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 Focus] 동거 끝내고 통합 추진 하나-외환은행 궁합은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이 3년 반의 어색한 동거를 끝내고 본격적인 통합을 추진하고 있다. 화성에서 온 하나, 금성에서 온 외환처럼 그동안 겉돌기만 했던 두 은행의 궁합은 어떨까.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조기 통합 선언으로 1년여가 넘게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찬바람이 쌩쌩 불었던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이 7월 13일 전격적으로 통합에 합의한 데 이어 금융위원회의 예비인가로 오는 9월 1일 통합은행 출범을 위한 순항을 이어가고 있다.

하나금융지주와 외환은행 노조의 전격적인 통합 합의는 뜻밖의 사건이었다. 불과 통합 발표 며칠 전인 7월 9일까지만 해도 외환은행 사측에서는 김근용 노조위원장이 연락 두절이라며 노심초사했고, 노조에서도 사측이 노조의 대표성을 인정하지 않은 채 직원 설문조사를 통해 통합을 강행하려 한다고 불만을 토로했었다.

특히 외환은행에서는 7월 13일 통합 발표 전날 ‘직원도 설득 못하는 외환노조, 직원을 대표할 수 있나’라는 참고 자료까지 내었다가, 13일에는 김정태 회장과 김한조 외환은행장, 김근용 외환은행 노조위원장이 통합 합의를 하며 서로의 손을 맞잡고 카메라 앞에 섰다.


이별수? 애증과 애정의 줄타기
하지만 통합 합의 이후에도 외환은행 노사의 신뢰는 밑바닥을 기었다. 7월 20일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을 하나로 묶는 작업을 할 통합추진위원회가 발족됐지만 같은 날 외환은행 노조는 김한조 외환은행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성명서를 냈다. 경영 실패와 불합리한 인사, 노조와의 대화 중재 실패, 노사관계 파탄 등을 이유로 즉각적인 김 은행장의 자진 사퇴를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불과 일주일 전 서로의 손을 맞잡고 크게 웃으며 통합을 약속한 모습은 온 데 간 데 사라지고 말이다.

당초 5년간의 독립경영 약속을 수정해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이 조기에 통합한다는 것은 기존 은행권에 지각 변동을 예고하는 것이다. 가칭 KEB하나은행(유력하게 논의되고 있는 통합은행명)의 자산 규모는 290조 원(2015년 3월 말 연결기준)으로 KB국민은행(282조 원), 우리은행(279조 원), 신한은행(261조 원)을 제친 국내 최대 규모다.

또 당기순이익은 2014년 말 기준으로 1조2000억 원으로 국내 1위 신한은행(1조4600억 원)에 이어 2위를 차지하며, 통합은행의 지점 수와 직원 수는 각각 945개와 1만5717명이 된다. 무엇보다 국내 금융기관 최고의 글로벌 네트워크(24개국 127개)를 통해 활발한 해외 진출이 예상된다. 하지만 여기에는 전제조건에 따라 붙는다. 바로 두 은행의 화학적 결합이다.

이에 연인끼리 재미로 본다는 띠와 생월로 보는 속궁합을 한번 따져 봤다. 우선 외환은행(1967년 1월 30일)과 하나은행(1971년 6월 25일)의 설립일을 생일로 쳐서 이를 음력으로 바꿨다. 이렇게 따져 보면 외환은행은 음력으로 1966년 12월생(말띠), 하나은행은 1971년 5월생(돼지띠)이 된다. 두 은행의 속궁합을 따져 보기 위해 각자의 띠와 생월을 합산, 외환은행[말띠(기본수 1)+12월(기본수 4)=5], 하나은행[돼지띠(기본수 3)+5월(기본수 1)=4]에서 얻어진 수를 더해 상수 9를 구했다.

이렇게 구해진 9를 통해 본 두 은행의 속궁합은 ‘의견 차이로 갈등이 심해지며 이별수가 있다’였다. 이를 풀기 위해서는 ‘서로의 단점을 너그러이 감싸 안으며 항상 서로를 신뢰하고 양보하며 변화를 줄 수 있는 애정 표현으로 가정의 위기를 극복하는 적극적인 지혜가 필요하다’는 뜻풀이가 나온다. 인간도 아닌 두 은행의 속궁합을 본다는 것 자체가 어패가 있지만 현재 하나-외환은행의 처지를 적절하게 보여 준다는 측면에서 외면하기 힘들다.

