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제 181호 (2020년 06월)

‘우아한’ 투자 습관, 아트테크 성패의 열쇠는

기사입력 2020.05.29 오후 01:12

‘우아한’ 투자 습관, 아트테크 성패의 열쇠는

[한경 머니 기고 = 윤보형 법무법인 정향 변호사] k팝 열풍이 뜨겁다. 같은 문화예술 영역이라선지 덩달아 K아트 시대도 곧 도래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미술 시장에 떠돌기도 한다. ‘아트테크(art-tech, 아트+재테크)’에 관심을 둔 사람들이라면 이런 기대감이 더욱 클 수밖에 없다.


2020년 기준 전 세계 미술 시장의 규모는 약 80조 원에 육박한다. 약 5000억 원대에 불과한 국내 미술 시장과 비교하면 엄청나게 큰 시장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전체 경제 규모에 비해 미술 시장의 규모가 워낙 작아 성장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재테크 대상으로 인정받는 미술작품
사실 미술 시장이 제대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훌륭한 작가와 이들을 발굴하는 아트딜러도 필요하지만, ‘열정 있고 소신 있는 컬렉터’가 시장에 얼마나 존재하느냐 또한 매우 중요하다. 쉽게 말해 컬렉터의 열정이 미술 시장에 자금을 돌게 하고, 컬렉터의 소신이 다양한 미술작품을 탄생시키는 동기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두 달여 전 필자는 한 출판사와 함께 <나는 샤넬백 대신 그림을 산다>라는 제목의 아트테크 도서를 출판하게 됐는데 이 과정에서 우여곡절이 적지 않았다. 변호사라는 본업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기도 하거니와, 한국 미술 시장의 규모가 그리 크지 않다 보니 ‘과연 책이 팔릴까’라는 의구심이 따라다녔다. 다행히 ‘베스트셀러’보다는 ‘스테디셀러’ 전략에 공감을 표해 준 해당 출판사 덕분에 어렵게 집필한 책이 빛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런 당초의 걱정과 달리 <나는 샤넬백 대신 그림을 산다>는 출판 열흘 만에 2쇄를 찍게 됐고, 이 글을 쓰는 지금은 4쇄까지 중쇄를 마친 상태다. 오랜 시간 공들여 집필한 책이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고 있다는 기쁨도 크지만, 무엇보다 아트테크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필자의 생각보다 크다는 사실이 매우 고무적으로 다가온다. 이는 미술작품이 단순히 감상하는 데 그치는 것을 넘어 재테크의 대상으로 인정받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쯤 되니 정말 한국 미술 시장이 K아트로서 세계 시장에서 인정받는 유쾌한 상상도 해 본다.


물론 아트테크를 실물(미술작품)이 아닌 책으로만 접하는 사람도 여전히 많을 것이다. 출판 이후 받은 이메일 피드백의 대부분은 특정 작가와 컬렉팅한 작품의 전망에 대한 문의이거나, 여전히 아트테크를 시작하기에 두렵다는 내용이었다. 이 둘은 다른 질문으로 보이지만 결국 어떻게 하면 성공적인 아트테크를 할 수 있는 가로 귀결된다. 그렇다면 아트테크의 ‘초고수’가 되는 지름길이 정말 존재할까. 이제 그 유일한 길에 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한다.


아트테크 성패를 결정하는 안목(眼目)
음악계에 ‘귀 명창’이라는 말이 있듯이, 미술계에도 ‘눈 명필’이라는 말이 있다. 안목이 출중한 사람을 가리키는 말인데 아트테크 성공 확률을 높이려면 스스로가 ‘눈 명필’이 돼야 한다. 안목이 높을수록 높은 수익률을 보장하는 컬렉션을 소장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다소 냉정하게 들릴 수 있지만 안목이 높지 않은 사람은 아트테크에 성공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


물론 당장은 눈 명필을 빌릴 수 있다. 금융상품처럼 아트딜러에게 투자할 만한 좋은 작품을 추천해 달라고 부탁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장기적 투자가 필수인 아트테크에서 이런 방식은 지속하기 힘들다. 나에게 좋은 작품을 보는 안목, 즉 ‘물고기 잡는 능력’이 있다면 컬렉팅이 훨씬 재밌어지고 딜러들도 함부로 대하지 못하는 컬렉터가 될 수 있다. 아트테크에 있어서 ‘안목의 성장’이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다.


그렇다면 수준 높은 안목, 이른바 ‘감식안’이란 무엇일까. 필자는 남들과 같은 것을 보지만 그 대상의 아름다움에 대해서 더 많이 보는 것, 더 가치 있는 것을 구별해 내는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안목은 수치화할 수 없어 당장에는 그 우열을 가리기가 어렵다. 하지만 위조품을 단박에 알아채는 감별사와 같은 눈을 가진 사람이 있는가 하면, 누가 봐도 안목이 별로인 컬렉터들도 있다. 즉, 안목을 수치화할 수는 없더라도 분명 그 우열은 존재하는 것이다.


미술 시장에서는 컬렉터의 컬렉션을 보면 그의 수준과 안목이 드러난다는 말이 있다. 필자 역시 그 말에 동의한다. 하지만 초보 컬렉터들은 구상적이고 화려한 작품을, 고수들은 추상적이고 미니멀한 작품을 소장하는 경향이 있다는 속설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선호하는 화풍은 안목의 높고 낮음에 따라 다른 것이 아니라 컬렉터의 성격과 놓여 있는 상황에 따라 다르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컬렉터들은 다른 컬렉터의 컬렉션을 보면서 현재 그가 처한 상황과 심리 상태 등을 짐작해 보기도 한다. 따분하고 무료한 일상을 보내는 사람들은 일단 눈으로 보는 것에서 화려함과 즐거움을 찾는다. 하여 조금 더 구상적이고 화려한 색감을 선호하는 것이다.
반면 격무에 시달리는 사람들은 일단 피곤하다. 그림을 보면서까지 시달리고 싶지 않아서 여백이 있어 마음에 머리를 쉴 수 있게 하고 마음이 편안해지는 추상이나 미니멀리즘을 선호하게 되는 경향이 있는 것이다.


