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택트 시대, 남녀의 성생활은

[한경 머니 기고=배정원 행복한성문화센터 대표·성전문가·보건학 박사·유튜브 ‘배정원TV’]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대가 불러온 언택트(untact)의 화두는 남녀 간 섹스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을까. 거리 두기를 강조하는 코로나19 방역 대책과 접촉이 불가피한 남녀의 성생활은 절묘한 조화를 이뤄낼 수 있을까.

“우린 지난 1월부터 만나기 시작했어요. 지금 한창 뜨거운 관계이고 서로를 알고 싶은 단계인데, 섹스를 포함해 성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하는 기사를 많이 봤어요.”

“코로나19 거리 두기로 가급적 재택근무를 하라고 하잖아요? 우리 부부도 요즘 집에 함께 있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사랑을 나누고 싶은 무드가 자주 만들어지는데 그때마다 걱정이 돼서요. 괜찮을까요?”

2020년이 희망차게 시작되던 1월 말부터 무서운 기세로 퍼지기 시작해 결국 세계보건기구(WHO)로부터 세계적 대유행병 팬데믹(pandemic)을 선언하게 만든 코로나19는 지금도 그 기세가 꺾이지 않고 세계인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코로나19가 중국에 이어 무척 빠르게 확산됐으나 세계로부터 칭찬받을 만큼 잘 대처해 오고 있다. 그러나 사회적 거리 두기를 외면한 일부의 밀접 접촉을 통한 감염 등으로 긴장을 풀 수 없는 상황을 여러 번 겪었고, 섣불리 코로나19와 관련된 전망을 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코로나19 상황에서 가장 우려되는 것은 접촉이다. 특히 섹스를 포함한 성행동은 손잡기, 만지기, 입 맞추기, 핥기, 빨기 등 입과 손과 성기의 접촉이 필수이고, 침 등 점액이 교환되는 행위라 거리 두기를 해야 할 상황에서 성행동은 경계의 대상인 것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침이나 점액으로 감염되기 때문에 키스는 특히 감염의 위험이 높은 행위다. 특히 입술만 건조하게 맞추는 정도가 아닌 프렌치키스는 침이 교환되기 때문에 우려할 만하다. 또한 입과 손을 사용한 애무, 입과 얼굴 비비기 역시 마찬가지다.

발 빠르게 미국에서는 이미 코로나19에 감염된 중국 남성들의 섹스를 연구한 바 있는데 이에 따르면 정액과 질액에서 바이러스는 발견되지 않았으며, 삽입섹스나 항문섹스를 통한 바이러스 감염은 아직 없었다고 한다. 다만 감염자의 대변에서 바이러스가 발견됐다. 그래서 항문을 애무하는 것은 위험할 수도 있다고 한다.

새로운 파트너와의 섹스는 더 조심해야 하지만, 같이 사는 커플인 경우는 증상이 없고, 노출의 위험이 없다면 각자 위생에 조심한다는 전제 아래 가능하다. 섹스 전후에 손과 몸을 깨끗하게 씻는 것은 기본이다. 코로나19는 무증상인 경우에도 감염 우려가 높다고 하니 장례식이나 결혼식같이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 다녀왔다면 주의해야 한다.

또 열이 나거나 기침, 근육통, 호흡곤란 같은 증상이 있다면 당연히 자가격리를 하고 증상을 살펴본 후 약의 도움 없이 발열이 가라앉거나 증상들이 완전히 사라졌을 때야 비로소 가능하다.

하지만 섹스는 알다시피 면역력을 향상시키고 삶의 즐거움, 서로의 친밀감과 결속감을 높이는 행위이기 때문에 어려운 시기를 지나면서 서로를 격려하고 응원하는 멋진 방법이니 절대 금욕을 요구하는 것이 오히려 공공보건에 역행하는 길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또 격리 기간이 길어지면서 커플이 같은 공간에서 함께 하는 시간도 길어지는데 이 시간들을 그간 무심했던 서로를 다시 알아가고, 낭만적인 관계를 만들어 가는 데 사용하면 더없이 좋을 것이다.
언택트 시대, 남녀의 성생활은

◆보건과 섹스, 세계 각국의 대책은

성전문가로서 내게 흥미로웠던 것은 다른 나라들의 코로나19와 성생활에 대한 대처 반응이었다. 사람의 기본적인 욕구이며, 사랑의 표현 방법이고, 즐거움 추구의 멋진 방법이라 ‘삶의 질’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섹스를 포함한 성생활에 대한 국가적 대책이 공공연히 요구되기도 하고, 미국과 영국을 비롯한 몇몇 나라는 정부에서 이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이미 스웨덴 같은 나라에서는 세계적 유행인 ‘저출산’에 대응해서도 국민들에게 ‘섹스를 하라’고 보건성에서 캠페인을 벌인 바 있다. 사랑하는 연인들의 성은 고사하고 부부의 건강한 섹스조차 공공연하게 말하기 어려워하는, 여전히 닫힌 우리 사회의 성문화 속에서 ‘코로나19의 상황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성생활에 대한 지침을 내리는 이야기’는 언감생심이어서 건강한 성을 보건과 생활의 영역에서 다루는 그 나라들의 성의식과 태도가 정말 부럽기만 하다.

혹시 우리나라 보건복지부가 이런 지침을 내렸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언론을 포함해 엄청난 부정적인 댓글과 비난이 쏟아졌을 것이다. 아마도 청와대에 청원도 만들어졌을 것 같다.
미국이나 영국의 보건성에서는 조금이라도 증상이 있거나 의심될 때는 부부라 하더라도 성행동을 하지 말아 줄 것을 권했으며(심지어 무증상일 때도 감염될 수 있기 때문에), 삽입섹스보다는 혼자 하는 가장 안전한 섹스인 자위행위를 추천하고 섹스토이를 위생적으로 사용할 것을 지침에 포함하고 있다.

그들이 생각하기에 성은 자연스러운 우리의 욕구이고, 그 표현을 통해 훨씬 생산적이고, 행복한 삶의 질을 만들어 내는 것이라는 사회적 동의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실제로 미국, 인도, 캐나다, 뉴질랜드(조사를 안 해서 그렇지 아마 우리나라도)의 온라인 섹스토이 시장은 작게는 몇 배에서 크게는 몇백 배의 수입 증가를 기록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접촉을 하기 어려운 시대이고, 스킨십이 경계되고 있는 이 상황에서도 멋진 데이트를 위해 관능적인 연애편지를 나누고, 에로물을 함께 읽고, 화상전화 데이트를 하는 등 상상력을 동원하고, 화상채팅, 섹스팅 등을 통해 성생활을 계속할 것 또한 권유하고 있다.

아뿔싸. 새로운 파트너를 만나고 건전한 데이트를 위한 화상채팅이나 섹스팅이 안전을 전혀 보장하지 못하고, 심지어 얼마 전 우리를 경악하게 했던 ‘n번방’ 같은 디지털 성범죄에 이용되는 우리 사회에서는 상상력이 동반된 데이트조차 요원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배정원 행복한성문화센터 대표·성전문가·보건학 박사·유튜브 ‘배정원TV’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81호(2020년 06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