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머니=백정림 갤러리 이고 대표·<앤티크의 발견> 저자 I 사진 서범세 기자] 항상 바쁜 현대인의 일상. 누구나 가끔은 가족들과 함께하는 여유롭고 품격 있는 홈 문화를 꿈꾼다. 그렇다면 세월의 품격을 축적해 온 앤티크로 홈 문화를 업그레이드해보는 것은 어떨까.
앤티크, 따뜻한 홈 문화를 채우다
(왼쪽부터)시누아즈리풍의 동양적인 느낌의 티 잔(현대), 사이즈가 작아 앙증맞은 바카라사의 빈티지 화병, 아르데코 시대의 바카라 화병, 에칭이 아름다운 바카라 와인 잔(아르누보), 빈티지 크리스털 와인 디캔터, 에칭이 아름다운 와인 잔(아르누보).

행복의 근원은 따뜻한 홈 문화

부푼 희망을 가지고 새로운 다짐을 하며 시작한 2019년도 어느덧 두 달이 지나
3월이 됐다. 시간은 흐르는 물과 같고 쏘아진 화살과 같다는 말이 참으로 정확한 표현이라 느껴진다. 마흔이 되기 전부터 시간이 참 빠르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하고 살았는데 어느덧 중년의 한가운데 서 있다.

생각해보면 그 이후에 시간이 훨씬 더 빨리 흘러간다는 느낌을 갖고 살았고, 그 사실을 젊은 시절에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이라는 데 모두들 동감할 것이다. 시간의 빠름이 많은 사람들에게서 그토록 자주 입에 오르내리는 것은 그것의 소중함 때문일 것이다.

너무도 소중하기에 빨리 흘러가는 듯 느껴지고, 우리는 ‘타임 인 어 보틀(Time in a bottle)’이라는 팝송 제목처럼 병속에 담아 간직하고 싶은 순간들을 많이 가지게 된다. 우리 삶에서 간직하고 싶은 것은 언제이고 무엇일까를 생각해본다.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는 무엇일까. 사람마다 개인차는 있겠지만 이러한 기준으로 내 주변의 많은 것을 중요도에 따라 소거시키다 보면 마지막으로 남는 것은 가족일 것이다. 엄마가 정성스럽게 해주었던 집밥, 가족이 함께 떠들썩하게 가꾸었던 봄날의 정원, 크리스마스트리, 일요일 아침의 어항 청소, 정원을 지켰던 강아지, 언니가 가장 사랑했던 성격이 까칠했던 고양이 등.

어린 시절 가족과 함께했던 아름다운 추억은 사회생활에서 내 삶을 훈훈하게 이끌어준 원동력이 됐고, 평안한 안식처가 돼 왔다. 그리고 세대를 되풀이해 지금 내가 이룬 가족에게 더 좋은 엄마와 더 좋은 아내로 살아가게 하는 기준이 되고 있다.

이제는 연로해 병석에 누워 계신 부모님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당신들도 그 시절 그 정겨움을 병석에서 가만히 회상하며 즐기시는 듯하다. 내가 내 마음속 병에 그 시절을 넣어 두고 때때로 만지작만지작 꺼내어 보는 것처럼. 그리고 나도 나의 아이에게 추억할 수 있는 문화를 남겨주는 그런 엄마이기를 소망해본다.
앤티크, 따뜻한 홈 문화를 채우다
(사진_위부터 시계방향) 22K 골드 오버레이의 화려한 수프 볼(아르누보), 살구색 컬러가 사랑스러운 스털링, 오버레이 샐러드 볼, 골드 트리밍 크리스털 와인 잔(아르데코), 크랜베리 컬러가 돋보이는 스털링 오버레이 향수병(아르누보).

행복이란 무엇일까. 사회적으로 성공해서 많은 돈을 벌고 명예를 갖는 것일까. 사람마다 우선순위의 차이는 있겠지만 돈과 명예가 행복의 필요충분조건이 아님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행복한 가정은 미리 누리는 천국’이라는 말처럼 행복의 근원은 가정이고 따뜻한 홈 문화다.

