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 코로나’ 시대의 보장자산은

[한경 머니 기고=도하진 SC제일은행 차장] 토머스 프리드먼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세계가 BC(Before Corona)와 AC(After Corona)로 나뉠 것이라고 전망했다. 코로나19가 창궐하기 이전 일상으로 더 이상 돌아갈 수 없다는 의미다. 과거에 당연했던 것들을 누리지 못하게 되는 등 코로나19는 반년 만에 우리 일상의 많은 부분을 바꿔 놓았다.


AC 이후 가장 큰 변화는 여가를 즐기는 방식이다. ‘안전’이 최우선 고려사항이 됐다. 국내 여행 수요가 늘었고 언택트(비대면) 문화가 확산되면서 사람이 몰리는 지역축제나 관광 중심의 여행보다는 자연 친화적인 공간에서 소규모 야외 활동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졌다. 또한 생활 속 거리 두기가 가능한 캠핑, 차박, 등산, 자전거, 골프 등 아웃도어 활동으로 여가생활이 집중되고 있다. 기약 없는 전염병의 종식을 기다리다 지친 사람들은 이제 코로나19와 안전하게 살아가기 위한 방법들을 모색하고 있다. WC(With Corona)의 시대가 도래한 셈이다.


하지만 야외 활동이 많아지는 만큼 각종 사고 발생률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행정안전부 조사에 따르면 2018년 상해사고의 82%가 야외 활동 중 발생했고 교통사고, 자전거, 추락, 등산, 화재, 물놀이, 레저 순으로 인명 피해가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의 소득 수준이 높아지고 주52시간 근무제 시행 등 여가생활을 중시하는 문화가 확산되면서 사고로 인한 병원비 지출도 지속적으로 함께 증가하는 추세다. 비단 코로나19 이슈가 아니어도 우리는 살아가는 동안 예상치 못한 수많은 위험과 마주하게 된다. 특히 상해사고는 본인의 의지와 관계없이 타인 또는 자연재해로 인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더 위협적이다.


질병관리본부 조사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입원한 상해환자의 비율이 전체 환자 중 17.6%에 이르며 연평균 112만4000명으로 집계됐다. 월평균 9만3686명, 하루에만 3080명이 사고로 다쳐서 병원에 입원한 꼴로 한국인 3명 중 1명이 걸린다는 암 입원환자 수보다 많은 수치다.
갑작스레 겪은 상해사고는 단 한 번으로 개인의 인생과 가족의 삶까지 크게 바꿔 놓을 수 있다. 만약 경제적으로 충분한 준비가 돼 있지 않다면 개인뿐 아니라 가족의 생계마저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만약의 상황을 고려해 보험금이 충분히 지급되도록 미리 보장자산을 체크하고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때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상품이 바로 실손의료보험과 상해보험이다.

‘위드 코로나’ 시대의 보장자산은

실손의료보험, 가입한 시기 중요
실손의료보험은 질병이나 상해로 병원에 가는 경우 자기부담금을 제외한 의료비를 정해진 한도 내에서 실비로 보상해 주는 보험이다. 국민건강보험이 보장하지 않는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 등 비급여 치료비 항목을 보장해 제2의 국민건강보험이라 불린다. 입원비, 통원치료비뿐 아니라 수술비, 각종 검사나 처방 조제비(약값)까지, 의료비로 지출되는 본인부담금의 최고 90%까지 지급받을 수 있어 병원 신세를 질 경우 치료비 부담을 크게 덜 수 있다.


우리나라 국민 중 3000만 명 이상이 가입한 대중적인 보험이니만큼 실손의료보험은 도입 이후 많은 개정을 거쳤다. 가입 시기에 따라 보장이 다르기 때문에 가입 날짜를 체크하는 것이 중요하다. 실손의료보험은 판매 시기에 따라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2009년 10월 전까지 판매한 ‘구실손’, 2009년 10월부터 2017년 4월까지 팔린 ‘표준화 실손’, 2017년 4월 이후 판매하고 있는 ‘신실손(착한 실손)’이다.


‘구실손’의 경우 보험사별 상품 약관이 다른데 대체로 입원비가 1억 원까지 보장되고 자기부담금 비율은 0%인 상품이 많다. 이후 약관이 하나로 통일된 ‘표준화 실손’이 등장하면서 자기부담금은 10~20%로 올라가고 갱신 주기는 3년으로 짧아졌다. 현재 판매되고 있는 ‘신실손’은 도수치료 등 손해율이 높은 3대 비급여 보장에 대한 특약을 빼서 보험료를 저렴하게 낮춘 대신 자기부담금을 최대 30%까지 높인 상품이다. 보험료는 1년 단위로 매년 갱신된다.


‘구실손’ 가입자 중 저렴한 ‘신실손’으로 갈아탈지 고려하고 있다면 최대한 신중하게 결정하는 것이 좋다. 흔히들 실손의료보험은 ‘고고익선(古古益善)’이라고 한다. 즉, 오래될수록 더 보장이 좋다는 의미다. 과거에 판매한 실손보험의 손해율이 높아지면서 갱신 주기는 짧아지고 자기부담금은 늘어나는 추세로 가입자에게 불리하게 개정됐기 때문이다.


