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 수익과 안정 다 잡는 투자는

[한경 머니 기고=김지영 SC제일은행 투자전략상품부 팀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를 뒤흔들기 시작한 지 벌써 반년이 지났다. 영화 <컨테이젼>에 나올 법한 상황이 현실에서 펼쳐지고 있다. 영화는 기나긴 병마와의 싸움 끝에 백신이 개발되면서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우리의 현실도 언젠가 바이러스를 정복하는 순간을 맞이할 것이라고 믿는다. 이와 더불어 확실한 것은 코로나19 사태가 우리의 라이프스타일에 변화를 주고 있다는 점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코로나19로 인한 라이프스타일의 변화가 바이러스 종식 이후에도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시작됐다고 말한다. 코로나19 발생 전후를 기점으로 우리 삶의 방식이 완전히 달라진다는 것이다. 어쩌면 포스트 코로나 시대는 바이러스가 종식되는 시대가 아닌 바이러스의 위협이 일상화되는 시대를 의미하는 것일 수 있다. 분명한 건 코로나19를 계기로 큰 변화는 시작됐고 국가, 사회, 개인의 민첩한 대응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는 점이다.


이러한 시대 변화는 금융시장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고, 특히 자산관리 측면에서 많은 고민을 하게 한다. 급변하는 세상에서 과거의 논리와 경험에 근거해 단순히 가격 하락 폭이 큰 자산을 산다고 해서 돈을 벌 수 있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최근에 좋았던 언택트(untact)나 전기자동차 테마의 주식이 계속해서 인기가 있을 것이라고 확신하기도 어렵다. 이럴 때일수록 포트폴리오의 중요성이 부각되는데, 올해 하반기에는 바벨 형태의 포트폴리오를 투자 솔루션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포스트 코로나, 수익과 안정 다 잡는 투자는
수익+안정성=바벨 포트폴리오
바벨 형태의 포트폴리오는 ‘바벨(역기)’ 모양처럼 포트폴리오의 무게중심을 양 끝에 두는 전략이다. 한쪽 끝에는 고수익을 노릴 수 있는 자산, 반대쪽 끝에는 안정성이 높은 자산을 배치해 ‘수익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투자 방법이다.
말로는 쉬워 보이지만 사실 이 과정에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그렇다 해도 ‘성장(growth)’과 ‘인컴(income)’이라는 두 가지 키워드를 기억하면 좀 더 쉽게 바벨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수 있을 것이다.


‘성장’이라는 키워드가 무작정 FAANG(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넷플릭스, 구글)과 같은 성장주를 포트폴리오에 담으라는 의미는 아니다. 현재의 ‘성장’이 향후 지속될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첫째, 경쟁자가 쉽게 모방할 수 없는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둘째, 현금흐름을 창출해 스스로 성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코로나19의 영향이 얼마나 지속될 수 있는지 불확실한 상황에서 현금은 기업을 버티게 하는 힘이 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해당 기업이 속해 있는 산업이 앞으로도 계속해서 성장할 수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항공 산업이다. 최근 워런 버핏이 너무 빨리 항공주를 매도한 것에 대해서 논란이 많지만, 거시적인 관점에서 항공 산업 자체의 성장성이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면 틀린 선택이라고 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는 종목 선택 능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수익을 가져오기 힘들기 때문이다.


경쟁력, 현금흐름, 산업의 성장성 등 삼박자를 갖춘 기업들은 코로나19가 상수인 시대에도 투자자들에게 수익의 기회를 줄 가능성이 높다. 이런 기업들은 정보기술(IT), 헬스케어와 같이 신경제 산업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소비재기업들 중에서도 코로나19 시대에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고 있는 기업들도 많다.


