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노트]웃음까지 거리 두진 마세요
[한경 머니=한용섭 편집장]국내에 첫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지도 어느덧 2달이 넘어가고 있지만 아직까지 이전 일상으로 복귀하는 일은 요원해 보입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코로나19 대응을 ‘제3차 세계대전’에 비유했듯 전 세계는 지금 총성 없는 전쟁으로 인해 이제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공포와 단절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나마 국내의 경우 조기에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실행해 폭발적인 코로나19의 확산은 어느 정도 막아 내는 모양새입니다. 하지만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인해 산업 생태계 곳곳에 폭탄을 맞은 듯 균열이 생기며 실업과 폐업, 구직 포기가 넘쳐나는 등 일과 삶의 밸런스는 심각하게 무너져 내리고 있습니다. 사회 전반에 웃음기가 말라 가고 있는 거죠.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3월 비경제활동인구 중 ‘쉬었음’ 인구는 236만6000명으로 1년 전보다 36만6000명(18.3%) 증가했다고 합니다. ‘쉬었음’ 인구는 일할 능력이 있지만 병원 치료나 육아, 가사 등 구체적인 이유 없이 일하지 않는 사람들입니다. ‘쉬었음’ 인구수와 증가 폭 모두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03년 이후 역대 최대라고 하네요.

한경 머니가 빅데이터 분석 사이트 썸트렌드(SomeTrend)를 통해 1월부터 4월 16일까지 검색어 변화를 살펴본 결과 2019년 1~3월 월 평균 20만 건 안팎에 이르던 ‘여행’에 대한 언급량은 올해 3월에는 5만 건 수준으로 급감했다고 합니다. 어느새 봄은 왔지만 거리 두기의 일상화로 사람들은 안으로 꼭꼭 문을 걸어 잠그고 있다는 소리입니다.

한경 머니의 5월호 빅 스토리 ‘원더풀, 인도어 라이프’는 조금은 우울하고 음습해 보이는 이른바 ‘집콕’의 상황을 다루고 있습니다. 다시 생각해 보면 코로나19 이전부터 ‘집콕생활’은 일상의 트렌드로 부상했었습니다. 다만 그것이 최근 들어 여러 선택지 중 하나가 아닌 의무가 돼 버렸다는 것이 문제이긴 하지만요.

김진세 신경정신과 원장은 “자칫 집콕생활로 가족 간 짜증지수가 올라갈 수 있는데, 보드게임이나 집콕 요리 등을 통해 평소 함께할 시간이 많지 않았던 가족 재발견의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고 전합니다. 가족 간 웃음까지 거리 두기를 하지 말라는 충고입니다.

더불어 박한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사회적 거리 두기는 사람들을 만나지 말라는 것이지, 방 안에만 갇혀 있으라는 것은 아니다”라며 사회적 거리 두기는 하되 심리적 거리는 좁히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필연인 듯 한경 머니의 5월호는 코로나19와 관련된 콘텐츠로 가득 채워져 있습니다. 스페셜
‘언택트 이코노미’에서는 포스트 코로나의 주축으로 떠오른 비대면·비접촉 언택트 경제의 움직임을, ‘코로나19 외상 후 스트레스 예방은’과 ‘수(手)난시대, 주부습진 주의보’에서는 코로나19 이후의 건강관리를, ‘코로나19 이후 버킷리스트 여행지 4選’에서는 멋진 일상으로의 복귀를 꿈꿔 봤습니다. 한경 머니의 콘텐츠들이 우울하게 처져 있는 일상에서 백신과 같은 역할을 했기를 기대해 봅니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80호(2020년 05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