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거주 자녀에 국외 자산 증여 전략
[한경 머니 기고=고연기 상무·김재현 회계사 EY한영회계법인 세무본부 상속·증여전담팀] 부모가 해외에 거주하고 있는 자녀에게 국외 자산을 증여할 때도 한국에 증여세 신고를 해야 할까?

분명한 점은 수증자의 거주지에 상관없이 상속·증여세의 국경선은 때때로 다르게 그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 일본에 건너가 사업을 운영했던 A씨는 나이가 들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노년을 한국에서 보내고 있다. 시간이 지나 A씨는 일본 법인에서 근무하고 있는 아들 B씨에게 일본 비상장법인의 주식 100%를 증여하려고 계획 중이다.

예전 일본에서 함께 사업하던 친구로부터 국외 재산을 증여하는 경우에는 한국에 증여세 신고를 할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있는 A씨는 이를 확인하고자 회계법인 전문가를 찾았다.

최근 사업이나 투자 목적으로 해외에 부동산, 주식 등을 보유하고 있는 자산가들이 많아졌다. 그 자녀들 또한 외국으로 유학을 가거나 취직, 결혼 등의 이유로 이민을 가서 해외에서 정착하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된다. 이런 경우 자산가들은 해외 자산을 낮은 세금으로 자녀에게 물려주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사례로 든 A씨도 일본에 살고 있는 자녀에게 해외 자산을 이전해주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는데, 이러한 경우 국내 세법상 어떠한 문제가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국내 거주자에게 받은 증여는 신고 대상

우리나라 ‘상속세 및 증여세법’(이하 상증세법)에 따르면 수증자가 거주자인 경우에는 기본적으로 국내 및 국외 재산 모두에 대해, 그리고 수증자가 비거주자인 경우에는 국내 재산에 대하여만 증여세 신고 납부 의무가 있는 것으로 규정돼 있다. 즉, 상증세법에 따르면 비거주자에게 국외 재산을 증여하게 되면 증여세 신고 납부 의무가 없다고 해석할 수 있다.

‘거주자’ 여부는 국내 소득세법상 판단 기준을 따르는데 국내에 거소를 둔 기간이 2년에 걸쳐 183일 이상이거나, 국내에 생계를 같이하는 가족이 있고 직업 및 자산 상태에 비추어 계속해서 183일 이상 국내에 거주할 것으로 인정되는 때 등을 기준으로 삼는다.

물론 이 조건에 해당하지 않으면 비거주자로 간주된다. 하지만 외국에서 몇 년간 계속해서 살고 있더라도 국내 기업의 해외 지점에서 근무하거나 주재원으로 파견된 직원은 거주자에 해당하고, 국내에서 부모가 학비를 보내줘 외국에서 공부하는 유학생도 생계를 같이하는 가족이 국내에 있기 때문에 거주자로 본다.

그렇다면 아들인 B씨가 국내 비거주자로 판정되는 경우에는 국내 증여세 납부 의무가 없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비거주자가 거주자로부터 국외 재산을 증여받는 경우에도 증여세 신고 납부 의무가 존재한다.

이는 상증세법이 아닌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이하 국조법)에서 거주자가 비거주자에게 국외 재산을 증여하는 경우 증여세를 납부할 의무가 있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국외 재산에 대해 외국에서 증여세가 부과되는 경우(세액을 면제 받는 경우 포함)에는 증여세 납부 의무를 면제하고 있었으므로, 미국이나 일본처럼 재산이 소재하는 국가에서 증여세가 과세되는 나라에 대하여는 국내 증여세 납부 의무가 없었다.

하지만 증여세가 낮은 국가를 이용해 해외 편법 증여가 이루어지는 것을 방지하고자 2015년 1월 1일부터는 수증자가 증여자와 특수관계인인 경우에는 외국에서 증여세가 과세된 경우에도 국내에서 과세하되, 외국에서 납부한 세액을 공제하는 방식으로 개정됐다.

따라서 특수관계인인 거주자로부터 국외 재산을 증여받는 경우에는 수증자가 세법상 거주자 혹은 비거주자 여부에 상관없이 동일하게 국내에서 증여세를 신고 납부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자문을 받은 A씨는 보유하고 있는 일본 법인의 주식 증여에 대해 일본에서 증여세를 납부하고, 다시 한국에서도 증여세를 신고 납부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추가로 A씨는 일본 소재 법인의 주식을 일본 세법에 따라 평가된 가액으로 신고할 수 있는지, 아니면 국내 세법에 따라 다시 비상장법인 주식을 평가해야 하는지 궁금증이 생겼다.

A씨 입장에서는 증여세 신고를 위해 양 국가에서 회계법인으로부터 각각 두 번의 주식 가치평가 용역을 의뢰해야 하는 것이 비용 측면에서 큰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세법에서는 재산의 평가는 재산의 소재지국에 관계없이 상증세법 제60조 내지 제65조에 따른 시가 또는 보충적 평가방법 등으로 평가하도록 하고 있으나, 국외 재산의 경우 이를 적용하는 것이 ‘부적당한 경우’에는 해당 재산이 소재하는 국가에서 양도소득세, 상속세 또는 증여세 등의 부과 목적으로 평가한 가액을 평가액으로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법에서는 ‘부적당한 경우’에 대해 정의하고 있지는 않으나,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부적당한지 여부에 대한 입증 책임은 과세관청에 있으며, 이를 인정할 만한 근거가 없다면 외국의 세금 납부를 위해 평가된 가액에 특별한 문제가 있지 않는 한 그 가액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판시하고 있다(대법2014두43226, 2015. 2. 12.).

A씨의 사례에서 보듯이 증여세는 증여자 및 수증자가 거주자 또는 비거주자인지 여부, 재산이 소재하는 국가에 따라 증여세 신고 및 평가 방법이 다를 수 있으므로 유의해야 한다. 특히, 수증자가 거주자가 아닌 비거주자인 경우에는 증여자가 증여세를 대신 납부하더라도 재차증여로 보지 않는 장점이 있으나, 직계비속 기준 5000만 원의 증여재산공제를 적용받을 수 없다는 단점도 존재한다.

외국 법인 주식의 경우에도 상증세법에 따른 최대주주 할증평가 규정이 적용되므로 평가된 주식 가치에 10~30%를 가산한 금액으로 평가해야 한다. 국내 중소기업에 대하여는 할증 평가가 제외되는 특례 규정이 존재하지만, 외국 법인에 대하여는 적용되지 않는다.

단순히 증여세율이 낮은 외국에서 재산을 증여하게 되면 유리하다는 정보만으로 현지 국가의 세법만을 고려해 증여 계획을 세우다 보면 나중에 국내 세법상으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반드시 사전에 국내 신고 납부 의무를 확인하고, 세법상 유불리를 비교해봐야 한다.

고연기 상무·김재현 회계사 EY한영회계법인 세무본부 상속·증여전담팀/ 일러스트 허라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