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nance 제 182호 (2020년 07월)

“부동산시장, 저금리와 유동성이 흐름 지배”

기사입력 2020.06.25 오후 02:42

박합수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

[한경 머니 = 배현정 기자 | 사진 서범세 기자] “지난 10년과 달리 서울·수도권, 지방이 함께 움직인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위축된 일반 경제와는 다르게 부동산 시장은 별개로 상승 흐름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부동산시장, 저금리와 유동성이 흐름 지배”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잠시 멈춰 섰던 집값이 다시 들썩인다. 정부는 ‘6·17 주택 시장 안정화 방안(이하 6·17 부동산대책)’을 내고 조정대상지역과 투기과열지구를 대폭 확대했다. 경기 김포와 파주, 연천 등 접경 지역을 제외한 수도권 대부분 지역이 규제지역으로 확대됐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6·17 부동산대책으로 투자 수요가 위축되면서 당분간 관망세가 이어지겠지만, 수급 불균형으로 인한 부동산 시장의 불안을 가라앉히기는 어려울 것이다”라고 진단했다.


KB국민은행에서 지난 18년간 자산가를 대상으로 한 부동산 전문 상담을 진행해 온 박 위원은 최근에는 <대한민국 부동산 10년 후 미래 가치에 주목하라>는 책을 펴냈다. 그는 “코로나19 사태로 경기가 위축된 상황임에도 부동산 경제는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부동산시장, 저금리와 유동성이 흐름 지배”

경기 침체 속에도 부동산 시장의 움직임은 다를 것으로 전망하셨는데, 이유가 궁금합니다.
“코로나19 영향은 안타깝게도 고소득층보다 저소득층이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부동산을 매수하는 자산가나 중산층은 사실상 경제적인 영향을 거의 못 느끼고 있습니다. 코로나19의 기조로 지출을 줄이면서 오히려 보유 현금은 더 많아진 양상이기도 합니다. 우리나라는 고용 면에서도 상당한 경직성이 있습니다. 기업이 어려워져도 해고하기가 쉽지 않아 ‘안전판’이 되는 겁니다. 코로나19의 영향은 하반기에도 이어질 수 있지만, ‘대공황’이 아니라 침체 수준이라면 저금리와 유동성, 주택 시장의 수급 불균형 등의 요인이 부동산 시장에 더 크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6·17 부동산대책이 나왔습니다. 향후 주택 시장에 어떤 영향이 있을까요.
“수도권 대부분이 규제지역이 됐습니다. 청약 및 분양 조건이 강화되고 대출도 제한됩니다. 투자 수요가 위축되고 무주택자나 1주택자도 당분간 관망세를 보일 수 있습니다. 다만 재건축 등 정비사업은 더 어려워졌고, 주택 매매의 문턱이 높아지며 전세 시장의 불안은 가중될 수 있습니다. 이번 6·17 부동산대책에선 공급 대책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기본적인 수급의 불안이 해소된 것이 아니라 중장기적인 시장 흐름을 바꾸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고가 아파트에 대한 규제가 상당한데, 서울 아파트는 계속 오를까요.
“심정적으로 그만 올랐으면 좋겠다 싶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다를 수 있습니다. 지난해 하반기 서울 집값이 한 단계 더 뛴 데는 금리 인하가 결정적이었습니다. 올해도 내렸습니다. 시중에 유동성은 늘어나고 대체 투자 수단이 부족하기에 또다시 부동산에 관심이 쏠리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부동산 시장에서 수요와 공급 문제는 집값 흐름의 근간이 되는데, 서울 입주 아파트는 올해 4만2000가구에서 내년에는 2만3000호 정도로 급감합니다.”


앞으로는 서울과 지방이 함께 움직일 것이라고 예측하셨습니다.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신다면.
“서울의 공급이 줄어들고 집값이 비싸면 경기도로 눈을 돌려야 하는데, 2021년 이후 경기도의 입주 물량 부족과도 맞물릴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됩니다. 최근 수용성(수원, 용인, 성남)이 풍선효과로 올랐다고 하는데, 이 지역은 풍선효과 이전에 이미 자체적인 상승 역량이 있었습니다. 수원은 인구 120만 명이 넘는 도시인데, 올해 입주 물량이 600가구도 되지 않습니다. 저변에는 공급 부족이 자리하고, GTX와 같은 교통 호재 등이 반영되면서 급등한 것입니다. 2021년에는 수도권 대부분 지역에서 이러한 공급 부족이 가시화될 것이며, 지방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방은 저점 탈출의 시그널이 나타날 겁니다. 지난 10년간은 수도권과 지방의 흐름이 교차했습니다. 2009년부터 2013년까지 지방 부동산 시장은 상승기였던 데 반해 수도권의 집값은 바닥이었습니다. 지금은 수도권 집값이 정점에 있고, 지방의 집값은 바닥에 있습니다. 이제부터는 어떻게 될까요. 수도권과 지방 주택 시장이 함께 올라갈 우려가 있습니다.”


