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heritance 제 129호 (2016년 02월)

[Love&]부부 싸움의 기술

기사입력 2016.02.05 오전 09:55

[Love&]부부 싸움의 기술
부부만큼 서로를 잘 아는 사람도 없다. 이 때문에 오랫동안 살아온 부부의 싸움은 그야말로 무시무시한 전쟁이 되기 쉽다. 부부간 싸움은 이기려고 싸우는 게 아니라 서로가 더 사이좋기 위해서 싸우는 것이다.

요즘 결혼생활 20년 이상의 황혼 이혼이 많아지고 있고, 그 이혼의 가장 많은 사유가 ‘성격 차이’에서 비롯된 갈등이라고 하니, 결혼생활에서 생기는 작고 큰 갈등을 어떻게 해소하는가에 따라 이혼이 되거나 계속 같이 살기가 결정될 터다. 부부로 살면서 싸울 일이 아예 없이 살 수 있다면 무엇보다 좋은 일이겠지만, 전혀 다툼 없이 살기란 하늘에서 별 따는 일처럼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미국의 유명한 부부 상담 전문가인 존 고트만 박사는 자신을 찾아온 부부가 이혼할지 계속 같이 살지는 처음 3분 동안 오가는 대화를 들어보면 대략 답이 나온다고 주장한다. 몇 분 보고 어떻게 아느냐고 생각하겠지만 실제로 필자의 상담소에 찾아온 부부들을 봐도 처음 몇 분 함께 이야기하는 것을 보면 이 갈등을 잘 해결할 수 있을지 아닐지 예상할 수 있다.

같이 살기 어렵겠다고 생각되는 부부는 단연 상대를 비난하고 빈정대는 말투로 시작하고 말을 받는다. 사람은 감정의 동물이라 상대가 자신을 비난하면 당연히 방패를 들게 된다. 소극적으로는 이렇게 방어를 하지만, 점점 당하게 되면 방패와 창을 같이 들고 상대를 같이 공격하게 되는 법이다.

또 만난 지 얼마 안 되는 연인이 아닌 몇십 년 함께 살아온 부부의 싸움은 그야말로 무시무시한 전쟁이 되기 쉽다. 왜냐하면 서로가 서로의 급소를 아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디를 어떻게 치면 상대에게 금세 분노의 불이 붙고, 이성을 잃고 길길이(?) 뛰기 시작하는지 아주 잘 안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싸움이 잦아질수록 서로는 상대에게 더욱 잔인해진다. 이런 싸움을 거듭하다 보면 그야말로 결혼생활은 적과의 동침이 된다.

부부는 적이 아니라 아군이다
이런 상태의 부부 싸움을 그린 영화로 ‘장미의 전쟁(The war of the roses)’이 있는데, 유망한 변호사 올리버(마이클 더글러스)와 아름답고 능동적인 여성 바바라(캐슬린 터너)가 한눈에 반해 결혼해 아들딸 낳고 잘 살다가 아이들이 다 자라 대학에 가고 집을 떠나면서 둘만이 집에 남게 된다.

둘만 남게 되자 사소한 의견 차이로 자꾸 싸우게 되는데, 그 사소한 싸움이 결국 상대의 불행을 위해서는 자신의 행복조차 희생하기를 주저치 않는 살벌한 관계가 돼, 서로 죽이고 죽는 결말을 가져오는 이야기다. 이 영화가 개봉된 후 영화 평엔 ‘설마 이렇게까지 부부 싸움을 하겠습니까?’라고 묻는 사람에게 ‘결혼생활 해보세요. 실감납니다’란 답변이 붙곤 했다.

둘이 너무나 사랑한 끝에 헤어져 있기 싫어서 결혼을 선택했지만, 끝까지 한결같은 마음으로 상대를 바라보기엔 한계가 없는 현명함이 필요한 것이 바로 결혼이다. 오죽하면 심리학자 존 머니는 “결혼만큼 사람을 성숙시켜주는 과정은 없다”라고까지 말한 바 있지 않은가.

또 부부끼리 밥 먹으면서 대화를 하지 않는 이유가 ‘대화를 해봤자 결국 싸움이 되기 때문에’라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자, 그렇다면 어떻게 싸울까? 우선 가장 먼저 명심해야 할 일은 ‘상대를 이기기 위해서 싸우는 게 아니다’라는 것이다. 우리가 가장 흔히 저지르는 잘못 중 하나는 부부 싸움을 이기려고 하는 것인데, 부부 싸움의 목적은 승자를 가리거나 누가 옳고 더 똑똑한가를 가리는 것이 아니라 ‘더 사이가 좋아지기 위해 갈등을 해소하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싸움이 시작되면 이기기 위해 상대의 말을 다 듣지도 않고, 또 상대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이해하기보다는 상대의 말 속에 꼬투리를 잡아내기 위해 혈안이 된다. 그래서 상대의 말을 잘 듣지 않는다. 싸움이 시작되더라도 상대가 내 적이 아니라, 여전히 내 아군인 배우자라는 인식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이렇게 싸우는 목적을 잊지만 않아도 논쟁은 훨씬 부드러워진다.

둘째는 평상심을 찾도록 애써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도 심하게 다툴 때에는 심장이 빠르게 뛰고, 그래서 잘 듣지 못한다. 심장박동이 빨라지기 때문에 점점 불안정해지고, 이 때문에 상황을 인식하고, 받아들이는 능력, 침착해지는 능력,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능력에 문제가 생긴다. 따라서 화가 너무 나면 일단 안정을 취해 심장박동수를 정상으로 돌려야 한다,

“우리 너무 화가 나 있어 대화할 수가 없겠어. 그러니 좀 쉬었다 다시 이야기합시다”라고 한 템포 끊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잠시 밖으로 나가 심호흡하고, 걷다가 들어오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런데 중요한 건 반드시 다시 돌아와 이야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는 싸움이 시작된 그 주제에 대해서만 이야기해야 한다. 과거에 반복된 잘못이나, 상대방의 집안까지 끌어들이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게 된다. 또 상대를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일에 대해서만 이야기해야 한다. ‘그랬기 때문에 너는 나쁜 사람’이 아니라 ‘행동이 문제’인 것이다. 여기서 상대의 존재나 인격 자체를 비난하기 시작하면 ‘장미의 전쟁’이 될 수 있다.

넷째는 가급적 솔직하게 이야기한다. 무조건 싸움을 끝내기 위해 둘러대는 사람이 있는데 결국은 들통이 나게 되고, 그렇게 되면 결혼에서 가장 소중한 신뢰를 잃게 된다. 특히 여자들은 직감이라는 감정적인 레이더가 강하고 어떤 일에도 진정성이 필요한 법이다.

그리고 부부는 정말 좋은 친구처럼 모든 것을 오픈할 수 있어야 하는 상대 아닌가? 프라이버시를 가지지 말라는 것이 아니고, 숨겨야 할 비밀을 가지지 말라는 것이다.

올해에는 싸우되 잘 싸우자. 자주가 아니라 잘 싸우고, 잘 해결하는 부부가 참기만 하는 부부보다 건강하다. 싸움이 시작되더라도 상대가 내 적이 아니라, 여전히 내 아군인 배우자라는 인식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이렇게 싸우는 목적을 잊지만 않아도 논쟁은 훨씬 부드러워진다.

배정원 애정생활코치·성 전문가·행복한성문화센터 대표/ 일러스트 김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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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16-02-05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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