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머니 기고 = 민경서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복권 당첨, 생각만 해도 달콤한 꿈이다. 그런데 이런 꿈이 자칫 ‘증여세 폭탄’이라는 현실로 변질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Question
종종 취미로 복권을 삽니다. 제게도 일확천금의 행운이 생길까 싶어서요. 이런 제 모습을 본 저의 배우자가 복권에 당첨되면 그 돈으로 자신에게 아파트나 한 채 사달라는 농담 같은 진담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러한 이야기를 듣다 보니 과연 복권당첨금으로 배우자 명의로 아파트를 사는 경우에 증여세가 문제되지 않나요.
복권 당첨과 부부 간 증여세
현행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서는 사회 통념상 인정되는 수준의 생활비나 교육비 등을 제외하고는 가족 간의 재산 이전 행위를 원칙적으로 증여세 과세 대상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복권당첨금을 배우자 일방의 명의로 수령하고 이를 가지고 다른 배우자의 명의로 부동산 등의 재산을 구입하는 경우에는 이를 배우자에 대한 증여로 보아 증여세가 과세될 여지가 있습니다.

다만, 비록 형식상으로는 한쪽 배우자의 소유로 돼 있는 재산이라고 하더라도 그 실질이 부부의 공동재산인 경우에는 외형적으로 배우자 간의 재산 이전 행위가 있더라도 증여세가 과세되지 않는 것으로 봅니다. 최근 법원에서도 이러한 점을 고려해 복권당첨금과 관련해 주목할 만한 판결을 선고한 바 있어 소개하고자 합니다.

김 모 씨와 그의 아내 윤 모 씨는 함께 산 복권이 1등으로 당첨돼 윤 씨 명의의 통장으로 수령한 당첨금 50억 원 중 일부를 김 씨 명의로 부동산과 자동차를 구입했습니다. 이에 과세관청은 김 씨 명의로 취득한 부동산과 자동차의 자금 출처를 아내 윤 씨가 증여한 것으로 보아 증여세를 부과했습니다.

김 씨는 자신과 윤 씨 사이에 복권당첨금을 공동재산으로 하기로 했던 명시적 또는 묵시적 합의가 있었고, 설령 그러한 합의를 인정받을 수 없더라도 부부관계의 특성상 공동재산에 해당하며, 자신의 명의로 취득한 재산의 총액이 복권당첨금의 2분의 1 범위 안에 있으므로 부인 윤 씨와의 사이에 ‘증여’ 행위 자체가 없었다며 증여세 부과가 부당하다고 주장하면서 증여세 처분에 대해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소송 과정에서 과세당국은 사회 통념상 복권당첨금은 부부 일방의 운에 의해 얻게 된 것이므로, 이를 부부가 공동으로 노력해 형성한 재산으로 볼 수 없어 부인 명의의 계좌로 당첨금을 취득한 이상 부부의 공동재산이 아니라 부인의 개인재산이라고 맞섰습니다.
이러한 양측의 주장에 대해 재판부는 복권당첨금이 이들 부부가 각 2분의 1씩 소유하는 공유재산이라고 보아 과세당국의 증여세 부과 처분이 잘못됐다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그러한 판단의 근거로 복권을 구입할 당시 원고는 개인 사업을 하고 있었던 반면 부인은 전업주부로 특별한 소득이 없었던 점, 김 씨가 복권당첨금을 입금 받은 부인 명의의 은행 예금계좌에 회당 10만 원에서 수백만 원에 이르는 돈을 수시로 입금했고, 이 계좌에서 각종 보험료, 가스비 등 부부 공동생활에 사용되는 생활비가 이체됐는데, 이는 복권당첨금이 입금된 이후로도 그대로 유지됐다는 점, 김 씨가 당첨금 수령 시 신분증을 지참하지 않아 복권당첨금을 각자 명의의 예금계좌로 2분의 1씩 수령하지 못했다는 주장에 수긍할 수 있다는 점 등을 제시했습니다.

이러한 판결은 일반적인 부부 관계가 소득의 귀속자가 누구인지를 따지지 않고 수입과 지출을 공유하는 것이며 이를 복권당첨금이라 해 달리 볼 것이 아니라는 시각에서 내려진 것으로 보입니다.

만약 복권에 당첨된다면 앞 판결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부부 모두 신분증을 지참해 복권당첨금을 각자 명의의 계좌로 2분의 1씩 수령할 것을 권합니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70호(2019년 07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