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제 181호 (2020년 06월)

자동차, 심장에 시동을 걸다

기사입력 2020.06.03 오후 05:13

[한경 머니=김종훈 자동차 칼럼니스트 | 사진 각 사 제공] 자동차가 주는 감흥은 다채롭다. 차종에 따라 아늑할 수도, 고급스러울 수도 있다. 어떤 자동차는 짜릿함으로 자극할 수도 있다. 단지 차를 탄다는 이유만으로 일상이 두근거릴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답할 최근 출시한 차 3대를 골랐다. 뭘 타든 심장박동 수가 빨라질 거다.


자동차, 심장에 시동을 걸다


시동을 건다. 오른발에 힘을 줘 가속페달을 밟는다. 스티어링휠을 조작하며 길을 나아간다. 자동차를 운전할 때 겪는 일상적인 행위다. 이 일련의 과정은 어떤 자동차든 공통적이지만 느끼는 감흥은 각기 다르다. 어떤 자동차는 노동으로, 또 어떤 차는 습관처럼 다가온다. 하지만 몇몇 자동차는 이 일상적인 행위를 짜릿함으로 치환한다. 운전이 이동의 영역에서 재미의 영역으로 바뀐다. 타기 전 외관을 감상하면서부터 내려서 문을 잠글 때까지 두근거리는 기분을 만끽하게 하는 자동차. 무조건 고성능 모델만 해당하진 않는다.


고성능은 짜릿함의 기본 재료지만, 담는 그릇과 조리 방법에 따라 맛이 다 다르다. 고성능이 아니어도 다른 성격의 두근거림을 선사하는 자동차도 있다. 형태와 방식은 달라도 공통점은 하나다. 조금 다른 자동차로, 재미를 지향한다. 무채색 일상에 알록달록한 빛깔을 선사한다. 각각 고유한 재미가 가득한 모델 딱 3대. 시동을 걸면, 두근거리는 심장박동 소리가 실내에 가득 찬다.


자동차, 심장에 시동을 걸다


개성 강한 포켓 로켓, 미니 컨트리맨 JCW


미니는 개성 강한 자동차로 손꼽힌다. 효율 좋은 자동차에서 시대의 아이콘으로 등극했다. 시작은 국민차였다. 성인 4명이 타고 짐도 실을 수 있는, 합리적인 차로 등장했다. 그러다가 레이서이자 튜너인 존 쿠퍼가 경주차로서 미니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랠리에 참가해 좋은 성적을 얻었다. 친근한 국민차에서 주행 능력 출중한 자동차로 영역을 넓힌 셈이다. 그 이후 미니의 파생 모델이 다양하게 등장했다. 그 과정에서 패션, 음악 등 문화 관계자에게도 사랑받아 영감의 도구로 이곳저곳 등장했다. 이렇듯 변화무쌍하게 다양한 영역에서 활약한 자동차도 드물다. 친근하면서도 독특한 이력이 미니의 개성을 더욱 빛나게 했다. 미니를 구입한 개개인 또한 미니를 개성 표현할 도화지로 삼았다. 이런 특징은 BMW 산하에서도 이어졌다.


자동차, 심장에 시동을 걸다


시대에 따라 변해 왔지만, 초창기 미니의 가치는 여전히 21세기 미니에도 통용된다. 미니 컨트리맨 JCW는 미니의 가치에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라는 효율, 거기에 존 쿠퍼가 바라본 주행 성능까지 조합한 모델이다. 미니 컨트리맨은 미니의 SUV 버전이다. 미니의 독특한 디자인과 거동을 품으면서 공간 효율도 획득했다. 거기에 JCW 배지를 붙였다. ‘존 쿠퍼 웍스’의 약자인 JCW는 고성능 미니를 뜻한다. 랠리에 참가하기 위해 존 쿠퍼가 튜닝한 미니처럼 강력하달까. 시트에 앉는 순간, 직감한다. 일반적인 자동차와는 감각이 다르다. 스티어링휠은 무겁고, 스포츠 버킷 시트는 딱딱하다. 원래 미니가 하체를 단단하게 조인 자동차로 유명하다. JCW 버전은 곱절 이상 단단하다. 처음에는 이질감이 크다. 단, 이내 적응하면 최고 출력 306마력을 부리기에 적절한 설정이라고 깨닫는다. 미니의 첫 번째 특성인 ‘고카트(go-cart) 필링’을 순수하게 재현했으니까. 가속페달을 양껏 밟으면 ‘포켓 로켓(고성능 해치백을 뜻하는 별칭)’이 무슨 뜻인지 몸이 깨닫는다. 미니 컨트리맨 JCW가 SUV라는 점도 잊을 정도로. 스티어링휠을 조작하며 웃음을 흘리는 자신을 발견할 거다. 짜릿하고 신선해서.


자동차, 심장에 시동을 걸다


진지한 스포츠카를 향해, 토요타 GR 수프라 


슬로건부터 재미를 내세운다. ‘운전이 주는 최상의 즐거움(Supreme Fun-To-Drive)’. GR 수프라는 한 시대를 풍미한 스포츠카다. 1970년대부터 2000년 초까지 토요타의 대표 스포츠카로 활약했다. 그렇게 박물관의 역사로 남는가 싶었다. 하지만 2014년 제네바 모터쇼에서 콘셉트카로 예고한 후 2019년에 5세대 GR 수프라로 부활했다. 국내에는 올해 출시했다. 앞에 붙은 GR는 토요타 가주 레이싱(GAZOO Racing)의 약자다. 토요타가 다시 레이싱에 열정을 불태우면서 만든 고성능 디비전이다. 토요타 아키오 회장이 스스로 레이싱을 즐기는 만큼 GR 수프라 또한 진지하게 만들었다. 전에 부활한 토요타 86만 봐도 진지함의 농도를 알 수 있다. GR 수프라는 BMW Z4와 많은 부분 공유하지만, 성격을 보다 날카롭게 세공했다.

