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섭 AIF미술경영硏 대표 & 케이티 김 아트디렉터

코로나 블루, 그림명상으로 치유하다

[한경 머니 = 배현정 기자 | 사진 이승재 기자] 명상, 쉼을 통해 마음의 평안을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코로나 블루’로 지친 심신을 달래려는 사람이 늘어나는 가운데 전시장에서도 그림에서 치유를 찾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눈길을 끌고 있다.


AIF미술경영연구소는 지난 6월 ‘그림명상 스튜디오’를 열어 지친 현대인에게 힐링의 경험과 미술에 대한 잠재적 가치를 체감할 수 있는 공간을 선보였다. 전시와 명상을 연계한 기획 프로그램은 이전에도 간혹 있었지만, 상설 공간은 국내에서 처음이다. 그림명상 프로그램은 김윤섭 AIF미술경영연구소 대표와 뉴욕을 주 무대로 활동하는 패션사진작가 케이티 김이 아트디렉터를 맡아 공동으로 기획했다. AIF는 ‘아트 인 퓨처(Art in Future)’를 의미한다.


김윤섭 AIF미술경영연구소 대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급작스레 시작된 뉴노멀 시대의 미술은 일상에서 즐기고, 이해하고, 향유하는 것에서 그 가치가 시작된다”며 “미술의 숨겨진 저력은 ‘감성 치유의 힘’이라 믿는다”고 강조했다.


“그림을 몸(五感)으로 체득하는 공간”


“미술의 잠재적 가치가 무엇인가를 바라보기 전에, 미술품의 투자 가치가 먼저 부각되는 게 현실입니다. 저 역시 그림을 알리는 과정에서, 미술의 어떤 가치를 얘기하려 했었던가 돌아보게 됩니다. 그동안 그림에 대한 텍스트 정보를 이해시키고 주입하는 역할을 해 왔다면, 앞으로는 스스로 그림의 잠재적 가치를 느낄 수 있도록 돕는 방법을 찾고 싶었습니다. 마침 명상, 치유, 삶의 질에 관한 문제가 사회의 화두로 떠오른 요즘 ‘그림’을 주인공으로 내세울 방법을 떠올렸습니다. 그림명상실을 통해 그림을 몸으로 체득하고, 감성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연결고리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명상은 일반적으로 음악과 연결되는데, 그림도 그 주인공이 되기에 충분합니다.”


김 대표는 국내에서 아직 낯선 그림명상 스튜디오를 오픈한 계기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경제적 가치만이 중시됐던 그림의 가치를, 명상을 통해 감성으로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김 대표가 그림명상이라는 시도를 통해 그림의 미래를 새롭게 그려 본다면, 사진작가인 케이티 김은 음악, 조명, 차 등 그림명상 스튜디오의 감성을 디자인했다. 김 작가는 “아름다움을 근간으로 한다는 점에서 패션사진도 그림과 일맥상통한다”고 했다. 그는 “패션쇼에서 모델은 움직이는 그림과 같다”면서 “모델이 무대에 서는 10분을 위해 미술, 음향 등이 종합적으로 어우러지는 것처럼 명상실엔 오감 혹은 육감을 움직이는 감성이 고루 녹아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스튜디오는 10㎡가 채 되지 않는 아늑한 공간. 벽에는 한 점 혹은 두 점의 그림이 걸려 있다. 그림과 마주 보는 위치에 좌식 의자들이 놓여 있고, 작품과 어울리는 맞춤형 음악과 취향에 따라 고를 수 있는 차가 제공된다. 김 작가는 “명상 스튜디오를 꾸미면서 향기와 시각, 음향, 조명, 의자의 푹신함까지 많은 논의를 했다. 흔히 명상 하면 젠(zen)처럼 동양적인 것, 고전과 연결하는데 전 대한민국 트렌드의 메카인 ‘청담’에서 굳이 고전을 고집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전 세계에서 가장 인상 깊고 신났던 찻집을 떠올렸다고 했다. 현대적인 관점의 ‘평정을 찾을 수 있는 방’으로 명명했다.


“두 여성이 명상 스튜디오에 들어갔는데, 처음에는 조용하다가 얼마 시간이 흐른 뒤 웃음꽃이 만발하더라고요. 개인적으로는 명상 스튜디오라고 도 닦듯이 작품 보면서 음악 듣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행복하지 않은데 어떻게 평정이 될 수 있을까요. 유쾌한 수다도 나누는 것, 그것이 곧 치유가 아닌가요?”


작품은 주기적으로 교체된다. 이우환, 김창열 등 근·현대 대표 작가 명품부터 역량 있는 젊은 작가의 작품이 전시된다. 전시의 그림 가격과 형식은 크게 고려하지 않는다. 그림 감상에 앞서 이러한 배경을 주입식으로 굳이 설명하지도 않는다. 김 작가는 “마르셀 뒤샹의 변기처럼 혁신적인 작품도 전시 대상이 될 수 있고, 어느 무명 젊은 작가의 실험작도 고려될 수 있다”고 했다.


