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 더 주목할 글로벌 종목 투자는

[한경 머니 기고=한상춘 한국경제 논설위원 겸 한국경제TV 해설위원]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더 각광을 받는 재산 증식 용어가 있다. 바로 ‘GBK(Global BroKerage)’다. GBK란 국내 종목 투자, 즉 BK(BorKerage)에서 벗어나 세계 기업을 대상으로 직접 종목에 투자하는 방법을 말한다.

3년 전 GBK의 시작은 당시 빠르게 진전되는 글로벌화에 기반을 두고 있다. 각국 정부가 먼저 국가별로 서로 다른 제도와 규범 등을 통일시켜 글로벌 스탠더드를 만든다. 그 토대 위에 ‘가치(value)’를 창출하는 기업과 금융사가 해외로 진출한다. 투자 대상이 밖으로 나간다면 그것을 목표로 하는 주식 투자자도 따라가야 높은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배경에서다.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경제 분야에서 가장 먼저 현실로 닥치고 있는 변화가 세계화의 퇴조다. 세계화의 속도가 둔화된다는 ‘슬로벌라이제이션(slowbalization)’에 이어 ‘탈세계화(deglobalization)’라는 용어까지 나올 정도다. 전염성이 강한 코로나19에 대처하는 유일한 길은 사회적 거리 두기로 사람의 이동이 제한되면 상품과 자본의 이동도 제한되기 때문이다.

반면에 자급자족(autarky) 성향이 강해지고 있다. 미국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범세계주의’보다 ‘보호주의’가 지속되는 추세에서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수출’보다 ‘내수’, ‘오프쇼오링’보다 ‘리쇼오링’, ‘아웃 소싱’보다 ‘인 소싱’이 강조되기 시작했다. 정치적으로도 자국의 이익을 중시하는 극우주의 세력이 힘을 얻고 있다.

그런 만큼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GBK의 필요성도 줄어들지 않겠느냐는 시각이 고개를 들고 있다. 하지만 해외에 나간 선진국 기업이 본국으로 리쇼오링이 되고, 신흥국 기업은 잠재력이 높은 점을 감안하면 GBK의 필요성은 오히려 더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투자 대상 기업의 위치만 바뀔 뿐이다.

GBK는 환율, 세제, 정보 취득 등에서 BK보다 어렵다. 아직도 GBK를 생소하게 받아들이는 국내 투자 여건에서는 더 그렇다. 하지만 반드시 가야 할 길이다. 어렵지만 반드시 가야 할 투자 여건에서 주식 투자자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책은 자본주의 본질에 충실한 것이다. 증시는 자본주의의 본질이 가장 잘 반영되는 꽃이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시대에 주식을 공급하는 주체는 우량과 비우량 기업 간 격차를 벌어지게 한다. 주식을 사들이는 주체도 고소득층과 저소득층 간 격차가 더 벌어진다. 이런 여건에서 가장 보편적인 GBK 방안은 고소득층이 선호하는 우량 기업 주식을 사들이는 방안이다. 한 마디로 ‘각국의 삼성전자’에 해당하는 주식을 사라는 의미다.

새롭게 떠오르는 기업도 주목해야 한다. ‘희망 반-두려움 반’으로 맞았던 21세기 들어 지금까지 나타난 모습을 보면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 사태, 코로나19와 같은 예외적인 사태가 잇달아 발생하고 있다. 특히 이전보다 영향력이 커진 심리요인과 네트워킹 효과로 상황이 순식간에 바뀌는 ‘절벽 효과’ 때문에 앞날을 내다보기가 더 힘들어졌다.

주목해야 할 것은 미래 예측이 힘들면 힘들수록 각 분야에서 차별화 현상은 더 심해진다는 점이다. 각국과 기업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나타나는 차별적인 경쟁우위 요소를 잘 포착해 대응할수록 이전보다 빨리 중심국과 우량 기업으로 올라서고 그 지위를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다. 돈을 버는 일도 마찬가지다.
포스트 코로나, 더 주목할 글로벌 종목 투자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 투자 키워드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각국의 거시경제 정책은 분배보다는 성장을 우선하는 국가일수록 높은 성장세를 유지하고, 분배 요구와 노조가 강한 국가는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모든 분야에서 경쟁이 더 치열해지기 때문이다. 경제 운영 원리도 어려울 때일수록 경제주체에게 자유와 창의를 최대한 북돋는 국가의 성장세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인구수가 많고 그중에서 경제연령을 젊게 유지하는 국가일수록 성장세가 더 빨라진다. 미국을 비롯한 각국이 자국민을 우선하는 쪽으로 이민 정책이 바뀌고 있지만 유독 젊은 층에 대해서는 예외다. 젊은 층은 생산가능인구이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 익숙해 생산이든 소비든 간에 핵심 계층으로 더 부각되는 추세다. 따라서 선제적으로 대비하는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

