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g story 제 184호 (2020년 09월)

[special]“일의 언어는 단순하고 정확해야”

기사입력 2020.08.26 오후 02:32

[한경 머니 = 김수정 기자]비단 이 세상에는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만 있는 건 아니다. ‘라떼(나 때)’에 집착하는 꼰대 팀장도 있고, 매사 제멋대로인 신입사원도 있다. 서로의 생각과 언어가 다르니 일터는 항시 전쟁 중이다. 이 간극을 줄이고, 일의 효율과 질을 높이기 위해 필요한 ‘일꾼의 언어’는 무엇일까. 사진 서범세 기자 
[special]“일의 언어는 단순하고 정확해야”
일꾼들은 끊임없이 언어를 사용한다. 보고할 때, 지시할 때, 회의할 때, 문제가 생겼을 때, 성과를 어필할 때, 까다로운 상대와 협상할 때 등 일의 시작과 끝엔 늘 언어가 있다. 그래서일까. 일을 잘하는 사람들은 탁월한 업무 능력만큼이나 명확한 언어 습관이 배어 있다. 이러한 언어 습관을 박소연 작가는 ‘일의 언어’이자, 일꾼이 꼭 연마해야 하는 일의 기술이라고 강조한다. 

박 작가는 대기업, 공공기관, 지방자치단체와 굵직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각 조직의 상위 0.1% 인재들이 어떻게 일하는지 알게 됐다. 그 속에서 ‘탁월한 언어 감각’이야말로 그들의 핵심 경쟁력임을 발견하고, 그 노하우와 비결을 저서 <일 잘하는 사람은 단순하게 말합니다>에 담았다. 

일의 언어는 우리가 일상에서 활용하는 언어와는 전적으로 결이 다르다. 소위 ‘말빨’이 좋다고, ‘위트’가 넘친다고 일의 언어에 능숙하다곤 할 수 없다. 일의 언어엔 일종의 규칙이 있고, 공부한다면 누구나 잘할 수 있다고 박 작가는 말한다. 그가 말하는 ‘일잘러(일 잘하는 사람)’들의 일의 언어를 요모조모 들어봤다. 

작가님이 정의하는 일의 언어란 무엇이고, 왜 배워야 하나요.
“일의 언어와 일상의 언어는 완전 달라요. 그래서 외국어를 배우듯이 새로 배워야 제대로 구사할 수 있어요. 둘의 가장 큰 차이는 정확성이죠. 가령, 일상에서 누군가 ‘오늘 날씨가 어때’라고 물어봤다고 가정해 봅시다. 

일상의 언어였다면 ‘오늘 너무 더워’, ‘요즘 더워서 너무 힘들어’라고 대답할 수 있겠죠. 정확한 정보가 아니더라도 친밀함의 표현으로 소통이 이뤄진 셈이죠. 그러나 일의 언어는 달라야 해요. 날씨를 알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가르쳐 주거나, ‘오늘은 몇 도, 강수량은 얼마입니다’라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하죠. 일터에서 소통의 정확도는 일의 완성도로 직결되니까요. 다만, 말솜씨가 뛰어난 것과 일의 언어가 능숙한 건 다른 영역입니다. 일의 언어는 누구나 배우고, 연습하면 잘할 수 있어요.”

바야흐로 하반기 공채 시즌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상사급인 중년들은 새롭게 들어오는 MZ세대 신입들을 모르고, MZ세대는 학교에서는 가르쳐 주지 않는 사회생활이 영 힘들다고 볼멘소리를 합니다. 특히, 소통의 어려움을 가장 크게 꼽는다고 하는데 무엇이 문제일까요.
“실제로 팀장급 이상의 중간 리더들이 직장 내 소통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경우를 많이 봤어요. 일단, 이들은 과거 자신의 상사들로부터 정확한 지시를 받아 본 적이 없어요. 그저 모호하게 지시받는 데 익숙한 세대죠. 상사가 1차로 적당히 설명하면 직원이 30~50% 수준으로 해 오고, 2차로 수정을 지시하면 70% 수준, 3차 지시 후에 90%로 해 오는 게 전형적인 업무 패턴이었습니다. 

