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력 떨어지는 환절기 ‘중이염 경보’

[한경 머니 기고=정명진 파이낸셜뉴스 의학전문기자] 중이염은 급성 중이염과 만성 중이염으로 나눌 수 있다. 주로 소아에게서 발생하는 급성 중이염은 대부분 후유증 없이 개선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중이염을 가볍게 여겨 치료를 소홀히 하면 만성 중이염으로 악화된다. 특히 중이염은 환절기처럼 면역력이 약해지는 계절에 환자가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귀에서 ‘중이’는 고막부터 달팽이관 이전의 이소골을 포함한 공간으로 고막과 이소골, 유양동이라는 귀 주변의 뼈까지 포함된다. 중이염은 이곳에 발생하는 모든 염증성 변화를 말한다. 중이염은 정상 청력을 갖고 태어난 사람에게 청각장애를 유발할 수 있는 가장 큰 원인이다. 따라서 중이염 증상에 대한 정확하고 빠른 치료가 필요하다.

중이염, 급성에서 만성으로 발전
급성 중이염은 주로 소아에서 많이 발생한다. 급성 중이염 환자의 10~20% 정도는 중이에 찬 액체나 고름이 빠지지 않는 삼출성 중이염으로 발전한다. 이 상태가 되면 고막변성이나 청력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


급성 중이염의 경우에는 섭씨 38도 이상의 고열과 함께 귀가 아프고 귀에서 액체나 고름이 나온다. 아직 의사 표현을 하지 못하는 영아가 중이염에 걸렸을 경우 고열과 함께 구토를 하거나 울고 보채는 경우가 많다. 소아들은 귀와 코를 연결하는 이관을 타고 바이러스나 세균이 중이 안으로 들어가 발생한다. 감기와 같은 바이러스 감염, 간접흡연 등이 주요 원인이다.


최근 미세먼지 농도가 높게 나타나는 경우 면역력이 약한 아이들은 중이염이 쉽게 발생할 수 있다. 또 감기를 치료하는 도중에도 잘 생긴다. 감기에 걸리면 코를 세게 풀거나 들이마시면서 귀와 코를 연결하는 이관을 타고 콧물 세균이 중이로 들어가 염증을 일으킬 수 있다.


대부분 급성 중이염은 후유증 없이 치유된다. 하지만 3개월 이상 염증이 완전히 치료되지 않으면 만성화된다. 말을 배우거나 학습을 하는 나이에 치료 없이 방치하면 난청이 오고 이로 언어장애나 인지 발달의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만성, 난청 발생 위험 높아
중이염은 성인이 되는 과정에서 고막에 천공이 생기거나 유착성 중이염, 진주종성 중이염 등으로 악화되기도 한다. 성인의 만성 중이염은 고막에 구멍이 뚫린 소견을 보이는 천공성(비진주종성) 만성 중이염과 고막의 천공 여부와 관계없이 진주종 형성이 나타나는 진주종성 중이염으로 나눌 수 있다. 특히 중이염을 20년 이상 오래 앓거나 50세 이상에서는 난청 발생이 2배 이상 높아지고 고막 안쪽까지 염증이 퍼져 있는 경우에는 난청 발생률이 3.8배까지 늘어난다.


만성 중이염은 귀 안의 상태를 간단히 체크하는 귀 내시경에서는 보이지 않는 위치다. 하지만 정밀한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를 실시하면 고막 안쪽에 염증이 발견된 환자들의 경우 감각신경성 난청 발생률은 49%에 달한다. 고막 안쪽까지 염증이 번져 있는 환자 둘 중 하나는 난청으로 진행되는 것이다. 이는 50세 이상에서 더 심하게 나타난다. 50세 이상 감각신경성 난청 발생률은 38%인 반면, 50대 미만의 난청 발생률은 14%에 불과했다.


소리를 전달하는 기관의 이상으로 생기는 전음성 난청은 수술로 치료가 가능하다. 하지만 신경 손상으로 인한 감각신경성 난청은 수술로 염증을 빼낸다고 해도 신경 회복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영구적 난청’이라고도 한다. 따라서 귀에서 물이 나오거나 먹먹한 느낌이 드는 중이염 증상과 함께 작은 말소리를 듣지 못하는 가벼운 난청이 동반된다면 난청의 정도가 심해지기 전에 원인을 제거해야 청력을 보존할 수 있다.


성인들의 중이염은 통증이 없기 때문에 가벼운 질환으로 여기기 쉽다. 하지만 귀에서 물이나 고름이 나오는 50세 이상의 환자라면 CT 등 정밀검사로 귓속 깊은 염증을 파악하고 빠른 시간 내에 치료해야 영구적 감각신경성 난청의 발생을 줄일 수 있다.


만성 중이염, 수술 치료 필요
중이염의 진단은 증상과 고막 관찰을 통해 비교적 쉽게 진단할 수 있다. 이경, 현미경 또는 이내시경을 통해 외이도, 고막, 중이 점막의 상태를 검사한다. 이루가 있다면 세균 배양과 항생제 감수성 검사를 시행해 정확한 항생제를 쓰는 것이 좋다. 또 만성 중이염에 의한 난청의 정도를 파악하기 위해 순음 청력 검사를 비롯한 여러 가지 청력 검사를 시행한다.


본격적인 치료를 위해서는 측두골 CT로 중이염의 범위, 이소골과 주변 골조직의 파괴 여부, 내이 구조물에 대한 침범 여부 등을 알아보고 치료 방침을 결정한다. 환자의 상태에 따라 치료 방침을 결정하는데, 수술적 치료 위험성이 높으면 점이액, 항생제 투여 등 내과적 치료를 시행한다. 하지만 만성 중이염은 약물 치료로는 완치가 되지 않아 수술 치료가 필요하다.


천공성 만성 중이염의 수술 방법은 만성 염증이 존재하는 유양돌기 뼈를 제거해주는 유양돌기 절제술과 중이 내부를 깨끗이 정리하고 고막을 새로 만들어주는 고실 성형술을 함께 시행한다. 진주종성 중이염은 주변의 뼈를 파괴하면서 점차 진행되고 여러 합병증을 일으키므로 반드시 수술 치료를 해야 한다. 진주종이 광범위하거나 중요한 부분을 침범해 한 번의 수술로 완전히 진주종을 제거하기 곤란한 경우에는 처음 수술 후 6개월 이상 지난 후에 잔존 진주종을 제거하기 위한 2차 수술을 하는 경우도 있다.


최근에는 내시경을 이용해 절개하지 않고 고실 성형술이나 작은 진주종 제거를 할 수 있다. 입원 기간과 수술 시간이 단축돼 좋은 결과를 보인다. 평소 중이염을 앓고 있다면 심하게 코를 풀지 말고 귀에 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또 무거운 것을 들거나 변비가 있어 힘을 주는 등 귀에 압력이 가는 행동을 하는 것은 삼가고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몸 관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귀에서 고름이 나온다고 귀 안쪽을 솜으로 꽉 틀어막아서 이루가 나오지 못하게 하면 주변 다른 부위로 염증이 전파되거나 엉뚱한 곳으로 터지는 합병증이 생길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치료 및 수술 후에는 귀, 고막의 완전한 치유가 일어나기까지는 최소한 6주에서 6개월까지 소요되며 반드시 정기적인 검진이 필요하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74호(2019년 11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