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머니=공인호 기자 | 사진 이승재 기자] 불확실성으로 점철됐던 2019년도 어느덧 한 달여를 남겨 두고 있다. 수많은 국내외 변수 탓에 쓴맛을 본 투자자들이 속출했지만, 투자의 기본을 지키며 안정적인 수익률을 기록한 투자자들도 상당했다. SC제일은행의 투자 제안이 주목을 끄는 이유이기도 하다.

불확실성 시대 투자 해법은 '멀티에셋+글로벌 채권 펀드'
해외 주식도 '직구'가 가능한 시대다. 국내 증권사들이 홈트레이딩시스템(HTS)과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을 통해 해외 주식을 간편하게 거래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하면서다. 여기에 부진한 국내 증시와 달리 미국 등 해외 선진국 시장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것도 투자 엑소더스의 배경이 되고 있다.


다만 해외 직구의 경우 상대적으로 비싼 수수료와 정보 부족, 나라별 상이한 거래 제도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국내 투자자들 대다수가 관심을 두고 있는 미국 증시의 경우 단기 과열을 걱정해야 할 정도로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불확실성 국면에서의 완벽 대응 '멀티에셋'
이 같은 해외 직구가 고위험·고수익을 추구하는 투자 전략이라면, '멀티에셋'은 글로벌 자산 배분 전략을 활용한 중위험·중수익 상품의 대표 주자로 꼽힌다. 글로벌 주식을 비롯해 채권, 리츠(REITs), 우선주, 인프라 등 다양한 자산에 투자해 연 4~5%대 수익률을 목표로 하고 있다.


멀티에셋 펀드의 가장 큰 장점은 하나의 펀드 안에 여러 자산을 담을 수 있는 분산된 포트폴리오와 함께 각 자산군에 대한 유연한 대응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또 투자 성향에 따라 공격적·중립적·보수적 포트폴리오로 다양한 상품군을 직접 선택할 수 있다. 미국 등 일부 선진국 증시가 여전히 견조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지만, 미·중 무역분쟁, 브렉시트(Brexit) 등의 악재가 여전하다는 점에서 분산투자를 통해 리스크를 줄이고자 하는 투자 수요가 멀티에셋 펀드로 몰리고 있다.

불확실성 시대 투자 해법은 '멀티에셋+글로벌 채권 펀드'
실제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0월 말 기준 멀티에셋 펀드 설정액 규모는 7013억 원으로 올 들어 2배 가까이 급증했다. 같은 기간 가치주 펀드, 배당주 펀드, 공모주 펀드 등에서 자금 일부가 유출된 것과도 대조적이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장세는 더욱 가파르다. 미국의 주요 운용사인 블랙록, JP모건, 피델리티 3곳의 멀티에셋 펀드 설정 잔고는 지난 2015년 400억 달러 수준에서 지난 9월 말 기준 1100억 달러 안팎으로 연평균 30% 성장률을 나타냈다.


멀티에셋은 SC제일은행과 이 은행의 모회사인 스탠다드차타드(SC)그룹 자산관리(WM)본부가 최근 2년여간 꾸준히 공을 들여온 투자 솔루션이기도 하다. SC그룹 내에서의 멀티에셋 펀드 설정 잔고가 3년여 만에 2배 가까이 급증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현재 SC그룹은 한국을 포함해 세계 각국 고객들의 투자 솔루션을 제공하기 위해 싱가포르, 홍콩, 대만, 인도, 말레이시아 등 9개국 WM사업부와 긴밀한 협업에 나서고 있다.

불확실성 시대 투자 해법은 '멀티에셋+글로벌 채권 펀드'

멀티에셋 펀드 투자 적기는?
그렇다면 멀티에셋 펀드의 투자 적기는 언제일까. SC제일은행은 이런 투자 고민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는 '글로벌에셋컨퍼런스 2019'를 지난 10월 말 서울과 부산 2곳에서 차례로 개최했다. '저성장 시대, 글로벌 자산시장의 변화와 전망'을 주제로 한 이번 컨퍼런스는 SC그룹 투자상품팀 총괄인 대니 듀파스키에(Dany Dupasquier) 대표의 기조연설과 함께 국내외 주요 자산운용사들의 패널 토의 순으로 진행됐다.


듀파스키에 대표는 펀드 선정 및 펀드 실사 분야에서만 무려 19년의 경력을 갖고 있는 펀드 베테랑이다. 이 자리에서 듀파스키에 대표는 "글로벌 투자 흐름이 글로벌 채권과 멀티에셋 자산으로 이동하고 있다"며 "포트폴리오의 균형과 자산 배분의 관점에서 글로벌 채권과 멀티에셋 자산의 활용이 투자자들에게 필수적인 상황이다"라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그는 '손실 관리'를 포트폴리오 균형의 핵심 배경으로 꼽았다. 손실의 크기가 커질수록 원금 회복을 위한 요구 수익률은 훨씬 높아진다는 것. 그는 "만약 투자 손실이 25%인 경우 33%, 손실 폭이 40%인 경우 67%의 수익률을 달성해야 원금 회복이 가능하다"며 "멀티에셋 펀드와 채권 펀드야말로 투자 손실을 작게 유지하는 최적의 투자 솔루션이다"라고 소개했다.

불확실성 시대 투자 해법은 '멀티에셋+글로벌 채권 펀드'
실제 최근 3년간 코스피와 코스닥의 최대 손실 폭은 각각 -25.6%, -40.5%에 달했지만, 국내에서 판매된 멀티에셋 펀드와 글로벌 채권 펀드 손실률은 같은 기간 최소 -3.0%(AB 미국 인컴 채권)에서 최대 -9.5%(누버거버먼 이머징 채권) 수준에 그쳤다. 특히 듀파스키에 대표는 한국 고액자산가들의 투자 성향 변화에 주목했다. KB금융지주에 따르면 지난 2014년 각각 14%, 22.3%였던 보수적 투자 성향과 공격적 투자 성향의 고객이 5년 만에 7.8%, 16.5%로 큰 폭의 감소세를 나타냈다는 것이다.