또한 그런 시행착오 속에 업무를 배운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오롯이 참고 견뎠고요. 그래서인지 현재 중간 리더들은 처음부터 자신이 생각하는 걸 정확히 직원들에게 지시하지 않아요. 이에 반해 요즘 젊은 직원들은 이런 모호한 지시를 받아들이지 못해요. 왜냐하면 이들에게 중요한 건 가처분소득보다 시간이거든요. 

아마 역사상 시간에 가장 민감한 세대일 거예요. 이들은 자신의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 굉장히 무능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왜 처음부터 똑바로 말하지 않아서 쓸데없이 일을 여러 번 하게 만들지? 저거 봐. 자기도 모르니까 대충 얘기하고 가잖아’라며 반발하죠. 그 간극이 소통의 부재로 이어지는 것 같아요.”

그렇다면 이 간극을 어떻게 줄일 수 있을까요.
“서로 간 배려가 필요하겠죠. 그러기 위해서 리더의 언어는 부지런하고 디테일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보죠. 경영지원실로부터 ‘스마트한 업무 환경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 대해 팀별 아이디어 지시가 내려왔다고 가정해 볼 게요. 이때 현명한 팀장이라면 직원들에게 그 주제를 그냥 전달하기보다 ‘스마트한 업무 환경’이 무엇인지 정의하는 개념화부터 시작했을 겁니다. 

이를 테면 이렇게 말이죠. ‘무역업을 하는 우리 회사는 담당 국가에 따라 일하는 시간대가 모두 다릅니다. 그러므로 우리에게 필요한 스마트한 업무 환경이란 서로 다른 시간대에 일하면서도 한 팀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도와주는 환경이죠. 이를 위해 어떤 제도나 프로그램을 도입하면 효과적일지 논의했으면 좋겠습니다.’ 이렇게 구체적으로 지시하면 직원들 피드백의 질도 높아지고, 창의성도 더욱 발휘돼요. 사실, 모호하게 지시하는 건 커뮤니케이션상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 리더의 게으름 문제기도 해요. 정작 본인은 ‘스마트한 환경’에 대한 숙고 없이 그냥 직원들이 가져오면 그때 생각하려는 안일한 태도거든요.”

직원들은요.
“직원들의 태도도 중요합니다. 일의 상황은 계속 변하기 마련이죠. 지시를 받고 그냥 끝이라고 생각할 게 아니라 수시로 상사에게 현 상황을 정확하게 보고하고, 체크해야 합니다. 잘 모르는 상태로 일단 ‘네’ 하고 돌아서면 일이 커집니다. 하다못해 커피 몇 잔을 사 오더라도 손님용인지, 팀 회의용인지에 따라 다르지 않습니까. 

어떤 일에 필요한지(why), 원하는 결과물과 가장 비슷한 표본(how)은 어떤 건지, 언제까지(when) 필요한지는 기본적으로 물어 보는 게 좋습니다. 처음 지시받는 시점에 말이죠. 아울러, 지시한 상사도 머릿속에 완벽한 결과물이 있다기보다는 어렴풋한 그림 정도만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즉, 초안이라도 봐야 아는 거죠. 핀터레스트 이미지 검색이나 구글링 등을 통해 담당자가 생각하는 후보군 두세 개를 뽑아서 이 중 무엇에 가까운지 물어보세요. 기획서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종이에 한 페이지짜리 조감도(문제, 프로젝트명, 주요 과제 등)을 그려서 상의하세요. 그래야 두 번 일하지 않습니다.”

맞는 말씀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팀장급 이상의 중년들은 리더의 언어를 어려워합니다. 잘못된 점을 지적하면 ‘꼰대’라고 폄하할 것 같고요. 어떻게 해야할까요.
“후배의 잘못을 지적하는 걸 너무 무서워하지 마세요. 잘못한 부분은 바로 잡아 줘야죠. 다만, 잘못된 행동 그 자체만 언급해야지 거기서 더 나아가 의미나 해석을 붙여선 안 됩니다. 예를 들어 한 직원이 자주 지각을 해요. 이때 지적을 하고 싶으면 팩트만 얘기하면 돼요. ‘한 달에 지각을 네 번 해서 인사팀에서 얘기가 나왔다. 주의해 달라’ 이렇게요. 

