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제 184호 (2020년 09월)

외도 이후 부부의 세계는

기사입력 2020.08.26 오후 03:16

외도 이후 부부의 세계는

[한경 머니 기고=배정원 행복한성문화센터 대표·성전문가·보건학 박사·유튜브 ‘배정원TV’]외도라는 태풍이 지나간 뒤 부부의 세계는 다시 평온을 되찾을 수 있을까. 서로를 용서했지만 마음속에 남아 있는 상처까지 도려낼 수 없는 법. 다시 마주한 부부의 마음 안을 들여다봤다. 

“그때 제가 정말 회사일로 힘들었는데, 아내가 외도한 걸 알았지요. 정말 폭풍우 같은 시간들을 지냈죠. 용서하고 다시 잘 살아 보자고 약속했지만, 제 마음은 아직도 엉망입니다. 특히 평온을 찾은 것 같은 아내를 보면 ‘어떻게 하필 그때 나를 배신해? 당신이 어떻게 그럴 수 있어?’라는 생각에 분노가 치밀어요. 언제쯤 평안해질 수 있을까요?”

“까맣게 몰랐어요. 한 직장에서 친한 동료로만 알았고, 생각이 잘 맞아 자주 팀으로 일한다고 해서 저도 그녀 부부를 저녁식사에도 초대하곤 했죠. 제 요리가 맛있다며 칭찬 일색이던 그녀가 생각나 지금도 미칠 거 같아요. 속으로는 얼마나 저를 비웃고 있었을까요? 절대로 남편을 용서할 수 없을 것 같아요.”

배우자 몰래 다른 사람과 정을 나누는 외도는 아마도 결혼이라는 제도와 함께 역사를 같이 할 것이다. 예전에는 정략결혼, 중매 등 낭만적인 사랑으로 결혼하는 경우가 없어서 그랬다지만, 지금은 거의 모두가 사랑해서 결혼하는데 왜 사람들은 여전히 바람을 피우는 걸까.

요즘은 ‘애인 없는 가정주부가 없다’든지 ‘오피스 와이프(office wife), 오피스 허즈번드(office husband)’ 같은 이야기가 심심치 않다. 아무래도 남자들이 바람을 많이 피우는 것 같지만, 사회에서 남녀가 평등해질수록 거의 비슷한 비율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많다. 

상대가 바람을 피우는 걸 안 후부터 부부는 폭풍우 속에 놓인다. 요즘은 배우자의 휴대전화 속 문자메시지를 봤다든지, 이메일을 봤다든지, 배우자가 사진을 아내 또는 남편에게 실수로 전송한다든지 해서 바람이 대부분 들통 난다. 그럴 때 보통 우리는 ‘용서를 하고, 다시 잘 살아 보자’고 결심하거나, 아니면 헤어지는 결정을 내린다. 

하지만 배우자가 바람을 피웠다고 단박에 헤어지기가 어디 그리 쉬운가. ‘아이들은’, ‘경제적인 문제는’, ‘내 사회적인 체면은’. 생각할 것은 더욱 많아지고, 연애나 결혼생활을 오래한 부부일수록 헤어지기는 쉽지 않다. 헤어지는 거야 법적으로 하면 되지만, 정작 지옥은 같이 살아 보자고 결정했을 때부터다.

내 마음은 시도 때도 없이 지옥인데, 정작 문제를 일으킨 당사자는 용서를 받았으니 평온하다. 나는 그 또는 그녀가 전화를 받을 때마다, 누군가를 만나러 갈 때마다, 심지어 멋진 식당에 함께 가도 아직도 의심의 태풍을 맞고 있는데 그는 ‘아직도 나를 의심하느냐, 나는 이제 다 정리했다’고 말간 얼굴일 때, 당한 사람은 웃어도 웃는 게 아닌 심정이 된다. 그때마다 해명해 주길 바라지만, 상대는 심지어 짜증을 내기도 하고, 그러는 내 모습은 더욱 비참해질 뿐이다.

