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날드 애슐리만 오메가 CEO

[한경 머니 = 김수정 기자]올림픽이 1등만을 위한 무대가 아니듯 올림픽 공식 타임키퍼로 최다 지정된 오메가의 올림픽 사랑도 그저 자사의 첨단 기술력을 뽐내기 위해서만은 아닌 듯했다. 올림픽이 그 자체만으로 온 인류의 역사이자 추억이듯 오메가 역시 올림픽의 가슴 벅찬 순간을 함께 느끼고, 이야기로 남기고자 했다. 그래서일까. 지난 2월 8일 방한한 레이날드 애슐리만(Raynald Aeschlimann) 오메가 CEO는 인터뷰 내내 ‘전통과 스토리’를 강조하며, 평창 동계올림픽에 대한 기대감으로 들떠 있었다.
“올림픽 타임키퍼로서 평창의 벅찬 순간 남길 것”
세계 최대 시계 회사 스와치그룹의 자회사인 오메가(Ω)의 브랜드명은 그리스 알파벳의 마지막 글자로 ‘기술의 완성’을 의미한다. 오메가는 1848년 23세 젊은 시계공 루이 브란트(Louis Brandt)가 스위스 라쇼드퐁에 시계 공방을 차리면서 시작됐다. 이후 그의 명성은 유럽 곳곳으로 퍼져 나갔고 브란트의 시계를 사고 싶어 여러 해를 기다리는 사람까지 생겨났을 정도였다.

브란트가 54세의 나이로 죽자 규모가 커진 공방을 두 아들, 루이 폴 브란트(Louis-Paul Brandt)와 시저 브란트(Cesar Brandt)가 맡아 이어갔다. 루이 브란트 브랜드는 당대 최고의 시계 장인이자 루이 브란트 소속 기술자였던 프랑수아 슈빌라가 ‘19라인 포켓 캘리버(19 Line Pocket Caliber)’를 발명하면서 또다시 주목받게 됐다. 모든 시계부품을 표준화해서 교체 및 수리하기가 한결 쉬워지고, 부유층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시계가 대중화된 것이다. ‘오메가’라는 이름이 이때 붙여진다.

특히, 오메가는 다른 시계 브랜드가 하지 않은 참신하고 기발한 시도를 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1969년 7월 21일 닐 암스트롱이 인류 최초로 달에 착륙했을 때 그가 찬 시계는 오메가 스피드 마스터였다. 또한 수십 년간 영화 <007> 주인공 ‘제임스 본드’의 손목에서 극한의 상황 속에서 활약했던 시계 역시 오메가다. 하지만 오메가 하면 역시 올림픽을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

오메가는 1932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을 시작으로 오는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까지 28번째 올림픽 공식 타임키퍼로서 활동해 오고 있다. 이처럼 오메가가 최다 올림픽 타임키퍼로서 선정된 바탕에는 오메가의 독보적인 기술력이 있었다. 결승선을 통과하는 순간을 촬영해 순위를 가리는 ‘포토 피니시’, 수영 선수가 패드를 건드리면 기록이 자동으로 측정되는 ‘터치 패드’ 등이 모두 오메가 제품이다. 이제 그 기록의 역사를 오는 2018년 평창에서 재현할 계획이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1년 앞두고 2월 8일 서울을 찾은 레이날드 애슐리만의 얼굴에도 평창을 향한 설렘과 기대감이 고스란히 감지됐다.

지난해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오른 그는 지난 20년간 오메가에서 세일즈, 마케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해 온 명실 공히 ‘오메가맨’이다. 그와의 인터뷰를 통해 평창 동계올림픽에 대한 오메가의 포부는 물론, 성공적인 장수 비결과 앞으로의 목표에 대해 들어봤다.

