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g story] ‘뉴노멀+코로나19’ 시대, 위기를 기회로 만들 자산관리는

[한경 머니 기고=김진영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수석전문위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우리의 생활 패턴과 일상의 많은 부분을 바꿔놓았다. 모두가 기다리는 백신과 치료제가 나온다고 해도 비대면과 디지털로 정의되는 이러한 변화의 흐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신중년의 자산관리에도 크고 작은 변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사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전에도 세상은 이미 이전과는 다른 모습으로 변화 중이었고, 우리는 이를 ‘뉴노멀’이라 불렀다. 뉴노멀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새롭게 나타난 세계경제 질서를 통칭하는 말로, 저성장·저금리·저물가 시대로 접어든 세계경제의 새로운 흐름을 담고 있다. 2018년 12월에 발간된 <수축사회>라는 책에서 저자는 앞으로 인류가 직면하게 될 사회를 과거 ‘성장사회’의 상대적 개념인 ‘수축사회’라 이름 짓고 자국 우선의 이기주의 팽배, 양극화 등으로 인한 갈등의 심화, 미래 전략의 부재 등 다소 암울한 미래상을 제시한 바 있다.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코로나19의 출현은 이전부터 진행돼 왔던 이러한 세상의 변화들을 좀 더 앞당기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경제 환경 변화의 측면으로 범위를 좁혀 보면, 저성장으로 인한 초저금리 환경의 도래, 양극화의 심화, 기술 개발의 시대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따라서 자산관리에 있어서도 이러한 금융 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적절한 전략이 필요하며, 특히 노후를 책임지는 은퇴자산 운용의 경우, 안정성을 바탕으로 초과 수익을 기대할 수 있어야 한다.


미래 성장성에 대한 투자
첫째로 고려해야 할 것은 미래 성장성에 대한 투자다. 갈수록 성장이 희소해지는 시대에 조금 더 나은 수익을 얻기 위해서는 성장이 기대되는 곳을 찾아 투자해야 한다. 코로나19로 인해 신자유주의 시대의 ‘작은 정부’는 가고 ‘큰 정부’ 시대가 오고 있다.
바이러스의 효율적인 방재를 위한 사회통제와 관리 기능이 강화되고 있을 뿐 아니라, 새로운 성장 동력 발굴을 위한 정부 주도의 투자가 선진국을 중심으로 진행 중이다. 이러한 산업은 5세대(5G) 이동통신, 전기자동차, 바이오, 로봇 등과 같은 신성장 산업에 집중되고 있으며, 자국의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주도권 싸움도 점차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기업 측면에서도 기존에 플랫폼을 보유한 기업이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이를 확장하고 강화하는 형태로 시장지배력을 높일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과정에서 시장의 독과점적인 지위를 가진 기업의 시장 영향력은 더욱 강해질 것으로 보이고 이는 결국 기업 간 실적 양극화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 뿐만 아니라 향후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초저금리 환경도 성장 산업의 투자에 유리하다. 일반적으로 성장 산업은 현재의 투자를 통해 미래의 큰 수익을 꿈꾼다. 따라서 현재와 같은 저금리 환경에서는 투자를 위해 부담해야 할 비용이 적어지기 때문에 성장 산업에 있어 좋은 여건이 조성될 수 있다.


실제 과거 데이터를 보더라도 금리가 떨어지는 구간에서 가치주 대비 성장주의 강세가 보이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우리나라도 지난 7월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코로나19 이후 변화된 산업구조 흐름을 선도하기 위해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크게 디지털뉴딜과 그린뉴딜로 나누어지는 이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정부는 2025년까지 총 160조 원의 자금을 투자할 계획이다. 한국판 뉴딜정책은 2025년까지 이어질 장기 프로젝트인 만큼 장기적으로 관련 업종의 성과를 기대해 볼 만하다. 하지만 이미 일부 종목이나 업종은 이미 크게 상승한 바가 있어 단기적으로는 변동성이 있을 수 있다. 특정 종목보다는 해당 업종에 고르게 분산투자를 하는 펀드나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해 장기 적립식으로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법일 것이다.

