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여세 과세특례제도’에 대한 오해
[한경 머니 기고=정병수 상무·이승윤 세무사 삼정KPMG 상속·증여 및 가업승계팀] 과거 경제 성장의 주축이었던 창업세대의 고령화로 인해 가업승계가 주요 관심사로 대두되고 있다.
최근 가업승계 과정에서는 비교적 사후관리 요건이 용이한 증여세 과세특례제도가 활용되고 있지만 자칫 예기치 못한 세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가업승계란 기업의 경영 연속성을 유지하면서 상속 또는 증여를 통해 현재의 경영자가 자신이 갖고 있는 경영권과 소유권을 차세대로 이전하는 것을 의미한다. 가업상속공제와 가업승계에 대한 증여세 과세특례제도는 중소·중견기업의 원활한 가업승계를 지원하는 대표적인 정부 정책이라 할 수 있다.

가업상속공제의 경우 상속 개시 후 10년간 고용 유지 조건 등 엄격한 사후관리가 적용되는 반면 가업승계에 대한 증여세 과세특례제도는 가업상속공제에 비해 사후관리 요건이 비교적 용이한 편이다. 가업승계를 고민하는 경영자라면 고려해볼 필요가 있으며, 적용 시 증여재산가액 100억 원을 한도로 누진세율(10~50%)이 아닌 10% 또는 20%의 저율로 증여세를 부담하면 된다. 하지만 충분한 사전검토 없이 가업승계에 대한 증여세 과세특례제도를 적용하는 경우 예상치 못한 세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 다음은 자칫 실수하기 쉬운 부분에 대한 구체적 사례다.
‘증여세 과세특례제도’에 대한 오해
#1. 서울에서 호텔을 운영하는 A씨는 자녀에게 주식을 증여하면서 가업승계에 대한 증여세 과세특례를 적용해 증여세를 신고했으나, 증여세 조사 과정에서 거액의 증여세 통지서를 고지 받았다.

과세관청에서 증여세를 부과 받은 이유는 무엇일까? 이유는 회사의 주 업종이 과세특례 대상 업종이 아니기 때문이다. 가업상속에 대한 증여세 과세특례는 농업, 제조업, 도·소매업, 건설업, 음식점업 등 ‘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령 별표에 열거된 업종에 대해서만 적용하는 것으로 숙박업은 해당하지 않는다. 당초에는 조세특례제한법상 중소기업 업종을 대상 업종으로 했지만, 2017년 2월 시행령 개정으로 대상 업종을 별도로 규정하고 있어 본인 회사의 업종이 해당되는지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2. ㈜○○건설은 건설업을 영위하는 법인으로 대부분의 인력이 현장에 투입되는 업종의 특성상, 본사 사옥 중 여유가 있는 공간을 다른 법인에 사무실을 임대해주고 있다. 회사의 최대주주인 B씨는 최근 자녀에게 주식을 증여하고 가업승계에 대한 증여세 과세특례를 적용하고자 하는데 과세특례 적용이 가능한 증여재산가액을 얼마로 계산해야 하는지 깊은 고민에 빠졌다.

가업승계에 대한 증여세 과세특례제도는 원활한 가업승계를 목적으로 하고 있으므로 가업에 사용되지 않는 자산은 특례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 회사의 자산에 임대부동산, 주식, 초과 현금 등 가업에 사용되지 않는 자산이 포함돼 있는 경우 증여한 주식가액을 법인의 총자산 대비 사업에 사용되는 자산 비율로 안분한 가액에 대해 특례규정을 적용해야 한다. 만약 동일한 건물이 과세특례가 적용되는 사업용으로 사용하는 부분과 과세특례가 적용되지 않는 임대용으로 사용되는 경우 부동산 전체 기준시가(공시지가)에서 임대용으로 사용하는 부분의 기준시가(공시지가) 비율을 차감해 계산해야 한다.
‘증여세 과세특례제도’에 대한 오해
#3. ㈜△△제조는 제조업을 영위하는 법인으로 C씨는 가업승계에 대한 증여세 과세특례를 적용받아 아버지로부터 대부분의 주식을 증여 받았다. 증여 후 15년이 된 해에 아버지의 사망으로 상속이 발생했으며, 상속개시일로부터 10년이 경과한 사전증여재산은 상속재산에 합산하지 않는다는 주위의 조언으로 과세특례를 적용 받은 사전증여재산을 제외해 상속세를 신고했다. C씨는 상속세 신고 과정에서 가업상속공제를 적용 받을까 고민도 했었지만, 사후관리가 엄격하고 상속세액도 크지 않아 가업상속공제는 적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후 C씨는 상속세 조사 과정에서 거액의 상속세 통지서를 고지 받았다.

과세관청으로부터 거액의 상속세를 부과 받은 이유는 무엇일까? 이유는 사전증여를 한 과세특례 재산을 합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상속세 계산 시 피상속인이 상속인에게 10년 이내 증여한 가액은 합산하되, 10년이 경과한 사전증여재산은 합산하지 않는다.
하지만 가업승계에 대한 증여세 과세특례를 적용 받은 경우 기한에 관계없이 증여재산을 합산해 상속세를 산정해야 하는데 C씨가 이를 오인해 가업상속공제도를 적용 받지 못하고 결국 거액의 상속세를 부담하게 된 것이다.

일부에서는 가업상속공제를 적용 받지 않고 증여세 과세특례제도만으로도 가업승계에 대한 세액 절감이 가능하다고 얘기한다. 하지만 사전증여를 한 과세특례 재산은 상속세 신고 시 무조건 합산해 고율의 상속세 누진세율로 세액이 재계산되는 구조이므로, 결국 최종적으로 가업상속공제를 적용 받지 않고는 세액 절감이 쉽지 않을 수 있다.

물론, 증여재산은 증여 시점의 가액으로 평가하는 것이므로 사전증여 후 기업가치가 상승한 경우 세액 절감 효과를 볼 수 있지만, 반대로 기업가치가 하락한 경우 오히려 세 부담이 늘어나는 구조다. 즉, 해당 특례규정은 세금을 영구적으로 감면해주는 규정이 아니라 상속 시까지 세금을 이연해주는 규정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증여세 과세특례제도를 고민하고 있는 경영자라면 추후 가업상속공제를 적용 받을 것인지 여부, 해당 기업이 계속적으로 가치가 증가할 것인지 여부 등을 객관적으로 분석, 평가해 신중하게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한편 앞서 소개한 규정 외에도 해당 특례규정은 신고세액공제(7%)를 적용하지 않으며 일반 증여재산과는 합산과세 되지 않으므로 이 또한 유의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