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도 로맨스가 필요해
[한경 머니 기고=배정원 행복한성문화센터 대표·성전문가·보건학 박사·유튜브 ‘배정원TV’]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사랑하는 사람과 원치 않는 생이별을 하기도 하고, 반대로 재택근무로 인해 24시간 붙어 있어 부부간에 숨 막혀 하는 경우도 생긴다. 사랑의 불을 다시 지필 로맨스가 필요한 순간이다.

2020년은 정말 쏜살같이 흘러갔다. 창밖에 나무들이 울긋불긋 단풍이 짙게 물든 나뭇잎들을 안간힘을 쓰며 달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건 이번 해를 이렇게 보내기 아쉬운 필자의 마음일까.

2020년 새해가 시작되며 사람마다 품었을 설레던 한 해의 계획들은 코로나19의 광풍 속에 속절없이 사위어 갔다. 코로나19는 우리로 하여금 많은 것을 중지시켰지만, 반면에 우리의 지난 생활에 많은 성찰을 가져다주었다. 우리들이 개발이라는 이름하에 마구 훼손해 오던 환경과 기후에 대해 멈추어 서서 생각하는 계기가 됐고, 공장식 축산 등 자연계에 우리가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에 대해 숙고하게 된 것도 사실이다.

또 사람 관계, 커플 관계에 있어서도 코로나19는 많은 변화와 시도를 요구하고 있다. 동거든 결혼이든 함께 있지 않은 커플들은 코로나19로 인해 강제 별거와 격리를 경험하고 있고, 관계를 시작한 커플조차 물리적인 거리 두기와 직접적인 접촉을 꺼리게 되는 등 관계의 진전에 애를 먹고 있다고 한다.

전염을 걱정해 재택근무가 많아지자 함께 사는 커플과 부부들은 24시간 붙어 있어야 하는 밀착감에 숨 막혀 하고 갈등을 빚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 그래서 각 나라마다 ‘코로나 이혼’이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이혼율이 높아지고 있다고도 하고 거듭되는 마찰로 부부관계의 피로감은 높아지고 있다. 또한 아이들이 학교에 가지 않고 공적인 돌봄교실이 작동하지 않음으로써 맞벌이 부부의 육아 피로도 역시 한계에 다다르고 있고, 그것으로 인해 다시 부부 관계가 갈등으로 치닫는다.

그러나 한편 코로나19는 화상채팅과 화상 데이트의 발전을 이끌고도 있는데, 어떤 커플은 같이 있지 못하는 거리감 때문에 오히려 로맨스가 깊어지고 있다고 하니 뭐든 어떻게 해석하고 받아들이냐의 문제이긴 하다.

강력한 거리 두기가 진행 중인 이탈리아에서는 한 젊은 청년이 집에 갇혀 생활하던 중 너무 답답해서 작은 테라스에 나가 앉아 와인을 혼자서 마시다가 건너편 건물에서 자기처럼 혼자서 와인을 마시는 한 매력적인 여성을 보았다. 그 둘은 그 후로도 자주 각자의 테라스에서 마주치게 됐고, 전화번호도 교환했다. 급기야는 같은 시각에 테라스에 나와 서로의 작은 식탁에 꽃도 꽂아 두고, 화상통화를 하면서 늘 저녁식사와 와인을 함께(사실은 따로) 하는 사이가 됐고, 사랑을 키워 가고 있다고 한다. 이 이야기는 참 낭만적이다.

◆‘좋은 자극’ 있는 관계는 로맨틱하다

어쩌면 낭만은 거리 두기에서 더욱 꽃핀다. 사랑은 상대가 신비로울 때 더욱 불타오르는 것처럼 낭만을 위해선 상대에 대해 적당히 모르는 것도 필요하다.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하면 상대에 대해 여전히 궁금해하는 마음에서 로맨스는 시작된다.

