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등 빅테크회사의 보험업 진출이 당분간 연기된 것일 뿐 조만간 진입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또 네이버는 보험 사업 진출을 위한 법적인 논란 요소를 해결하기 위해 시간을 번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네이버 등 빅테크회사의 보험업 진출이 당분간 연기된 것일 뿐 조만간 진입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또 네이버는 보험 사업 진출을 위한 법적인 논란 요소를 해결하기 위해 시간을 번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한경 머니 기고=김승동 뉴스핌 기자]네이버의 보험업 진출이 가시화되면서 업계가 잔뜩 긴장하고 있다. 네이버에서 보험업계의 우려에 대해 적극 진화하고 나섰지만 보험 상품의 온라인쇼핑 등 언택트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 욕구가 강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향후 시장 판도가 심하게 요동칠 수도 있다는 경계심은 좀처럼 풀어지지 않고 있다.

네이버가 자동차보험 비교 서비스를 만든다는 소식으로 보험업계가 소란스러웠다. 네이버는 1999년 설립됐다. 2015년에는 금융 사업을 위해 자회사인 네이버파이낸셜을 세웠다. 네이버파이낸셜은 보험 시장 진출을 위해 지난 6월 다시 자회사 NF보험서비스를 출범시켰다. NF보험서비스는 네이버의 손자회사다.

NF보험서비스 출범 소식과 동시에 손해보험업계 2위권 회사인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등이 네이버와 자동차보험 수수료를 협상하고 있다는 소문이 퍼졌다. 네이버를 통해 자동차보험에 가입하면, 그 대가로 보험료의 11%에 달하는 수수료를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이런 소식이 전해지자 업계는 더욱 술렁였다. 네이버에 11%의 수수료를 지급하면, 그만큼 사업비를 많이 집행하게 되고 이는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부정적 시각으로 기사가 쏟아졌다. 그러자 네이버는 “NF보험서비스는 자동차보험 비교를 위해 설립한 회사가 아니다”라고 공식 입장을 밝히며 한걸음 물러섰다.

네이버가 이처럼 물러섰음에도 보험업계는 여전히 술렁이고 있다. 보험업계는 네이버와 실제 수수료 협상을 진행했었다. 이에 네이버 등 빅테크회사의 보험업 진출이 당분간 연기된 것일 뿐 조만간 진입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또 네이버는 보험 사업 진출을 위한 법적인 논란 요소를 해결하기 위해 시간을 번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네이버, 보험 시장 군침?…업계 ‘좌불안석’

◆네이버 진입 위해선 금융당국 유권해석 필요

자동차보험을 가입할 수 있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다. 보험설계사를 만나거나 전화 및 온라인을 통해서다. 이 중에서 설계사나 전화를 통해 상담한 후 가입하면 보험료의 일부가 수수료로 지급된다. 보험설계사나 전화상담사 등 보험판매 자격을 가지고 있는 자가 보험 가입 여부에 관여했기 때문이다. 반면 온라인으로 가입하면 수수료가 없다. 보험모집을 한 주체가 사람이 아닌 시스템인 탓이다.

‘보험업법’ 제99조(수수료 지급 등의 금지)에서 보험사는 모집할 수 있는 자(설계사, 대리점, 중개사) 이외의 자에게 모집수수료를 지급할 수 없다고 명시했다. 온라인이 설계사나 전화로 가입하는 자동차보험보다 저렴한 것은 모집수수료만큼 비용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수수료 비용이 줄어든 만큼 보험료를 낮춘 셈.

‘보험업법’에 따라 NF보험서비스가 비교 시스템을 통해 자동차보험을 비교 정보를 제공하고, 이런 정보를 보고 가입자가 유입돼도 보험사는 수수료를 지급할 수 없다. 이에 네이버는 수수료 대신 광고비를 받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보험사가 광고비 명목으로 네이버에 돈을 지급해도 문제가 될 수 있다. 보험업감독규정 제4-36조(통신판매 시 준수사항)에서는 방송채널사용사업자로 승인된 보험대리점에 광고비 형태의 수수료를 지급하면 안 된다고 명시돼 있기 때문이다. 방송채널사용사업자는 통상 보험판매를 위한 홈쇼핑사를 의미한다. NF보험서비스는 홈쇼핑사와 비슷한 통신판매 사업을 영위한다.

