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거품 논쟁 딛고 상승 이어갈까

[한경 머니 기고=한상춘 한국경제 논설위원 겸 한국경제TV 해설위원]주가는 과거 실적이 아니라 미래에 기대되는 수익에 투자한 결과다. 하지만 경기가 바닥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최근 주가의 고공행진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앞으로의 주가 향방을 놓고 다양한 관측들이 나오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국제사회에 알려지기 시작한 지 6개월이 넘었다. 올해 세계 경제 10대 뉴스를 앞당겨 선정한다면 코로나19 사태가 당연히 톱을 장식할 것으로 확실시된다. ‘BC(Before Corona)’에서 ‘AD(After Disease)’로 비유될 만큼 모든 분야에서 빅 체인지, 커다란 변화를 몰고 오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 분야에서 피부로 체감할 만큼 가장 확실하게 나타나는 변화는 ‘세계화의 퇴조’다. 세계화 속도가 둔화된다는 의미의 ‘슬로벌라이제이션(slow- balization)’을 넘어 ‘탈세계화(deglobalization)’라는 용어가 나올 정도다. 전염성이 강한 코로나19에 대처하는 유일한 길은 거리 두기로 사람의 이동이 자유롭지 못하면 상품과 자본의 이동도 제한되기 때문이다.

세계화의 퇴조 움직임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된다. 코로나19 사태로 ‘효율성(기업 차원에서는 이윤 극대화)’을 중시하는 세계화에서 안정성과 사회적 가치의 중요성을 깨닫는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각국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닥칠 변화를 감안해 글로벌 전략 등 모든 경제정책을 수정해 나가고 있다.

반면에 자급자족 성향이 더 강해지는 추세다. 가뜩이나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범세계주의’보다 ‘보호주의’가 힘을 얻어 가는 상황에서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아예 수출보다 내수, 오프쇼오링보다 리쇼오링, 아웃소싱보다 인소싱이 강조되기 시작했다. 정치적으로도 자국의 이익을 최우선하는 극우주의 세력이 날로 커지고 있다.

자급자족 성향이 중시되는 과정에서 앞으로 더 주목되는 변화는 각국이 세계 공급망을 자국 중심으로 재편하려는 움직임이다. 미국이 주도하고 있지만 일본, 유럽 등 모든 국가가 경쟁적으로 추진하는 것도 종전에 볼 수 없었던 현상이다. 세계 공급망의 중심지가 될수록 자국의 위상이 높아지고 국민 경제생활의 안정성을 보장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재편되고 있는가’는 세계 공급망의 개념을 따져 보면 그 답이 나온다. 세계 공급망이란 ‘기업 간 무역’과 ‘기업 내 무역’으로 대변되는 국제 분업 체계를 말한다. 이 개념에 충실한 개편안은 종전 세계 공급망의 중심국 기업 간 거래를 차단하고 본국으로 환류 되는 기업 간 거래를 더 촉진시키면 된다.

가장 앞서가는 미국의 세계 공급망 재편 구상인 ‘경제협력네트워크(EPN)’ 내용을 들여다보면 이런 내용이 그대로 드러난다. 세계화 시대에 공급망 중심국인 중국을 무너뜨리기 위해 화웨이 등 핵심 기업과 미국 기업과의 모든 거래를 차단했다. 삼성전자 등 제3자 기업을 통한 거래, 즉 세컨더리 보이콧도 병행하고 있다. 한마디로 ‘죽이기 전략’이다.

세계화가 퇴조됨에 따라 기축통화에 대한 필요성이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 연준)는 1913년 설립 이래 가지 않는 길을 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끝날 때까지 정크본드 등 매입 대상을 가리지 않고 무제한 달러화를 공급하겠다는 방침이다. 중앙은행의 고유 기능인 최종 대부자 역할을 포기한 셈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연준은 초당 100만 달러씩 풀고 있다. 달러화 공급이 많을 경우 가장 우려되는 것은 ‘트리핀 딜레마’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트리핀 딜레마란 미국은 경상수지 적자를 통해 달러화를 공급해야 하지만 이 상황이 지속되면 달러 가치가 떨어져 기축통화로서의 지위를 유지할 수 없게 된다는 벨기에 경제학자 로버트 트리핀의 주장이다.
연준이 무제한 양적완화를 선언하자마자 달러 가치가 폭락할 것이라는 시각이 곧바로 제기된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 6개월 동안 주요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103’대에서 ‘93’대로 급락했다. 2년 만에 최저치다. 세계 최대 헤지펀드 운용자인 래이 달리오는 “달러화가 휴지조각이 될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기축통화로 달러화 위상이 흔들림에 따라 중국을 비롯한 미국 이외의 다른 국가는 브레턴우즈 체제를 위한 과다 달러화 보유 구속으로부터 벗어나려는 탈달러화 움직임이 빨라지는 추세다. 언택트(비대면)와 디지털 콘택트 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각국이 디지털 통화를 앞당겨 도입하고 있다. 국제통화질서에 일대 지각변동을 초래할 새로운 움직임이다.

