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합리적 완벽주의를 튜닝하는 기술

[한경 머니 = 윤대현 서울대학교병원 강남센터 정신의학과 교수] 인간은 합리적이면서도 비합리적이라고 한다. 사랑, 행복, 자기실현 같은 올바른 신념과 더불어 게으름, 인내심 부족, 완벽주의와 자기 비난 같은 비합리적인 신념도 동시에 갖고 있다. 자신의 행동을 판단하기에 비합리적인 신념은 자신을 피곤하게 하고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완벽주의 때문에 힘들다는 고민의 내용이 다양하다. 대표적인 예는 일을 완벽하게 처리하려다 보니 진행이 더디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는 직장인들의 고민이다. 또 회사생활을 마치고 정년퇴직을 했는데도 완벽이 습관이 돼 자신과 주변을 힘들게 한다는 경우도 있다. 일을 할 때 세심한 부분까지 챙겼던 관심이 지금은 자신의 몸으로 가 버려 작은 몸의 반응에도 큰 병이 생긴 것으로 놀라는 과도한 건강 염려가 생겼다는 것이다. 완벽주의가 퇴직 후에 내 몸까지 불편하게 느끼게 할 수 있는 셈이다.


완벽주의라 하면 피곤하지만 ‘완벽(perfection)’을 추구하는 완벽주의의 시작은 철학적으로 좋은 것이었다. 여기서 완벽의 내용이 중요한데, 완벽주의에 대한 여러 철학적 정의 중 ‘영적, 정신적, 신체적 상태를 적절한 상태로 유지하기 위한 지속적인 의지와 노력’이 있다. 이런 완벽을 추구하는 데는 앞의 예와 같은 문제가 생길 일이 없다. 우리를 오히려 건강하게 해 주는 완벽이다. 문제는 비합리적인 신념으로서의 완벽주의다. 자신의 행동을 판단하기에 비합리적인 신념은 자신을 피곤하게 하고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이런 비합리적인 신념 중 대표적인 것이 완벽주의 신념이다. 예를 들면 ‘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사랑이나 인정을 받아야 한다’ 또는 ‘내가 원하는 대로 일이 되지 않는 것은 큰 실패다’ 같은 왜곡된 신념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완벽의 내용이 이런 신념으로 차 버리게 되면 남아나는 마음이 있을 수 없다. 실제로 완벽주의는 소진증후군을 일으키는 대표적 원인이다.


그런데 완벽주의에 대한 기존의 방대한 연구 자료를 메타분석한 연구 결과를 보면, 업무 성과와 완벽주의 간에 관계성이 없었다는 것이다. ‘완벽함과 철저함을 조금이라도 놓아두면 내 성취와 현재 위치는 무너질 거야’ 같은 염려가 있고, 완벽주의에 자신의 업무 능률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완벽주의 행동을 내려놓지 못할 때는 내 마음에 비합리적 완벽주의가 자리 잡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기 진단이 필요하다.
완벽주의 행동의 대표적인 것이 ‘높은 목표 추구와 실패 회피’ 행동이다. 완벽주의 행동을 줄이는 것을 단순히 목표를 낮추는 것으로 생각하면 저항이 생길 수밖에 없다. 몇 가지 완벽주의 행동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진 ‘마음 관리’ 기술을 소개한다.


우선 완벽이 아닌 중요함에 목표를 두자는 것이다. 완벽이란 이루기 어려운 추상적 목표다. 작은 디테일에 너무 치중하다 업무가 미루어지면 기회비용과 시간이 증가하게 된다. 주변에서 이미 끝냈으리라 생각하는 중요한 프로젝트는 완벽도의 불안감을 버리고 그냥 해 마치자는 것이다. 여기서 체크리스트를 활용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완벽이란 도달할 수 없는 목표를 정하지 말고 구체적인 행동 목표와 시간을 촘촘히 설정해 일을 진행해 보자는 것이다. 완벽이란 압박에서 글자 모양이나 오타 교정 같은 지엽적인 것에 몰두하다 보면 데드라인도 넘기고 업무의 완성도가 떨어진 결과물이 나오기 쉽다.


본인이 생각하기에 내용의 완성도가 떨어져도 예정된 시간 안에 결과물을 내는 것이 오히려 주변에 시간 개념은 완벽하단 평가를 받을 수 있다. 보통 완벽주의가 있는 경우 백퍼센트 무결점의 내용물을 만들려고 하는데 그것은 불가능하다. 보는 관점에 따라서도 평가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시간은 완벽하게 잘 지킨다는 평가를 받고 내용은 피드백을 받아 보완해 완벽을 추구하는 것이 자기 성장을 위해서도 도움이 된다.


다음은 해결책에 도달하지 못한 채 끊임없이 내 머리에서 맴도는 부정적인 생각의 되새김질, 즉 반추(rumination)의 순환을 끊는 것이 중요하다. 반추는 문제를 푸는 과정이 아님을 인지하는 것이 먼저 중요하다. 불안과 연결돼 있고 내면적으로 자신을 용서하지 못하는 과도한 자기비판과 연결돼 있다. 반추를 줄이기 위해선 보통 자신이 어떤 상황에서 주로 반추가 강해지는지 어떤 상황에서 줄어드는지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반추가 심할 때는 그 생각의 고리를 끊을 수 있는 자신만의 활동을 해 주는 것이 도움이 된다. 예를 들면 책상 정리나 전화번호 정리 같은 인지기능을 많이 활용하지 않는 단순 업무가 도움이 될 수도 있다.


반추에서 나오는 여러 생각을 옳은 정보로 받아들이지 않는 노력도 필요하다. 반추는 비합리적 완벽주의 신념이 내 상황을 분석해 내놓는 평가들이다. 평가 틀이 왜곡돼 있기 때문에 평가 결과가 도움이 되지 않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과거 나는 완성도가 떨어진 업무라 생각했는데 오히려 평가가 좋았던 기억을 되살리고 필요할 때 볼 수 있도록 적어 놓는 것이 도움이 된다. 비합리적 신념이 튀어나올 때 객관적인 사실로 마음의 틀을 정비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난 완벽주의가 왜 이렇게 심할까. 적당히 하면 좋을 텐데’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필자가 퍼포먼스 코칭을 오랜 기간 하면서 경험한 것은 신기하게도 성격적 특징에 중간이 잘 없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섬세한 사람들은 좀 적당히 무디어졌으면 좋겠다고 하는데 주변을 살펴보면 중간 정도가 잘 없다.


완벽주의는 생존과 성공의 에너지가 과열된 상태라 피곤하긴 하지만 열심히 하겠다는 것은 훌륭한 마음 상태이기도 하다. 오히려 허술하고 나태한 것보단 훨씬 준비된 마음이라 생각한다.


있는 자신의 특징을 바꾸는 것은 자신의 캐릭터이기에 쉽지 않다. 하지만 튜닝은 가능하다. 자신의 성향을 존중하면서 자신의 마음과 소통하며 ‘Health and good life’로 완벽의 목표를 재설정해 보길 권한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86호(2020년 11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