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머니 기고 = 김상훈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법학박사]때로는 유언장 자체에 모호한 용어가 사용될 수도 있고 어떤 조항이 실수로 누락되거나 포함될 수도 있다. 이런 경우에 법원이 유언장을 해석해야 할 필요성이 생기는데 어떤 조건들이 허용될 수 있을까.
유언장 외 증거는 얼마나 허용될까
유언이 불명료한 경우에 법원은 그 유언을 해석해야 하는데, 불명료한 유언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하나는 명백한 의미 불명료(patent ambiguity), 즉 유언장 자체의 문면(文面)에 모호함이 분명히 나타나는 경우다. “갑에게 2분의 1, 을에게 2분의 1, 병에게 2분의 1을 유증한다”와 같은 유언이 그 예다.

다른 하나는 잠재적 의미 불명료(latent ambiguity), 즉 유언장 자체로는 모호함이 나타나지 않지만 유언장 밖의 사실들, 즉 외부 증거로 인해 유언장의 모호함이 나타나는 경우다. “내 동생 갑에게 유증한다”라고 유언했는데, 실제 유언자의 동생은 갑이 아니라 을과 병인 경우가 그 예다.

외부 증거의 허용 범위
미국의 제3차 재산법 리스테이트먼트도 불명료를 이와 같이 구분하고 있다. 외부 증거는 잠재적 의미 불명료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용될 수 있지만, 명백한 의미 불명료에서는 사용될 수 없다는 것이 전통적인 견해다.

이에 따르면 명백한 의미 불명료가 있는 경우에는 결국 유언이나 유증이 실패하게 된다. 여전히 많은 법원들이 아직도 이 용어들을 사용하며 양자를 구별하고 있다. 그리고 의미 불명료가 명백한지, 아니면 잠재적인지 여부는 유언장을 읽는 사람이 누구냐에 달려 있다.

예컨대 블랙의 유산(Estate of Black) 사건에서 유언자는 자신의 재산을 “The U.C.L.A라고 알려져 있는 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에 유증하는 것으로 유언을 했다. UCLA는 University of California, Los Angeles의 약자로서, 서던캘리포니아대(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와는 전혀 다른 대학이다. 서던캘리포니아대의 약자는 ‘USC’다.

두 학교 모두 남부 캘리포니아(Southern California)의 로스앤젤레스에 소재하고 있다. 이 사건의 1심 법원은, 이 유언에는 의미 불명료가 존재하지 않으며 “The U.C.L.A라고 알려져 있는 Southern California에 소재한 대학”에 유증한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1962년 캘리포니아주 고등법원에서 이뤄진 항소심은 이 유언에는 잠재적 의미 불명료가 존재하기 때문에 유언자가 어떤 대학을 수익자로 의도했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외부 증거를 허용해야 한다고 판결하면서, 그 이유에 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Court of Appeals of California, 1962년).

“남부 캘리포니아에 두 개의 대학(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와 U.C.L.A)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위 유언 조항이 U.C.L.A라는 이니셜로 알려져 있는 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라는 이름을 가진 대학을 의미한다고 여길 것이다.”

그러나 명백한 의미 불명료의 경우에도 외부 증거에 의한 유언의 해석을 허용하는 경우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예컨대 네프 상속(Succession of Neff) 사건의 유언장은 제1항에서는 “나의 재산 중 이용 가능한 부분을 나의 딸 A에게 남긴다”라고 돼 있고, 바로 다음 항에서는 “나의 전 재산을 나의 딸들인 A와 B에게 남긴다”고 돼 있었다.

루이지애나주 항소법원은 이러한 명백한 의미 불명료를 해석하기 위해 외부 증거를 허용했다. 이 사건의 원심은 유언자의 변호사의 증언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결했으나, 1998년 루이지애나주 고등법원의 항소심에서는 유언자의 유언 의사를 확인하기 위해 변호사의 증언도 허용된다고 판결했다(Court of Appeal of Louisiana, 1998년).

이러한 이유로 오늘날 의미 불명료를 두 가지로 구분하는 것은 실익이 없다는 견해도 유력하게 제기되고 있으며, 제3차 재산법 리스테이트먼트는 불명료를 위와 같이 두 가지로 구분하면서도
“구별로 인한 법적 결과의 차이는 없다”고 코멘트하고 있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63호(2018년 12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