◆외도 후 다시 사랑하는 법 

정작 아이러니는 비록 용서를 구하고 싹싹 빌며 다시는 안 그러겠다고 맹세까지 했지만, 바람을 피운 배우자는 그 바람을 통해 자존감이 높아져 있는데, 당한 사람의 자존감은 형편없이 떨어져 있고 자신이 무가치해졌다는 자각 때문에 더욱 괴로운 거다. 게다가 주변에선 자꾸 “외도하는 데엔 두 사람 다 문제가 있다”고 말하고, “이혼하지 않다니 자존심도 없느냐”고 부추긴다.

마음은 우울함과 격분, 무기력함과 맹렬한 분노, 좌절 사이를 시도 때도 없이 오가고, ‘모든 걸 너무 순순히 봐 준 게 아닌가’ 자신이 바보처럼 느껴져 짜증이 난다. 질투나 두려움 때문에 그와의 섹스를 격렬하게 원하다가 그게 더 비참해져서 죽을 지경이다. 

이렇게 외도의 발각 후 같이 살기로 결심했을 때 어떻게 해야 좋을까. 습관적인 외도가 아닌 경우 바람을 피운 배우자도 상대의 고통을 보며 자신이 수치스럽다. ‘내가 그런 사람이라니...!’ 그렇다. 믿고 싶지 않겠지만 당신은 그런 사람이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하고, 그 감정은 수치심에서 죄책감으로 옮겨 가야 한다. 수치는 나 자신에 대한 감정이지만, 죄책감은 상대의 고통을 수용하고 공감하는 감정이기 때문이다. 깊은 후회를 했다면 그 후회에 대한 표현을 상처받은 배우자가 회복될 때까지 끊임없이 해야 한다. 무엇보다 상처 입은 사람의 회복에 초점이 맞춰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바람을 피운 사람은 상대의 곁에 있어 주고, ‘사랑한다’ 말해 주기를 반복해야 한다. ‘의무감’ 때문에 곁에 남은 게 아니란 걸 상대가 수용할 때까지 말이다. 또 자신의 잘못을 잊지 말고, 의심스런 상황이 되면 미리 알려 준다. 예를 들면 전화를 받을 때 상대가 누구라는 걸 알려 주는 것, 식당에 들어갔을 때도 ‘그와 같이 온 적이 있는지 없는지’ 상대가 묻기 전에 알려 주는 것이 좋다. 이렇게 신뢰를 쌓은 일은 어렵지만, 좋은(?) 시간을 즐겼던 당신이 상대를 위해 해야 할 일이다. 

배우자가 바람을 피우면, 당한 사람은 세계가 무너지는 것 같다. 그것은 자신의 정체성이 무너지는 경험이기 때문이다. 또 자신이 배우자와 함께 했던 시간들 속에 많은 거짓이 있었다는 걸, 자기가 아는 것이 진실이 아니었다는 걸 아는 순간 현실을 믿지 못하게 된다. 그래서 바람을 피운 사람은 그 시간들에 대해 해명을 해야 한다. 자신은 그 시간 속에 있었지만, 당한 사람은 이제야 진실을 알아 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또한 피해를 당한 사람은 ‘외도의 원인’이 어느 정도 자신에게 있었다 할지라도 그 상황을 이해하는 것과 그것으로 자책하는 것은 다른 문제라는 것을 구분해야 한다. 그렇게 자신을 비난하다 보면 나 때문에 상대가 바람을 피웠다는 결론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기분이 나지 않더라도 외모를 꾸미시라. 머리 모양을 새로 바꾸고 내게 멋진 옷이나 구두를 사 주는 것, 손톱 관리, 피부 마사지를 받는 것은 기분을 좋게 해 줄 수 있다. 또 친구들에게서 멋진 저녁식사를 초대받아 위로받는 것도 필요하다. 그리고 그간 하고 싶었던 일, 그림, 도자기 혹은 영어회화 배우기 등 자신을 위해 배려할 수 있는 일을 한다. 무엇보다 먼저, 자신을 돌보고, 기분 좋아지는 일을 한다. 세상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당신이라는 유일한 존재이고, 당신은 언제나 대접받을 자격이 있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84호(2020년 09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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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20-08-26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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