자동차, 심장에 시동을 걸다


스포츠카는 실제로 타기 전 감상하는 즐거움도 크다. 모든 면을 날카롭게 벼리는 최근 토요타의 디자인은 GR 수프라에도 나타난다. 그러면서 GR 수프라만의 매끈함도 내세웠다. GR 수프라 외관만 봐도 못 달리면 이상할 정도다. 바닥에 바짝 엎드려 뾰족하게 날을 세웠다. 앞이 길고 뒤가 짧은 차체는 FR(앞 엔진, 뒷바퀴 굴림) 스포츠카의 전형적 자태를 뽐낸다. GR 수프라의 심장은 3.0리터 직렬 6기통 가솔린 트윈터보 엔진. 최고 출력 340마력, 최대 토크 51.0kg·m를 뿜어낸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걸리는 시간은 4.3초. 제원만 보면 무지막지한 고성능으로 경이로운 숫자를 과시하진 않는다. 하지만 운전하는 재미는 출력에서만 나오지 않는다. 코너와 코너 사이를 그려 나가는 선에서도 농도 짙은 재미가 분출한다. GR 수프라의 무게 배분은 50대50이다. 이상적인 무게 배분으로 매끈하게 코너를 빠져 나가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 우주 비행선처럼 매끈한 자동차에 올라 도로를 핥듯이 달리면 짜릿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GR 수프라는 튜닝을 염두에 둔 도화지 같은 스포츠카다. 4세대 수프라는 튜닝으로 1000마력도 품었다. 의지만 있다면 탐구할 재미가 무궁무진하다는 뜻이다.

자동차, 심장에 시동을 걸다


모험을 부르는 이름, 지프 랭글러 오버랜드 파워탑


지프 랭글러는 화석 같은 자동차다. 전장에서 태어난 그 모습을 지금까지 간직한다. 물론 그 사이 크기가 커지고 디자인이 소소하게 바뀌었다. 세월이 흐른 만큼 이런저런 주행 안전·편의장치도 탑재했다. 그럼에도 외관에서 드러나는 본질은 변함없다. 태어난 목적과 그에 걸맞은 능력은 여전히, 아니 더 출중해졌다. 단 하나의 오프로더를 꼽는다면 열에 아홉은 지프 랭글러를 떠올릴 거다. 어떤 장르의 대명사가 된 모델은 그 자체로 특별하다. 빠르게 변하는 시대에서 변하지 않는 가치를 경험하는 즐거움을 준다. 설사 험로에 가지 않더라도.


지프 랭글러는 요즘 기준에서 보면 여러모로 불편하다. 비단결 같은 도심형 SUV에 비해 승차감이 거칠다. 스티어링휠 감각은 울퉁불퉁한 험로를 염두에 두었기에 느슨하다. 신형은 전보다 온로드 거동을 가다듬긴 했지만, 태생과 지향점이 다르기에 차이는 어쩔 수 없다. 지프 랭글러가 바라보는 길은, 예나 지금이나 바위와 진흙이 범벅인 험로다. 험로를 지향하는 자동차가 주로 포장도로를 달리면서 생기는 괴리가 지프 랭글러를 불편한 자동차로 만들었다. 하지만 이 불편함이야말로 비일상의 즐거움으로 인도한다.


자동차, 심장에 시동을 걸다


외관에서 느낀 감흥이 인테리어에서도, 옛 방식 그대로인 몇몇 요소에서도, 운전할 때도 이어진다. 꼭 험로를 모험하지 않더라도 상관없다. 지프 랭글러만의 남다른 감각이 모험하고자 하는 마음을 자극한다. 동네 뒷산에 가더라도 히말라야 원정대 복장을 입으면 뿌듯하듯이. 혹 용기 내어 험로로 들어가기라도 하면 자극은 증폭한다. 1년 중에 단 하루일지라도. 지프 랭글러는 새로운 세계로 들어가게 하는 마법의 도구다. 운전을 모험의 여정으로 인도한다. 이런 자동차, 드물다.


지프 랭글러 오버랜드 파워탑은 온로드 편의장치를 탑재한 지프 랭글러 오버랜드 트림에 전동 소프트톱까지 품은 모델이다. 그러니까 지프 랭글러의 감흥에 오픈톱으로 오픈에어링까지 즐기게 한다. 그런 점에서 지프 랭글러 오버랜드 파워탑은 여러모로 가슴에 바람을 불게 한다. 비일상의 영역으로 더욱 손쉽게 운전자를 이끈다.



김종훈 자동차 칼럼니스트는…
남성 잡지 <아레나 옴므 플러스>에서 자동차를 담당했다. 자동차뿐 아니라 그에 파생된 문화에 관해 글을 써 왔다. 2017년 모터사이클로 유라시아 대륙을 횡단한 후에는 자동차와 모터사이클 양쪽을 오가며 글을 쓴다. 현재 자동차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며 <아레나 옴므 플러스>, <모터 트렌드> 등 다수 매체에 자동차 & 모터사이클 관련 글을 기고한다. 엔진 달린 기계로 여행하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81호(2020년 06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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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20-06-03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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