반면 중위험·중수익을 추구하는 중립적 투자 성향의 고객은 같은 기간 20.3%에서 37.3%로 크게 높아졌다. 이는 국내 증시가 최근 수년간 '박스피'라는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데다 다양한 대내외 악재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그는 이들 펀드에 대한 투자 적기에 대해서는 "일단 투자를 시작하고 투자를 유지하는 것이 가장 좋은 성과를 가져온다"며 "투자 타이밍을 고려해 매수와 매도를 반복하다 보면 가장 성과가 좋은 날들을 놓칠 수 있으며 최악의 경우 마이너스 수익률을 감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Mini Interview]


대니 듀파스키에 "멀티에셋의 최대 강점은 하락장 방어 능력"



'글로벌에셋 컨퍼런스' 기획 소식을 듣고 어떤 조언을 해주셨나요.
"왜 멀티에셋인가에 초점을 둘 것을 당부했습니다. 투자 수익률도 물론 중요하지만 멀티에셋의 가장 큰 강점은 하락장에서의 방어 능력이죠. 특히 불확실성 장세에서는 손실을 최소화하는 게 곧 이기는 겁니다. '지속적인 투자' 역시 강조한 부분인데, 시장이 나쁘다고 마냥 저점을 기다리는 것은 오히려 투자 효과가 반감된다는 것도 말씀드렸습니다. 끝으로 아시아 시장에서 SC가 선도적 은행이라는 점도 강조해야 할 부분이죠. 특히 SC는 역외 상품 선정과 관련해 뛰어난 전문 지식과 식견을 갖추고 있습니다. 이번 컨퍼런스에 이런 부분들이 잘 녹아들 수 있도록 한국 팀에 당부했습니다."


저금리 환경에서 채권 투자의 필요성을 강조하셨는데, 시장금리 상승 탓에 망설이는 투자자들이 적지 않은 것 같습니다.
"투자 적기를 예측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점에서 일단 시작할 것을 권하고 싶네요. 컨퍼런스에서 추천한 글로벌 채권 펀드의 경우 투자 자산이 다각화돼 있다는 점이 강점입니다. 물론 채권은 앞으로도 유망한 투자 자산이지만 미국 국채 등 1개의 자산에 100% 투자하는 것은 권하지 않습니다. 미 국채는 물론 신흥시장 채권, 회사채, 뱅크론 등 다양한 자산에 투자하면 수익원도 그만큼 늘어나게 되죠. 만약 한 종류의 투자 수익률이 나쁘더라도 다른 종류의 채권을 통해 수익 보존이 가능해지는 효과도 있습니다. 지난 8월의 경우 시장 변동성이 굉장히 커지며 채권금리가 상승세를 탔지만, 저희가 추천한 펀드를 운용하는 대다수 매니저들은 플러스(+) 수익률을 달성했습니다. 연초 이후 수익률도 10% 이상 기록했죠."


싱가포르, 홍콩 등에서는 멀티에셋 상품이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데 반해 한국 시장에서는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가 있습니다.
"일단 홍콩, 싱가포르 시장의 경우 꾸준한 수익 창출이 가능한 인컴형 자산에 대한 수요가 많습니다. 주식과 채권 비율이 6대4인 전통적인 혼합형 펀드의 경우 투자자들이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을 파악하게 됐죠. 한국과 달리 홍콩과 싱가포르 등에서는 '멀티인컴'이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다각화된 포트폴리오와 4%대의 목표 수익률이 투자 니즈를 자극했다고 볼 수 있죠. 이런 멀티인컴 전략이 큰 성공을 거두면서 한국 시장에 적용하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기대만큼의 성과는 거두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SC제일은행의 한국팀이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하면서 효과를 내기 시작했죠."


홍콩과 싱가포르 등과 비교해 한국 투자자들만의 두드러진 특징이 있다는 얘긴가요.
"나라별로 투자자들의 위험 성향을 비교하자면 한국 투자자들이 좀 더 공격적인 편입니다. 홍콩과 싱가포르 투자자들에게는 오히려 주식투자를 늘릴 것을 권유하고 있는 상황이죠. 이미 자산 포트폴리오에 인컴 자산을 포함하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한국 투자자들 역시 과거에 비해 인컴 자산에 대한 투자 수요가 확대되는 추세입니다. 이번 글로벌 에셋 컨퍼런스 등 SC제일은행 WM 부문의 다양한 노력에 박수를 보내고 싶네요."


최근 한국 시장에서는 파생결합상품(DLS, DLF) 손실 사태가 논란이 됐습니다. 관전평을 듣고 싶네요.
"사실 파생결합상품의 경우 제 전문 분야는 아니지만 상품 구조상 굉장한 리스크를 안고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입니다. 위험 대비 수익률을 따지면 고객들에게 결코 유리한 상품은 아니라는 얘기죠. 사실 홍콩이나 싱가포르 등 다른 나라에서는 판매되기 힘든 상품입니다. 무엇보다 정보의 비대칭은 물론 수익률과 손실률 간 비대칭이 지나치게 크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였다고 판단되네요. 반면 멀티에셋과 글로벌 채권 펀드의 경우 비슷한 기대 수익률에도 불구하고 손실 방어에도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는 상품이죠."

불확실성 시대 투자 해법은 '멀티에셋+글로벌 채권 펀드'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75호(2019년 12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