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빈 파운트 대표 "AI 자산관리로 가난 해결…인생 걸었죠"


[한경 머니 = 배현정 기자 | 사진 서범세 기자] 서울대 엄친아 출신 김영빈 파운트 대표의 꿈은 원대하다. '인공지능(AI) 기술 혁신을 통해 모든 이의 가난을 해결한다'가 그의 사명이자 철학이다. 파운트가 제안하는 '흙수저도 도전할 수 있는' 경제적 자유 실현의 로드맵을 들여다본다.


"연 7% 수익이 낮다고요? 30년 투자하면 8~10배에 이릅니다. 강남 아파트보다 낫습니다."
로보어드바이저(RA) 업체 파운트의 김영빈 대표는 "단기간 일확천금보다 꾸준히 수익을 쌓아 가는 것이 노후 수익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2015년 설립된 파운트는 국내 대표 로보어드바이저 리딩 기업으로 급속 성장 중이다. 현재 은행, 증권, 보험사 등 금융기관 19곳에서 파운트 솔루션으로 운용하는 금액이 1조4000억 원에 이르며, 올 하반기에는 10조 원 규모로 확대될 예정이다. 세계적 투자자인 짐 로저스가 투자하고 고문을 맡은 곳으로도 유명하다.


금융기관에 AI 알고리즘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으로 시작해 2018년부터 개인들을 위한 디지털 자산관리 플랫폼인 ‘파운트 앱’을 내놓으며 본격적으로 국내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에 뛰어들었다.


6월 24일 기준 2년간 누적수익률은 최고 32.6%를 기록 중이다. 연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인한 폭락장을 거치면서도 탁월한 방어력과 복원력을 나타냈다. 파운트의 공격형 포트폴리오는 올 초부터 5월 20일까지 -0.1%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코스피 대비 수익률은 약 8%포인트 높았고, 최대 낙폭은 11%포인트 낮은 것으로 집계됐다.


김 대표는 "고액자산가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프라이빗뱅킹(PB) 서비스를 최소 10만 원부터 AI 서비스를 통해 누릴 수 있다"며 "2030대 젊은이들이 자산관리를 시작하면 노후에 경제적 자유를 얻을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자신했다. 다음은 김 대표와의 일문일답.


'빈곤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파운트의 기업 이념이 원대합니다.


"과거 한 다큐멘터리에서 일본 교도소 노인들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출소 후 바로 범죄를 저지르고 다시 교도소로 들어가 생을 마감하는 모습이었어요. 잘 곳, 먹을 것을 해결하기 어렵기 때문이었죠. 그러면 장차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인구절벽을 겪고 있는 우리의 미래는 너무 많은 어려움이 예상되지 않나요. AI 자산관리를 통해 이러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면 인생을 걸 만큼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고수익 투자보다 꾸준한 자산관리를 강조하셨습니다.


"최근 금융환경은 천지개벽 수준으로 바뀌고 있는데, 금융 습관과 행동 양식은 과거 그대로입니다. 여전히 일확천금을 노리거나 고수익으로 현혹하는 사행성 광고가 넘쳐나고 있습니다. 반면에 부자들이 중시하는 '잃지 않는 투자'를 지원하는 서비스는 찾기 어렵습니다. AI업계도 '고수익 주식을 찍어 줄게' 혹은 '단기간 부자 만들어 줄게' 하는 회사는 많은데, 안정적인 수익으로 인생을 설계해 주겠다는 곳은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과연 일시적으로 10배, 20배 버는 투자가 좋을까요. 우선 10배, 20배 노리는 투자로 성공할 확률이 극히 적습니다. 설혹 위험한 투자에 성공했다 해도 그것이 투자자에게 진짜 좋은 일일까 하는 의문이 듭니다. 도박을 끊는 사람이 드물듯 그러한 경험을 한 사람은 계속 위험한 투자를 추구하다가 결국은 큰 빚을 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파운트는 애플리케이션을 깔면 가장 먼저 나오는 게 ‘저축챌린지’입니다. 회사에서는 손실이 나더라도 5% 금리의 종합자산관리계좌(CMA)를 지원합니다. AI 투자를 지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올바른 금융 습관을 형성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우선돼야 하기 때문입니다."


파운트는 연 7% 수익률을 목표로 장기 투자를 강조합니다. 우스갯소리로 ‘티끌 모아 티끌’이라는 말도 있는데, 과연 대박 없이 경제적 자유란 목표에 이를 수 있을까요.


"연 7% 수준의 수익률이면 30년 뒤엔 1만 원은 약 10만 원 가까이 됩니다. 1억 원이면 10억 원이 됩니다. 평생 성실하게 살고 사치도 하지 않았는데, 노후 빈곤에 허덕이는 것은 너무 안타깝지 않나요. 특히 2030대의 자산관리를 강조하는 것은 이들이 자산관리에 무심하거나 일확천금만 노리는 행태가 정말 큰일이기 때문입니다. 중장년층은 우리나라의 성장기를 거치면서 상당한 자산을 축적한 이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젊은 세대는 다릅니다. 평생 소득이 생애 지출을 못 따라가고, 금리는 제로로 가고 있습니다. 성실하게 일하고 저축해도 노후 대비가 어렵다는 얘기입니다.


그렇지만 2030대가 일찍부터 꾸준히 자산관리를 받으면, 은퇴 후 충분히 경제적 자유에 이를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자산관리의 마법은 어느 정도 돈이 불어나는 것을 보면, 소비도 줄이게 됩니다. 운동하면서 몸이 건강하게 되고 체형이 변하면, 먹는 것도 더 조절하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지금 쓰는 돈이 나중에 2~3배로 불어나는 것을 인식하면 절약하게 되면서 경제적 목표에 이를 수 있습니다.


