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제 186호 (2020년 11월)

심심할 겨를 없네 ‘나만의 작은 세상’

기사입력 2020.10.29 오후 04:01


[한경 머니=정채희 기자] 작지만 아주 큰 세상이 있다. ‘미니어처’ 세상이다. 100원짜리 동전만 한 세상에는 없는 게 없다. 심심한 날 재미가 필요한 날, 들여다보고 감탄하다가 끝내는 해 보게 되는 공예의 시간으로 함께 들어가 보자. 


심심할 겨를 없네 ‘나만의 작은 세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생긴 ‘신(新) 방콕족’은 집에서도 매우 바쁘다. 집 안에서 달고나 커피를 직접 만들고 홈인테리어를 하느라 24시간이 모자라다. 이외에도 최근 뜨는 취미 분야가 있으니 바로 미니어처 공예 활동이다. 


온라인 쇼핑몰 옥션 집계에 따르면 올해 방콕족의 홈캉스(집에서 즐기는 바캉스) 관련 상품이 전년 대비 크게 증가했다. 이 중 1위는 미니어처 제품으로, 프랑스 파리 에펠탑이나 개선문, 독일 전투기, 네덜란드 풍차 같은 것을 작은 모형으로 조립하는 키트 등이 포함된 페이퍼토이의 판매량이 350%나 늘었다. 이어 피부 관리기구인 발광다이오드(LED) 마스크는 307%, 기능성 베개는 110% 증가했다. 카드게임, 만화책, DIY(Do It Yourself) 및 공예제품 등도 판매량이 늘었다. 옥션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집에서 혼자 즐기는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심심할 겨를 없네 ‘나만의 작은 세상’
(사진) '?스의 미니어처' 제공


‘보는 것’에서 ‘하는 것’으로


최근 유튜브 채널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화제의 영상도 미니어처를 주제로 하고 있다. 채널명은 ‘미니 포레스트’로, 구독자 수가 25만 명이 넘는다. 영상을 올린 지 2개월 만의 성과다. 


이 채널은 미니어처 요리 채널인데, 모형이 아닌 실제 식재료를 갖고 12분의 1의 작은 세계를 구현해 낸다. 한국 전통 음식을 주로 올리지만 한국인은 물론 외국인들에게도 인기가 좋다. 커다란 손에는 엄지손톱만 한 식칼을 들고, 새끼손톱만 한 고추를 송송 써는 모습에 모두가 감탄을 자아낸다. 


영상 길이는 대개 8~10분. 1분 미만의 스낵컬처들이 유행하는 요즘에 꽤나 긴 영상이지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 보는 이들이 많다. “영상을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된다”, “소인국의 세계에 감탄하고 위로받고 간다”는 댓글과 함께 “미니어처에 관심이 생겼다”, “실제로 따라하게 된다”는 반응도 줄을 잇는다. 


작으면 작을수록 가치가 커지는 세계, 미니어처에 대한 관심은 이전에는 손재주가 좋은 사람들이나 할 수 있는 특별한 공예로 여겨졌다면, 최근에는 방콕족들이 늘며 심심한 날 스마트폰, TV 등에도 질린 이들이 손으로 만들며 즐기는 색다른 취미생활이 되고 있다. ‘보는 것’에서 ‘하는 것’으로 대상에 대한 관심이 바뀐 것이다. 


지난 10월 10일 서울 관악구에 위치한 미니어처공방도 미니어처를 즐기려는 이들로 만석을 이뤘다. 이날 카페를 찾은 이민영(23) 씨는 “유튜브에서 미니어처 영상을 보다가 직접 해 보고 싶어 공방을 찾게 됐다”고 말했다. 이 씨 커플은 이날 처음 미니어처를 만들었는데, 즐겨 쓰는 이모티콘 캐릭터를 주제로 했다. 그는 “사회적 거리 두기로 갈 곳이 마땅치 않아 이것저것 알아보다가 미니어처 공방을 선택하게 됐다”며 “손으로 무언가 만든다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말했다. 


