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머니=공인호 기자 | 사진 이승재 기자 ] 삼성증권의 독주가 매섭다. 특히 삼성증권의 자산관리(WM) 독자 브랜드인 삼성SNI의 성장세는 가히 독보적이라 해도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올해로 10년 차를 맞은 삼성SNI(Samsung & investment)의 또 다른 10년이 기대되는 이유다.

박경희 삼성증권 전무 “글로벌 IB급 패밀리오피스로 차별화”

라임, 디스커버리, 옵티머스…. 지난해 불거진 사모펀드 사태가 올해에도 금융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과거 부유층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사모펀드가 규제 완화를 틈타 일반 고객들에게 대거 팔리면서 논란이 확산되는 모습이다.


상당수 은행과 증권사의 WM 부문이 도마 위에 오른 가운데, 삼성증권은 사모펀드 사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분위기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삼성그룹 특유의 위기관리 능력이 빛을 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올 초 한경 머니가 진행한 ‘2020 베스트 PB센터’ 설문에서도 삼성증권은 4년 만에 증권 부문 1위 자리를 되찾았다.


삼성증권의 성장세는 올 들어 더욱 가팔라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도 불구하고 ‘위기에 강한 증권사’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고액자산가들은 물론 신규 고객도 대거 유입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 6월 9일 기준 삼성증권의 WM 예탁자산은 증권업계 최초로 200조 원을 돌파했다. 이는 10년 만에 2배 이상 증가한 규모로, WM 예탁자산은 주식과 채권, 종합자산관리계좌(CMA) 등 개인 고객의 전체 자산을 의미한다. 매년 10조 원가량의 돈뭉치가 삼성증권으로 향한 셈이다. 특히 지난 2010년은 삼성증권이 초고액자산가들을 겨냥한 삼성SNI 브랜드를 선보인 첫해이기도 하다.


올 들어서도 불과 6개월 만에 20조 원에 가까운 자금이 삼성증권으로 대거 유입됐으며, 신규 고객 역시 30만 명 가까이 늘어나며 지난 한 해 전체 유입 고객 수(20만 명)를 넘어섰다. 현재 삼성SNI를 총괄하고 있는 인물은 박경희 전무(SNI본부장)로 2018년 이후 3년째 SNI본부를 이끌고 있다. SNI 서비스를 전국으로 확대하고 업계 최초로 가업승계연구소를 출범시키는 등 SNI 서비스의 고도화를 이끈 공로를 인정받아 올해 초 전무로 승진했다.


박 전무는 SNI의 차별화에 역량을 집중시킨다는 계획이다. 그는 “지난 10년간 SNI의 양적 성장과 함께 고객들의 니즈가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는 점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며 “앞으로 10년은 고객들의 소중한 가문이 삼성과 동반 성장할 수 있도록 진정한 패밀리오피스 서비스로 새롭게 시작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박 전무와의 일문일답.


삼성증권이 WM 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삼성SNI 경쟁력의 비결이 궁금하네요.
“과거와 달리 지금의 자산가들은 단순한 투자 조언을 넘어 세무, 부동산 등을 포함한 종합적인 자산관리 솔루션을 원하고 있습니다. 특히 기업 오너 고객의 경우 개인 자산뿐 아니라 기업의 자금 운영과 함께 가업승계 및 후계자 양성 등 다양한 고민을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솔루션을 원하고 있죠. 그만큼 자산관리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다양하고 복잡해지고 있는 셈입니다. 삼성증권의 강점은 이러한 고객 니즈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왔다는 점이 아닐까 하네요. 업계 최대 규모의 투자 컨설팅 전문가를 통한 맞춤형 종합 컨설팅은 물론 자금조달, 인수·합병(M&A) 등의 투자금융(IB) 연계 서비스, 법무·회계법인 등 외부 조직과 협업을 통한 입체적 솔루션도 고객 만족도를 높이는 핵심 요인이라 자부합니다.”