사실 두 은행은 지금까지 달라도 너무 다른 길을 걸어 왔다. 외환은행은 1967년 한국은행의 외환부가 떨어져 나와 설립된 특수은행으로, 정부의 수출 주도 경제정책을 이끌었던 자부심이 상당하다. 또 지금까지 외국 자본에 의해 경영진이 바뀐 적은 있어도 타 은행과 병합된 역사가 없는 순수 혈통주의 은행이다.

이에 반해 하나은행은 단자회사에서 시작해 불과 45년 만에 국내 4대 은행으로 커 온 잡초 같은 은행이다. 1971년 한국투자금융이 모태이며, HSBC(한국투자금융 1971년, 서울은행 2002년, 보람은행 1999년, 충청은행 1998년)로 불리는 인수·합병(M&A)의 역사가 있다.

이처럼 태생부터 달랐던 두 은행이었기에 서로의 간극을 맞춰 통합을 이루기 위해서는 화학적인 융합이 시급하다.


첫 단추 통합은행장, 화학적 융합 이룰까
9월 중 출범하는 가칭 KEB하나은행을 이끌 통합은행장은 화학적 융합을 이루기 위한 첫 단추다. 벌써부터 김한조 외환은행장과 김병호 하나은행장을 비롯해 다수의 후보군에 대한 하마평(下馬評)이 나돌고 있다.

이 중 가장 강력한 후보로 지목됐던 김한조 외환은행장은 통합 과정에서 노사 협의를 원만하게 이끌지 못한 대목이 뼈아프다. 더구나 자행 출신의 은행장임에도 외환은행 노조가 사퇴를 촉구하고 나선 부분은 여간 부담이 아닐 수 없다. 김병호 하나은행장은 1961년생으로 현재 은행장 중에 가장 나이가 어린데 양행을 아우르는 카리스마에 있어서는 다소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평이다. 일부에서는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당분간 양행의 은행장까지 겸임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도 제기되고 있다.

통합은행장이 선출된 뒤에는 통합은행의 시너지 창출이 시급하다. 통합에 앞서 하나금융지주와 외환은행 노조는 통합은행명에 ‘외환 또는 KEB’를 넣고, 2년간 외환과 하나은행이 각각 인사 운용 체계를 운영하며 교차 발령의 경우 당사자 간 별도 합의 아래 진행할 수 있도록 했다. 또 당분간 노조의 분리교섭권을 인정했는데 그 시점은 차후 통합 노조 집행부가 꾸려지기 전까지로 했다.

외환은행과 하나은행은 근로 조건을 통합하는 문제도 시급하다. 지난해 직원 평균 연봉을 비교했을 때 외환은행은 1억500만 원, 하나은행은 7300만 원이다. 외환은행 수준으로 올려 맞추자니 비용 지출이 만만치 않고 그렇다고 하나은행 수준으로 하향 평준화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동안 물과 기름처럼 어울리지 못했던 양행 노조의 융화도 필수적이다. 결국 은행의 통합은 인적 자원의 융화인데, 양행 노조 집행부 간 교류는 남북한 간만큼이나 막혀 있었다.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진행하지 않겠지만 군살 빼기는 절대 과제다. 외환은행과 하나은행은 중복 지점이 30여 개 수준으로 극히 적다고 강조해 왔다. 하지만 을지로 사거리를 두고 마주보고 있는 하나은행 본점과 하나금융 건물, 외환은행 본점 등은 대표적인 중복 자산이다. 특히 현재 리모델링 중인 하나은행 본점 건물(지상 26층)이 오는 2017년 6월 완공되면 통합 본점 역할을 수행하고, 2017년 1월 준공될 청라의 하나금융타운으로 인재개발원, IT통합센터 등이 빠져나가게 되면 굳이 을지로에 대형 건물 3개(하나은행 본점 26층, 외환은행 24층, 하나금융 건물 15층)를 유지할 이유가 없다.

특히 통합은행이 출범하면 중복된 본점 인원과 임원급에 대한 구조조정은 불가피하다. 현재 본점 인력은 외환은행과 하나은행이 각각 1700명과 1900명 수준으로 둘을 합치면 3600명이다. 이는 비슷한 인력 규모의 우리은행 3000명(콜센터 500명 정규직 포함), KB국민은행(2000명), NH농협은행(1700명), 신한은행(3000명) 등과 비교해 조금 과하다.

더불어 통합은행은 두 은행의 장점을 살리면서 단점을 보완하는 시너지 창출이 필요하다. 외환 업무와 기업금융에 강점을 갖고 있는 외환은행과 개인금융 및 프라이빗뱅킹(PB) 영업에 특화돼 있는 하나은행이 합쳐져 서로의 장점을 제대로 업그레이드하는 게 중요하다. 하나 더하기 하나가 둘 내지는 셋이 되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소리다.


한용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