이 공방은 음료 한 잔 값을 내고, 1시간 동안 미니어처를 체험할 수 있도록 해 대중성을 잡았다. 특히 20~30대 커플에게 인기가 좋다고. 박재찬 미니어처공방&카페 대표는 “이곳저곳 옮겨 다니면서 미니어처 작업을 하다가 나만의 공간이 있으면 해서 공방을 열게 됐다”며 “평일에는 본업을 하고 주말에는 공방 문을 여는데 미니어처를 취미생활로 즐기려는 이들이 자주 찾고 있다”고 말했다. 


심심할 겨를 없네 ‘나만의 작은 세상’
(자료) 미니어처공방&카페 


공방에서 즐길 수 있는 미니어처 종류는 다양하다. 클레이를 주재료로, 10분의 1에서 12분의 1 사이즈로 구성된 미니어처를 쉽게 따라 만들 수 있도록 구성했다. 음식, 가구, 의류, 집, 관광지 등 누구나 다 만들 수 있는 간단한 모형부터 남들이 생각하지 못한 창조적인 아이템까지 일상의 모든 것을 클레이로 만들 수 있다. 박 대표는 “초보자에게는 사과, 포도와 같은 과일이나 단순한 이미지의 캐릭터 모형을 추천하는 편”이라며 “미니어처에 쓰이는 도구와 재료를 배우고, 간단한 모양의 작품을 제작하는 것은 1~2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미니어처의 매력은 무엇일까. 입문자들은 자신이 갖고 싶은 모든 것을 어디서든 간단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을 주로 꼽는다. 인테리어 소품이나 수제 선물로도 좋지만, 자신이 만든 창작물이란 점에서 체험소비를 즐겨 하는 MZ(밀레니얼+Z)세대를 불러 모은다. 


박 대표는 “미니어처 창작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과정”이라며 “스트레스 해소와 창의력 증진, 거기에 성취감까지 가져갈 수 있다”고 말했다. 젊은 층의 취미생활을 넘어 노년층의 취미생활로도 손색이 없다. 손으로 하는 작업인 만큼 집중력을 요구하기 때문에 ‘치매’ 예방에도 탁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 의견이다.  


원데이 클래스 비율이 높지만 전문가의 길로 나서 수익화를 실현하는 이들도 있다. 박 대표는 “미니어처 유튜브 시청자들이 체험을 위해 공방을 찾거나 이색 체험으로 원데이 클래스를 하는 취미 활동의 비율이 높다”며 “이들 중 하다 보니 재밌어서 자격증 반을 수강하는 이들도 꽤 있다”고 말했다. 미니어처 자격증을 따면 문화센터나 방과 후 강사 등으로 취업이 가능하며, 공방이나 홈스쿨 창업이 가능하다. 여기에 공예작가로 작품을 만들고 판매하는 활동도 할 수 있다. 


코로나19 시대, 이색 취미생활을 찾고 있다면 미니어처 세계에 접속해 보는 것은 어떨까. 심심할 틈 없는 소인국의 세계가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직접 해보는 재미


미니어처공방&카페
서울 관악구에 위치한 카페 겸 공방. 커피 한 잔 값으로, 시간제 미니어처 체험이 가능해 초보자들의 입문을 유도한다. 손재주가 없는 사람들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미니어처 강사 ‘차니 쌤’의 친절한 설명으로 간단한 소품들을 만들어 갈 수 있다.   


쪼만한 마을 
미니어처 관련 국내 최대 인터넷 쇼핑몰이자 미니어처 체험이 가능한 공방카페다. 초보자부터 전문가까지 미니어처를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면 모두 거쳐 가는 배움터. 오프라인에서는 1호점인 상계본점을 시작으로 경기 일산, 서울 강동, 서울 강남, 경기 의왕, 창원 상남 등 6호점을 열었다. 


클래스101 – 스의 미니어처
비대면 시대, 가지 않아도 집에서 미니어처 학습이 가능하다. 온라인 학습 플랫폼 ‘클래스 101’에 개설된 스의 미니어처는 입문자와 전문가를 대상으로 다양한 클래스를 진행 중이다. 레진과 종이, 점토를 활용한다. 


심심할 겨를 없네 ‘나만의 작은 세상’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86호(2020년 1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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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20-10-29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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