코로나19 사태에도 불구하고 괄목할 만한 성과를 올리고 있습니다. 삼성증권이 ‘동학개미운동’의 수혜 증권사라는 시각이 있는데 체감하시나요.
“부인하기는 어렵겠네요. 실제로 지난 상반기 동안 코로나19 확산세에도 불구하고 삼성증권을 찾은 신규 고객은 크게 늘었습니다. 초저금리 환경이 지속되는 가운데 코로나19로 촉발된 증시 급락을 투자 기회로 본 개인투자자들이 많았던 거죠. 증권사 거래 경험이 전혀 없는 개인고객도 많이 늘었지만 더욱 눈길을 끄는 부분은 따로 있습니다. 금융자산 30억 원 이상 고액자산가들 2300여 명이 대거 삼성증권 창구로 유입되는 ‘리치 무브(rich move)’도 확인할 수 있었던 거죠.
이런 현상은 지난해 SNI 서비스를 전국으로 확대하면서 지방에 거주하는 고액자산가들의 접근성이 크게 개선된 효과로 보이네요. 여기에 올해에는 기존
3곳이었던 SNI특화지점도 6곳으로 확대하는 등 초고액자산가 서비스를 더욱 강화했습니다. ‘동학개미운동’ 덕분에 SNI 서비스도 더욱 빛을 발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이네요.”


삼성SNI 서비스 확대를 통해 거둔 성과를 좀 더 소개해 주신다면.
“지난해 SNI 서비스의 전국 확대로 지방에 거주하는 고액자산가들도 삼성증권만의 차별화된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 덕분에 이미 업계 최다였던 30억 이상 자산가 고객 수도 큰 폭으로 늘었죠. 여기에 올해에는 SNI 서비스 고도화를 위한 조직과 인력을 확충하고 전략·기획 기능을 더욱 강화했습니다. 이를 통해 삼성증권 전체 고액자산가들에 대한 실질적인 자산관리가 가능해진 거죠.
서비스에 대한 고객 만족도 측면에서도 눈에 띄는 진전을 이뤘습니다. 세무·부동산 전문가를 동반한 컨설팅형 영업이 전사로 확대됐고, 해외 자산, 채권 등 고객 니즈에 맞춘 다양한 투자 대안을 제시하는 등 영업 형태의 변화 덕분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삼성SNI가 출범 10주년을 맞았습니다. SNI와 함께 성장해 오셨다 해도 과언이 아닐 텐데 소회가 남다를 것 같습니다.
“‘벌써’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10년이라는 시간이 빨리 지나간 것 같네요. 돌이켜보면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말이 있듯이 자산관리 시장의 강산도 10년마다 변해 온 것 같습니다. 지난 2000년만 하더라도 국내 증권사들 대부분은 브로커리지 위주로 영업을 했습니다. 당시 삼성증권은 업계 최초로 WM 사업을 시작해 금융상품 판매는 물론 고객의 주식 포트폴리오를 직접 구성해 드렸습니다. 이를 계기로 VIP 고객들에게 자산 운용뿐 아니라 세무, 부동산 등 종합자산관리 서비스에 본격적으로 나섰는데, 덕분에 ‘자산관리 명가’라는 타이틀도 얻게 됐었죠.
10년 뒤인 2010년에는 또 다른 고민이 시작됐습니다. 기존 VIP 고객들의 자산이 크게 성장하면서 자산관리 니즈가 더욱 다양해진 거죠. 특히 기업 오너 고객이 크게 늘면서 개인 자산뿐 아니라 기업금융 분야의 솔루션이 절실하다는 것을 깨닫게 됐죠. 이런 수요가 예탁자산 30억 이상 고객을 대상으로 한 삼성SNI 브랜드를 론칭하는 계기로 작용했고, 초대 지점장을 맡는 행운도 갖게 됐습니다. 당시 펀드매니저, 애널리스트, 경제석학, 사모펀드(PE), 벤처캐피털(VC) 등을 초청해 다양한 포럼과 세미나를 개최했는데, 이런 시간들이 지금의 투자 문화를 형성하는 데 밑거름이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박경희 삼성증권 전무 “글로벌 IB급 패밀리오피스로 차별화”

