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제 180호 (2020년 05월)

[백정림의 앤티크] 아르데코, 심플함의 삶으로 이끌다

기사입력 2020.05.06 오전 11:55

[한경 머니=백정림 갤러리 이고 대표·<앤티크의 발견> 저자 | 사진 서범세 기자] 미니멀리즘과 단색조의 인테리어. 요즘 커피숍 그 분위기, 어디에서 왔을까. 

[백정림의 앤티크] 아르데코, 심플함의 삶으로 이끌다

(사진_아래부터 시계 방향으로) 크랜베리 핑크가 아름다운 크리스털 수프볼과 디너 접시(빅토리안), 크랜베리 핑크 우유 저그(아르누보), 바카라 크리스탈 센터피스, 화병, 물컵(빈티지), 에나멜로 기하학적 문양을 표현한 티파니의 센터피스(아르데코).


요즘 새로 짓거나 인테리어를 새로 하는 상업 공간의 실내는 거의 대부분 기하하적인 패턴의 장식과 회백색 벽, 그리고 철제 프레임으로 꾸며진 것을 볼 수 있다. 이렇게 주변의 상업 공간에서 자주 접하게 되는 직선의 매끄러움이 특징인 인테리어 경향은 모두 아르데코 스타일이라고 말할 수 있다.

직선 형태·반복 패턴, 단순함의 미학 

그러면 아르데코는 언제부터 심플과 블랙, 강한 색상의 대비를 나타내며 모던함을 대변하게 됐을까. 영화 <위대한 게츠비> 속 인테리어와 식탁 세팅은 아르데코 예술의 전형을 나타낸다. 영화의 배경은 1920년대 후반으로, 이 시기는 인류가 오랜 신분제도에서 벗어나 경제가 사람들의 가장 중요한 관심사로 대두되며 중산층이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하던 시점이다.

[백정림의 앤티크] 아르데코, 심플함의 삶으로 이끌다
[백정림의 앤티크] 아르데코, 심플함의 삶으로 이끌다

(사진_위부터) 핑크에 스털링이 조각된 세브르 화병(19세기), 핑크 컬러가 아름다운 아르데코 분위기의 반지(이고 갤러리).

문화 주체가 전통과 역사 속에 살던 귀족층에서 신흥 상공인으로 자리를 바꿈에 따라 인류의 소비 패턴에도 많은 변화가 생기게 됐다. 18세기부터 유럽에 불어 닥친 중국과 일본 문화에 대한 열풍은 유럽을 꽃과 식물, 물고기 등 자연을 모티브로 하는 아르누보 시대로 이끌었다.

아르누보는 연속적인 곡선을 강조하며 귀족풍의 화려한 형태가 특징이었다. 수공예를 숭상하며 장식적이었던 이 예술사조는 산업화로 인한 대량 생산과 제1차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그 복잡함으로 인해 쇠퇴한다. 이에 대한 반동으로 기계생산과 어울리며 직선적인 형태와 반복되는 패턴으로 표현되는 아르데코가 등장한다.
[백정림의 앤티크] 아르데코, 심플함의 삶으로 이끌다

(사진) 살구빛 압축 크리스털 터피스(아르데코).

자동차로 시작된 교통혁명은 1900년대 초 비행기까지 등장하며 대륙 간 이동이 수월해졌다. 자유로운 여행과 풍요로운 삶에 대한 장밋빛 희망으로 사람들은 한껏 들뜨게 됐고, 더 풍요로운 소비를 위해 수공예보다는 기계에 의한 대량 생산이 선호됐다. 아르데코 양식의 밝은 표면과 기하학적인 무늬는 단순 반복되는 기계생산을 가능케 했고, 이는 모든 분야에서 역동적인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미국의 사회 현실과 잘 맞아떨어졌다.

세계 시장의 중심으로 자리 잡은 뉴욕에서 아르데코는 더욱 급속히 퍼져 나갔는데, 여기에는 1920년대 등장한 TV와 영화의 보급이 큰 역할을 했다. TV와 영화에 등장하는 아르데코의 실내장식과 테이블 웨어는 모든 사람이 추종하는 디자인이 됐고, 곧 심플함이 현대적 아름다움으로 인식됐다.

기하학적인 형태와 반복되는 패턴은 이 시대 지어진 건축의 실내장식과 식탁에 올린 다양한 테이블 웨어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아르데코 시대에 만들어진 티포트, 트레이, 커트러리의 손잡이는 상아로 장식된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디너 접시 또한 은과 흑수정 등으로 장식돼 강렬한 색의 조화를 나타낸다. 그릇의 가장자리에는 짙은 색감의 라인을 둘렀고 기하학적 문양 혹은 추상적인 문양이 많이 표현됐다.

