디안 로키
캐나디안 로키의 주인은 사람이 아니다. 그곳에서 수수만년 살아온 동물들이다. 이들이 사는 땅에 사람들이 여행자가 돼 잠시 머무르다 가는 것이다. 캐나디안 로키에는 동물이 많다. 언제 가더라도 ‘동물의 왕국’에 나올 법한 덩치 큰 동물들을 만날 수 있다. 아프리카의 사파리가 무늬만 그럴싸하고 실제로 사자는 코빼기도 못 보는 경우가 허다하지만 캐나디안 로키는 다르다. 여행자의 대부분은 사슴이나 엘크 같은 동물을 만날 수 있다. 운이 좋으면 회색 곰이나 여우도 볼 수 있다. 특히, 이른 아침이나 해질녘에는 도로를 따라 거닐거나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어 여행자들의 넋을 빼놓는다. 특히, 밴프의 터널 마운틴 빌리지(Tunnel Mountain Village)나 재스퍼의 휘슬러(Whistlers) 캠핑장에서 캠핑을 하면 아침에 텐트 문을 열었을 때 사슴이 풀을 뜯다 말고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쳐다보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캐나디안 로키의 빼어난 자연미는 빙하가 빚은 것이다. 캐나디안 로키에는 크고 작은 수많은 호수가 있다. 이곳들은 하나같이 빙하가 있던 곳이다. 빙하가 녹은 자리에 호수가 생겼다. 이 호수들은 하나같이 옥빛으로 빛난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페이토 호수(Peyto Lake)의 물빛이나 에메랄드 호수(Emerald Lake)의 눈부신 푸른빛은 두고두고 기억에 남는다. 이 호수들이 옥빛으로 빛나는 것도 역시 빙하의 침전물 때문이다. 캐나디안 로키에는 거대한 빙하들이 있다. 이 가운데 컬럼비아 대빙원(Columbia Icefield)에서는 빙하 위를 직접 걸어볼 수 있다. 바퀴가 어른 키보다도 큰 거대한 설상차를 타고 가 2만 년 전에 형성된 빙하 위에 설 수 있다.
밴프 터널 마운틴 빌리지 캠핑장에서 모닥불을 피우며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는 캠퍼들.
밴프 터널 마운틴 빌리지 캠핑장에서 모닥불을 피우며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는 캠퍼들.
캐나디안 로키는 여행지가 갖추어야 할 모든 것을 갖추고 있다. 이곳에서는 원하는 모든 아웃도어를 즐길 수 있다. 가장 대중적인 트레킹에서 낚시, 승마, 카약, 자전거, 래프팅, 헬리콥터 투어, 스쿠버 다이빙, 보트 크루즈, 심지어 암벽등반도 할 수 있다. 며칠간의 여정에서 적어도 한두 가지 이상의 액티비티를 해봐야 캐나디안 로키를 제대로 봤다고 할 수 있다. 캐나디안 로키는 산악형 국립공원이다. 이곳은 ‘절대 비경’을 제외하고는 차로 접근할 수 있는 곳이 극히 제한적이다. 차로 갈 수 없는 곳은 걸어서 찾아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여행자들의 대부분은 트레킹을 나서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특히, 캐나디안 로키는 어디서 보는가에 따라 그 웅장함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물론, 호숫가를 따라 산책하며 보는 각도에 따라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풍경을 감상하는 산책 수준의 트레킹도 빼놓을 수 없다. 트레킹 코스는 짧은 곳은 10분, 긴 곳은 하루가 꼬박 걸리는 곳도 있다.


자연 만끽하고픈 여행자 위한 최고의 캠핑장 즐비
캐나디안 로키를 여행하는 가장 좋은 방법을 꼽으라면 당연히 캠핑이다. 캐나디안 로키에는 33개의 캠핑장이 있다. 캠프 사이트만 4596개를 헤아린다. 한 사이트에 두 명만 머무른다고 해도 9000명이 넘는 인원이 동시에 숙박을 할 수 있다. 단일 지역에 이처럼 많은 캠핑 사이트를 가진 곳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다. 캠핑장과 캠핑장의 거리는 최대 20~30km. 인기가 높은 곳에는 항상 캠핑장이 있어 캠핑을 하면서 캐나디안 로키를 돌아볼 수 있다. 캠핑장의 시설도 수준급이다. 대형 캠핑장의 경우 온수가 나오는 샤워장을 비롯해 캠퍼들의 사생활을 최대한 보장할 수 있도록 캠핑장을 설계, 캠핑이 가난한 자들의 선택이 아닌 자연과 동화되기를 원하는 여행자를 위한 공간이 되게 했다. 따라서 여름이면 캐나다 현지인을 비롯해 세계 각지에서 몰려온 캠퍼들로 캠핑장은 뜨겁게 달아오른다.
