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오너리스크]LG ‘뚝심경영’ 3년 연속 1위… 한진·현대 등 리스크 한파


기업분석 전문가 심층 설문
국내 40대 그룹 오너리스크 평가


[한경 머니=한용섭 기자]올해도 수많은 기업과 투자자들이 오너리스크(owner risk)에 울고 웃었다. K뷰티의 대표 주자였던 네이처리퍼블릭이 상습도박 혐의와 전관예우, 학연, 브로커 등이 얽힌 대주주 정운호 전 대표의 ‘게이트’ 의혹으로 성장세가 수직 하락한 것과 111년 전통의 몽고간장이 김만식 전 명예회장의 ‘운전기사 갑질 폭행’ 논란으로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봉착한 것도 오너리스크의 여파였다.

시장도 오너리스크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지난 8월 광복절 특사에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이름을 올리고,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이 진행 중인 소송을 모두 취하하며 7년 만에 화해의 모습을 취한 데 대해 그룹주가 동반 상승함으로써 이에 화답했다. 이처럼 투자자의 입장에서 오너리스크는 투자의 방향타를 정확하게 가늠해주는 절대 지표로 여겨지고 있다.

한경 머니는 은행, 증권, 투자자문사, 기업연구소, 전문기자 등을 대상으로 올해로 네 번째 오너리스크 설문 평가(10월 4~7일)를 실시했다. 오너리스크 평가 대상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자산총액 기준(2016년 4월)으로 총수가 있는 기업집단 40곳을 선정했다. 올해 기업 오너리스크의 성적표는 어떻게 희비가 갈렸을까?

오너리스크의 여진은 생각보다 강력했다. 한진그룹은 지난해 항공기 회항(일명 땅콩회항) 사건으로 곤욕을 치른 뒤 올해 한진해운의 구조조정 한파에 시달려야 했고, 롯데그룹은 형제간 경영권 분쟁이 정부당국의 고강도 수사로 이어졌다. 반면 LG그룹과 삼성그룹은 안정적인 오너 경영으로 호실적을 이끌어내며,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한경 머니가 진행한 오너리스크 평가(10월 4~7일)에서 LG그룹이 3년 연속 오너리스크가 가장 적은 기업집단으로 선정됐다. 반면 한진가(家)의 주축인 한진그룹과 한진중공업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끝 모를 추락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오너리스크가 적은 기업에는 LG를 비롯해 삼성, SK, 현대자동차, 신세계 등이, 오너리스크가 높은 기업에는 한진, 한진중공업, 현대그룹, 중흥건설, 동국제강 등이 이름을 올렸다.

설문 분석 결과 오너 변수는 기업의 명운을 가를 정도의 파괴력을 보여줬다. 흔들림 없는 오너 경영은 지속적인 기업 성장의 발판을 마련해주지만, 오너 개인의 일탈과 치명적인 판단 실수는 기업에 걷잡을 수 없는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다.
[2016 오너리스크]LG ‘뚝심경영’ 3년 연속 1위… 한진·현대 등 리스크 한파
[2016 오너리스크]LG ‘뚝심경영’ 3년 연속 1위… 한진·현대 등 리스크 한파
◆LG·삼성, 흔들림 없는 오너 경영 ‘눈길’

구본무 회장이 이끌고 있는 LG는 무결점 ‘뚝심경영’으로 조사대상 기업군 40곳 중 가장 오너리스크가 없는 그룹에 3년 연속 선정되며 눈길을 끌었다. 총수 일가의 경영 안정성과 기업지배구조의 투명성을 평가하기 위한 ‘지배구조의 투명성과 책임성’, 준법경영과 사회적 책임 등을 평가하는 ‘윤리경영’ 항목에서 각각 3.81점과 3.77점(5점 만점 환산)을 얻어 1등을 차지했다.

수익 창출 능력과 위기관리 능력을 평가하는 ‘경영 전문성과 자질 평가’에서는 평점 3.54점으로 7위를 기록하며 다소 처졌지만 전체적인 기업 평가에서는 5점 척도 총점 33.4점(100점 환산 74.2점)으로 3년 연속 1위를 수성하는 데 부족함이 없었다.

LG그룹은 1947년 락희화학공업사(현 LG화학)를 설립하며 기업의 기초를 다진 이후 LG, GS, LS 등으로 분화되는 70년간 특유의 ‘뚝심과 인화’의 경영으로 대기업 경영의 표본이 되고 있다는 평을 듣고 있다.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그룹 계열사들의 실적도 반등세로 돌아서며 그룹 전체 분위기 역시 밝아지고 있다. 올해 2분기 실적을 보면 LG그룹 내 시가총액 상위 4개사인 LG전자, LG생활건강, LG지주회사, LG화학은 모두 영업실적이 큰 폭으로 개선됐다.