먼저 한국에 대해 어떤 인상을 받았는지 말씀해주세요.
“한국은 자주 방문하죠. 지난 3년간은 1년에 한 번 이상은 꼭 방한했던 것 같습니다. 올 때마다 큰 감명을 받습니다. 한국은 아시아의 톱 5국 중 한 곳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한국만의 특유한 정서가 있습니다. 저희 오메가에서도 한국은 중요한 시장인 만큼 많은 직원들이 이곳에서 일하고 있기도 하고, 더 나은 비즈니스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1996년부터 회사를 옮기지 않고 줄곧 워치메이킹 컴퍼니인 스와치그룹 (오메가)에서 일하셨는데요.
“제가 PHD(박사 학위)를 막 끝낼 때쯤 럭셔리 회사, 특히 제조사들이 어떤 곳인지 경험하고자 오메가에 합류했습니다. 그것이 인연이 돼서 지금까지 줄곧 20년간 오메가에 몸담았죠. 주변 제 친구들처럼 재무, 금융 일을 하기보다는 새로운 제품을 만들고, 그것을 어떻게 판매하는지를 고민하고, 진행하는 것이 제겐 꼭 맞는 일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지난 20년간 끊임없이 팀원들과 여러 가지 도전 과제를 슬기롭게 극복하며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그야말로 ‘잠들지 않는 회사’라고 보시면 돼요. 저희는 기술적 측면에서 스위스 연방계측기관(METAS)에서 부여하는 마스터 크로노미터 인증을 위해 항상 노력할 뿐만 아니라 정확도, 방수성, 항자기성 등 매사 자발적으로 고객들을 위해 새로운 기능을 개발하고, 제품으로 생산하죠. 그런 면에서 오메가에 있었던 제 경력에 대해 늘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지난해 6월 1일 CEO가 되셨는데 취임 초기와 비교해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요? 역임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경험도 들려주세요.
“제가 CEO가 됐다고 해서 크게 달라진 것은 없습니다. 저는 그저 아주 훌륭한 크루즈의 선장일 뿐이죠. 따라서 제가 잠시 병가로 자리를 비운다고 해도 (오메가에는) 맡은 바 임무를 성실히 수행하는 직원들이 있고 비전이 있기 때문에 항해가 지속될 수 있습니다. 저 역시 CEO로서 앞으로 오메가를 한 단계 더 도약시키기 위한 미션을 수행해 나가겠지만, 향후 오메가의 역사에서는 극히 일부로 기억될 거라 생각해요. 물론, 때때로 힘든 점은 있기 마련이죠. 우리 인생에서도 힘든 순간이 있기 마련이듯 말이에요. 위기를 겪으면서 큰 변화보다는 과거의 유산을 바탕으로 기술 혁신을 하는 것이 오메가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팀원 간 긍정적인 사고와 탁월한 분석, 현실적인 판단 능력 등을 통해 충분히 극복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이 오메가를 좋아하는 세 가지 이유를 꼽아보자면요?
“첫째, 오메가는 열망을 담은 가치가 있는 브랜드입니다. 가령, 오메가는 올림픽 타임키퍼로서의 열망이 있죠. 이를 위해서 꾸준히 좋은 제품을 만들고, 훌륭한 마케팅을 이어갑니다. 가령, 할리우드 배우 조지 클루니, 슈퍼모델 신디 크로퍼드는 저희와 각각 10년, 22년째 끈끈한 파트너십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특히, 크로퍼드는 이제 꽤 나이가 들었지만 여전히 열정적인 카리스마를 발산하는 사람이죠. 그녀와 같이 오메가는 일관되게 ‘열망’이란 메시지를 사람들에게 보여준다고 생각해요. 둘째는 신기술을 대변하는 브랜드라고 생각해요. 오메가란 브랜드는 결코 도도하지 않지만 최상의 이미지를 갖고 있습니다. 특히, 주요 제품들의 무브먼트가 투명하게 보이도록 디자인된 것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그만큼 제품의 질과 기술력에 자부심이 있다는 것이죠. 마지막으로 오메가는 젊은 감성과 역동성이 녹아 있습니다. 역사는 존중하되, 계속해서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역동성이 오메가를 지지한다고 할 수 있죠.”
“올림픽 타임키퍼로서 평창의 벅찬 순간 남길 것”
(지난 2월 8일 서울광장에서 진행된 평창 동계올림픽 카운트다운 시계탑 제막식 행사 모습. 이날 제막식에는 이희범 조직위원장, 유동훈 문체부 2차관, 구닐라 린드버그 IOC 조정위원장, 박원순 서울시장, 최문순 강원도지사, 레이날드 애슐리만 오메가 CEO 등이 참석했다.)

