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머니 = 김수정 기자]사진 신시컴퍼니 제공 *인터뷰 1에 이어서

[인터뷰②]최재림 “복면가왕 연승했다면 '향수'불렀을 것”
2013년에 돌연 2년간 연기 공부에 몰입하셨다고 들었어요. 이후 그때 고민과 배움이 ‘아, 정말 필요했었구나’ 싶었던 순간들이 있었는지 궁금해요.

“네. 그때 공부한 것들이 제게는 굉장히 큰 자산이 됐어요. 제 몸에 대해서도 많이 알게 됐고, 대본을 읽는 것부터 화술 방법, 이야기의 흐름을 이해하는 것들까지 이전에 제가 몰랐고, 할 수 없었던 능력들을 한예종에서 많이 배웠죠. 다시 생각해 봐도 정말 뿌듯한 일 같아요.”

최재림 하면 역시 가창력이죠. 최근 <복면가왕>에서 남자 뮤지컬 배우로는 최초로 가왕에 오르기도 했는데 어떤 경험이었나요. 가왕 등극을 예상하셨나요.

“아뇨. 어떻게 예상을 했겠어요. 사실 전에도 해당 프로그램의 출연 제의가 몇 차례 있었어요. 그런데 제가 ‘가요는 나와 확실히 안 맞다’는 생각에 고사를 했죠. 아무래도 제 노래의 근간이 성악이기도 하고, 오랜 시간 무대 공연을 통해 익힌 발성들이 가요와 거리감이 느껴졌거든요. 그런데 이번에는 즐거운 경험 삼아 한번 정도 도전해도 되지 않을까 싶더라고요.

물론, 나가기 전까지 ‘내가 이걸 왜 나간다고 했을까’, ‘몸에 맞지도 않는 걸 왜 부른다고 했을까’ 하고 맘고생도 했죠.(웃음) 다행히 <복면가왕> 제작진 측에서 제가 편하게 무대를 즐길 수 있도록 선곡 등 여러 부분에서 배려해 주셔서 즐기다 왔죠. 꼭 가왕이 되겠다는 욕심도 없었고요. 그게 플러스 요인이 됐는지 무대에서 즐겁게 노래 부른 제 모습을 잘 봐 주신 것 같아요.”

[인터뷰②]최재림 “복면가왕 연승했다면 '향수'불렀을 것”
오랜만에 가요를 불러서 적잖이 선곡도 어려웠다고 하셨는데, 다시 기회가 온다면 꼭 해 보고 싶은 노래가 있나요.

“음, 만약 제가 서너 번 정도 더 가왕이 됐다면 ‘향수’라는 퓨전 가곡을 불렀을 것 같아요. 싱어송라이터인 이동원 선생님과 성악가 박인수 선생님이 함께 부른 노래인데 아마 모르시는 분들도 많을 거예요. 이 노래야말로 제가 성악부터 뮤지컬로 넘어온 모습(과정)들을 다 담을 수 있는 노래거든요. 그래서 연승했으면 한번 부르고 싶었어요.”


벌써 데뷔 11주년이네요. 다시 태어나도 또 이 일을 했을까요.

“다시 태어나도 학업에 충실하진 않았을 것 같고요.(웃음) 종종 뮤지컬을 시작했던 20대 중반 즈음에 이런 상상을 해 본 적은 있어요. ‘만약에 내가 중·고등학교 시절로 돌아간다면 뭘 할까’라고요. 그때 바로 박칼린 선생님을 찾아갔더라면 뮤지컬 시작을 좀 더 앞당기지 않았을까 싶었죠. 반대로 음악을 안 했더라면 사람을 만나는 서비스 세일즈 분야나 자동차나 선박 엔진을 정비하거나 가구 제작 등 주로 손이나 몸을 많이 쓰는 일을 했을 것 같아요.”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는데, 공연하면 그만큼 에너지 보충도 신경 쓰실 것 같아요. 여름철 즐겨 먹는 자신만의 특별식은 뭔가요. 보태어 특별히 목 관리는 어떻게 하시지도 궁금해요.

“예전에는 영양식으로 장어덮밥을 많이 먹었어요. 사실 20대 중후반까지는 정말 이것저것 많이 먹었는데 요즘은 예전만큼 식욕이 왕성하진 않아요. 그래서 뭔가를 특별히 챙겨 먹기보다 그냥 어느 날 뭔가 먹고 싶은 게 생기면 고기든 냉면이든 그때그때 찾아가서 먹는 편이죠. 목 관리도 특별히 하는 건 없는 것 같아요. 물론, 예전에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나 <에드거 앨런 포>를 할 때는 목이 많이 안 좋아서 비타민도 챙겨 먹고, 홍삼이나 자양강장제도 하루에 몇 개씩 챙겨 먹었는데, 요즘은 귀찮아서 비타민도 잘 안 먹는 편이에요. 그저 적당히 잘 먹고, 잘 자려고 해요. 튼튼한 성대와 소리를 잘 쓰도록 훈련이 된 것도 비결이죠.”

[인터뷰②]최재림 “복면가왕 연승했다면 '향수'불렀을 것”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모두가 힘든 시기잖아요. 특히, 공연계도 그 피해가 크죠. 그럼에도 우리나라는 이례적으로 대형 공연들이 예정대로 진행되고 있는데, 한국 배우로서 자부심과 동시에 우려도 클 것 같아요. 어떠신지요.

“일단 공연계 직업종사자로서 일을 할 수 있도록 해 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하죠. 또 감사한 만큼 아무 사고 없이 공연이 잘 끝나길 바라요. 사실 지금 상황에서 공연을 무대에 올리는 것 자체가 제작사 측에서도 쉽지 않은 결단일 거예요. 적자를 감수하고서라도 스태프와 배우, 관객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하는 일이거든요. 그런 모습에 대해 존경심도 들고, 어렵게 진행하는 소중한 공연인 만큼 정말 잘 해야겠다고 생각해요. 애틋하고요.”

앞으로 올해 계획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일단 뮤지컬 <렌트>를 잘 끝내는 게 1순위예요. 그리고 원래 올 초에 일본에서 콘서트가 계획됐다가 연말로 연기가 됐는데 그 공연을 할 때쯤엔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돼서 모두가 예전처럼 즐겁게 관극할 수 있으면 좋겠네요.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미뤄 둔 논문을 꼭 쓰려고 해요. 최근에 담당교수님과 통화도 했는데 학기로는 이제 1학기 남았고, 논문 연장 기간은 4학기 남았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앞으로 2년 반 동안 최선을 다해서 써 볼 생각인데, 갈대 같은 마음이 또 언제 바뀔지는 모르겠지만(웃음) 이왕 시작했으니 끝을 보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나에게 <렌트>란 000이다. 한마디로 정의하신다면.

“저에게 <렌트>는 할머니의 시골집 같아요. 굉장히 오랜만에 찾아 간 정겨운 시골집이요. 생각만 해도 마음이 몽글몽글해지고, 편안하면서도 기분 좋은 설렘을 주는 존재 같아요.”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82호(2020년 07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