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제 183호 (2020년 08월)

프리미엄 전기차, 본격 레이스 ‘후끈’

기사입력 2020.08.03 오후 04:04

프리미엄 전기차, 본격 레이스 ‘후끈’
[한경 머니=김종훈 자동차 칼럼니스트 l 사진 각 사 제공] 프리미엄 전기자동차 시장은 테슬라가 선점했다. 여전히 영향력을 발휘한다. 그러나 앞으로도 그럴지는 미지수다. 긴 세월 자동차를 만들어 온 프리미엄 브랜드가 하나둘 순수 전기차를 선보이는 까닭이다. 테슬라가 참신하다면 프리미엄 브랜드 전기차는 탄탄하다.  


전기차는 이제 거부할 수 없는 흐름이다. 시기의 문제다. 미래의 도로는 전기차 일색일 거다. 부인할 사람은 없다. 이 흐름을 가속화한 회사는 테슬라다. 자동차를 만들어 오던 회사가 아닌데 전기차로 성공했다. 전기차를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게 했다.

처음 전기차는 효율만 떠올리게 했다. 몇몇 대중 자동차회사가 그렇게 선보였다. 테슬라는 다르게 접근했다. 전기모터라는 새로운 동력원에 걸맞은 참신함으로 빚었다. 발상의 전환이랄까. 배터리를 많이 넣어 주행거리를 늘렸다.

그만큼 비싸진 가격은 색다른 콘셉트로 상쇄했다. 물리적인 버튼을 모조리 디지털 디스플레이에 몰아넣는 파격, 전기모터의 특성을 살린 경악할 만한 출력, 누구보다 먼저 첨단 운전자 보조장치를 선보인 대담성, 그 기술에 ‘오토파일럿’이란 용어를 내세워 각인시키는 마케팅 기술까지 전통 자동차회사가 쌓아올린 기술력과는 다른 부분에서 승부한 것이다.

덕분에 테슬라는 프리미엄 전기차 시장을 선점했다. ‘전기차’ 하면 테슬라가 떠오르는 이유다. 여기까진 테슬라의 전략이 주효했다. 하지만 전기차 시장은 이제 시작이다. 프리미엄 브랜드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긴 세월 자동차를 만들어 온 기술력에, 프리미엄 브랜드다운 만듦새를 더했다. 이제 본 경기가 시작됐다. 프리미엄 전기차 시장이 꿈틀거린다.

프리미엄 전기차, 본격 레이스 ‘후끈’


스타일과 공간 사이, 재규어 I-PACE


I-페이스(I-PACE)는 5인승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다. 비율을 보면 SUV라기보다 크로스오버에 가깝다. SUV보다는 낮고 해치백보다는 높은 형태. 자동차는 형태를 통해 기본적인 성격을 드러내기도 한다. 그러니까 I-페이스는 스타일과 공간을 절충했다. 재규어가 빚어내고자 한 스타일에 사람들이 선호하는 SUV의 공간성을 더했다. 프리미엄 전기차로서 패밀리카의 영역을 고려한 것이랄까. 첫 순수 전기차로서 강렬한 이미지 대신 실리를 택한 셈이다. 스포츠카와 SUV 사이의 쓰임새 차이다.

재규어다운 디자인 감각은 여전하다. 누가 봐도 재규어라고 알게 하면서 신선한 느낌도 가미했다. 재규어 75주년 기념 콘셉트 카 C-X75를 토대로 I-페이스를 빚었다. 여느 재규어처럼 I-페이스 역시 매끈한 면과 차체 굴곡이 돋보인다. 과한 장식 없이도 미를 추구하는 재규어 가문의 후예답다. 단정한 그릴과 두 가닥 J-블레이드 주간주행등 역시 재규어의 인장이다.

실내는 디지털 디스플레이를 적극 활용했다. 전기차의 미래적 느낌을 형성하는 데 디지털 디스플레이는 필수적이다. 그러면서 재규어가 이어온 인테리어 품질은 유지했다. 파노라마 루프로 개방감을 높이고, 시트를 매만져 공간 효율도 극대화했다. 물론 이런 요소는 전기차의 신선함과는 상관없다. 실내에 디지털 디스플레이만 하나 덩그러니 배치하는 신선함 말이다. 하지만 프리미엄 자동차다운 고급스러움을 조성하는 데 일조한다. I-페이스는 전기 파워트레인을 썼을 뿐 재규어라는 점을 강조한다.

물론 전기 파워트레인의 장점도 활용했다. 앞뒤 차축에 전기모터 두 개를 달아 네 바퀴를 굴린다. 그 사이에 배터리를 낮게 장착해 무게중심을 낮췄다. 50대50으로 무게도 배분했다. 품이 넓은 탄탄한 하체도 마찬가지다. 즉, 달릴 때 중요한 요소를 하나씩 매만진 셈이다. 전기모터를 활용해 그동안 자동차 만들어 온 솜씨를 발휘했다. 전기차로서, 재규어답게 달린다. I-페이스는 재규어의 첫 번째 전기차로서 신선함은 부족할지 모른다. 하지만 파격보다는 재규어가 만든 전기차라는 점을 웅변한다. 전통 자동차 브랜드의 가치를 전기차에 담은 셈이다.  

프리미엄 전기차, 본격 레이스 ‘후끈’

프리미엄 전기차, 본격 레이스 ‘후끈’

우아한 전기차, 메르세데스-벤츠 EQC

메르세데스-벤츠는 자사 전기차 브랜드로 EQ를 내세웠다. 앞으로 EQ가 들어간 모델은 순수 전기차라는 뜻이다. 그동안 여러 모터쇼에서 EQ 콘셉트 카를 선보였다. 어떤 모델을 먼저 양산할지 관심을 모았다.