필자의 글은 항상 바쁜 현대의 삶에서 놓칠 수 있는 따뜻한 ‘홈 문화’에 대해 생각해보는 기회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부터 출발한다. 나의 자녀가 훗날 나를 기억할 때, 철마다 소박한 꽃을 집 안에 꽂고, 일요일 아침이면 소소하지만 갓 만들어낸 음식으로 식탁을 차리고, 때로 기념일에는 멋진 테이블 세팅도 해냈던 엄마로 기억될 수 있기를 바란다.

개인화된 생활습관과 서구화된 식생활 패턴으로 가족의 우애와 따뜻함이 약화돼 가는 경향이지만, 한국인의 정감 있는 DNA를 타고난 우리 아이들에게 우리의 것을 사랑하는 방법을 가족 안에서 느끼게 해줄 수 있는 품격 있는 홈 문화의 리더가 되기를 희망해본다. 오랜 시간 앤티크를 수집하고 그와 함께 아름다운 홈 문화를 가꾸기 위해 노력해 왔기에 앤티크와 홈 문화가 함께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세월의 멋 간직한 앤티크의 당당함

좋은 솜씨를 가진 장인에 의해 만들어져 좋은 환경에서 귀하게 쓰였기에 오랜 세월을 견뎌 현대의 우리에게 전해진 것이 앤티크다.

이렇듯 오랜 세월의 멋을 간직하고 있는 앤티크에는 당당함과 세련됨이 함께하고 있고, 한국 앤티크나 서양 앤티크 모두 집 안의 반짝거리는 새것들 속에서도 기죽지 않고 당당함을 뽐낸다. 화려하기만 해서 자칫 가벼워 보일 수 있는 실내공간에 고졸한 조선의 목가구가 자리 잡게 되면 전체적인 분위기를 차분하게 정리해주는 묘한 힘을 발휘하는 것은 놀랍기만 하다.
앤티크, 따뜻한 홈 문화를 채우다
(사진_위부터 시계 방향) 스털링이 아름답게 조각된 칵테일 잔(아르누보), 빈티지 바카라사의 크리스털 샐러드 볼, 스털링이 오버레이된 아르데코풍의 현대적인 티 잔, 꽃무늬가 여성스러운 아르누보풍의 티 잔, 아르데코 크리스털 와인 잔, 백자가 연상되는 프렌치 디너 접시와 수프 볼(현대).

올해에 유행할 것으로 예상되는 트렌드 중 하나로 연초 기사에 ‘뉴트로’라는 말이 선정됐다. 새로움(new)와 복고(retro)의 합성어인 ‘뉴트로’는 어찌 보면 매우 상반된 단어의 조합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옛것과 새로운 것을 합해 새로운 유행을 만들어내는 작업은 단지 올해뿐만 아니라 오래전부터 건축과 패션, 인테리어 등 여러 분야에서 행해졌던 일이었다.

특히나 요즘 패션 분야에서는 동양의 옛 그림을 재킷이나 스커트에 그대로 차용해서 디자인하는 경우가 많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오래된 골동품과 그림에 대한 관심과 사랑은 상류층의 오랜 취향이었다.

‘벼락부자의 집에는 앤티크가 없다’, ‘음식을 잘 하려면 삼대가 걸린다’라는 말은 앤티크와 품격 있는 홈 문화가 돈만으로 단시간에 살 수 없는 것이라는 점을 말해주고 있다. 나의 아이들이 추억할 수 있고 물려줄 수 있는 홈 문화는 안목과 소양을 오랫동안 쌓은 후에 소유할 수 있는 것이다.

앤티크에는 켜켜이 쌓인 세월의 흔적과 함께 그 세월을 견뎌 온 우직함이 있다. 앤티크에 담겨 있는 이야기를 통해 그 당당함과 우직함을 보는 기회를 갖게 되길 바란다. 그리하여 따뜻하고 품격 있는 홈 문화를 우리 모두 만들어 나갈 수 있는 행복 가득한 삶을 기대해본다.

◆앤티크 컬렉터 백정림은…

하우스 갤러리 이고의 백정림 대표는 한국 앤티크와 서양 앤티크 컬렉터로서, 품격 있고 따뜻한 홈 문화의 전도사다. 인문학과 함께하는 앤티크 테이블 스타일링 클래스와 앤티크 컬렉션을 활용한 홈 인테리어, 홈 파티 등을 제안하고 있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66호(2019년 03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