주력 산업도 커다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움직임은 ‘알파 라이징 종목’의 부상이다. ‘알파 라이징 종목’이란 현존하는 기업 이외라는 관점에서 ‘알파(α)’가, 코로나19 사태 이후 더 떠오른다는 의미에서 ‘라이징(rising)’이 붙은 용어다. 클라우드, 온디멘드. 리모트, 온라인 스트리밍, 네트워크 5세대(5G), 인공지능(AI) 등의 첫 글자를 딴 ‘CORONA’ 종목이 대표적이다.

빈곤층을 대상으로 한 비즈니스, 즉 BOP (Bottom of the Pyramid) 관련 종목도 부상하고 있다. BOP 계층은 세계 인구(74억 명)의 72%인 50억 명에 이를 만큼 많은 데다 평균소비성향(소득 대비 소비비율)이 높아 시장규모도 10조 달러가 넘는 거대시장으로 성장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음식료와 재생 업종 주가가 크게 오르는 것도 동일한 맥락이다.
주가 거품 논쟁 딛고 상승 이어갈까

◆코로나19 이후 경기를 보는 상반된 시선

코로나19가 주식시장에서 위험자산에서 안전자산으로 인식하기 시작한 지난 2월 중순 이후 경기를 보는 시각이 급속하게 흐트러졌다. ‘엘(L)’자형, ‘더블유(W)’자형, ‘유(U)’자형, ‘브이(V)’자형에 이어 ‘나이키형’까지 나올 수 있는 형태는 모두 나왔다. 국민소득 통계가 사이먼 쿠츠네츠에 의해 개발된 1937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더 혼란스러웠던 것은 세계적인 석학 간에 경기를 보는 시각이 완전히 달랐다는 점이다. 주가가 속절없이 무너지는 상황에서 누니엘 루비니 미국 뉴욕대 교수는 1930년대 대공황보다 더 어려울 것이라는 ‘아이(I)’자형을 제시했다. 반면 벤 버냉키 전 연준 의장은 의외로 빨리 회복될 것이라는 V자형으로 반박했다.

각국은 중앙은행을 중심으로 비상 국면에 들어갔다. 지난 3월 초 미 연준은 1913년 설립 이후 두 번째로 임시회의를 열어 무제한 유동성 공급 방침을 선언했다. 순간 폭락했던 증시의 반응도 빨라 지난 3월 중순 이루 세계 주가는 50% 넘게 올라 코로나19 사태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주가 움직임만을 놓고 보면 지난 6개월 동안 V자형 반등이다.

하지만 경기는 여전히 침체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올해 2분기 미국 경제 성장률이 -32.9%로 추락했다. 국민소득 통계가 처음 발표되기 시작한 1947년 이후 73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유럽의 핵심인 독일 경제도 73년 만에 가장 낮은 –10.1%, 한국 경제도 외환위기 이후 가장 낮은 –3.3%를 기록했다. 2분기 성장률만 놓고 본다면 I자형 가깝다.

선행성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지난 6개월 동안 증시와 경기 움직임이 각각 V자형, I자형으로 정반대 움직임을 보인 만큼 8월 이후 증시와 경기를 예측하기가 더 어렵다. 주가의 앞날과 관련해 두 가지 시각, 즉 경기와 기업 실적이 받쳐 주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깊은 나락으로 추락할 수밖에 없다는 ‘제2의 닷컴 버블 붕괴론’과 하반기 이후에는 경기와 기업 실적이 따라오면서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낙관론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어느 시각으로 갈 것인가를 알아보기 위해 현재 주가 수준부터 평가해 보면 주가수익비율(PER), 주가순자산비율(PBR) 등 전통적인 주가 평가지표로는 도저히 이해되지 않을 정도로 ‘고평가’됐다. 한국 바이오업종의 경우 PER가 평균 200배가 넘는다.