“얼마 전 그림 컬렉터가 스튜디오를 방문했습니다. 그날 이우환 작품이 명상실에 있었는데 충격을 받았다고 하더군요. 예전 아트페어에서도 접한 작품인데 빛과 조명 속에서 ‘폭포’라는 키워드를 갖고 바라보니 그림의 가치가 새롭게 보인단 거죠. 마침 집 인테리어를 구상 중이었는데, 명상 스튜디오처럼 꾸미겠다며 인테리어 전문가와 다시 방문하기도 했습니다. 프로 컬렉터도 그림명상을 통해 그림을 바라보는 시야가 확장되는 경험을 한 거죠.”


김 대표는 “명상 체험을 통해 집에 있는 그림도 새롭게 보였으면 좋겠다”고 했다. 10억 원짜리 작품이든, 지인이 그려준 작품이든 상관없다는 것. 그림의 풍경에 담긴 사연이나 색감, 질감 등이 뿜어내는 에너지를 몸으로 체득할 수 있다면 삶의 질이 풍요로워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스튜디오의 명상에서 시작해서 각 가정과 회사로, 우리 삶 속에서 그림 문화의 소비가 뿌리내리길 바란다”고 말했다.


명상에서 파티까지 ‘청담의 미술 메카’

코로나 블루, 그림명상으로 치유하다
AIF미술경영연구소는 명상 스튜디오 외에도 아카데미와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갤러리에서는 팔각형 탁자를 중심으로 교육과 체험 활동이 다양하게 펼쳐질 예정이다. 김 작가는 “갤러리는 엄숙하고 보수적인 공간이라는 선입견이 없었으면 한다”고 했다. 작가와 수요자의 만남이 열리는 장이 되기도 하고, 일상의 활력을 찾을 수 있는 파티장으로도 변신할 예정이다.


AIF미술경영연구소는 특히 젊은 층의 미술 향유에 각별한 의미를 두고 있다. 강남 문화가 집약된 청담동에 자리 잡은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최근 2030대 미술 관람객이 늘었는데 이에 대한 심층 분석은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어떻게 이러한 변화가 일어났고, 그들은 어떤 관점에서 미술을 바라보는지, 이것이 미래 미술 문화에서 중요하다고 봅니다. 스타벅스는 단순히 커피 음료를 파는 곳만이 아니라 일종의 문화입니다. 그림도 그렇습니다. 꼭 대단한 변화가 아니더라도 미술을 일상에서 소비하는 다양한 방식이 확산되는 것은 주목할 부분입니다. 미술 산업보다 문화가 중요합니다. 그림명상 스튜디오도 다양한 미술 소비 방식의 좋은 롤 모델이 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김 대표는 “4차 산업혁명 시대, 순수미술은 모든 영감의 근원이 될 것”이라며 “미술이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직접적이고 유익한 변화를 일으키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는 경험은 미래 엄청난 확장력을 가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림명상·아카데미 강좌 오픈

코로나 블루, 그림명상으로 치유하다
AIF미술경영연구소는 그림명상과 아카데미를 함께 만날 수 있는 강좌를 개설한다. ‘그림명상&아카데미 클래스’는 화요일 저녁(19:30~20:50)과 수요일 오전(10:30~11:50)에 진행된다. 강의 정원은 7명이며, 아카데미 10회와 그림명상 15회로 구성된다. 강의 내용은 그림명상, 아티스트 & 아트마켓 이해, 아트컬렉션 가이드, 다양한 장르(건축, 영화, 와인, 사진, 법률, 출판 등)의 전문가에게 듣는 색다른 미술 이야기로 꾸며진다. 수강료는 250만 원이다.


‘아티스트 입문 체험 프로그램’은 프로 아티스트에게 직접 작품을 지도받고, 전시회 개최까지 하는 특별 프로그램이다. 수강생은 사진과 회화 장르별 1~3인 이내를 모집하며, 기본 6개월 수강 후 선별된 결과물로 아이프 아트스페이스에서 전시회를 진행한다. 사진가 입문과정의 지도교수는 사진가 케이티 김(KT KIM)이 담당하며, 회화 입문과정 지도교수는 감각적인 필체로 큰 주목을 받고 있는 김남표 작가가 맡을 예정이다. 수강료는 전시회 비용 포함 600만 원이다.


‘스페셜 멤버십 정회원’ 프로그램은 아이프 김윤섭 대표가 직접 진행하는 프로 아트컬렉터를 위한 특별 섹션이다. 프로그램은 미술품 수집·관리 개인 컨설팅, 주요 아티스트 작업실 방문, 현장 전문가 미팅 등으로 진행된다. 월 1회 아트마켓 & 아트테크 트렌드 리포트가 제공되며, 아이프 기획 행사 및 전문 아트투어에 우선 초대, 아이프 기획전 출품 작품 특별 할인 혜택 등이 제공된다. 스페셜 멤버십 정회원의 연회비는 150만 원이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83호(2020년 08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