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nance 제 181호 (2020년 06월)

보장자산 활용한 슬기로운 효도계약서는

기사입력 2020.05.28 오후 03:52

보장자산 활용한 슬기로운 효도계약서는


[한경 머니 기고=김승동 뉴스핌 기자]노후를 맞이한 자산가들에게는 고민이 있다. 자녀 등 피상속인들에 대한 상속·증여의 시점이다. 

너무 일찍 증여를 할 경우 부모 봉양을 소홀히 할까 걱정이고, 그렇다고 증여를 미루면 
가족 분쟁의 불씨가 될 수 있다. 이 같은 고민을 해결해 줄 솔루션 중 하나가 바로 효도계약서다.  

자산가 A씨는 증여를 고민하다 2명의 자녀들과 함께 ‘효도계약서’를 작성했다. ▲1개월에 1번 이상 손주들과 방문할 것 ▲설과 추석 등 명절에는 1박 이상 가족과 함께하며, 부모에게 용돈을 지급할 것 ▲부모의 생일에는 선물을 제공할 것 등이 포함된 내용이다. 자녀가 효도계약서를 잘 지키면 사후 증여가 이뤄지지만, 계약서를 잘 이행하지 않으면 재산의 일정 부분을 제3자에게 기증한다는 내용이다. A씨는 효도계약서 작성 후 자녀들과 사이가 더 돈독해졌다고 귀띔한다.

노후를 맞이한 자산가들은 ‘언제, 어떻게 자녀 등 유가족에게 재산을 물려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크다. 너무 일찍 물려주면 자녀들이 부모 봉양을 소홀히 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반대로 생의 마지막까지 움켜쥐고 직접 관리하면 사후에 자녀 간 분쟁거리가 된다. 최근 자산가들 사이에서는 ‘효도계약서’를 작성하고, 이 효도계약서에 따라 사후 재산을 분배하는 방법에 대해 관심이 늘고 있다. 특히 효도계약서에 따라 종신보험이나 상속연금보험 등 보장자산 보험금도 나눌 수 있다.

‘효도계약서’는 증여 계약의 한 유형이다. 다만 일반 증여계약서와 다른 점이 있다. 증여계약서는 편무계약(片務契約: 당사자만 이행하고 상대방은 이에 대응하는 반대급부가 없는 계약)인 반면, 효도계약서는 쌍무계약(雙務契約: 당사자 양쪽 모두 서로 대가적 의미를 부담하는 계약)에 속한다. 즉, 효도계약서를 작성하면 이는 단순증여가 아닌 부담부(조건부)증여가 된다.

◆가족 분쟁 막아 줄 효도계약서는 

흔히 증여 후 언제든지 자녀에게 재산을 돌려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민법 제558조(해제와 이행 완료 부분)에 따라 소유권 이전 등 이미 이행한 재산에 대해서는 어떤 이유에서도 해지할 수 없다. 다만 효도계약서 등을 작성할 경우 민법 제561조(부담부증여)에 따라 쌍무계약에 대한 규정이 준용된다. 즉, 자녀가 계약서에 명기한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을 때에는 비록 증여가 이미 이뤄졌더라도 증여자는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대법원 1997. 97다2177). 즉, 부모가 건강할 때 자녀에게 재산의 상당 부분을 증여한 다음에라도 다시 증여한 자산을 찾아올 수 있는 것이다. 이때 효도계약서에 자녀의 이행 의무를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이를 잘 이행하지 않을 경우 증여한 재산 반환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명시하는 조건이다.

자산가 A씨도 이와 같이 효도계약서를 작성했다. 효도계약서를 작성할 당시에는 마찰이 없지 않았다. 가족끼리 계약서를 작성할 필요성에 대한 문제부터 계약서 내용이 너무 구체적이라는 불만도 있었다. 그러나 효도계약서를 작성한 후에는 오히려 문제가 줄었다. 바쁜 일상을 핑계로 보기 힘들었던 자녀와 손주들과의 관계도 더 돈독해졌다. 비로소 한 가족처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된 것이다.

A씨는 이를 위해 최대한 효도계약서를 작성했음은 물론 자녀의 서명, 지장까지 받았다. 향후 자녀가 효도계약서를 이행하지 않았을 때 이에 대한 입증을 부모가 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이때 지나치게 인신을 구속하거나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방해하는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으면 계약 자체가 무효가 될 수 있다. 민법 제103조(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 및 제104조(불공정한 법률행위)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이런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담당 변호사에게 문의하는 절차까지 진행했다. 또 만약을 위해 효도계약서의 계약 해제 사유와 해제 이후 후속 절차에 대해서도 명기했다. A씨는 후속 절차로 사회환원을 택하고, 기부할 곳까지 지정했다. 

또 보장자산인 사후 보험금까지 해당 내용을 정리했다. A씨가 피보험자로 가입된 보험은 상속형연금보험과 종신보험이다. 상속형연금보험은 피보험자가 사망하면 가입 원금을 지급한다는 조건의 상품이다. 납입 원금을 상속하는 대신 원금에서 발생하는 이자를 매월 지급하는 형태다. 종신보험은 사망 시 고액의 보험금이 나온다. 이 두 보험의 보장자산에서 지급하는 금액도 상당하다.

A씨는 사후 분쟁을 줄이기 위해 수익자도 배우자에서 자녀로 변경했다. 즉, 효도계약서 조건에 따라 형제들이 가져갈 수 있는 보험금을 나눠 놓은 것. 보험은 2명 혹은 3명 등 복수의 수익자 설정이 가능하다는 점을 활용했다. 향후 있을지 모를 재산 분쟁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김명환 한화생명 경인FA센터 파이낸셜어드바이저(FA)는 “최근 자산가들은 여러 방법으로 재산을 상속·증여한다”며 “생전에 가족 화합을 위하고 사후 재산 분쟁을 최소화하기 위해 자녀와 함께 ‘효도계약서’를 작성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효도계약서를 구체적으로 작성하고 이에 대해 합의하면, 대부분의 경우 가족 간 사랑이 더 깊어진다”고 설명했다.

한편 효도계약서는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부모와 자녀 간에 암묵적으로 행해지는 ‘효도’를 거래의 대상으로 삼아 계약을 체결한다는 것 자체가 정서에 맞지 않다. 또 효도계약서에서 합의한 의무가 이행되지 않는다 해도 자녀를 상대로 소송하는 걸 원하는 부모는 거의 없다. 이에 효도계약서는 구두상 약속보다 조금 더 강한 결속을 다지는 가족 간 약속으로 생각하는 게 현명하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81호(2020년 06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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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20-05-28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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