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노트]다시 달리자
[한경 머니=한용섭 편집장]100세 시대. 유엔의 ‘세계 인구 고령화’라는 보고서에 ‘호모헌드레드(homo-hundred)’라는 용어가 등장했다고 합니다. 2명 중 1명은 100세 이상을 살게 되는 시대를 일컫는 말이죠. 아직은 먼 미래라고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이미 2015년에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82.6세를 넘어섰고, 최근 들어 환갑잔치보다는 칠순잔치를 더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우리들입니다.

100세 시대라고 하면 중년은 50세 전후가 될 테지요. 앞서 중년으로 취급받던 30대는 청년으로 불러 줄 때가 된 것이고. 이른바 40대에서 60대까지 100세 시대 허리를 아우르는 신중년의 이야기들을 더 자주, 더 고민스럽게 꺼내는 순간이 눈앞에 다가온 겁니다.

행정안전부의 ‘2018 주민등록 인구’ 통계에 따르면 50대 인구는 861만5884명(16.1%)으로 한국의 연령별 인구 비율에서 1위를 차지했습니다. 2008년부터 2017년까지 10년 동안 최다 인구 비율을 차지했던 40대를 제친 거죠. 50대가 대한민국의 중추적인 연령대가 됐지만 고민은 여기서 시작합니다. 은퇴는 눈앞에 다가왔고, 노후의 삶은 더욱 길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삼성생명 은퇴연구소가 발간한 ‘2018 은퇴백서’를 보면 근로자들은 평균 은퇴 나이를 62세로 예상했지만 실제 은퇴 연령은 이보다 크게 못 미친 57세였다고 합니다. 더구나 2014년 통계청이 발표한 우리나라 사람들의 평균 퇴직 연령은 52.6세로 이보다 더 암울합니다. 주된 직장에서 물러난 이후에도 상당 기간을 소득 없는 삶을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엄습하는 것이죠.

더 우울한 조사도 있습니다. 교보생명이 시니어비즈니스 전문 기업인 시니어파트너즈와 함께 조사 발표한 ‘대한민국 시니어 리포트 2014’에 따르면 노후 준비를 늦어도 47세에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58세 이후에나 시작했거나 시작할 것이라고 응답했다는 겁니다. 은퇴 나이 때까지 노후 준비는 방치되고 있다는 것이죠.

과거에 이른바 ‘은퇴공식’이 있었습니다. 30세 전후에 직장을 잡아 20~30년간 정년까지 열심히 돈을 모은 뒤 여기에 퇴직금을 보태서 노후를 보내겠다는 것이죠. 하지만 은퇴 이후에도 30년 이상 살아가야 하는 100세 시대에는 정말 꿈도 야무진 계획이 아닐 수 없습니다.

신중년들에게 남겨진 과제는 묵직합니다. 이처럼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자신의 인생 후반부를 위해 다시 한 번 리부트(reboot)를 통해 미래를 대비할 것이냐 그렇지 못할 것이냐인 거죠. 한경 머니가 11월호 빅 스토리로 ‘위기를 기회로, 신중년의 리부트’라는 주제를 꺼낸 이유이기도 합니다.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뜻하지 않은 복병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충분히 위기는 기회로 전환될 수 있습니다. 인생 전반전을 부지런히 달려왔던 운동화 끈을 다시 고쳐 매고, 미래를 위한 자산관리 재점검이나 취업, 창업 등으로 자신을 한 단계 ‘레벨업’ 한다면 인생 후반전의 달리기는 좀 더 여유로워질 겁니다. 한경 머니는 그러한 당신의 도전과 열정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냅니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86호(2020년 11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