이 대목에서 부부는 ‘같이 산 지 10년도 넘은 우리가 모르는 게 어디 있겠소’라고 한숨 섞인 반문을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떤 사람도 변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당신이 어제도 침대를 같이 쓴 그 남편은, 혹은 그 아내는 어제와는 다른 사람이다. 우리는 결혼식장에서 ‘검은 머리가 하얀 파뿌리처럼 될 때까지’라고(그때는 알지 못했지만 그러려면 엄청난 노력을 해야 하는) 무시무시한 약속을 하고 결혼생활에 들어선다. 그리고 일상을 함께하면서 우리가 처음 사랑에 빠졌던 그 사람일 거라고 착각하며 살아간다는 게 정확한 말이다.

필자가 진행하는 부부 워크숍의 한 순서에 ‘서로를 알아보기’란 프로그램이 있다. 상대가 지금 좋아하는 노래, 연예인, 반찬 등을 써 보고 서로 바꾸어서 채점하는 것인데, 결과는 부부가 ‘당신 언제 변했어? 난 당신을 다 안다고 생각했는데…’라며 당황해하는 장면이다.

우리의 변하는 일상과 환경, 새로 접하는 정보는 우리를 서서히 바꿔 간다. 그런데 우리는 상대가 과거 그대로일 거라고 오해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그리고 지루해하다가 또 의외의 모습에 놀라기도 한다. 변하는 사람, 더 나아가 발전하는 사람은 지루하지 않다. 권태의 반대말은 ‘자극’이다. ‘좋은 자극’이 있는 관계는 로맨틱하다.

또 의도적으로 노력해야 할 부분도 있다. 일상의 로맨스를 회복하려면 우리는 약간의 멋쩍음, 모험도 무릅써야 한다. 관계가 더 좋아진다면 손해 볼 일은 아니다. 또 스스로도 재미를 느낄 수 있어서 점점 상상력을 발휘하면 더욱 친밀하고 결속력이 강한 한 팀으로 거듭날 수 있다.

함께 낯선 곳으로 여행 가기. 여행은 익숙해진 커플이나 부부를 가깝게 만들어 주는 좋은 방법이다. 낯선 곳에서 익숙한 사람과 같이 있을 때의 편안함과 함께 모험을 해 본다는 들뜸이 로맨스를 되살리기 때문이다. 아내에게 꽃 보내기. 꽃을 보내고 받는다는 것은 유사 이래 여전히 다정하고 달콤한 사랑 고백이다.

에로틱한 소설을 서로에게 읽어 주는 것도 서로의 관능을 일깨우는 좋은 방법이다. 이 방법은 특히 아내를 달뜨게 하는 데 도움이 된다. 또 승부가 정해지는 경기를 같이 보는 것, 내기를 해서 겨루어도 좋을 것이다. 부부가 함께 거품 목욕을 하면서 상대의 머리 위나 어깨 위에 거품 모자를 씌워 주는 것, 댄스교습을 같이 받는 것도 부부관계를 가깝게 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집에서 촛불을 밝히거나 낮은 조명 아래서 부부가 음악을 틀어 놓고 춤을 추어도 좋지만, 멋지게 꾸미고 댄스장에 가서 함께 춤을 추다 보면 다시 서로에게 매혹되는 상대가 될 수 있다. 또 놀이동산에 가서 옛날의 추억을 살리며 회전목마를 탄다. 회전목마는 누구에게나 노스탤지어를 선사한다. 혹은 속도감 있고, 스릴 넘치는 놀이기구를 같이 타는 것도 좋다. 엄마 같았던 아내의 모습에서, 늘 지쳐 떨어진 남편의 모습에서 소녀와 소년을 발견하는 것만큼 로맨스에 도움이 되는 것이 있을까.

무엇보다 상대를 예쁘게 보려는 마음이 중요하다. 상대의 장점을 찾고 그것을 말로 칭찬해 보라. 그 칭찬이 입 밖으로 나오는 순간 진실이 되고 상대의 매력이 된다. 2020년 마지막 한 달, 놓치지 말고 로맨틱한 도전을 하며 보내는 것은 어떨까.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87호(2020년 12월) 기사입니다.]