그렇다면 앞으로 10년에 대한 로드맵도 있으실 것 같네요.
“이미 크고 작은 변화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SNI 서비스의 전국 확대에 이어 올해는 지점을 2배로 확대했죠. 지난 10년간 고객이 2배 이상 증가했다는 점에서 꼭 필요한 변화입니다. 여기에 최근에는 고객의 숨은 니즈까지 찾아낼 수 있는 진정한 패밀리오피스 서비스인
‘삼성증권 패밀리오피스(Family Office)’를 론칭했습니다. 가문 단위의 맞춤형으로 자산관리를 받아야 할 정도의 거액자산가, 즉 패밀리오피스형 고객이 대상이죠. 삼성증권 패밀리오피스는 가문의 금융·비금융 니즈를 토털 케어하는 법인형 전문 조직으로, 선진 금융사들은 이미 많은 리소스를 투자해 이런 비즈니스 모델을 키우고 있습니다.
삼성증권이 지향하는 패밀리오피스 서비스는 초고액자산가 가문을 위해 축적된 자산관리, 운용, 가업승계 노하우를 집약한 서비스로, 분야별 전문가로 구성된 위원회를 중심으로 독점적 운용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입니다. 삼성증권과의 공동투자(co-investment)는 물론 가문이 보유한 기업의 운용·조달 니즈에 대한 솔루션도 함께 제공하죠. 특히 패밀리오피스라는 명칭에서도 알 수 있듯 가업의 영속성을 보장하기 위해 후계자 양성, 승계 등 차별화된 상속 서비스도 제공할 예정입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고객들이 서비스 대상인지 궁금하네요.
“최초의 싱글 패밀리오피스는 ‘석유왕’ 록펠러가 19세기에 록펠러 가문의 자산을 전담 관리하기 위해 직접 자산 운용 인력을 고용해 설립한 록펠러 패밀리오피스였죠. 현재는 자산 운용 외에도 승계, 사회공헌 설계 등 총체적인 가문의 자산관리를 원하는 빌 게이츠 같은 기업 오너 등 자산가들이 주로 설립하고 있습니다.
지난 10년간 SNI를 운영한 결과, 국내 고액자산가들, 특히 기업 오너들 사이에서 글로벌 IB급의 패밀리오피스 서비스에 대한 니즈를 가진 분들이 많다는 것을 확인하게 됐습니다. 이에 삼성SNI는 삼성증권의 국내외 투자에 함께 참여하거나, 클럽딜 기회를 제공하는 진정한 패밀리오피스를 기획했고, 오랜 기간 철저한 연구와 준비를 통해 새롭게 선보이게 됐습니다. 이런 특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최근 SNI전략담당 내에 ‘패밀리오피스 사무국’을 신설했는데, 해당 사무국은 고객 니즈에 맞는 전담팀을 구성하고 맞춤형 서비스가 제공되도록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끝으로 최근 롤스로이스와의 제휴가 자산가들의 입소문을 타고 있습니다. 고객들의 반응이 궁금하네요.
“초부유층의 경우 그들만의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품격을 원한다는 점에 착안했습니다. 삼성SNI가 자산관리 분야의 명품을 지향하듯, 이에 걸맞은 글로벌 명품 브랜드와의 다양한 협업이 초부유층 접근에 효과적일 수 있다는 판단하에 롤스로이스와 업무 제휴를 맺게 됐죠.
향후 양사의 탄탄한 고객 풀을 기반으로 다양한 공동 마케팅도 진행해 나갈 예정입니다. 이를 통해 기존 고객들에게는 특별한 혜택을 제공하고, 새로운 고객군 확보에도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이후에도 독보적인 브랜드 가치를 가진 글로벌 업종별 1위 업체와의 제휴 확대를 통해 궁극적으로는 명품 브랜드 제휴 플랫폼을 구축해 나갈 예정입니다.”


박경희 전무는…
이화여대 영어영문학 학위 취득 이후 은행권(보람·씨티·신한은행)에서 첫 프라이빗뱅킹(PB) 업무를 시작한 1세대 프라이빗뱅커(PB)다. 지난 2006년 삼성증권 입사 첫해 최고 등급인 마스터PB로 선정됐으며, 이후 테헤란지점장, SNI강남파이낸스센터지점장, SNI강북사업부장, 삼성타운금융센터장 등을 역임했다. 초고액자산가들을 위한 특화 서비스 및 상품 만족도를 인정받아 부장 3년 차에 상무로 발탁됐으며, SNI 서비스 고도화의 공로를 인정받아 올 초 전무로 승진했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83호(2020년 08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