오메가는 럭셔리 시계의 대명사인 동시에 공식 타임키퍼로도 유명합니다. 오메가가 타임키퍼를 고수하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이고,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 타임키퍼로서 남다른 각오나 계획이 있다면 말씀해주시죠?
“올림픽은 긍정적인 사고, 영웅, 애국심, 신기록 성취 등으로 대변되죠. 오메가와 공통점이 많다고 생각해요. 무엇보다 열정적인 모습이 저희 브랜드와 닮았죠. 가령, 올림픽 출전 선수들 같은 경우, 엄청난 열정을 갖고 있죠. 대표적인 선수가 저와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미국 수영선수 마이클 펠프스입니다. 사실, 그가 처음 저희 오메가와 계약할 당시만 해도 딱 한번 메달을 딴 선수였어요. 그랬던 그가 어느새 28개의 올림픽 메달을 땄죠. 1년 전에 그를 다시 만났던 순간도 기억이 나요. 펠프스는 (비록 지금은 은퇴를 했지만) 자신이 다시 경기에 출전한다면 메달을 딸 수 있을지 제게 자문을 구했죠. 저는 ‘항상 최고의 목표를 두고, 열심히 훈련한다면 넌 뭐든지 할 수 있다’고 격려했습니다. 이처럼 럭셔리 브랜드의 성공에는 다양한 역사와 이야기가 있기 마련이죠. 오메가의 경우,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이 벌써 28번째 공식 타임키퍼예요. 그간의 역사와 전통이 오메가에 녹아든 셈이죠. 평창에 대한 기대도 큽니다. 무엇보다, 올림픽 개최지들의 면면을 보면 항상 특별함이 있죠. 가령, 2016년 브라질 리우 올림픽만 해도 올림픽 시작 3개월 전부터 리우지역 주민들의 만족감이 올라갔다고 합니다. 이처럼 평창 역시, 올림픽을 계기로 많은 한국인들이 하나가 되고 또 행복하기를 기대합니다.”

오메가를 포함해 스와치그룹이 소유한 시계 브랜드가 많습니다. 특히, 오메가에 초점을 맞춰본다면 럭셔리 워치와 관련, 아시아 시장 상황은 어떤가요? 한국 시장에 대한 평가와 목표도 궁금합니다.
“일단 아시아의 경우, 스와치그룹에 있어 굉장히 중요한 시장입니다. 최근 시장점유율이 꾸준히 높아지고 있죠. 한국, 중국, 일본의 경우, 현지 시장 수요도 높지만 이들 나라 국민들이 전 세계로 여행을 많이 다니지 않습니까. 이들 관광객 수요도 큰 몫을 차지하죠. 특히, 한국은 아시아에서도 스와치그룹 내 톱 5 안에 드는 매우 중요한 시장입니다. 따라서 한국 고객들에게 더 가깝게 다가가기 위해 지난 10년간 주요 백화점 리노베이션 등 탄탄한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오메가 시계 모델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오메가 CEO로서 특권 중 하나가 오메가의 다양한 시계들을 착용할 수 있다는 점이죠. 저는 스피드마스터(Speedmaster) 오리지널을 항상 제 서랍에 넣고 쓸 정도로 좋아합니다. 오메가의 스피드마스터는 달에서 착용된 최초의 시계이자 데시미터가 장착된 첫 시계죠. 기술적인 면에서 훌륭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딱 봐도 멋진(cool) 시계 아닌가요?(웃음)”

앞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특별한 건 없습니다. 오메가라는 이미 훌륭한 이 브랜드의 가치를 계속해서 이어나가고, 시장점유율을 더욱 늘리도록 노력을 계속하는 것이 제 임무이자 목표입니다.”

레이날드 애슐리만 CEO는…
스위스 산갈렌대(HSG) 경영전문대학원(MBA) 경제학 학위. 1994~1996년 스위스 산갈렌 컴플리멘타 AG 투자 및 재무 컨설턴트. 1996년 스위스 비엘 오메가 영업 및 마케팅 프로젝트 매니저. 2000년 스페인 마드리드 스와치그룹 오메가와 블랑팡 스페인 이사. 2001년 스위스 비엘 오메가 영업 및 유통 담당 부사장. 2004년 미국 스와치그룹 오메가 미국 이사. 2013년 스와치그룹의 확장 그룹 관리 이사. 2016년 오메가 CEO 취임.
“올림픽 타임키퍼로서 평창의 벅찬 순간 남길 것”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기념해 2018피스 한정판으로 출시된 오메가 씨마스터 플래닛 오션 ‘평창 2018’ 리미티드 에디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