입원의료비의 경우 ‘신실손’과 ‘표준화 실손’에서는 최대 5000만 원을 보장하지만 ‘구실손’은 최대 1억 원까지 보장하고 있다. ‘신실손’에서는 특약으로 별도로 가입해야 하는 비급여주사, 비급여 MRI 등 비급여 항목도 ‘구실손’에서는 보장해 준다. 또한
‘구실손’은 대부분 만기환급금이 있는 종합형 상품의 특약으로 가입된 경우가 대다수이므로, 실손의료비만으로 구성된 소멸성 ‘신실손’과 비교하면 당연히 보험료가 높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 그럼에도 ‘구실손’ 보험료가 부담스러운 가입자라면 과거의 종합형 상품에 포함된 암진단비, 2대 질병 진단비, 후유장해보장 등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실손의료비 특약만 해지하고 ‘신실손’으로 가입하는 것을 고려해 보자.


후유장해보장·사망보장을 중점적으로 체크
실손의료보험 가입 목적이 의료비 부담을 더는 것이라면, 상해보험은 사고로 인해 경제활동이 어려워질 것을 대비해 생활비를 확보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할 수 있다. 상해보험은 피보험자가 급격하고 우연한 외래 사고로 인해 신체상에 상해를 입거나 그 결과로 일상생활과 업무에 지장을 받는 장해를 입었을 경우 정해진 금액을 보상해 주는 상품이다.


상해보험에 가입할 때 유의해야 할 점은 ‘상해사망’과 ‘상해후유장해’ 보장 금액이 충분한지 살펴보는 것이다. 상해후유장해란 치료를 모두 받았음에도 상해로 입은 상처가 완치되지 못하고 신체 기능에 영구적으로 훼손이 남은 상태를 말한다. 가장이 사망하거나 상해후유장해를 입은 경우 대부분 가정의 정기적인 수입원이 끊기기 때문에 가족들은 정신적인 충격에 생활고까지 이중고에 시달리게 된다. 그러므로 기본적인 의식주를 위한 생활비 및 대출이자, 자녀학비, 결혼자금 등 고정 지출과 향후 발생 가능한 이벤트 자금까지 고려해 가족들이 경제적으로 독립할 수 있는 시기까지 충분한 보험금이 나오도록 설정해야 한다.


부양할 가족이 없는 싱글은 장례비 정도의 사망보험금만 남기고 생전에 본인이 다쳤을 때 받을 수 있는 상해후유장해 보장을 위주로 구성하는 것이 좋다. 모아 둔 자금이 충분하지 않다면 전적으로 가족의 도움을 받으면서 살아가야 하므로 장해 상태로 살아가는 데 충분한 금액이 보장되도록 대비해야 한다. 무엇보다 생계 유지비가 목적이므로 일시금으로 받기보다는 월지급 형태로 장기간 보험금을 수령해야 보험금이 조기 고갈될 위험을 낮출 수 있다.

‘위드 코로나’ 시대의 보장자산은

장해지급율 3%부터 보장해 주는 상품이 유리
상해후유장해 진단을 받을 경우 보험금은 얼마나 받을 수 있을까. 가입자는 장해 정도에 따라 3~ 100%에 해당하는 장해지급율을 진단받게 되는데 보험 가입금액에서 이 장해지급율을 곱한 금액이 가입자가 받을 수 있는 보험금의 액수다. 예를 들어 상해후유장해 보험 가입금액이 1억 원인데 손가락뼈 일부가 소실돼 후유장해 5% 진단을 받았다면 500만 원이 보험금으로 지급된다. 보험 가입금액이 6억 원이라면 5%에 해당하는 3000만 원을 지급받을 수 있다.


즉, 장해율이 낮더라도 보험 가입금액이 크면 보험금의 규모도 커지게 되므로 본인의 재정 상황을 고려해 가입금액을 최대한으로 설계하고 장해지급율은 최소 수준인 3%부터 지급하는 상품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좋다. 일반적으로 상해후유장해는 특약 형태로 기존 보험에 포함돼 있는 경우가 많으니 보유한 보험을 먼저 살펴보고 부족한 금액에 대해 추가로 가입하는 것을 권한다.


독일의 보험학자인 마네스(A. Manes)는 “보험 없이는 생활도 없다(No insurance, No life)”고 했다. 한때 코로나19 세계 2위 발병국이었던 우리나라가 국제사회에서 모범 사례로 주목받고 있는 중심에는 전 국민이 차곡차곡 쌓아 놓은 국민건강보험이 있다. 개인의 삶도 마찬가지다. 국가가 보장해 주지 않는 위험에 대해서는 스스로 점검하고 체크해 보장자산을 잘 쌓아 두어야 위기 상황이 발생했을 때 최소한 재정적인 고통만큼은 덜어낼 수 있다. 불확실성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보험은 일상 속의 위험을 전가하는 가장 확실한 보장자산이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85호(2020년 10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