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머니 = 이동찬 기자] 남자한테 이렇게 좋은데, 아직도 안 쓰세요?

깨끗하게 맑게, 자신 있게
나름 잘 가꾸는 남자라고 생각했다. 스킨, 로션, 선크림에 보디크림까지 꼬박 챙겨 바르고, 때때로 마스크팩과 각질 제거는 물론 피부과도 주기적으로 방문하고 있으니 말이다. 문제의 시작은 사석에서 만난 한 지인의 질문이었다. 남성 청결제를 사용하느냐는 그의 물음에 모두 매일 샤워한다, 꼼꼼하게 닦는다는 답변, 심지어 남성 청결제가 굳이 필요하냐는 반문은 그를 경악시켰다. 그는 진심으로 남성 청결제의 필요성에 대해 역설했는데, 무엇보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라도 써야 한다는 것이 그의 요지였다.

많은 여성들은 여성 청결제를 쓴다. 뷰티 브랜드는 여성 청결제를 하나씩 갖추고 있고, 심지어 어떤 브랜드의 무엇이 유명하다는 입소문이 날 정도. 반면, 남성 청결제는 그렇지 못한 현실이다. 생각해 보니 여성 청결제가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있다면 남성 청결제도 대중화돼야 하는 것이 맞는 듯하다. 근래 들어서야 남성 청결제가 눈에 많이 띄지만, 그에 비해 필요성을 느끼고 실제로 구입해 사용하는 남자는 많지 않다. 매일 샤워를 하고, 비누로 사타구니를 꼼꼼하게 씻으면 된다고 생각한다. 비누는 남자의 만능 청결제니까.

남성 청결제 반드시 써야 할까
여성 청결제 및 Y존 케어 제품 브랜드인 질경이 관계자는 여성이 전용 청결제로 관리하듯, 남성도 청결제를 사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남성의 생식기는 체온보다 낮은 온도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자연스레 땀 배출이 많아지고, 가려움과 악취가 발생합니다. 따라서 남성 청결제는 냄새를 제거하고, 유해균과 박테리아의 번식을 막으며, 쿨링 효과로 체온을 떨어뜨리는 데 특화됐죠.” 특히 장시간 운전을 하거나 사무실에 오래 앉아 있는 사람들 혹은 활동적인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일수록 사타구니가 땀과 습한 환경에 더 자주, 오래도록 노출되기 때문에 필요성은 더 높아진다.

피부과 전문의의 의견은 어떨까. 문득곤 미파문 피부과 원장은 남성 청결제의 필요성을 언급한다. “남성의 사타구니는 음경과 음낭, 허벅지 안쪽 살이 서로 맞닿아 있어 통풍이 잘 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습도가 높아 대장균과 피부 발진을 일으키는 황색포도상구균, 질염과 전립선염을 유발할 수 있는 칸디다균 등 유해 세균이 번식하기 좋은 환경이죠. 또한 남성이 여성에 비해 땀샘이 더 발달돼 있기 때문에 청결에 더 신경 써야 합니다.”

비누로는 부족할 수 있다
사타구니의 건강이 땀이나 냄새와 연관된 것이라면, 왜 비누나 보디워시만으로는 부족한 것일까. 건강한 피부는 pH 5.0~5.5 사이의 약산성을 띤다. 피부의 유수분을 맞춰 주는 것은 물론, 산성막이 세균과 박테리아로부터 피부를 보호하기도 한다. 하지만 세정력을 자랑하는 보디워시들은 강한 알칼리성으로, 피부 장벽을 무너뜨리고 민감한 부위를 더 예민하게 만들 수 있다. 또한 수분까지 빼앗아 피부를 건조하게 만들고, 가려움증까지 유발할 수 있다. 소중한 부위를 청결하게 관리한답시고 벅벅 문지르며 닦는 습관은 피부 상태를 더 악화시킨다. 게다가 영양과 보습 성분이 함유된 보디워시는 세균이 살기 더 좋은 환경을 조성한다.

남성 청결제는 피부와 유사한 약산성을 띠며 pH 밸런스를 맞춰 준다. 혹은 피부에 자극이 가지 않는 천연 성분을 활용해 민감한 부위에 확실한 세정력을 선사한다. 문 원장은 여성 청결제도 약산성을 띠지만, 유해균과 박테리아로부터 피부를 보호하고 깨끗하게 만드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면, 남성 청결제는 끈적임이나 습진, 가려움증 등 불편함을 줄이는 것이 목적이라고 설명한다. 업계 관계자들 역시, 남성 청결제의 가장 큰 특징은 쿨링 기능이라고 언급한다. 남성 생식기는 체온보다 조금 더 낮은 온도를 유지하는 것이 좋기 때문에 페퍼민트나 자일리톨, 멘톨 등의 성분을 함유해 청량감을 느낄 수 있도록 제품을 개발했다.

그래서 직접 써 봤다
솔직히 말하자면, 비누 하나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씻는 남자들에겐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니다. 줄여도 시원치 않을 샤워의 단계가 하나 더 추가된 셈이니 말이다. 하지만 본인의 위생과 건강, 게다가 사랑하는 사람까지 생각한다면, 남성 청결제는 필수품이라 봐도 무방하다. 업계 관계자들은 남성 청결제의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라고 입을 모아 말한다. 아모레퍼시픽의 남성 브랜드인 브로앤팁스 관계자들은 내부적으로 여러 경로를 통해 정보를 수집한 결과, 의외로 많은 남성들이 Y존의 가려움과 피부 질환 등으로 고민한다는 것을 파악했다.

“남성들이 민감한 부위의 말 못할 고민을 갖고 있다는 걸 검색 트렌드를 통해 알게 됐어요. 샤워할 때 가장 신경 쓰는 곳으로 사타구니를 꼽았죠. 뿐만 아니라 남자들도 남성 청결제의 존재를 인지하고 있으며, 향후 사용할 의향이 꽤 있다는 것도 파악했습니다.” 이러한 인식 조사를 바탕으로 남성 청결제를 사용하는 남성들이 증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필요성을 깨달았으니, 써 보지 않을 수 없는바 시중에 판매하는 남성 청결제에 도전했다. 역시나 청량감을 강조한 만큼 시원한 마무리가 마음에 들었다. 다리를 꼬아 앉는 버릇 때문에 꿉꿉함이나 가려움 등으로 불편한 적이 있었는데 기분 탓인지 모르겠지만, 꽤나 보송보송한 나날들을 보낼 수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쿨링감이 강하다 보니, 피부에 자극이 되진 않을까 염려됐다. 소중한 곳에 아무 제품이나 쓰면 안 되니 말이다.

문 원장은 남성 청결제를 고를 때 성분과 기능을 꼼꼼히 체크할 것을 당부한다. “식물유래 계면활성제를 사용하거나 약산성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수분을 빼앗지 않으면서 자극도 줄일 수 있는 방법입니다. 이외에도 진정효과를 부여할 수 있는 성분이 함유돼 있는 것을 권합니다. 대장균이나 칸디다균, 황색포도상구균 등의 항균효과를 줄 수 있는지 역시 체크해 보는 것도 좋아요.” 덧붙여 사용 전에 겨드랑이나 팔 쪽에 먼저 테스트해 보고, 자극이 강해 가렵거나 붉은 기가 올라오는 등 이상 현상이 발생한다면 사용을 중지하고 전문의와 상담하는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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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움말 문득곤 미파문 피부과 원장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85호(2020년 10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