안목을 키우는 작지만 중요한 습관들 
그렇다면 성공적 아트테크를 위한 ‘훌륭한 안목’은 어떻게 키울 수 있을까. 물론 특정 분야에서 천재성을 보이는 사람이 있듯이 안목도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모든 재능이 그러하듯 미술을 보는 안목 역시 다른 능력들처럼 후천적인 노력으로 충분히 길러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세상에 공짜는 없다’라는 말이 있듯이 안목을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절대적인 시간의 훈련이 필요하다.


얼마 전 인공지능(AI) 관련 회사를 운영하는 한 친구에게서 “안목을 대신하는 로봇도 곧 개발되지 않을까”라는 질문을 듣고 작은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AI가 인간의 사고 능력까지 대신할 수 있겠지만, 필자는 감히 인간의 감식안(鑑識眼)만큼은 기술이 대체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안목은 결국 ‘인간성의 응축’이고 미술 시장의 거대한 수요를 창출하는 것은 다름 아닌 안목의 ‘중첩’에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 안목의 중첩을 발견하려면 ‘시대를 읽는 혜안’이 바탕이 되지 않으면 안 된다. 상황이 이러하니 안목을 대신하는 로봇이 개발되길 기다리느니 스스로 안목을 높이는 게 빠르지 않을까 싶다.


결국 안목을 기르기 위해서는 ‘나의 눈’으로 직접 작품을 많이 보는 것 외는 다른 방법이 없다. 어느 정도 요구되는 그 절대량을 채우려고 노력하다 보면 가랑비에 옷 젖듯이 어느새 훌륭한 안목을 가진 ‘눈 명필’이 돼 있을 수 있다. 물론 가뜩이나 시간에 쫓기는데 한가하게 미술작품을 감상할 시간이 어디 있느냐는 핀잔이 나올 수 있다.


한때 부동산 투자를 잘하기 위해서는 임장(臨場)을 많이 다녀야 하니 ‘임장 데이트’를 하라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다. 아트테크에도 그대로 적용해 보자. 이왕 시작하기로 마음먹은 거 모든 약속을 미술관이나 갤러리 근처로 잡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것이다. 그리고 작품을 감상할 때 무턱대고 보는 것이 아니라, 이 작품의 ‘최초 시도’와 탄생 배경이 무엇인지 스스로 질문해 보고 관찰하는 습관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이른바 최고가를 찍는 대가들의 작품에는 누구도 시도하지 않은 최초의 스토리(철학적 주제), 최초의 기법, 최초의 소재 등이 등장한다. 미술사적으로 ‘최초’를 이룩한 작가들의 작품은 매우 고가여서 주로 미술관에 소장된다. 그 작가가 최초로 시도한 것은 무엇인지 살펴보면 그 작가의 작품이 장차 ‘고가’ 작품의 대열에 속하게 될지 짐작할 수 있는 것이다.


여행을 갈 때도 단순한 휴식이 아닌 전시회 관람을 주목적으로 하는 코스를 선택해 보면 어떨까. 여행지에 대한 인상이 새로워지고 재충전의 시간도 더욱 풍요로워질 수 있다. 최소 한 달에 2번 이상은 전시회나 미술관, 작품이 있는 공간으로 가서 시간을 보내 보자. 그렇게 조금씩 작품과 친해지면서 5년, 10년의 시간이 쌓이다 보면 누구나 부러워하는 안목을 가질 수 있을 뿐 아니라 시장이 주목하기 전에 블루칩 작가를 먼저 알아보는 선구자가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런 작은 습관들이 모여 돈으로도 살 수 없는 ‘비범한 안목’이 만들어지고 그러한 안목이 당신의 컬렉션을 더욱 비범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일부 독자는 아트테크 역시 ‘왕도는 없다’는 말에 실망했을 수 있다. 하지만 아트테크는 다른 재테크가 결코 주지 못하는 내 안목의 성장, 아름다움의 향유라는 무형의 부수적 수익을 내 삶에 가져다준다. 미술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꼭 한 번 아트테크에 도전해 보기를 권하고 싶다.


< 돈이 되는 작품을 고르는 7가지 체크리스트 >

1. 시장에서 검증된 작가의 작품을 사라. 신진 작가나 중견 작가 중 검증된 작가의 작품을 구매할 것. 
2. 비싸더라도 전성기 때의 좋은 작품을 사라.
3. 환금성이 좋은 작품을 사라. 
4. 해외 진출을 한 작가의 작품을 사라. 해외 작가 중 한국에서 유독 좋은 평가를 받는 작가의 작품도 관심을 갖자.
5. 소장 이력이 좋은 작품을 사라. 유명 컬렉터 집안에서 소장했던 이력이 있을 경우, 독특하거나 감동적인 소장 이력이 있어도 작품 가격이 올라간다. 
6. 저평가된 작품을 사라. 특히 고서화, 서예, 근대 동양화, 도자기, 목가구, 민화 등 고미술 시장은 10년이나 지금이나 가격이 비슷한다.  
7. 불황기에 리세일(re-sale)로 나온 작품을 사라. 미술품을 사기에 나쁜 시기는 호황기이고 최악의 부류의 작품이 아주 비싸게 낙찰된 직후다.


‘우아한’ 투자 습관, 아트테크 성패의 열쇠는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81호(2020년 06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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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20-05-29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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