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밀리 오피스는 ‘신뢰의 비즈니스’

[한경 머니 기고=젠티 씨씨 미국 웰씨앤와이즈 투자 컨설턴트·국제공인재무설계사]패밀리 오피스와 같은 비즈니스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는 ‘신뢰’다. 신뢰를 기반으로 상대가 나에게 올바른 조언을 하고 있음을 확신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패밀리 오피스를 ‘신뢰의 비즈니스’로 부르는 이유다.

패밀리 오피스의 신의성실의무의 개념과 그 의미에 대해 살펴본다. ‘Fiduciary’라는 단어는 ‘신뢰하다’, ‘신뢰’라는 의미를 가진 라틴어 ‘fidere’와 ‘fiducia’에서 유래했다. ‘Fiduciary Duty’, 즉 비즈니스에 있어서 신의성실의무란 이해관계에 있어서 고객의 이익을 최우선 순위에 두고 해당 신념과 철학을 고수해 신뢰와 기대를 배반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의미한다.

가문과 가문의 자산을 보존하기 위한 최선의 방안으로서 탄생한 패밀리 오피스와 같은 비즈니스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는 ‘신뢰’일 것이다. 패밀리 오피스가 신뢰를 기반으로 상대가 나에게 올바른 조언을 하고 있음을 확신할 수 있는 관계에서만 이루어질 수 있는 비즈니스임은 반박의 여지가 없다.

패밀리 오피스 전문가는 어떤 상황에서든 고객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고객을 위해 항상 올바른 행동을 취할 법적인 의무가 있다. 신의성실의무는 한국에서는 흔한 개념이 아니지만, 미국, 유럽 등과 같은 국가에서는 지역에 따라 고객의 권리 보장을 최우선으로 지켜야 할 의무를 위반할 시 엄중하게 처벌하는 법률을 갖추고 있는 경우가 많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다루는 비즈니스에서는 신의성실의무를 기반으로 하지 않는 경우가 훨씬 많다. 어떤 계약 관계에 있어서 책임을 이행할 시 해당 상품 혹은 서비스의 이행 방식이 고객이나 의무를 이행하는 상대에게 언제나 최고로 유리한 조건이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이익 관계에 있어 서로에게 더 유리한 방식으로 비즈니스 관계를 이끌어 나가려고 할 뿐이다.

단순한 예로 물건을 구매하는 상황을 생각해봐도 쉽게 알 수 있다. 판매자는 제품을 판매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가장 높은 가격을 취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며, 구입하는 사람은 반대로 최저가를 원할 것이다. 이는 비즈니스뿐만 아니라 삶의 전반적인 부분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며, 사람들은 해당 상황을 어떻게 다루고 협상해야 하는지 경험을 통해 너무나도 잘 이해하고 있다. 이와 같은 활동을 바탕으로 해당 거래를 성사할지 말지를 판단하곤 한다. 특히 양측이 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해 비슷한 양의 정보와 경험, 그리고 지식이 있는 경우에 효과적인 비즈니스 방식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하지만 한쪽이 다른 쪽보다 훨씬 많은 정보와 경험, 그리고 지식을 갖추고 있는 경우에는 위와 같은 방식이 절대 합리적일 수 없다. 특히 해당 분야에 있어 수많은 정보를 접하고 양질의 교육을 받아 온 전문가와 제한된 정보만을 접해 온 고객이 거래를 하는 경우 사실상 매우 비합리적이고 불평등한 거래로 이어질 수 있다. 고객의 입장에서 거래 내용을 완벽히 이해하지 못함은 물론, 불필요한 서비스에 대해 필요 이상으로 비용을 지불하는 등의 불이익으로 이어지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전문가의 조건, 신의성실

금융 거래가 위와 같은 상황을 설명하는 데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복잡한 금융 관련 지식을 직접 습득해 자신의 자산을 직접 관리하기 힘든 경우가 대부분이며, 심지어 현재 무엇이 필요한지 모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전문가를 찾아가 그들이 하는 말을 곧이곧대로 믿어 버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자산관리를 맡기는 일에 있어 누군가는 ‘단순히 느낌이 좋아서’, 혹은 ‘사람이 좋아 보여서’라는 이유로 전문가를 선택하기도 하고, 또 누군가는 고객과 같은 목적을 가지고 고객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이행하는가를 보고 전문가를 선택하기도 한다. 시작은 조금 다를 뿐이지만 결과적으로는 엄청난 차이를 불러올 수 있는 선택이다.

여기서 바로 신의성실의무를 이행하는 전문가의 중요성이 대두된다. 앞서 언급한 대로 단순 자산관리가 아닌 가문과 가문의 인적·사회적·물적 자산관리 운영을 위해 설립하는 패밀리 오피스의 경우 특히나 인하우스 고용이든 아웃소싱 고용이든 신의성실의무를 이행하는 전문가를 선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패밀리 오피스’라는 이름을 걸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은행이나 보험사는 많지만, 진정한 패밀리 오피스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을 선별하는 기준은 바로 ‘신의성실의무’다. 일반적으로 거대 금융 회사나 은행, 혹은 증권 회사에 속한 전문가들은 충성도가 고객이 아닌 인센티브 등을 목적으로 회사에 향하게 된다. 자신이 속한 회사의 이익 창출과 고객 우선주의 사이의 이해관계가 상충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경우 고객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선택하기 위한 시스템적 기반 자체가 마련돼 있지 않다고 볼 수 있다.

모든 일이 어떻게 진행되는지에 대한 혜안을 가지고 있고, 자산관리, 재무 계획, 기타 가문 경영 관련 모든 사안에 대한 지식과 경험을 충분히 쌓은 상태라면 신의성실의무의 개념이나 이를 이행하는 전문가의 존재를 알 필요조차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적어도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한 가문과 가문의 자산관리에 있어서만큼은 신의성실의무를 확실하게 이행하는 전문가가 필요하다.

당장 그러한 조건을 갖춘 전문가를 고용해 패밀리 오피스를 운영하는 것은 초기 비용이 드는 선택일 수 있지만, 조금 저렴하다거나 쉽게 접할 수 있다는 이유로 다른 선택을 했을 때 치러야 하는 값은 그 몇 배 이상이 될 것임을 반드시 명심해야 할 것이다.

젠티 씨씨 미국 웰씨앤와이즈 투자 컨설턴트·국제공인재무설계사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72호(2019년 09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