최근 LG의 반등세에는 지난 1995년 취임해 안정적으로 그룹 전체를 이끌어 온 구본무 회장의 역할이 컸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올해 72세인 구 회장은 4조 원을 투자해 국내 최대 규모의 융·복합 연구·개발(R&D)단지인 LG사이언스파크 조성을 추진하는 등 의욕 넘치는 ‘뚝심경영’을 이어오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근소한 차이로 2위에 머문 삼성전자(5점 척도 총점 33.3점, 100점 환산 74.0점)는 이재용 부회장의 리더십이 안착하고 있는 분위기다. 다만 최근 갤럭시 노트7의 생산 중단 등으로 당초 어닝 서프라이즈 수준으로 예상됐던 3분기 영업이익의 기대치가 반감된 부분은 아쉬운 대목이다.

이번 평가가 갤럭시 노트7의 전격적인 생산 중단 발표(10월 11일) 이전에 이뤄졌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삼성전자의 높은 평점은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다. 특히 ‘경영 전문성과 자질 평가’에서는 5점 만점 환산 총점 4.29점으로 다른 기업집단을 압도했다. 나머지 ‘지배구조의 투명성과 책임성’과 ‘윤리경영’ 항목에서는 각각 3.26점(5위)과 3.56점(2위)의 평점을 기록했다.

이번 사태를 이재용식 경영의 데뷔전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갤럭시 노트7의 판매 중단 결정으로 인한 실적 추락 사태 수습, 미국의 헤지펀드 앨리엇매니지먼트의 요구로 촉발된 삼성전자의 분사 등 지배구조 개편 등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한 상황에서 오너의 경영 능력이 실험대 위에 오르게 된 것이다.

최태원 회장이 이끌고 있는 SK그룹은 ‘오너의 귀환’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최 회장이 2014년 3월 형사 사건으로 모든 계열사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며 12위까지 악화됐던 오너리스크는 지난 3월 등기이사에 복귀하며 3위(5점 척도 총점 31.8점, 100점 환산 70.8점)로 수직 상승했다.

계열사들의 선전으로 지난 10월 17일에는 시가총액 86조4573억 원으로 LG그룹을 4위로 밀어내고 재계 3위로 올라선 부분도 고무적이다.

지난해 최 회장이 개인가정사로 세간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올해 손길승 명예회장의 성추행 파문 등이 잇달아 발생하는 등 오너리스크가 발생했지만 그룹 전체적인 추세적 반등에는 무리가 없다는 게 시장의 관측이다.

업계에 따르면 SK그룹은 3분기 호조세를 토대로 3~4분기 실적 턴어라운드를 기대하고 있다. 우선 전자상거래 업체 11번가를 합병한 SK텔레콤의 실적 상승이 예상되는 가운데 SK이노베이션(높은 정제 마진), SK하이닉스(PC 및 모바일 D램 가격 상승 안정) 등이 높은 실적 개선을 이끌 선봉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멕시코·중국 현지 공장 준공 등 정몽구 회장의 글로벌 광폭 행보로 주목을 받고 있는 현대자동차그룹은 넷째로 오너리스크 걱정이 없는 기업집단(5점 척도 총점 31.1점, 100점 환산 69.2점)에 선정됐다.

최근 노조 파업과 싼타페 조수석 에어백 미작동 등 품질 논란으로 다소 불안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그룹 계열사를 통합 관리할 글로벌 비즈니스센터 건립 등을 통해 지속적인 성장을 이끌겠다는 게 정몽구 회장의 복안이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야심작 ‘스타필드 하남’이 개장 이후 한 달 방문객만 300만 명을 기록하는 등 상한가를 치고 있는 가운데 신세계가 이번 평가에서 처음으로 5위권 안에 들어섰다. 비전 제시(3.83점)와 수익 창출 능력(3.49점)에서 높은 점수를 얻으며, 전체 기업평가에서 5점 척도 총점 30.4점(100점 환산 67.6점)을 기록했다.
[2016 오너리스크]LG ‘뚝심경영’ 3년 연속 1위… 한진·현대 등 리스크 한파
◆한진家 경영에 빨간불, 현대는 수렁서 허우적

한진가(家)의 한진그룹과 한진중공업이 올해도 최악의 오너리스크 기업이라는 멍에를 풀지 못했다.