전통적인 평가지표로 설명되지 않다 보니 일부 국내 증권사가 주가매출비율(PSR)을 사용하고 있지만 여전히 한계는 있다. PER, PBR와 마찬가지로 과거 실적을 기준으로 한 평가지표라는 점과, 최근처럼 매출과 이익 간 괴리가 심해지는 상황에서는 적정 주가 판단을 오히려 왜곡시킬 수 있다.
주가 거품 논쟁 딛고 상승 이어갈까

2009년 9월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금융이 실물경제를 반영(following)하는 것이 아니라 주도(leading)하는 위치로 바뀌었다. 각국 중앙은행도 자산 효과를 겨냥해 경기 회복을 모색하는 통화정책이 상시화되고 있다. 제로(혹은 마이너스)금리, 양적완화와 같은 비전통적인 통화정책이 전통적인 통화정책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의미다.

‘뉴노멀’이라 불리는 이런 주식투자 여건에서는 지금 당장 경기와 기업 실적이 뒤따라 주지 않더라도 미래에 수익으로 연결될 수 있는 무형의 잠재가치(최고경영자의 꿈과 이상도 포함)가 높게 평가되면 돈이 몰리면서 주가가 크게 오를 수 있다. 로버트 실러 미국 예일대 교수는 이를 ‘이야기 경제학’으로 정의했다.

주가는 과거 실적이 아니라 미래에 기대되는 수익에 투자한 결과라는 차원에서 보면 충분히 일리가 있고 오히려 더 맞을 수 있다. 월가에서 주목받고 있는 새로운 주가 평가지표로는 주가무형자산비율(PPR)과 꿈대비주가비율(PDR) 등이 있다.

신구(新舊) 평가지표로 미국의 슈퍼 스톡과 한국의 언택트 관련 종목의 적정 주가 수준을 따져 앞날을 예상해 보면 구평가지표로는 ‘하락’, 신평가지표로는 ‘상승’이라는 엇갈린 결론이 나온다. 따져 봐야 할 것은 구평가지표의 주가 하락 근거인 경기와 기업 실적 부진, 신평가지표의 주가 상승 근거인 미래 잠재가치는 서로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기업 내부 요인이 있겠지만 경기와 기업 실적이 좋아지면 미래 잠재가치도 올라가기 때문이다.

경기를 보는 시각도 지난 3월 1차 논쟁 때와 마찬가지로 2차 논쟁 때도 두 가지 시각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올해 3분기에는 기저효과 등으로 잠시 회복세를 보이다가 다시 침체 국면에 빠질 것이라는 W자형과 2분기(중국 경제는 1분기)를 저점으로 회복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V 혹은 U자형이다.

1차 논쟁 때와 다른 것은 극단적인 비관론인 I자형과 L자형 시각이 사라졌다는 점이다. 2차 논쟁 때 비관론인 W자형의 근거로 삼는 코로나19가 2차 대감염이 발생하더라도 1차 대감염 때보다 학습효과로 당황하지 않으면서 마스크 착용, 거리 두기 등이 일상화될 것이다. 코로나19 백신 개발 시기도 1차 대감염 때보다 다가왔다.

2차 대감염이 발생한다 하더라도 각국은 ‘재격리’보다는 ‘경제활동 재개’ 쪽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각국의 경기 모습을 보면 경제활동 재개 순으로 다르기 때문이다. 가장 빨랐던 중국 경제는 지난 1분기에 –6.8%에서 2분기에는 3.2%로 V자형으로 반등한 반면 가장 늦었던 미국 경제는 -5%에서 -32.9%로 I자형으로 추락했기 때문이다.

분명한 것은 거품 논쟁이 거센 미국의 슈퍼 스톡과 한국의 언택트 관련 종목의 주가가 오른다 하더라도 신구 평가지표에 따른 엇갈린 주가 전망으로 변동성이 크게 확대되는 가운데 기저효과 등으로 수익률은 둔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대체 투자 수단도 생각해 봐야 할 때가 됐다는 의미다.

미국의 슈퍼 스톡과 한국의 언택트 관련 종목보다 상대적으로 덜 오른 국가의 주식과 종목이 여름 휴가철 이후에는 수익률이 더 높을 수 있다. 국가별로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상대적으로 덜 오른 중국 주식과 ‘구경제’로 일컫는 전통적인 업종, 그리고 흑자 도산 기업을 인수하거나 기업공개(IPO)를 하는 기업의 주식을 주목해 봐야 할 때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84호(2020년 09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