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품은 이색 카페, 인기 뜨겁다
[한경 머니=정채희 기자 l 사진 이승재 기자] 테라로사(강릉), 델문도(제주), 뱀부스(순천), 티하우스에덴(이천) 등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지에서 일약 스타덤에 오른 카페들에는 공통점이 하나 있다. ‘자연’과의 합일이다.
자연 품은 이색 카페, 인기 뜨겁다
제주 조천읍 함덕리에 위치한 카페 델문도. 열두 빛깔의 제주 바다가 가장 잘 보이는 함덕해변에 자리해 지나가는 이들의 눈을 사로잡는 그림 같은 풍경을 연출한다. 카페 델문도를 찾는 방문객은 하루 수백에서 수천여 명. 커피 맛이 좋아서 특별히 델문도를 찾는 이들도 있겠지만, 이곳의 성공 법칙 제1은 누가 무어라 해도 ‘자연 풍경’이다.

어디 이뿐이랴. 제주뿐 아니라 지금 전국 방방곡곡은 자연을 벗 삼은 공간들이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다. 산과 바다, 대나무와 갯벌 등 자연이 중심이 된 이색 공간들이 사람을 불러들이고 있는 것이다. 바쁘고 지친 일상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일상 속에서 자연을 좇으면서 생긴 변화다. 산업 전반에 걸쳐 자연과 휴식이 중심 화두가 된 지금, 부(富)를 불러오는 성공 트렌드 또한 ‘자연과의 동행’이 1순위다.

카페, 휴식과 치유의 공간으로 변신 중

이른바 ‘바이오필릭 디자인(biophilic design)’으로 일컬어지는 이 트렌드는 자연 요소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자연친화적인 성격을 지닌 디자인을 말한다. 미국 하버드대 생물학자인 에드워드 오 윌슨(Edward O. Wilson)이 1984년 그의 책 <바이오필리아(Biophilia)>에서 차용한 개념으로, 건물 설계와 시공에 있어 자연을 적극적으로 도입한 설계 이론이다. 그는 이 책 에세이에서 “인간은 자연과 다른 살아 있는 다른 존재들에 대한 필요를 느끼며, 이들에 대한 매혹을 느낀다”고 주장했다.

지난 반세기 동안 건축디자인의 중심이 자연환경이 제거된 인간 중심적 구조에 있었다면, 최근에는 잿빛 아파트, 회색빛 콘크리트 안에서 햇볕 없이 하루 종일 일하는 현대인들을 다시 자연 속으로 끌어들이는 바이오필릭 디자인이 인기를 얻고 있다. 신원섭 충북대 산림학과 교수는 “도시의 인공적인 환경보다 자연적인 환경을 더 선호하고, 여유가 된다면 그런 자연환경에 살고 싶은 인간의 심리가 이를 증명한다”고 말했다.

바이오필릭 디자인이 적용된 공간은 병원, 사무실, 학교 등 다양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카페나 식당 등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통유리를 사용해 확 트인 전경으로 시선을 사로잡고, 야외로 연결되는 공간 활용을 통해 도심 속에서 청정 자연에 둘러싸인 듯한 생동감 넘치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무엇보다 천혜의 자연환경과 만나 입소문을 타면 그 지역이 어디든, 방문객들은 찾아가는 것에 주저하지 않기 때문에 인기몰이를 할 수 있다.

실제 강원 강릉, 전남 순천의 뱀부스 등 수도권에서 멀고 대중교통으로 접근하기 쉽지 않은 장소들이 젊은이들의 성지가 되곤 한다.

테라피 효과도 있다. 나무가 많으면 우울과 불안 등 정신적 질환뿐만 아니라 고혈압 같은 육체적 질병에 효과가 있다. 피톤치드로 숲 치유가 익히 알려진 것처럼 해양 치유는 바닷가의 맑은 공기와 바람, 해양에어로졸, 태양광, 모래사장, 아름다운 자연경관이 어우러져 치유 효과를 극대화한다.

한국디자인진흥원 관계자는 “도심의 많은 카페들이 지친 삶에 휴식을 제공하고 활력을 충전할 수 있도록 새로운 콘셉트를 내세우고 있다”며 “소비문화와 테라피가 결합된 새로운 문화 치유 공간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가볼 만한 곳

세상의모든아침
도심 속 농장을 콘셉트로 한 공간. 한강 경관과 서울 여의도 전망을 50층 건물에서 한눈에 내려다보며 브런치를 즐길 수 있는 곳. 유리온실 모양으로 스카이라운지 천장과 벽을 유리로 마감해 햇볕이 환하게 내려쬐는 게 특징이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 24
마이알레
‘자연을 벗 삼는다’를 철학으로 세계 각지의 특색 있는 식물들을 공간 곳곳에 심어 놓은 온실형 카페 겸 레스토랑 ‘마이알레’. 유리로 된 온실형 건물 안 사방에서 들어오는 자연 채광을 맞으면서 휴식을 취할 수 있다.
경기 과천시 삼부골3로 17

테라로사 사천점
경포 바다에서 사천으로 올라가는 길, 바다를 마주하고 소나무가 우거진 곳에 자리한 커피전문점. 순긋과 순포 등 작은 해변을 지나는 이 푸른 바닷길은 한적하고 아름다워 하이커들에게도 인기가 높다. 천혜의 자연경관으로 커피 맛까지 일품인 곳.
강원 강릉시 사천면 순포안길 6

델문도 제주
열두 빛깔의 제주 바다가 가장 잘 보이는 함덕해변 자락에 위치한 곳. 가게를 둘러싼 야자수가 이국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며 여름에는 프라이빗 비치에서 수영과 레저도 함께 즐길 수 있다.
제주 제주시 조천읍 조함해안로 519-10

뱀부스
상호부터 대나무의 향기가 가득한 곳. 대나무를 모티브로 삼아 공간 곳곳에 대나무를 배치해 놓았다. 실내뿐 아니라 실외 정원에도 가득한 대나무들이 바다와는 또 다른 확 트인 전경을 뽐낸다. 대나무에 붙은 판다 인형은 보너스.
전남 순천시 해룡면 상성길 279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71호(2019년 08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