호수에서 애완견과 함께 카약을 즐기는 여행자.
호수에서 애완견과 함께 카약을 즐기는 여행자.
캐나디안 로키의 캠핑장은 세계적 수준이다. 이것은 단순하게 편의시설을 기준으로 말하는 것이 아니다. 캐나다에서는 ‘캠핑 사이트도 하나의 객실’이라는 개념이 적용된다. 즉, 캠퍼의 사생활이 최대한 존중되도록 사이트를 만들어 놨다. 한국처럼 아파트 모양으로 사이트를 다닥다닥 붙여 놓은 캠핑장을 상상하면 곤란하다. 각각의 사이트에는 화로와 테이블, 일반 차량 두 대를 세울 수 있는 주차 공간, 텐트 두 동을 칠 수 있는 공간을 기본으로 배정해 놓고 있다. 사이트와 사이트 사이는 나무나 숲이 있어 주변의 시선을 차단할 수 있게 했다.

캠핑장에서는 반드시 정해진 사이트에서만 캠핑이 가능하다. 따라서 캠퍼가 많이 몰린다고 오버 부킹을 하는 일은 없다. 항상 일정한 숫자의 캠퍼가 캠핑장에 머무르기 때문에 성수기 한국의 캠핑장처럼 번잡스러운 일도 없다. 편의시설은 캠핑장마다 조금씩 편차를 두고 있다. 대형 캠핑장은 온수가 나오는 샤워장을 기본으로 갖추고 있다. 캐나디안 로키의 날씨도 캠핑을 위해 최적이다. 보통 캠핑의 최적기인
곰의 습격을 막기 위해 음식물은 보관소에 보관할 것을 경고하는 전시물.
곰의 습격을 막기 위해 음식물은 보관소에 보관할 것을 경고하는 전시물.
6월부터 9월까지는 건기다. 일주일에 닷새는 햇살이 쨍하다. 비가 내려도 워낙 건조한 지역이라 금방 마른다. 따라서 우중 캠핑 같은 상황은 드물다. 날씨가 건조하다는 것은 여러 면에서 캠퍼에게 이롭다.

캐나디안 로키를 캠핑으로 여행하는 즐거움은 다양하다. 우선 내 맘대로 스케줄을 짤 수 있다. 캐나디안 로키는 자연주의 공화국이다. 인간의 손길이 미친 곳은 아주 적다. 따라서 여행자들은 항상 잠자리를 찾아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한다. 그러나 캠핑장을 이용하면 이동거리를 짧게 가져갈 수 있다. 이것은 캐나디안 로키의 다양한 표정을 즐기는 데 더없이 좋은 기회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아이스필드 파크웨이를 찾은 여행자들은 잠자리를 찾아 레이크 루이스나 재스퍼까지 가야 한다. 최소 1시간 이상을 달려야 숙소를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캠퍼들은 다르다. 아이스필드 파크웨이에 있는 10곳의 캠핑장 가운데 원하는 곳을 찾아가면 그만이다. 또 캠핑은 기본적으로 패키지를 거부한 자유여행이다. 원하는 곳을 찾아 마음대로 여행하는 진정한 자유를 맛볼 수 있다.
캠핑카를 이용한 캠퍼들이 캠핑장에서 바비큐를 하며 저녁을 먹고 있다.
캠핑카를 이용한 캠퍼들이 캠핑장에서 바비큐를 하며 저녁을 먹고 있다.
예약 없이 캠핑장을 이용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여름철 성수기의 캐나디안 로키는 관광객들로 넘쳐난다. 비싼 호텔부터 모텔까지 객실이란 객실은 모두 만원이다. 적어도 두세 달 전에는 예약을 해야 객실을 구할 수 있다. 그러나 캠핑은 걱정이 없다. 대형 캠핑장을 중심으로 예약제로 운영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캠핑장은 선착순으로 사이트를 배정한다. 따라서 일찍만 도착하면 사이트를 잡는 일이 그리 어렵지 않다. 만약, 캠퍼들이 많이 몰려 모든 캠핑장이 만원이 돼도 비상대책은 있다. 오버플로(Overflow) 캠핑장을 이용하면 된다. 이곳은 캠핑장이 넘쳐날 때 캠퍼들이 임시로 머물 수 있게 만든 곳이다. 시설이 조금 열악하지만 일단 이곳에서 하룻밤을 보낸 뒤 원하는 캠핑장을 찾아가면 된다. 밴프나 크로싱, 재스퍼 등지에 머물 경우 국립공원 밖에 있는 주립이나 사설 캠핑장을 이용할 수도 있다.
캠핑을 마친 후 덤프스테이션에서 오폐물을 제거하고 있는 캠퍼.
캠핑을 마친 후 덤프스테이션에서 오폐물을 제거하고 있는 캠퍼.
