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달라진 상증세법은

[한경 머니 기고=이용 파트너·양재영 회계사 삼일회계법인 상속증여전문팀] 송구영신(送舊迎新)은 ‘옛것은 보내고 새로운 것을 맞이한다’는 의미다. 세법도 마찬가지. 지난해 말 세법개정안이 국회에서 우여곡절 끝에 통과됐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이하 상증세법)’은 예년에 비해 많은 부분이 개정되지는 않았으나, 2020년 새해를 맞이하는 현시점에서 주목할 만한 몇 가지 주요 개정 내용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가업상속공제 요건 완화
상증세법에서는 ‘가업’을 승계하는 기업인에게 원활한 승계를 지원하기 위해 ‘가업상속공제’ 제도를 두고 있으나, 당초 취지와는 달리 가업상속공제를 적용받기 위한 요건이 매우 까다로워 그 실효성에 대한 논란이 많다. 이에 법 개정 및 보완에 대한 필요성이 존재했는데, 이를 일부 반영해 이번 상증세법 개정 시 가업상속공제 제도의 적용 요건이 다소 완화됐다.


가업상속공제 제도와 관련해 개정된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우선 상속인이 가업상속공제를 적용받은 경우에는 일정 기간 동안 법에서 정한 요건(사후관리 요건)을 지켜야 하는데 그 기간이 10년에서 7년으로 완화됐고, 사후관리 요건 중 하나인 고용 유지 요건이 ‘정규직 근로자 인원’ 또는 ‘총 급여액’ 중 한 가지만 법에서 정한 일정 수준 이상만 유지하도록 완화됐다.


또한 기업을 보다 탄력적으로 운영해 빠르게 변화하는 경영 환경에 대응할 수 있도록 업종 유지 요건을 완화해 기존 법에서는 표준산업분류상 소분류 내에서만 업종 변경을 허용했던 것을 중분류 내로 그 범위를 확대했고, 전문가위원회 심의를 거친 경우에는 중분류 외에서도 업종 변경을 허용했다. 아울러 상속인은 가업상속공제를 받은 후 5년 동안 해당 가업용 자산의 20% 이상을 처분할 수 없으나, 업종 변경 등의 사유에 따라 자산을 처분 또는 재취득해야 하는 경우에도 예외적으로 처분할 수 있도록 개정됐다.


그러나 일부 적용 요건이 완화된 것뿐만 아니라 세제 혜택에 따른 책임도 강화돼 피상속인 혹은 상속인이 가업의 경영과 관련해 탈세 또는 회계부정으로 형사 처벌을 받은 경우에는 가업상속공제 혜택을 받지 못하게 함으로써 가업상속공제 제도의 실효성 제고와 더불어 기업 경영의 투명성까지 확보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했다.


동거주택상속공제 확대
상증세법에서는 부모가 사망한 경우 그 자녀와 부모가 10년 이상 함께 살았던 동거 주택의 가격을 상속세 과세가액에서 일부 공제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동거주택상속공제’는 가족의 형태가 점차 소핵화함에 따라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부모 봉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지원책으로 정부는 이번 법 개정을 통해 세제 지원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개정이 이뤄졌다.


개정 전에는 동거 주택 가격의 80%까지만 상속세 과세가액에서 공제하고 공제 한도는 5억 원에 불과했으나, 개정 후에는 공제율이 100%까지 확대됐으며 공제 한도도 6억 원으로 증가했다. 또한 상속인이 무주택자인 경우에만 동거주택상속공제가 가능했으나, 무주택자인 경우뿐만 아니라 피상속인과 공동으로 1세대 1주택을 보유한 경우에도 상속공제가 가능하도록 개정됐다.

2020년 달라진 상증세법은

연부연납 특례 대상 확대 및 요건 완화
상속세는 다른 세법들과는 달리 피상속인이 사망한 경우에 오랜 기간 축적한 재산에 대해 일시에 과세되므로, 상속인에게는 막대한 세금을 납부해야 하는 부담이 생기기 마련이다. 이러한 부담을 덜어 주기 위해 상증세법에서는 5년간 납부할 수 있도록 ‘연부연납’ 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며, 상속재산 중 가업상속재산이 50% 이상인 경우에는 20년 동안 상속세를 납부할 수 있는 특례 규정이 있다. 이 특례 규정에 대한 적용 요건이 이번 법 개정 시 전반적으로 완화됐다.


개정 전에는 중소기업과 매출액 3000억 원 이하 중견기업이 특례 적용 대상이었으나, 중견기업의 매출액 기준이 삭제돼 중소기업과 전체 중견기업으로 대상이 확대됐다. 피상속인의 지분 보유 기간 요건은 10년 이상에서 5년 이상으로 완화됐고, 피상속인의 대표 재직 기간 요건도 완화돼 가업 영위 기간 중 30% 이상이나 5년 이상의 기간 혹은 상속개시일 이전 5년 중 3년 이상 대표이사로 재직한 경우에 특례를 적용할 수 있도록 개정됐다. 또한 상속인의 경우 상속 전 2년 이상 가업에 종사해야 하는 요건이 삭제돼 상속세 신고기한 내 임원으로 취임하고 2년 내 대표이사로 취임하면 특례 적용이 가능해졌다.


한편 앞서 살펴본 사항들 이외에도 조세 제도를 보다 합리화하고 공정 경제 및 과세 형평을 제고시킬 수 있도록 여러 개정이 이뤄졌다. 납세자 입장에서는 세법에 따른 정확한 세금을 납부하기 위해서는 개정된 법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 특히 가산세와 같은 예기치 못한 세법상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적시에 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해 자신의 상황에 맞는 적절한 솔루션을 제안받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77호(2020년 02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