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머니 = 김수정 기자]국립극단이 오는 12월 3일부터 20일까지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희곡우체통 극작가전 <당신이 밤을 건너올 때>로 관객들을 만난다.

모두를 위한 위로, 국립극단 '당신이 밤을 건너올 때'
<당신이 밤을 건너올 때>는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자신이 지켜온 가치에 대해 고민하는 한 인간의 이야기로, 국립극단 신작 개발 사업의 일환인 ‘희곡우체통’에 2019년 초청작으로 선정돼 <사랑의 변주곡>이라는 원제로 낭독회를 개최한 바 있다.

유혜율 작가의 희곡 데뷔작이기도 한 이번 작품은 김수영 시인의 언어를 빌어 현시대를 살아가는 다양한 세대에 대해 깊은 통찰을 담았다. 심리학을 전공한 작가는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아왔지만 어느 순간 자신이 여전히 이 사회에 유용한 존재인지 고민에 빠지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내밀하게 그려 낸다.

<율구>, <괴벨스 극장> 등 사회 전반에 대해 날카로운 시선으로 질문을 던져 온 이은준이 연출을 맡아 묵직한 울림을 주는 공연으로 무대 위에 구현했다.

‘우리는 지금 잘 살고 있는가?‘. 우리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이의, 혹은 나의 이야기를 통해 작품은 간단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질문을 던진다. 이름 없이 사그라진 친구의 죽음, 생활의 뒤편에 묻어버린 아내의 꿈, 그리고 한 때는 거창했던 ‘나’의 신념. 선택한 것이 아니라 버릴 수 없는 것들을 위해 치열하게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작가는 김수영의 시들을 곳곳에 배치해서 담담하고 고요한 위로를 건넨다.


작품 전반을 흐르는 김수영의 시는 명상적인 음악과 배우들의 유려한 움직임을 만나 마치 춤을 추듯 입체적으로 되살아난다.

유혜율 작가는 “사람들의 마음에는 하나의 얼굴이 있는 것 같다. 그 얼굴은 역사적 영웅이나 위대한 업적을 남긴 사람의 얼굴이 아니다. 오히려 살아 있는 동안 많은 것을 성취하지 못하고 자신의 신념을 지키며 죽어간 이름 없는 얼굴들에 가깝다.

이들의 사라지지 않는 마음이 계속 남아서 중요한 순간에 우리에게 구원을 주는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 20대에 스러져 간 ‘윤기’의 캐릭터는 이들의 얼굴에서 나왔다. 김수영 시를 차용한 것도 그러한 이유에서다.”라고 작의를 밝혔다.


한편 국립극단은 해마다 ‘희곡우체통’ 낭독회로 선보인 작품 중 1편을 선정하여 차기년도 제작 공연으로 선보이고 있다. 2019년, 인혁당 사건을 소재로 한 <고독한 목욕>(작 안정민, 연출 서지혜)을 무대에 올렸고, 2021년에는 탈진한 X세대의 이야기를 그린 (작 이유진, 연출 미정)을 정식 공연화 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