그런데 많은 분들이 굳이 해석을 붙여서 말해요. 가령 ‘매번 지각하는데, 요즘 회사 다니기 싫어? 회사생활 하면서 근태를 함부로 생각하면 안 돼’라고 말이죠. 사원이 한달에 네 번 지각한 건 팩트지만, 근태를 함부로 생각하는지는 상사의 일방적인 해석이에요. 당연히 이 말을 듣는 직원은 반발심이 생기죠. 해석 대신 팩트만 얘기하세요. 더불어 칭찬은 공개적으로, 비판은 개인적으로 하는 게 좋습니다.”
[special]“일의 언어는 단순하고 정확해야”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상대방 요구를 거절하거나 반대 의견을 내고 싶어도 머뭇거리게 될 때가 부지기수입니다. 이럴 때 필요한 언어의 기술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대개 신입사원들이 거절하는 걸 어려워해요. 거절의 기본적인 원칙은 상사든 동료든 친절하게 선을 알려주는 것이에요. 아주 적극적으로요. 표현하지 않으면 상대방은 절대로 알지 못하거든요. 이건 부탁을 하는 상사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예요. 요즘 시대에는 원하는 게 있으면 분명하고 정확한 언어로 얘기해야 합니다. 

암묵적 신호로 전달하고 상대방이 알아서 듣기를 기대하면 혼선이 일어나죠. 일례로 팀장이 거래처와의 저녁 식사에 갑자기 직원을 데려가고 싶을 때 이렇게 말해요. ‘저쪽 거래처에는 세 명이나 나온다는데 우리는 나 혼자네.’ 팀장의 말이 끝났지만 직원은 딱히 반응하지 않습니다. 직원의 입장에선 ‘같이 가자’는 팀장의 속내를 ‘혼자만의 넋두리’, ‘개인적 소망’ 혹은 제대로 안 들었을 수 있거든요. 

거절이든 부탁이든 분명하고 직접적인 언어로 말하세요. 단, 상대방이 직접적인 요청에도 거절한다면 협상을 제안하세요. 호의를 호소하거나 인센티브를 주는 게 인지상정이겠죠. 아울러 상사의 의견에 반대를 하고 싶을 때 무작정 반대하기보다는 대안을 제시해야 효과적으로 본인의 의견을 전달할 수 있습니다.”

요즘은 ‘비대면 커뮤니케이션’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같은 사무실에서 일해도 메신저나 이메일로 소통하는 부분이 훨씬 큰데, 효과적인 비대면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필요한 것들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앞서 말씀드렸듯이 일의 언어에서 ‘단순함과 정확성’은 가장 중요한 특징인데, 비대면 커뮤니케이션은 필연적으로 ‘지연’과 ‘대기’가 생겨납니다. 따라서 텍스트형 커뮤니케이션을 할 때는 서로 몇 시간에 한 번씩 답변해도 문제가 없을 정도로 ‘완결형’으로 이야기하는 게 좋습니다. 가령 이런 식이죠. 메신저로 ‘바쁘세요?’라고 묻는 것보다 ‘김 대리님, 안녕하세요. 요즘 바쁘시죠? 다름이 아니라 지난주 말씀드린 A제품 수량을 2000세트까지 확보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연락드렸습니다. 가격, 조건은 같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연락 부탁드립니다’라고요. 상대방이 궁금해 할 내용을 단순하고, 명확하게 전달하는 능력이 언택트 시대에는 일 잘하는 핵심 역량이자,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습니다.”

박소연 작가는…
서울대 국제대학원 졸업. 경제단체에 입사해 후진타오 전 중국 국가주석,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 등이 참석한 국제행사(APEC CEO Summit)와 대통령 해외순방 경제사절단 총괄 등을 맡으며 대규모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운용하는 방법을 배웠다. 2015년 최연소 팀장으로 임명된 후 팀장 첫 해 23개 팀 중 최고 고과를 받았고 큰 프로젝트를 연달아 성공시켜 국무총리상을 수상했다. 저서로는 <승진의 정석>, <일 잘하는 사람은 단순하게 합니다>, <일 잘하는 사람은 단순하게 말합니다>가 있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84호(2020년 09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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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20-08-26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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