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머니 기고 = 민경서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누구나 한번쯤 생각해볼 남북평화 이슈가 현 정부 들어 적극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만약 남북이 자유롭게 교류하는 세상이 왔을 경우, 과거 분단으로 인해 헤어질 수밖에 없던 가족들 간 상속도 가능할까.
남북 가족 간 상속 가능할까?
Question
저의 아버님은 본래 북한에서 혼인하시고 슬하에 자녀를 두셨는데, 한국전쟁 중에 홀로 남한으로 내려오시게 됐습니다. 이후 남한에서 재혼하시어 별도의 가정을 꾸리게 됐고, 끝내 북한의 처자식들을 보지 못하고 눈을 감으셨습니다. 최근 남북한 화해 무드로 인해 종전 선언까지 언급되고 있는 등 북한과의 교류가 기존보다 원활해질 것으로 예측되는데, 아버님이 돌아가시고 나서 이루어진 상속관계에 대해 북한에 있는 아버님의 또 다른 자녀들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Solution
본래 상속권은 피상속인과 상속인 간의 혈연관계에서 자연적으로 생성되는 것으로 국적이나 정치적 성향 등이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따라서 상속인이 북한에 거주한다고 하더라도 상속권이 배제된다고 볼 수 없습니다. 게다가 현행법에 따르면 북한 주민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재산권의 주체가 되며, 상속권은 이러한 재산권의 일종이므로, 대법원은 일찍부터 북한 거주 상속인의 상속권을 인정해 왔습니다.

그러나 남북 분단이 장기화, 고착화됨에 따라 민간 차원의 남북 교류가 단절되고, 북한 사회에서 거주·이전 및 통신의 자유가 강하게 통제됨으로써 북한에 거주하고 있는 상속인의 경우 남한 주민과의 가족관계에서 완전히 배제돼 남한에서 이루어진 상속에 대한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는 불이익을 당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에 2012년 북한 주민의 상속 등에 대한 권리를 보호할 필요와 기존에 이루어진 남한 내의 법률관계의 안정을 도모할 목적으로 ‘남북 주민 사이의 가족관계와 상속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남북가족특례법)’이 제정됐습니다.

이러한 입법 목적에 따라 남북가족특례법은 남·북한 주민 사이의 가족관계 및 상속 등에 관한 법률관계에 관해 특례를 인정, 일정한 경우에는 제척 기간을 연장함으로써 북한 주민의 권리를 보호하는 한편, 그 권리 행사로 인해 남한 주민 등에게 발생할 수 있는 법률관계의 불안정을 최소화함으로써 남·북한 주민 사이의 이해관계를 합리적으로 조정했습니다.

그리고 민법에서 정하고 있는 상속회복청구권은 해당 상속인들 사이뿐 아니라 그 상속재산을 다시 취득한 제3자에게까지 영향을 미치므로 상속을 둘러싼 법률관계를 조속히 확정하려는 취지에서 상속권의 침해를 안 날부터 3년, 상속권의 침해 행위가 있은 날부터 10년을 경과하면 소멸하도록 제척 기간을 두고 있습니다.

그런데 상속회복청구와 관련해 남북가족특례법은 남북 이산으로 인해 피상속인인 남한 주민으로부터 상속을 받지 못한 북한 주민(북한 주민이었던 사람을 포함한다) 또는 그 법정대리인은 민법 제999조 제1항에 따라 상속회복청구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 친생자관계존재확인의 소나 인지청구의 소의 경우와 같이 민법에서 정한 제척 기간에 관해 특례를 인정하는 규정을 별도로 두고 있지 않습니다.

이로 인해 상속이 발생한 이후 10년이 경과한 북한의 상속인이 남한의 상속인들에 대해 남북가족특례법을 근거로 해 상속회복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 여부가 문제가 됐습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남북가족특례법에서 정하고 있는 상속회복청구권 관련 규정은 남한 주민으로부터 상속을 받지 못한 북한 주민의 상속회복청구에 관한 법률관계에 관해서도 민법상 제척 기간이 적용됨을 전제로 한 규정이라 할 것이다.

따라서 북한 주민의 경우에도 남한 주민과 마찬가지로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상속권이 침해된 날부터 10년이 경과하면 상속회복청구권이 소멸한다”고 판시했습니다.

이러한 대법원 판례에 따를 경우 남한에 거주하고 있는 피상속인이 사망한 지 10년이 지난 이후에는 북한에 거주하고 있던 상속인이 남한의 상속인들을 대상으로 해 상속회복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고, 기존에 이루어진 상속과 관련된 법률관계는 그대로 유지되는 것입니다. 반면, 피상속인이 사망한 지 10년 이내의 경우라면 북한에 거주했던 상속인들도 상속회복청구권 행사가 가능합니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60호(2018년 09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