[big story] ‘뉴노멀+코로나19’ 시대, 위기를 기회로 만들 자산관리는

예금금리+α, 인컴형 자산
둘째로 생각해 볼 수 있는 대안은 인컴형 자산이다. 인컴형 자산은 이자나 임대료, 배당금처럼 해당 자산을 보유 시 안정적인 현금을 주는 투자자산을 말한다. 대표적인 예로는 고금리 채권, 고배당 주식, 상업용 부동산 또는 그에 투자하는 간접투자 상품을 꼽을 수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인컴형 상품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이자와 배당과 같은 인컴수익이 이미 낮아질 대로 낮아진 예금금리 수준을 상회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인컴자산의 경우 투자 기간 동안 발생한 현금흐름을 다시 재투자함으로써 복리재투자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복리재투자 효과는 다른 자산보다 수익 회복성이 더 뛰어날 수 있다는 장점으로 이어진다. 실제로 지난 3월 코로나19로 인한 시장의 공포심이 가장 컸던 순간에 주식자산에 비해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채권이나 리츠 등 인컴자산들도 일시적으로 큰 가격 변동을 겪었다. 그러나 시장이 진정되며 제자리를 찾아가는 국면에서 인컴자산의 경우 인컴수익의 복리재투자 효과로 다른 자산에 비해 수익 회복 속도가 빨랐던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달러 투자, 그리고 글로벌 자산 배분
다음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투자 위험관리 차원에서의 달러자산에 투자하는 것이다. 최근의 변동성을 보자면 달러화 혹은 달러표시 자산을 더 이상 안전자산이라고 볼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든다. 그러나 주식 등과 같은 위험자산과의 수익률 상관관계나 위기상황에서의 환금성 측면을 놓고 보면, 달러자산은 여전히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쓰일 수 있다.
현재 11월 초에 예정된 미국 대선을 앞두고 여러 시나리오가 오가는 가운데 누가 당선이 되더라도 경기 부양을 위한 큰 규모의 재정정책은 예정대로 시행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이 경우, 최근 위안화 강세와 맞물려 달러·원 환율은 당분간 아래 방향으로 향할 것(달러화 약세, 원화 강세)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러자산은 자산 배분의 한 축으로 여전히 고려돼야 한다. 달러화는 전염병이나 전쟁과 같은 예기치 못한 큰 일이 발생하거나 세계 경기가 급격히 위축될 경우 역사적으로 강세를 보여 왔다. 달러의 방향성 예측을 통한 환차익을 추구하는 투자가 아닌 전체 포트폴리오의 변동성을 낮추고 위기상황을 미리 대비한다는 측면에서 전체 자산의 일부를 달러로 표시된 자산에 배분할 것을 권한다.
마지막으로 생각해 볼 대안은 글로벌 자산 배분이다. 자산 배분이나 분산투자라는 말은 우리가 너무 흔하게 듣는 말이다 보니 오히려 그 중요성이 크지 않게 느껴지는 경향이 있다. 또한 막상 자산 배분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실행에 옮기려고 하면 무엇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연한 경우도 많다. 이에 대한 힌트는 우리나라 최대의 기관투자가인 국민연금의 기금 운용 현황에서 얻을 수 있다. 국민연금은 지난 1988년부터 올해 6월까지 연평균 5.30%의 수익률로, 일반 퇴직연금의 운용수익률에 비해 양호한 장기 성과를 보이고 있다.


특히 미·중 무역분쟁 등으로 인해 국내 주식 등의 성과가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지난해에는 약 11%에 가까운 수익률로 근 10년 내에 가장 우수한 성과를 기록하기도 했다. 높은 수익의 비결에는 해외투자 비중의 확대 등을 포함한 적극적인 자산 배분이 있었다. 올해 6월 말 현재, 국민연금의 해외투자 비중은 총 36% 수준이고 최근 보도된 바에 의하면 2024년까지 이 비중을 50%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한다. 단순히 국내 주식과 채권으로 구성된 전통적 자산 배분에서 벗어나 해외 주식, 해외 채권, 대체투자 등을 통한 적절한 배분이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성과를 유지하고 있는 비결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일반 투자자 입장에서 국민연금과 같은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일은 쉽지 않다. 그래서 최근에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는 상품 중 하나가 바로 EMP다. ETF Managed Portfolio의 줄임말인 EMP는 이미 여러 자산으로 분산투자가 되고 있는 글로벌 ETF를 활용해 서로 상관관계가 낮은 자산으로 자산을 배분하는 초분산투자를 말한다. 뉴노멀과 코로나19가 가져온 세상의 변화는 분명 투자자 입장에서 큰 도전이고 위기다. 그러나 변화해 가는 시장 환경을 잘 이해하고 적절한 전략을 통해 대응한다면 지금의 변화는 안정적 수익 창출을 위한 새로운 기회로 다가올 수 있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86호(2020년 11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