산업별로는 언택트(비대면), 재택근무, 디지털 콘택트 추세가 정착될 것으로 보여 정보기술(IT)의 성장세는 더 탄력이 붙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제조업이 받쳐 주지 않을 경우 경기 사이클이 짧아져 경제가 불안해지는 점은 보완해 제조업을 중시하고, 해외에 나간 자국의 제조업 기업을 불러들이는 리쇼오링 정책을 더 강화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다른 한편에서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선발 기업은 종전에 볼 수 없었던 차별화 혹은 고부가 제품을 통해 지속적인 경쟁우위를 유지해 나가는 반면, 후발 기업은 창의, 혁신, 개혁, 융합, 통합, 글로벌 등 다각화 전략을 통해 경쟁력 격차를 줄여 나갈 수밖에 없는 새로운 공급 여건이 정착될 가능성이 높다.

수요 면에서는 트렌드의 신속한 변화에 따라 고부가 제품에 대한 욕구가 강해지는 반면 이들 제품 소비에 드는 비용을 무료 콘텐츠 제공 등을 통해 줄여 나가는 이율배반적인 소비 행태가 빠르게 확산되는 추세다. 특히 SNS 등을 통한 인간 중심의 커넥션은 종전에는 주목받지 못했던 나눔, 기부 등 ‘착한 일’에 참여하고자 하는 욕구를 증대시키고 있다.

기업은 새롭게 형성되는 산업 여건에 맞춰 새로운 상품을 찾기에 분주하다. 그중에 가장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알파 라이징 종목’이다. ‘알파 라이징 종목’이란 현존하는 기업 이외라는 점에서 ‘알파(α)’가, 위기 이후 적용될 새로운 평가 잣대에 따라 부각된다는 의미에서 ‘라이징(rising)’이 붙은 용어다.

빈곤층을 대상으로 한 비즈니스, 즉 BOP(Business Of the economic Pyramid) 관련 종목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BOP 계층은 세계 인구(74억 명)의 72%인 50억 명에 이르며 시장규모도 약 8조 달러에 달하는 거대 시장이다. BOP 계층은 중간소득 계층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아 ‘넥스트 볼륨 존(next volume zone)’, ‘넥스트 마켓(next market)’으로 불리고 있다.

세계인의 생활도 이제는 인터넷과 모바일이 현실 공간으로 정착됐다. 이 때문에 온라인 거래와 전자화폐 결제가 확산되면서 개인의 자유와 창의를 바탕으로 한 기술력이 시대정신으로 자리 잡고 있는 추세가 뚜렷하다. 극단적으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각 분야에서 ‘1인자만 생존할 수 있다’는 시각이 나올 만큼 더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모든 것이 변하는 만큼 화두어도 변하고 있다. 관심은 곧 투자다. 금융위기 이후 10년 동안 ‘부도’, ‘파산’, ‘양적완화’, ‘제로 혹은 마이너스 금리’ 등이 가장 많이 입에 오르내렸다. 하지만 최근에는 ‘임팩트 효과’, 중국어로 모순이라는 의미의 ‘마오둔’, 모든 것이 한 손안에서 다 보인다는 ‘증강현실(AR)’ 등이 재차 유행하고 있다.

그중에서 ‘임팩트 효과’를 추구하는 기업이 부각되고 있는 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순수재무이론대로 너무 이윤만 추구하는 것이 오히려 도덕적 해이와 금융위기를 발생시키는 데 일조했다는 반성을 계기로 앞으로는 이윤과 함께 기부 등과 같은 사회적 가치를 추구해야 지속적으로 생존할 수 있다는 것이 임팩트 효과의 핵심이다.