세계 시장의 중심으로 자리 잡은 뉴욕에서 아르데코는 더욱 급속히 퍼져 나가며 심플한 디자인으로 현대적 아름다움을 대중에게 인식시켰다. 이 사조는 제2차 세계대전 후 잠시 퇴색했지만 직선의 심플함으로 오늘날에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백정림의 앤티크] 아르데코, 심플함의 삶으로 이끌다

(사진) 심플함이 돋보이는 우리의 옛 보자기로 만든 액자(조선시대 & 빈티지).

동양미학, 현대로의 화려한 귀환 

사실 직선의 단순미와 단색의 조화로 표현되는 아르데코의 미니멀리즘은 우리 고유의 가옥 형태인 한옥과도 무관하지 않다. 한옥은 흰색의 한지를 바른 실내 배경 속에 짙은 밤색 계통의 목가구와 기둥이 소박하고 담백한 조화를 이루도록 꾸며졌다. 이러한 우리 고유의 미니멀한 멋스러움은 현대적 아름다움으로 인식되는 심플함과도 일맥상통할 수 있는 것으로 늘 우리 곁에 있어 왔던 정서다.

우리의 옛것 중에서 심플한 아름다움이 돋보이며 실생활에서 함께했던 것은 보자기였다. 주머니가 없었던 우리 선조들의 의복 특징으로 인해 보자기는 물건을 지니고 나르고 보관하는 데 쓰여 왔다. 특히 의복을 만들고 남은 자투리 천으로 만든 조각보의 심플한 현대적 매력은 그 기하학적 구성과 색감의 놀라운 조화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의 미니멀한 아름다움의 백미는 아마도 옛 가구일 것이다. 조선의 목가구는 작지만 그것이 주는 특별한 힘이 있다.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그대로 살린 나뭇결과 최소한의 장식에서 우리는 선조들의 미니멀리즘을 배운다. 미니멀이 대세인 요즘 그림도 구상보다는 비구상인 단색화가 대세이고, 집의 인테리어도 흑백의 심플함을 추구하는 것이 세련된 것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화이트로 마감한 아파트 벽을 배경으로 짙은 나무색의 조선 목가구를 들여 놓으면 심플함의 오리진은 바로 선조들의 미학에 있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매우 화려한 공간이든 아주 심플한 공간이든 그 어떤 공간에서도 화룡점정처럼 맑은 기운으로 전체 인테리어를 정리해 주는 것이 바로 우리의 옛 가구다.

[백정림의 앤티크] 아르데코, 심플함의 삶으로 이끌다
[백정림의 앤티크] 아르데코, 심플함의 삶으로 이끌다

(사진_위부터) 은분으로 문양을 표현한 스털링 오버레이 크리스털 접시(아르데코), 핑크 도자기 트레이(아르누보).

모든 생활이 편리함을 위주로 맞춰지고, 그러한 여건을 배경으로 하는 심플한 아르데코의 기조는 우리와 만족스러운 동행을 하고 있다. 산업혁명 이후 소비시대를 맞이한 현대 사회에서 문화적인 주류를 만들었던 아르데코는 1980년대, 1990년대 대중문화에서 모던을 대표하는 디자인으로 다시 등장해 오늘날까지 우리 주변의 공간을 세련되게 꾸미고 있다.

이렇게 요즘의 바쁜 생활과 잘 부합하는 아르데코 스타일을 적극 활용하고, 거기에 덧붙여 우리 고유의 소박하고 담백한 조선 목가구를 조화시키는 것도 좋을 것이다. 현대적으로 꾸며진 실내 한 모퉁이 어딘가에 고졸한 우리의 전통가구 하나로 멋을 내 보는 것도 행복한 작업이 될 것이다.

 

앤티크 컬렉터 백정림은…
하우스 갤러리 이고의 백정림 대표는 한국 앤티크와 서양 앤티크 컬렉터로서, 품격 있고 따뜻한 홈 문화의 전도사다. 인문학과 함께하는 앤티크 테이블 스타일링 클래스와 앤티크 컬렉션을 활용한 홈 인테리어, 홈 파티 등을 제안하고 있다. 이고갤러리 02-6221-4988, 블로그 blog.naver.com/yigo_gallery, 인스타그램 yigo_gallery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80호(2020년 05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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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20-05-06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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