첫 번째 순수 전기차로 낙점된 모델은 EQC다. EQ라는 벤츠 전기차 브랜드에 C가 붙었다. 보통 C 하면 C-클래스를 떠올리지만 SUV인 GLC도 있다. EQC는 GLC를 연상케 하는 SUV 형태의 전기차다. GLC는 메르세데스-벤츠의 인기 모델이다. 그러니까 메르세데스-벤츠는 첫 번째 순수 전기차를 사람들이 선호하는 크기와 형태로 빚은 셈이다.

EQC의 외관은 유리공예품처럼 매끈하다. 메르세데스-벤츠가 바라보는 미래 자동차는 매끈한 곡선이다. 특별한 장식이 없다. 잘 부풀린 곡면으로 차를 빚었다. 그릴과 헤드램프도 패널 하나로 연결해 곡면을 더욱 강조했다. 물방울 하나 떨어뜨리면 우아하게 흘러내릴 듯하다. 기존 디자인의 방향성을 극대화했달까. 익숙한 형태지만 생경한 질감으로 전기차만의 특징을 구현했다. 물론 EQC에도 전면 중앙을 채운 세 꼭지 별 엠블럼의 영향력은 크다.

실내는 디지털 디스플레이를 중심으로 간결하게 정리했다. 기존 벤츠 인테리어 방향성이다. 그동안 라인업을 통해 발전시켜 왔다. 하나의 흐름을 통해 전기차로 자연스레 이어지게 했다. 전기차를 바라보는 관점을 알게 하는 대목이다. 프리미엄 브랜드로서 파격보다는 브랜드 정체성을 이어나가는 방법을 택했다. 오래 자동차 만들어 온 회사답게 진중하게 나아간다.

EQC 역시 앞뒤 차축에 전기모터 달아 네 바퀴를 굴린다. 앞뒤 전기모터는 역할이 다르다. 앞 전기모터는 효율을 중시하고, 뒤 전기모터는 역동성을 담당한다. 후륜구동 기반 사륜의 특성을 전기모터로 구현한다. 시스템 최고 출력은 408마력. 최대 토크는 77.4kg·m로 지체 없이 밀어붙인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5.1초 걸린다. 자극적인 숫자들은 아니다. 하지만 EQC의 쓰임을 생각하면 쾌적한 수준이다. 성능과 내구성, 안정성을 조율한 결과다. 

프리미엄 전기차, 본격 레이스 ‘후끈’
  

프리미엄 전기차, 본격 레이스 ‘후끈’

남다른 균형, 아우디 e-트론

아우디의 첫 번째 순수 전기차는 e-트론이다. e-트론은 모델명이자 아우디 전기차 브랜드명이기도 하다. 앞으로 아우디는 e-트론을 통해 전기차 시대로 나아간다. 그 시작을 알리는 e-트론은 SUV 형태 전기차다. 아우디 라인업에서 Q5보다 크고 Q7보다는 작다. 아우디 역시 다른 프리미엄 브랜드처럼 사람들이 선호하는 형태와 크기를 택했다. 제대로 팔고 싶다는 의도다.

e-트론은 아우디가 바라보는 전기차의 방향성을 엿볼 수 있다. 내연기관 모델과 이질감을 최소화하면서 전통 자동차회사로서 완성도를 높이려 한다. e-트론의 외관은 누가 봐도 아우디다. 주간주행등 형태 등 세부 요소만 다를 뿐. 더불어 운전할 때 느낌도 내연기관 자동차의 감각을 유지했다.

특히 ‘브레이크-바이-와이어(Brake-by-wire)’ 장치를 양산 전기차 최초로 탑재했다. 전기차는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면 회생제동이 발생한다. 그 저항으로 배터리를 충전한다. 하지만 일반 자동차를 운전할 때와 달리 이질감이 드는 게 사실이다. e-트론은 그 차이를 좁혔다. 브레이크 밟아 가며 회생 제동의 효율을 챙긴다. 기존 자동차의 감각을 유지하며 전기모터의 장점을 취했다. 전기차의 이질감을 덜어내는 데 집중하는 아우디의 방향성이다. 

그럼에도 전기차라는 미래 자동차다운 요소도 잊지 않았다. 사이드미러 대신 카메라를 달았다. 도어 트림에 있는 디지털 디스플레이에서 양쪽 측방 시야를 볼 수 있다. 멋도 멋이지만 공기 저항에 좋다. 악천후에도 잘 보인다. 조금 다른 차를 타는 기분을 고조시킨다. 디자인을 중시하는 아우디답게 달라 보이게 하는 장치다. 그런 점에서 e-트론은 영리하다. 프리미엄 브랜드 전기차로서 가치와 자극 사이에서 균형을 잡았다. 제대로 자극적인 모델은 다음에 만들면 되니까.

프리미엄 전기차, 본격 레이스 ‘후끈’


김종훈 자동차 칼럼니스트는…
남성 잡지 <아레나 옴므 플러스>에서 자동차를 담당했다. 자동차뿐 아니라 그에 파생된 문화에 관해 글을 써 왔다. 2017년 모터사이클로 유라시아 대륙을 횡단한 후에는 자동차와 모터사이클 양쪽을 오가며 글을 쓴다. 현재 자동차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며 <아레나 옴므 플러스>, <모터 트렌드> 등 다수 매체에 자동차 & 모터사이클 관련 글을 기고한다. 엔진 달린 기계로 여행하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83호(2020년 08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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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20-08-10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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