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머니 기고 = 김상훈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법학박사]인생은 예외와 타이밍의 연속이다. 유언에도 다양한 예외적 상황이 돌출되기 마련인데 ‘명백한 의미의 원칙’ 아래 허용되는 예외적 조건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유언장 밖 외부 증거 언제 허용될까
유언장 밖의 외부 증거(extrinsic evidence)는 원칙적으로 유언장의 명백한 의미에 변화를 주거나 이를 반박하기 위한 목적으로는 사용될 수 없다. 이것이 바로 명백한 의미의 원칙(plain meaning doctrine)이다. 그런데 미국의 법원은 명백한 의미의 원칙에 대한 예외를 인정하고 있는데, 그것이 바로 개인적 어법의 예외(personal usage exception)다. 유언장의 특정 단어나 표현이 유언자의 개인적이고도 독특한 언어 사용을 반영하는 경우에 이러한 예외가 적용될 수 있다.

유언장 내 수증자 입증
예컨대 유언자가 언제나 개인적인 독특한 방식으로 어떤 사람을 언급해 왔다는 사실을 외부 증거가 보여줄 경우, 유언장에서 표시된 수증자가 실제로는 다른 사람을 의미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외부 증거가 허용된다.

이러한 예외가 적용된 대표적인 판결이 모즐리 대 구드만(Moseley v. Goodman) 사건이다. 이 사건에서 유언자는 ‘모즐리 부인(Mrs. Moseley)에게 유증한다’고 유언했다. 그러자 유언자가 거래했던 ‘모즐리(Moseley) 담배회사’ 소유주의 아내인 ‘르노어 모즐리 부인(Mrs. Lenoir Moseley)’라는 여성이 이 유언에 따른 유증을 청구했는데, 정작 유언자는 이 여성을 개인적으로 전혀 알지 못했다.

1917년 테네시주 대법원(Supreme Court of Tennessee)은 유언자가 습관적으로 ‘릴리안 트림블 부인(Mrs. Lillian Trimble)’이라는 여성을 모즐리 부인(Mrs. Moseley)이라고 불렀다는 사실에 대해 증명하기 위해 외부 증거를 허용했다. 릴리안 트림블 부인은 유언자가 병들었을 때 그를 돌봐준 사람이었으며, 그녀의 남편은 ‘모즐리 담배회사’의 판매사원이었다.

한편, 유언장의 수익자 표시에 오기(misdescription)가 있는 것이 분명한 경우 많은 법원들이 유언장의 모호함을 발견하고 이를 해결할 목적으로 유언장 밖의 외부 증거를 허용한다. 이것은 상속재산이 유언자가 의도하지 않은 자에게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예컨대 ‘미시간 암협회에 유증한다’는 유언에 대해 ‘미시간 암협회’와 ‘미국 암협회 미시간 지부(통상 미시간 암협회로 알려져 있었다)’가 서로 수증자임을 주장한 크렘릭 유산 사건(In re Estate of Kremlick)에서, 1983년 미시간주 대법원(Supreme Court of Michigan)은 수익자를 확정하기 위해 외부 증거를 허용했다.
이 사건에서는 외부 증거에 따라 유언자가 평소 ‘미국 암협회 미시간 지부’에 특별한 관심이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결국 ‘미국 암협회’가 수증자로 결정됐다.

외부 증거가 허용되는 경우와 허용되지 않는 경우를 어떻게 구별하는지에 관한 지침을 제공하는 중요한 판결이 러셀 유산 사건(In re Estate of Russell)이다. 이 사건에서 델마 L. 러셀(Thelma L. Russell)은 자신의 모든 재산을 체스터 퀸(Chester Quinn)과 록시 러셀(Roxy Russell)에게 남긴다고 유언했다.

그러자 유언자의 조카딸이자 유일한 상속인이었던 조지아 러셀(Georgia Russell)은 “록시 러셀은 사람이 아니라 개이고, 개는 유증을 받을 수 없으므로 록시 러셀에게 유증한 재산은 ‘무유언상속법’에 따라 내가 상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유언자의 절친한 친구였던 퀸은 “유언자가 사망하고 나면 자신이 록시 러셀을 돌보기로 돼 있었으므로, 록시 러셀에게 유증한 유언자의 진정한 의도는 결국 자신에게 모든 재산을 유증하는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원심은 “유언자가 록시 러셀에게 유증한 것은 퀸이 록시 러셀을 잘 돌보아주기를 희망하는 간절한 뜻의 직설적인 표현에 불과하다”고 하면서 “퀸이 모든 재산을 유증받아야 한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1968년 캘리포니아주 대법원(Supreme Court of California)은 “록시 러셀이 개라는 점에 관해 조지아가 제출한 외부 증거는 잠재적 의미 불명료를 해결하기 위해 허용된다.

그러나 유언자의 진정한 의도가 퀸에게 모든 재산을 유증하는 것이라는 점에 관한 외부 증거는 허용되지 않는다. 유언장 자체의 문언상으로 유언자가 재산을 퀸과 록시 러셀에게 유증한 것이 명백하기 때문이다”고 판시하고, ‘무유언상속법’에 따라 조지아에게 상속재산의 절반(록시 러셀에게 유증했던 부분)에 대한 권리를 인정했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65호(2019년 02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