인구수도 줄어들고, 전국 주택보급률도 전국 104.2%에 이릅니다. 앞으로는 주택 수요도 줄지 않을까요.
“2018년 기준, 서울의 주택 유형은 아파트가 전체의 약 58%입니다. 연립·다세대주택이 30%, 단독주택이 11% 정도입니다. 그런데 한 조사를 보면 서울 시민의 80~90%는 아파트에 거주하길 희망합니다. 요즘 새 아파트에 대한 선호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는데, 서울은 전체 주택 289만4000호 중 45%가 20년이 넘은 낡은 주택입니다. 아파트 수요는 많은데 공급은 부족하고, 그나마 있는 아파트도 낡은 주택이니 새 아파트 값이 치솟는 거죠. 서울은 빈 땅이 부족해 새 아파트는 재개발, 재건축을 통해 약 80%가 공급되는데, 정비사업 규제 강화로 새 아파트는 점점 귀해지고 있습니다. 인구수가 줄어든다지만, 수도권 인구는 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인구의 절반이 집중된 수도권에서 주택은 매입을 전제로 해야 합니다.”


저서에서 ‘1주택이 최고의 투자’라고 꼽으셨습니다.
“최근 디플레이션 우려도 있지만, 부동산 시장은 인플레이션에 직면해 있습니다. 2년 안에 30조 원에 육박하는 토지보상금이 풀릴 예정입니다. 실물인 주택은 인플레이션 방어가 가능합니다. 전세 보증금과 차별점입니다. 1주택자는 절세의 혜택도 누릴 수 있습니다. 다주택자에 대한 촘촘한 규제로 보유세와 양도소득세가 무거워지고 있는데, 1주택자는 고가 주택이라고 해도 최대 80%의 장기특별공제를 받을 수 있습니다. 집을 팔고 갈 때도 다른 집값이 오르면 내 집값도 오르기 때문에 훨씬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습니다. 흔히 1주택은 투자가 아니라고 하는데, 자산의 가치를 지키기에 가장 최선의 투자입니다.”


올 상반기 15억 원 초과 초고가 시장에선 급매도 보였는데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가 6월 말까지입니다. 하반기는 굳이 급매로 거래할 이유가 거의 없어집니다. 급매가 사라지면서 종전 가격 정도는 회복할 것입니다. 예컨대 종전 20억 원 수준의 아파트가 상반기에 17억~18억 원 급매로 나왔다면, 7월 이후에는 다시 20억 수준으로는 회복되는데, 일단 올해 하반기에는 그 이상 더 올라갈 가능성은 크지 않습니다. 다만 15억 원 이하 시장은 다를 수 있습니다. 기존 15억 원 초과 아파트 매수자의 약 40%는 대출을 끼고 집을 샀습니다. 이 수요가 대출 금지로 15억 초과 시장에서 밀려났습니다. 이들이 9억 초과 15억 이하 주택으로 내려오면서 이 구간의 집값이 내려가지 않고 슬금슬금 올라가고 있습니다. 서울 9억 원 이하 주택은 실수요 중심의 시장입니다. 코로나19 사태에도 거의 가격이 내려가지 않았고, 하반기에도 추가 하락할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10년 후 미래 가치’ 측면에서 가장 주목할 지역은 어디인가요.
“서울 도심에서 한강변을 중심으로 위치한 트라이앵글인 용산, 반포, 압구정이 최고의 입지라 할 수 있습니다. 강남에서 재건축 속도가 가장 빨랐던 반포, 전국구 아파트로 주목되는 압구정, 공원 및 철도가 결합된 용산의 미래 가치가 매우 높습니다. 특히 반포와 압구정은 현 상태에서 새 아파트로 바뀌는 변화라면, 용산은 개벽 수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동안 용산은 개발 과정에서 부침이 적지 않았지만, 10년 후에는 그 가치가 실현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경기도의 시대’도 예견하셨는데요.
“올해 김포, 시흥, 화성, 안산은 각각 1만 호가 넘는 공급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당장 내년에는 급감합니다. 김포는 올해 1만6000여 가구 입주에서 내년에는 2800가구 수준으로 떨어집니다. 김포 한강신도시 공급이 막바지 단계여서 2022년의 공급 계획은 현재 없습니다. 시흥도 올해 1만3000여 가구에서 내년 1900가구로 70%가 줄어듭니다. 안산도 올해 1만여 가구에서 내년에는 1450가구 수준으로 훅 떨어집니다. 여기에 시흥과 안산 지역에는 신안산선으로 교통이 획기적으로 개선되고, 김포는 5호선과 GTX D에 대한 기대가 있습니다. 이러한 공급 감소와 교통 호재가 맞물리면서 상승 여력이 커질 수 있습니다. 구리 지역도 2023년 8호선 개통 예정인데, 내년 입주 물량이 400가구밖에 없습니다. 오산도 600가구에 불과하고요. 내년 고양시는 새 아파트 입주 물량이 없습니다. 통상 공급 감소 영향은 6개월 전에 선반영되는 특성상 올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영향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지방에서 주목할 곳은 어디인가요.
“지방의 주택 수요는 비교적 일정하다고 보면 공급 변화를 살펴보면 방향성을 상당 부분 읽을 수 있습니다. 부산이나 대구는 공급 물량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입니다. 하지만 광주는 앞으로 확연히 줄어듭니다. 울산도 마찬가지고요. 광주는 올해 1만2000여 가구에서 내년에는 4800가구 수준으로 절반으로 떨어집니다. 2017~2019년 3년간 연평균 1만 가구 수준이던 울산의 입주량은 2020년 이후 거의 없습니다. 현재 지방에서 가장 침체된 곳이 경남 지역입니다. 3년간 4만 가구 정도가 입주했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입주 물량은 2만 가구로 절반이 되고, 내년에는 8000가구 수준으로 떨어집니다. 경북도 비슷합니다. 지방 시대의 도래를 예견하는 이유입니다.”