우선 한진그룹은 이번 평가에서 5점 척도 총점 20.7점(100점 환산 46.1점)을 기록하며, 최악의 경영 평가를 받았다. 한진그룹의 오너리스크는 지난해 이른바 ‘땅콩회항’에서 시작해 올해 한진해운발(發) 구조조정 악재로 이어지며 좀처럼 탈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1조 원이 넘는 유동성 문제를 겪고 있는 한진해운은 채권단의 추가 지원이 시급한 상황이지만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이렇다 할 해답을 구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 그도 그럴 것이 대주주인 대한항공에서 경영난으로 기울어진 한진해운을 일으켜 세워야 하지만 대한항공이 지고 있는 짐(올 상반기 말 기준 부채비율 1082%) 또한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사실 대한항공의 2분기 실적(연결기준)은 매출 2조8177억 원, 영업이익 1592억 원으로 6년 만에 최고의 2분기 실적을 기록하는 등 나쁘지 않다. 하지만 한진해운의 구조조정, 노조와의 갈등, 최근 잦아진 항공기 사고 등의 악재가 이어지며, 앞이 보이지 않는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이어가고 있다.

현재 채권단과의 자율협약을 통해 경영 리스크 해소에 나선 한진중공업은 선제적 구조조정으로 3분기 흑자 전환을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오너리스크 평가에서는 5점 척도에서 총점 22.7점(100점 환산 50.4점)을 받으며, 낙제를 겨우 면한 수준이다.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은 지난 3월 이사회에서 사내이사로 재선임돼 재기를 다짐하고 있는 상태다. 조남호 회장은 지난 2013년부터 3년 연속 회사가 적자를 보는 상황에서도 3년 동안 37억여 원의 보수를 챙겨간 사실이 경제개혁연구소에 의해 알려지며 도덕적 해이에 대한 질타를 받기도 했다.

해운업 불황의 직격탄을 맞고 휘청거렸던 현정은 회장이 이끄는 현대그룹이 세 번째로 높은 오너리스크 기업집단으로 꼽혔다. 현대그룹은 5점 척도 총점에서 23.4점(100점 환산 52.0점)을 기록했는데 최악으로 치닫던 경영난은 최근 들어 깊은 수렁에서 벗어나는 모양새다.

하지만 현대상선을 살리기 위해 그룹의 자금줄인 현대증권을 포기하고 현정은 회장이 300억 원의 사재를 내놓는 강수를 둔 부분은 뼈아프다. 이 과정에 현대상선의 최대주주는 한국산업은행으로 바뀌었다.

현대그룹은 2분기 매출 4484억 원, 영업이익 450억 원으로 기대 이상의 실적을 기록한 현대엘리베이터에 한껏 쪼그라든 그룹의 명운을 맡기게 됐다.

이 밖에 지난해 대기업집단에 처음 명함을 내민 중흥건설의 오너리스크(5점 척도 23.5점, 100점 환산 52.2점)가 이번 평가에서 부각됐다. 중흥건설은 광주·전남 지역의 대표적 건설 기업으로 지난해 불법 비자금 조성 의혹으로 정창선 회장과 정원주 대표이사가 검찰에 소환 조사를 받으며 여론의 주목을 받았었다.

또 회사 자금을 횡령해 해외 원정도박에 사용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이 올해 5월 2심인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이승련)에서도 징역 3년 6월의 실형을 선고받자 동국제강의 오너리스크(5점 척도 23.5점, 100점 환산 52.3점)가 재차 부상한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형제간 경영권 분쟁에 이어 1300억 원대 총수일가의 부당이익 의혹이 제기되며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던 롯데그룹은 최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한시름 놓는 분위기다. 이에 이번 평가(5점 척도 23.9점, 100점 환산 53.0점)에도 지난해보다 오너리스크가 다소 완화(37위→35위)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현재 진행형인 경영권 분쟁, 신격호 총괄회장을 비롯한 총수일가에 대한 탈세 관련 소송, 롯데호텔 상장 재추진 등을 통한 한·일 롯데 지배구조 개편 문제 등 첩첩산중인 악재들이 여전한 부담이다.

한편 이번 평가에는 공정거래위원회의 대기업집단 지정 기준 상향 조정으로 대기업집단에서 빠진 38개 기업 중 공기업을 제외한 15개 기업집단의 오너리스크가 포함돼 관심을 끌었다.

지난해 오너리스크가 적은 3위 기업에 이름을 올렸던 아모레퍼시픽(서경배 회장)은 최근 가습기 살균제 성분 치약 파동 등의 여파로 총점 30.1점(100점 환산 66.9점)으로 6위로 내려앉았으며, 뒤이어 한국투자금융(김남구 부회장)이 비교적 상위권에 속하는 12위에 랭크됐다.

하지만 대기업 딱지를 뗀 상당수 기업들이 오너리스크가 높은 후순위에 위치하며, 우려를 안겼다. 30위권 밖에 위치해 높은 오너리스크로 우려를 산 기업군은 한진중공업(39위)과 동국제강(36위)을 비롯해 현대(38위), 태광(34위), 태영(32위), 동부(31위) 등 6곳이다.
[2016 오너리스크]LG ‘뚝심경영’ 3년 연속 1위… 한진·현대 등 리스크 한파
한용섭 기자 poem1970@hankyung.com / 사진 한국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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