저렴한 이용료도 매력적이다. 성수기의 캐나디안 로키에서는 100달러 미만의 객실을 구할 수 없다. 시설이 괜찮은 곳은 200달러 내외로 가격이 형성된다. 여기에 식사비도 만만치 않다. 그러나 캠핑장을 이용하면 숙박비와 식대에서 많은 돈을 절약할 수 있다. 캠핑장 이용료는 16~39달러 사이다. 여기에 장작 사용료 8.80달러가 추가된다. 투 잭 캠핑장은 텐트와 캠핑 장비가 포함된 사이트(55달러)와 캐빈형 텐트(120달러)도 운영해 캠핑카나 캠핑 장비 없이도 캠핑을 즐길 수 있다. 특히, 캠핑의 매력은 모닥불 놀이와 스테이크, 와인을 곁들인 풍성한 저녁 식사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텐트를 이용한 백패커들이 테이블에 누워 책을 보며 휴식을 취하고 있다.
텐트를 이용한 백패커들이 테이블에 누워 책을 보며 휴식을 취하고 있다.
일생의 로망, 캠핑카 여행에 최적의 조건
캠핑을 하려면 렌터카가 기본이다. 캠핑카를 렌트하거나 일반 차량을 대여한 후 캠핑 장비를 싣고 다니면서 캠핑을 해야 한다. 외국에서 처음 운전을 하게 되면 심한 두려움을 느낀다. 지리도 모르고, 교통법규도 한국과 다르기 때문에 심리적인 압박이 크다. 여기에는 렌터카를 빌리고 반납하는 데서 오는 언어적인 스트레스도 포함된다. 그러나 막상 캐나다에서 운전을 해보면 “참 쉽네”라는 말이 저절로 나오게 된다. 특히, 캐나디안 로키에서는 앞으로 갈 줄만 알면 누구나 운전할 수 있다. 캘거리에서 밴쿠버로 가는 캐나다 횡단 고속도로(Trans Canada Highway)만 타면 밴프까지는 외길이다. 또 밴프~레이크 루이스~아이스필드 파크웨이~재스퍼로 이어지는, 캐나디안 로키를 관통하는 도로도 거의 외길이다. 길을 잃을 이유가 없다. 도로는 굴곡 없이 곧장 뻗은 곳이 많고 운전 중에도 시야가 탁 트여 있어 피로감이 훨씬 덜하다. 또 캐나다인들은 운전 매너가 좋기로 정평이 났다. 단, 한국과 다른 캐나다의 교통법규는 미리 숙지할 필요가 있다.
캐나디안 로키는 캠핑카 여행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는 북미 최고의 여행지다.
캐나디안 로키는 캠핑카 여행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는 북미 최고의 여행지다.
캠핑카를 이용한 여행은 모든 여행자의 로망일 것이다. 특히, 캐나디안 로키처럼 캠핑 환경이 거의 완벽한 곳에서는 더욱 그렇다. 캠핑카 여행의 좋은 점은 딱히 말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경제력과 시간만 된다면 꼭 해보길 권한다. 다만, 캠핑카 여행을 하려면 몇 가지 고려할 것들이 있다. 우선 비용이다. 성수기 캠핑카 대여료는 비싼 편이다. 특히, 대여 기간이 최소 5일 이상인 경우에만 빌릴 수 있다. 주행 거리도 제한돼 있다. 일정 거리 이상을 달리면 달린 만큼 비용을 더 내야 한다. 캠핑카를 찾고 반납하는 장소도 불편하다. 앨버타 공항의 경우 일반 렌터카는 공항에서 바로 픽업이 가능하지만 캠핑카는 렌터카 업체에서 제공하는 셔틀버스를 타고 10km 이상 가야 한다. 운전도 조심해야 한다. 일반적인 캠핑카는 3.5톤 트럭 규모다. 운전면허는 1종과 2종 상관이 없다. 다만, 100km 이상 고속으로 달리는 것은 삼가야 한다. 맞바람에 차체가 심하게 흔들릴 수 있다. 특히, 코너나 비포장도로에서 조심하지 않으면 살림살이가 다 쏟아지는 아찔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이런 것들만 유념하면 캠핑카는 생애 최고의 여행을 선사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라치 밸리에서 히말라야를 걷는 것처럼 특별한 트레킹을 즐기는 여행자들.
라치 밸리에서 히말라야를 걷는 것처럼 특별한 트레킹을 즐기는 여행자들.
빅토리아 빙하와 호수가 그림같이 펼쳐지는 샤토 레이크 루이스 호텔의 애프터눈티 하우스.
빅토리아 빙하와 호수가 그림같이 펼쳐지는 샤토 레이크 루이스 호텔의 애프터눈티 하우스.
김산환 여행작가(‘꿈의 지도’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