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노트]조기 소환 시즌2
[한경 머니=한용섭 편집장]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에 따른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의 상황은 우리의 일상생활에 많은 변화를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마치 일상처럼 즐기던 시즌1의 삶이 조기 종영되고, ‘위드(with) 코로나’라는 시즌2가 조기 소환된 느낌입니다.

우리 주변에 있었지만 조금은 절실하지 않았던 시스템들이 갑작스럽게 필연적으로 소환됩니다. 화상회의, 원격업무 지원, 온라인 교육과 같은 시스템들이 삶에 장착되고 있는 거죠. 특히 교육 시스템의 변화는 인간의 바둑을 무력화시켰던 인공지능(AI) 알파고의 등장만큼이나 낯설고 당황스러운 것 같습니다.

지난 9월 15일 교육부에서는 ‘원격수업의 질 제고 및 교사·학생 소통 강화 방안’을 발표하며, “원격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 쌍방향 수업을 강화하라”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학교 현장은 원격수업 인프라가 충분히 갖춰지지 않아 실시간 쌍방향 수업을 진행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호소합니다.

실제 교육부가 전국 교원 22만5000명을 상대로 두 차례에 걸쳐 시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실시간 쌍방향 수업 비율(혼합수업 포함)은 4월 말 약 13%에서 7월 말 약 15%로 거의 차이가 없었습니다.

그동안 인류가 시즌1에서 보여 준 교육의 모습은 학습 수준이 다른 다수의 학생들을 한 군데에 모아놓고 일정한 수준의 강의를 진행하는 방식이었죠. 일부 학습 수준이 떨어지는 학생들은 수학이나 영어를 포기하는 ‘수포자’나 ‘영포자’의 길을 걷거나 사적 교육의 영역에서 일정 수준으로 끌어 올리지 않으면 안 됐습니다.

하지만 본의 아니게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조기 소환된 이른바 ‘e교육’이나 교육과 기술을 합친 ‘에듀테크(edu+tech)’는 우리에게 기존에 안주해 있던 시즌1의 방식을 과감하게 변화시키라고 주문합니다. 에듀테크 기업 휴넷의 조영탁 대표는 “이 길로 가야 한다는 것은 명확했지만 사회는 디지털 전환에 저항하고 있던 상황에서 코로나19가 터진 겁니다”라며 “코로나19는 인류에 엄청난 불행을 가져다줬지만, 코로나19가 야기한 디지털 트렌스포메이션으로의 변화 자체는 굉장히 바람직한 변화”라고 강조했습니다.

교육에 정보기술(IT)이 더해지면서 AI를 활용한 개별 맞춤형 진도 수업이 가능해지고,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의 기술이 교육에 접목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하루가 다르게 코로나19로 인한 공포와 무기력증에 시달리는 사람들에게 적절한 말인지 다소 주저하게 되지만 이는 한경 머니가 10월호 빅 스토리로 ‘언택트 시대, e교육 날개 달다’를 선택한 이유입니다. 마음의 준비도 못한 채 만난 ‘e교육의 전성시대’, 하지만 결국 우리가 가야 할 길이라면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가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합니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85호(2020년 10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