파운트가 제안하는 자산관리 서비스는 소득에서 소비를 빼고 난 나머지 전부를 맡길 수 있는 든든한 자산관리를 추구합니다. 예금 대비 5%포인트 높은 수익은 엄청난 차이입니다. 투자에 따른 위험은 충분한 시간이 주어질 경우 제로(0)에 가깝게 낮출 수 있습니다. 파운트는 다른 금융사와 달리 손실이 발생하면 수수료도 받지 않습니다. 그만큼 안정적인 자산관리에 자신이 있습니다."

김영빈 파운트 대표 "AI 자산관리로 가난 해결…인생 걸었죠"

2015년 설립 후 단기간 내 국내 1위 규모의 로보어드바이저 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비결이 무엇인가요.


"단연 ‘기술력’이라고 생각합니다. 파운트보다 자산관리를 잘하는 회사는 글로벌 무대에서도 찾기 어렵다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 파운트 앱이 예쁜 것도 아닙니다. 다른 회사들이 마케팅과 디자인에 힘쓸 때 파운트는 ‘기술’에 집중했습니다. 알고리즘의 핵심을 맡고 있는 김민복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서울대 수학과, 코넬대 박사 출신으로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를 거쳤습니다. 조용덕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삼성전자 상무 출신으로 기술 개발을 이끌고 있습니다. 이분들 외에도 업계에서 가장 많은 40여 명의 엔지니어와 석·박사 인력이 함께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명문대학에서 연구하고 현업에서 수백억 원 이상 자금을 운용해 본 실력자들이 밤낮없이 연구한 결과라고 자부합니다."


기존 금융권의 노후를 위한 퇴직연금이나 변액연금의 수익률이 기대에 못 미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AI를 활용한 투자는 어떻게 다를까요.


"비단 AI가 아니더라도 투자에 뛰어난 전문가들은 각 금융회사에 두루 포진해 있습니다. 문제는 개인고객의 퇴직연금을 1대1로 관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투자는 고정된 값이 아니고 시장은 끊임없이 변합니다. 적절한 리밸런싱만으로도 안정적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데, 현실적으로 금융권 전문가들이 고객 상황과 시장 변화에 맞게 일일이 조정해 주는 것이 어렵습니다. 가령 주식시장이 좋을 때 90% 주식을 담은 투자자가 시장이 꺾인 후에야 비로소 채권 비중을 늘리고, 시장이 조정받을 때 채권 비중을 가득 담은 투자자가 주식시장이 살아났음에도 채권 비중을 계속 높게 가져가는 식으로 적절한 대응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해서 시장 상황에 맞는 신속한 대응이 가능합니다."


하반기에는 고객의 돈을 알아서 굴려 주는 투자일임 서비스를 본격 출시한다고 하는데, 기존 서비스와 어떻게 다른가요.


"지난해부터 제도적으로 비대면 일임 서비스가 가능해졌습니다. 지금도 투자자들이 버튼 하나만 누르면 자동으로 투자되는 서비스여서 사실상 일임 서비스와 차이는 크지 않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 초기처럼 긴박한 상황에서 고객들이 ‘알림’을 보지 못해 바로 대응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일임 서비스는 고객이 일일이 버튼으로 선택하지 않아도, 파운트에서 전부 관리하기에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김영빈 파운트 대표 "AI 자산관리로 가난 해결…인생 걸었죠"

설립 5년 만에 아시아 최대 로보어드바이저 회사로 성장했는데, 파운트의 향후 목표를 말씀해 주신다면.


"파운트는 기술 혁신을 통해 ‘금융의 아마존’이 되고 싶습니다. 기존 금융권에서 소외된 이들에게 기술을 통해 경제적 자유를 주자는 철학이 파운트가 여기까지 온 힘입니다. 짐 로저스가 파운트의 고문을 맡은 것도, 대기업도 보유하기 어려운 우수한 석·박사 인력이 파운트와 함께하는 것도 이러한 방향성에 공감했기 때문입니다. 누구나 자산의 크기나 비용에 부담 없이 자산관리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겠습니다."


끝으로 자산관리를 망설이는 고객들에게 조언이 있으시다면.


"투자수익에 대한 기대감을 과도하게 설정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내일 어떤 주식이 얼마나 오를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아무도 모르는 것을 AI에 어떻게 학습시킬까요. 그것은 허황된 얘기입니다. 파운트는 연 40~50% 고수익을 올리지는 못합니다. 하지만 자산 배분을 통해 리스크를 낮추고 안정적 성과를 내는 운용은 잘할 수 있습니다. 1~2개월의 단기적인 관점으로 접근하기보다 10년, 20년 중장기적인 호흡으로 파운트를 손안에
‘자산관리사’로 활용하면 좋겠습니다."


김영빈 대표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최우등으로 졸업했고, 서울대 로스쿨에선 초대 학생회장을 역임했다. 둘째가라 하면 서러워 할 ‘엄친아’지만, 남다른 꿈을 키웠다. 모터사이클을 타고 21개국을 횡단했고, 군 복무 시절 아프가니스탄 파병을 다녀온 그는 ‘가난’을 고민했다. ‘모두의 가난을 해결하자’를 인생 사명으로 삼았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서 금융 생태계의 변혁을 감지하고 창업을 결심, 2015년 11월 파운트를 설립했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83호(2020년 08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