새로운 추세와 관계없이 일정한 수익을 낼 수 있는 종목에 투자하는 제라미 시겔(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교수)형 종목도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한다. 시겔형 종목이란 그때그때 경기와 증시 전망에 따른 인기주, 주도주와 관계없이 10년 후에 돈이 되고, 20년 후에는 노후가 대비되면서, 30년 후에는 자녀에게 상속이 가능한 주식을 말한다.

시겔형 주식은 기업의 생존 수명이 짧아질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GBK 대상으로 더 빛날 수 있다. 지난 50년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에 상장된 회사의 평균 생존 수명은 60년에서 18년으로 줄어들었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는 글로벌 100대 기업의 평균 수명이 30년밖에 되지 않고 70년 이상 존재할 확률도 불과 18%에 그친다고 조사했다.

여러 요인 가운데 코로나19 사태 이전에 기업은 노사관계 개선, 수요 확보, 재고 관리 등 튼튼한 내부 구조만으로도 꾸준한 성장 기반을 마련할 수 있었다. 하지만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기업은 이런 내부 역량은 물론 다양한 거시경제적 변화 흐름을 파악하며 글로벌 시장을 무대로 한 성장 전략을 구상할 수 있어야 한다.

이 때문에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기업에는 사회적(Social), 기술적(Technological), 경제적(Economical), 환경적(Environmental), 정치적(Political) 요소를 고려한 이른바 ‘스텝(STEEP) 분석’으로 경영 환경을 파악하고, 투자자도 유망 투자처를 찾기 위한 분석 기법으로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 이른바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경영 기법이자 투자 기법’인 것이다.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경영 환경 속에서 기업은 인수·합병(M&A), 조직 및 사업 개편을 통해 지속적인 성장 동력을 창출하고자 노력한다. 기업은 시장 포화로 인해 봉착한 성장의 한계를 M&A를 통해 글로벌 시장 진출 기회 모색, 사업 규모 확대와 시장 지배력 확보는 물론 합병 기업의 핵심 역량을 흡수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포스트 코로나, 더 주목할 글로벌 종목 투자는

주목해야 할 것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는 기업은 공격적인 M&A 혹은 무리한 사업 확대 전략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자사의 핵심 역량과 산업 발전 가능성이 무엇인지를 점검하고 전략 초점을 맞춘 것에 기인한다는 점이다. 반대로 파나소닉, 샤프, 이베이 등과 같이 과거 무리한 M&A와 사업 확장 전략은 실패할 확률이 더 높아진다.

이 같은 사례가 주식 투자자에게 안겨 주는 교훈은 기업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위험까지 감안해 소비자, 주주, 종업원 등을 모두 만족시켜야 한다는 차원에서 ‘지속 가능 경영’이라는 개념에 주목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는 기업이 성장함에 따라 내부적인 복잡성이 증가할수록 창업 초기에 왕성했던 창업자 정신이 유지돼야 달성할 수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개별 주식을 투자해 수익을 내기가 더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 상황에서는 시겔이 강조하는 ‘DIV’ 지침은 더 빛을 발휘한다. 국내 증시에서도 어느 정도 알려진 DIV 지침이란 배당(Dividend), 국제화(International), 가치평가(Valuation)의 첫 글자를 딴 주식투자 전략을 말한다.

배당을 강조하는 것은 앞으로 경기가 재둔화되거나 주가가 떨어지더라도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현금흐름이 유지되는 기업이기 때문이다. 또 국제화는 갈수록 세계경제의 중심축(예를 들어 코로나 시대를 맞아 미국이 세계가치사슬의 중심을 중국에서 자국으로 옮기려는 경제협력 네트워크 구상)이 옮겨 가는 추세이기 때문이며, 가치평가는 성장 기대치에 대해 합리적으로 평가하는 기업 주식이 궁극적으로 수익이 높기 때문이다.

GBK로 투자 종목을 선택했다면 다음에 해야 할 일은 루비콘 기질을 발휘해야 한다는 점이다. 세계적인 부자일수록 돈을 벌 수 있는 확실한 투자 수단을 선택하면 루비콘강을 건너면 되돌아 올 수 없듯이 어떤 위험이 닥친다 하더라도 크게 흔들리지 않다. 이 점은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확실히 보여 줬다. MAGA(마이크로 소프트, 아마존, 구글, 애플)와 FAANG(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넷플릭스, 구글)는 코로나19 사태에도 크게 흔들리지 않으면서 오히려 주가가 더 오른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82호(2020년 07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