즉, 네이버가 온라인 자동차보험 비교를 통해 가입자를 끌어 모으는 행위가 모집인지, 광고인지 여부에 따라 보험사는 수수료를 지급할지, 광고비를 지급할지 결정할 수 있는 것. 그러나 현재까지 알려진 네이버의 사업 형태에 대해서 보험사는 수수료도 광고비도 지급할 수 없다.

‘보험모집 자격을 가지고 있는 자’가 아니며 ‘홈쇼핑사’도 아닌 탓이다. 새로운 형태의 사업이기 때문에 금융위원회 등에서 법령해석을 해야 한다. 네이버는 법령해석이 명확해질 때까지 사업을 유보할 수밖에 없었던 셈이다.
네이버, 보험 시장 군침?…업계 ‘좌불안석’

◆네이버, 보험 시장에 군침 흘리는 까닭은

금융 산업은 규모의 경제가 필수다. 더 많은 고객을 붙잡기 위한 경쟁이 벌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더 많은 사람들이 더 많은 돈을 지불할 때 금융사는 성장한다. 현재 우리나라 인구는 정체돼 있으며 저성장 국가로 진입했다. 금융 산업 전체가 급성장할 수 없다는 의미다. 경쟁사의 고객을 뺏어 와 내 고객으로 만들어야 성장한다.

현대인은 스마트폰을 떼어 놓고 생활할 수 없으며, 네이버는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포털사이트다. 이런 네이버가 금융시장에 군침을 흘리고 나섰다. 네이버 등 플랫폼사가 금융시장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상품이 단순해야 하고, 유통마진이 커야 하는 등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은행이나 증권사의 상품은 유통마진이 크지 않지만 구조가 단순하다. 예·적금이나 주식거래가 대표적이다. 이미 10여 년 전부터 은행과 증권사의 모든 서비스는 온라인으로 가능해졌다. 이는 상품 구조의 단순성으로 인해 사람이 아닌 시스템으로 대체가 용이했기 때문이다.

보험이 은행이나 증권사 대비 온라인화가 덜 진행된 것은 상품 구조가 복잡한 탓이다. 그러나 유통마진이 크다. 보험사는 설계사에게 최대 20% 정도의 판매비용을 지불해 왔다. 온라인으로 시스템화하면 설계사에게 지급했던 판매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물론 보험사들도 더 낮은 가격의 온라인보험을 만들었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고객 유치에 실패했다. 오랫동안 보험사가 ‘보험은 어렵고 복잡해 설계사가 꼭 필요하다’고 마케팅을 해 온 탓이다. 이에 온라인보험이 아무리 저렴하다고 해도 소비자는 눈길을 돌리지 않았다. 설계사가 필수였던 과거의 성공 요인이 언택트(비대면) 시대의 성장 가능성을 막아 버린 셈이다.

네이버는 높은 유통마진에 군침을 흘렸고, 소비자 스스로 보험사 홈페이지를 찾지 않는다는 틈새를 본 것이다. 온라인보험을 플랫폼에 탑재, ‘설계사 없이 플랫폼이 알아서 서비스를 해 준다’는 식의 마케팅을 시작하려는 것. 네이버가 온라인에서 보험을 판매하면 소비자는 더 낮은 가격에 설계사를 통해 가입한 것과 같은 상품에 가입할 수 있다. 네이버는 줄어든 판매비용의 일부를 취할 수 있다. 보험사는 낮은 가격에 상품을 공급하고 경쟁사의 고객을 쟁취할 수 있는 것이다.

다만 이는 네이버가 보험 시장에 진입한 초기일 때 모습일 뿐이다. 보험사는 일반 제조업처럼 많지 않다. 경쟁사보다 더 낮은 가격에 상품을 공급하기가 쉽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네이버가 높은 광고비를 요구한다면, 그 광고비는 조금씩 가입자에게 전가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결국 향후 보험사는 판매를 위해 네이버 등 포털에 더 의존할 수밖에 없으며, 보험료는 더 높아질 수 있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84호(2020년 09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