대표적인 사례가 프리미엄 요가복 브랜드인 룰루레몬(Lululemon)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 ‘레깅스 열풍’을 일으킨 글로벌 기업으로 코로나19로 직격탄을 입게 되자 홈트레이닝 스타트업인 미러(Mirror)를 인수했다. 헬스장을 비롯한 오프라인 체육시설이 폐쇄되면서 홈트레이닝 수요가 커지는 점을 파악해 민첩하게 대응한 것이다. 미러는 2018년 론칭한 스타트업으로 디지털스크린, 카메라, 스피커가 달린 전신거울을 활용해 원격 수업을 진행한다.


미러 인수 효과는 홈트레이닝을 통해 요가복 판매 채널이 늘어났다는 점보다 패션, 뷰티 등 각종 라이프스타일 영역을 확장할 수 있는 ‘플랫폼’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평가를 받았다. 이 결과 룰루레몬의 주가는 연초보다 무려 30%나 상승했다.위메프가 발표한 2020년 상반기 소비자 트렌드의 핵심 키워드인 ‘CHANGE’는 소비 영역에서의 ‘성장성’을 잘 대변한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C), 집에서 혼자 놀고(H), 환경에 관심을 갖고(A), 새로운 소비 패턴이 나타나며(N), 동시에 새로운 취미를 갖는 사람들이 늘어나고(G), 이커머스의 강세(E)가 지속된다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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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동성 대응을 위한 인컴 전략
그렇다고 주식의 ‘성장’에만 치우치면 지난 3월과 같은 변동성 장에서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성장성’ 추구에 따른 위험을 낮추기 위해 ‘인컴’을 바벨 전략의 또 다른 투자의 축으로 삼아야 한다. 인컴, 즉 현금흐름은 다양한 원천으로부터 올 수 있다. 주식 또는 리츠(REITs) 투자를 통한 배당수익이나 고수익 채권 또는 회사채 투자를 통한 이자수익도 모두 인컴에 해당한다. 포트폴리오의 변동성을 줄이려면 인컴의 원천을 성장주와 상관관계가 낮은 자산에서 찾을 필요가 있다. 풍랑 속에서 배가 전복되지 않도록 중심을 잡아 주는 닻(anchor)처럼 인컴 자산은 성장성 자산이 변동성 구간에서 흔들릴 때 배의 닻 역할을 해야 한다.


우선, 인컴을 확보하기 위해 미국 국공채 또는 투자등급 회사채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지난 3월과 같은 시장 상황에서 빠른 회복력을 보일 수 있는 자산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미 국채를 포함한 하이퀄리티 채권이다. 당시 경험했듯이 구조화 채권이나 하이일드 채권은 코로나19의 2차 확산에 취약할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인컴의 원천은 과거보다 더 보수적인 자산에서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단점이 있다. 신용 위험이 낮을수록 금리가 낮아 인컴의 기대치 또한 낮아진다는 것이다.


수익을 높이기 위해 신용 위험을 조금 더 감당할 수 있다면, 미 달러화 표시 아시아 투자등급 회사채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아시아 투자등급 채권의 변동성은 미 회사채보다 낮다. 미국 투자등급 회사채보다 짧은 만기(듀레이션), 견조한 역내 수요 등이 자산의 변동성을 낮추는 요인이다. 특히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는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에서 발행된 채권은 유럽이나 미국 회사채보다 더 매력적인 위험 조정 수익률을 제공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는 우리가 가 보지 않은 길이다. ‘오래된 미래’라는 말이 있듯 새로운 미래라도 모든 것이 송두리째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따라서 미래의 투자 방식도 새로운 것을 찾는다면서 기존의 것을 다 버리거나, 정반대로 전통적인 방식만을 고수해서는 안 될 것이다. 투자에서는 새로운 것과 전통적인 것을 접목한 것이 바벨 전략이다. 새로운 미래에 초점을 둔 ‘성장성’과 전통적인 투자인 ‘인컴’을 결합하는 바벨 전략을 사용한다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포스트 코로나, 수익과 안정 다 잡는 투자는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83호(2020년 08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