3기 신도시 공급에 대한 기대도 있습니다.
“3기 신도시는 향후 10년 내 공급될 택지지구의 핵심입니다. 2기 신도시 입주가 끝나고 보금자리주택도 마무리되면 오로지 3기 신도시와 일부 택지지구뿐입니다. 그런데 3기 신도시는  자세히 보면 결코 많은 물량이 아닙니다. 실제 2기 신도시의 3분의 1 수준입니다. 전체 30만 호 중 12만7000가구는 중소택지로 어느 시기에나 있었던 물량입니다. 신도시라 할 수 있는 5곳의 물량이 17만여 가구인데, 2기 신도시인 화성 동탄신도시 1곳에서만 15만7000호가 공급됐습니다. 입주 예상도 2027년 전후입니다. 2023년 인천 검단을 마지막으로 2주 신도시 입주가 마무리되면 택지지구 주택 공백기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시장 안정화를 위한 제언을 부탁드립니다.
“정부가 지난 5월 용산 철도정비창 부지에 8000세대를 공급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도심의 8000세대 공급도 의미 있지만, 그 개발비용으로 수도권에 5만 세대를 공급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봅니다. 이제 경기도의 시대가 열린다고 한 것은 2기 신도시와 보금자리지구 보급이 마무리되면서 대규모 공급이 사라지게 되기 때문입니다. 서울은 재개발, 재건축이 속도를 못 내고 있습니다. 재건축 규제를 완화하고 일거에 동시다발적으로 공급해야 합니다. 추가적인 택지 공급도 병행해야 합니다. 5년 후에는 재건축과 신도시 물량이 충분히 공급돼 지금 서둘러 아파트를 살 필요가 없다는 메시지를 줘서 매수 심리를 안정시켜야 합니다. 그래야 3기 신도시 물량이 부족하지만 일정 수준 2027년에 채워 주면서 2020년대 초반의 위기를 넘어설 수 있습니다.”


박합수 전문위원은…


KB국민은행에 근무한 31년 중 18년간 프라이빗뱅킹(PB) 고객 등을 대상으로 부동산 전문 상담 업무를 담당해 왔다. 수많은 자산가의 부동산 고민을 해결해 온 명쾌한 분석으로 유명하다. 건국대 부동산대학원을 거쳐 단국대에서 도시 및 지역계획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6·17 부동산 안정화 방안 주요 내용은


조정대상지역 및 투기과열지구 지정


경기 김포와 파주, 연천 등 접경 지역을 제외한 수도권 서부 대부분의 지역이 규제지역으로 묶였다. 수도권에서 조정대상지역으로 편입된 곳은 인천, 경기 고양, 군포, 안산, 안성, 부천, 시흥, 오산, 평택, 의정부 등이다. 지방에서는 대전과 청주가 조정대상지역이 됐다. 또한 경기 수원을 비롯한 성남 수정구, 안양, 안산 단원구, 구리, 군포, 의왕, 용인 수지·기흥, 화성 동탄2, 인천 연수구·남동구·서구, 대전 동구·중구·서구·유성구 등은 투기과열지구로 묶였다.


토지거래허가지역 지정


잠실 MICE 개발사업, 영동대로 복합개발사업 사업부지 및 영향권 일대를 허가구역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통해 확정했다. 송파구 잠실동과 강남구 삼성동 일대다.


주택담보대출 및 전세대출 규제 강화


규제지역 내 주택을 구입하기 위해 주택담보대출을 받는 경우 주택 가격과 관계없이 6개월 내 전입해야 한다. 조정대상지역의 경우 2년 내 전입 의무과 부과된다.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내 시가 3억 원 초과 아파트를 신규 구입하는 경우 전세대출 보증제한 대상에 추가되며, 전세대출을 받은 후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내 3억 원 초과 아파트를 구입하는 경우 전세대출이 즉시 회수된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82호(2020년 07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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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20-06-25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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