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g story] 빅데이터로 본 슬기로운 ‘집콕생활’

[한경 머니 = 배현정 기자] 추운 겨울, 두려움으로 시작한 ‘집콕생활’에 ‘봄’이 왔다. 바이러스를 피한 ‘은둔생활’이 집콕 챌린지로 거듭나고 있다. 한경 머니가 빅데이터 분석 사이트 썸트렌드(SomeTrend)를 통해 지난 1월부터 4월 16일까지 집콕, 언택트, 외출 등 연관검색어를 통해 언급량과 관련 검색어의 변화를 살펴봤다. 최근 3개월간 ‘인도어 라이프’가 사용된 맥락을 분석한 결과, 집콕생활에 대한 인식은 시간이 흐르면서 슬기로운 문화 콘텐츠로 거듭나고 있다.


여행 검색어 4분의 1로 급감, 집콕은 50배 폭증

[big story] 빅데이터로 본 슬기로운 ‘집콕생활’
현재는 슬기로운 집콕생활이 대세로 떠올랐지만, 연초만 해도 집콕이란 말은 하루 300~400건 언급에 그쳤다. 썸트렌드를 통해 집콕을 키워드로 1월 16일부터 31일까지 언급된 검색어는 총 1만7470건으로, 검색어 1~5위는 집(2483건), 육아(2060건), 코로나(2011건), 바이러스(1763건), 우한폐렴(1462건)이었다. 이외에도 ‘돈’, ‘아침’, ‘증상’, ‘밥’ 등 현실적 키워드가 눈에 띄었다. 바이러스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 휴교(휴원) 등으로 인한 육아 고민 등이 주를 이뤘다.


집콕생활에 대한 관심이 폭발한 것은 2월 이후다. 집콕 언급량은 2월 23일에는 1만6457건, 2월 29일에는 1만8887건으로 폭발적 증가했다. 썸트렌드 매거진의 ‘반복되는 집콕생활, 내일은 뭐하지?’ 리포트를 펴낸 염한결 썸트렌드 에디터는 “2월 19일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 확진자가 대구에서 무더기 발생한 직후 전 국민이 여행과 나들이를 자제하면서 본격적인 집콕생활이 시작됐다”며 “사회적 거리 두기의 목적으로 집 안에서의 생활이 늘면서 집콕의 언급이 나들이의 언급량을 앞서게 됐다”고 분석했다.


2019년 1~3월 월 평균 20만 건 안팎에 이르던 ‘여행’에 대한 언급량은 2020년 3월에는 5만 건 수준으로 급감했다. ‘나들이’에 대한 언급량도 2월 20일 이후 급감했다. 2월 20일만 해도 ‘나들이’ 검색어가 3952건으로 집콕 3449건에 앞섰지만, 2월 21일에는 집콕 5760건, 나들이 2778건으로 관심 순위가 바뀌었고, 2월 23일에는 집콕 1만6530건, 나들이 4551건으로 압도적으로 추월했다.


집콕생활에 대한 인식도 점점 달라지기 시작했다. 2월 1주 차(2월 2~8일) 집콕 관련 연관어에는 부정적 연관어가 전체의 80%를 차지했다. 바이러스로 인한 ‘울며 겨자 먹기’식 집콕생활에 대한 두려움이 지배적이었다. 이 기간 감성어 랭킹을 보면, ‘힘들다’(949건), ‘답답하다’(679건), ‘무섭다’(696건), ‘심심하다’(639건) 등의 어려움이 가득했다.


그러나 4월 들어 ‘집콕’ 검색어는 긍정적 연관어가 부정적 연관어의 비율을 넘어섰다. 4월 1주 차(4월 5~11일) 감성 연관어를 보면, ‘슬기로운’(1만7건), ‘다양한’(9972건), ‘좋다’(573건) 등의 긍정 연관어가 전체의 49%로 조사됐다. ‘심심하다’(517건), ‘힘들다’(379건), ‘지루하다’(288건) 등의 부정 연관어는 전체의 45% 수준이다.

[big story] 빅데이터로 본 슬기로운 ‘집콕생활’

‘신나는 외출’이 ‘개념 없는 외출’로


코로나19 이후 ‘외출’에 대한 개념도 바뀌었다. 외출과 함께 사용된 연관어를 분석해 보면, 연초(1월 2주 차)에는 ‘좋다’(285건), ‘신나다’(128건) 등 긍정적 연관어의 비율이 76%였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외출은 두렵고 무책임한 행동으로 눈총을 받았다. 4월 1주 차(4월 5~11일) 연관어를 보면, ‘개념 없다’(1990건), ‘위험’(568건), ‘무책임한’(523건) 등 부정적 연관어가 60%에 이르렀다. 긍정적 연관어는 9%에 그쳤다.


‘언택트(untact)’는 코로나19로 인해 혜성처럼 새롭게 부각됐다. 언택트 언급량은
1월에는 하루 1~2건 수준에서 2월 3일 42건, 3월 9일 128건, 3월 23일 308건 등으로 확대일로에 있다. 3월 언택트 연관 검색어는 주로 소비, 업계, 플랫폼, 마케팅, 빅 이슈, 신간, 투자, 지원 등으로 새로운 소비(서비스) 트렌드에 대한 기대감과 관심이 반영됐다.

[big story] 빅데이터로 본 슬기로운 ‘집콕생활’

[big story] 빅데이터로 본 슬기로운 ‘집콕생활’

놀이로 변모한 집콕생활


400번 이상 저어야 하는 ‘달고나커피’, 1000번 저어 만드는 ‘수플레 계란’ 등 코로나19로 바쁜 일상에 브레이크가 걸리면서 아날로그식 ‘느릿한’ 생활이 새로운 유행처럼 떠올랐다. 놀이로 변모한 집콕생활은 ‘문화’로도 확산 중이다. 4월 5일부터 4월 16일까지 ‘집콕생활’로 평판분석을 조회한 결과, 연관어로 ‘집콕 챌린지’(1만1603건), ‘콘텐츠’(1만708건), ‘문화’(1만570건) 등이 나타났다.


놀이에 대한 관심도 부쩍 높아졌다. ‘놀이’ 검색어는 2월 4주 차 11만3634건, 3월 3주 차 19만7968건, 3월 5주 차 23만820건으로 급증하고 있다. 이러한 ‘놀이’는 특별함이 아니라 생활이 곧 놀이의 차원이다. 관련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원문을 살펴보면, ‘# 400번 아니고 4000번 ㅋㅋㅋ. 달고나커피. 근육 생길 것 같음’, ‘참 좋은 세상. 케이크도 DIY’ 등 요리와 놀이 인증이 속속 올라온다.


아이돌 스타를 비롯해 문화관광부, 대한체육회와 각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집콕 놀이’의 확산에 힘을 더하고 있다. 대한체육회는 국가대표와 함께하는 ‘집콕 운동’ 채널을 개설했고, 문화체육관광부는 각종 독서 콘텐츠를 통해 슬기로운 독서생활을 지원한다.


김진세 신경정신과 원장은 “자칫 집콕생활로 가족 간 짜증지수가 올라갈 수 있는데, 보드게임이나 집콕 요리 등을 통해 평소 함께할 시간이 많지 않았던 가족의 재발견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80호(2020년 05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